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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 (66/70)

대치

“아무래도 서둘러 왕국으로 복귀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알마리온의 말에 리처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리처드의 복수는 사실상 이미 끝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아직도 포넬에 남아 있는 것은 리처드의 지지 기반이 확실해질 때까지 남아 있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왕국에?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모르겠습니다. 막연하게 불안감이 들긴 하는데…… 그저 모든 것이 그저 뿌옇기만 할 뿐입니다.”

“음…….”

알마리온의 표정이 심각한 것을 보면서 리처드 또한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알겠다. 하면 곧 준비를 시키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형님.”

“뭐가 죄송하다는 것이냐? 나야말로 네가 없었다면 이렇게 복수를 하지도 못하였을 것이니 그런 말은 아예 하지도 마라.”

끝까지 함께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알마리온이 사과를 하자 리처드는 나무라면서 고마움을 전하였다.

그렇게 리처드에게 곧 왕국으로 복귀할 뜻을 밝히고 그나이제나우와 샘에게 귀국 준비를 하라는 말을 전한 알마리온은 레드로를 찾아갔다.

“난 조만간 왕국으로 복귀를 할 생각이네.”

“그렇다면 나도 준비를 해야겠군.”

“아니. 이건 내 생각인데 자네는 이곳에서 형님을 돕는 것이 좋을 것 같네.”

“무슨 뜻인가?”

알마리온의 말이 단순히 이곳에서 리처드가 왕권을 확실히 다질 때까지 그를 도우라는 뜻이 아님을 레드로는 직감할 수 있었다.

“혹……?”

“분명하진 않지만…… 어쩌면 그럴 가능성이 많네.”

“으음…….”

이들이 우려하는 일은 한 가지였다.

바로 왕국의 분열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레드로의 경우 그 입장이 무척이나 난처해질 수 있었다.

“자네의 충성심은 자네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네. 하지만…….”

만약 내분이 일어나고 국왕파와 귀족파가 서로 충돌하게 될 경우 레드로의 입장은 상당히 곤란해질 수 있는 일이었다.

아무리 그가 전대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하였다 하더라도 그는 이미 모든 것을 버리고 왕국을 떠남으로써 그 충성심에 대한 신뢰를 상당 부분 잃어버린 상태였다.

“만약 우려하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설사 자네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결국 나중에는 자네를 의심하고 불이익을 줄 수도 있는 일이네. 하니 난 자네가 끝까지 이곳에 남아 있으면 좋겠네.”

“그 말은 나보고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라는 것인가?”

“그렇네. 난 자네가 이곳에서 새로이 가문을 열었으면 하네.”

“으음…….”

“또 하나, 형님께서도 자네를 무척이나 필요로 하고 있지 않은가?”

“나보다야 자네를 더 필요로 하시지 않는가?”

“글쎄…… 그건 아닐 것이네. 그리고 나와 이곳 포넬의 인연은 이것으로 끝이 아닌가 싶네. 설사 인연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내가 아닌, 내 아이들이겠지.”

리처드를 도와 그가 다시금 왕좌를 되찾게 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우기는 하였지만 정점에 있어야 할 사람보다 더 뛰어난 존재라는 것은 세월이 갈수록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도 알마리온은 자신이 포넬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긴…… 무슨 말인지 잘 알겠네. 하지만 나도 왕국에 무슨 일이 발생한다면 만사 제쳐 두고 돌아가도록 할 것이네.”

“부탁이네. 그냥 이곳에 있어 주게.”

레드로가 고집을 부리자 알마리온 또한 강하게 그를 만류하였다.

처음 레드로의 부친인 더글러스 후작을 만났을 때, 알마리온은 숙명적으로 그와 피를 흘리는 관계가 될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분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조만간 그러한 운명이 현실이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난 자네가 극단의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을 보고 싶지가 않네.”

“으음…….”

“그리고 자네 어머니도 조만간 이곳으로 오실 수 있도록 하겠네. 하니 자네는 이곳에서 새로이 자네만의 세상을 열어 가도록 하게.”

레드로는 갈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나 그는 끝내 알마리온의 설득에 질 수밖에 없었다.

그 자신이 아무리 결심이 굳건하다 하더라도 아비를 상대로 검을 든다는 것은 설사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온다 하더라도 결코 인정받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자네 말에 따르도록 하겠네.”

“고맙네.”

알마리온이 왕국으로 복귀하기 전날 리처드는 예정보다 빨리 자신을 도와 왕좌를 되찾는 데 공을 세운 자들에 대한 포상을 발표하였다.

이 자리에서 알마리온은 일등 공신이 되어 공작의 작위와 함께 노스아일랜드라는 성과 공작이란 작위, 그리고 노스아일랜드라는 포넬 왕국 최북단의 섬을 영지로 받았다.

그가 영지로 받은 노스아일랜드는 포넬 왕국을 이루는 8개의 섬 중 네 번째로 큰 섬으로, 이전에는 이곳에 1개의 백작 가문과 2개의 자작 가문의 영지가 존재하던 곳이었다.

하나 이곳에 존재하던 세 가문은 반정에서 고메즈의 편에 섰고, 결국 반정에 패하게 되면서 세 가문 모두 축출이 되어 주인 없는 땅이 되었다가 이를 통째로 알마리온의 영지로 주게 된 것이었다.

이로써 알마리온은 제국으로부터는 백작이란 작위를, 그리고 로엔 왕국에서는 후작이란 작위를, 포넬에서는 공작이라는 작위를 받게 된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또한 알마리온보다 먼저 포넬로 건너와 기반을 다진 것은 물론 반정에서도 여러 차례 큰 공을 세운 레드로에게도 헤겔이라는 성과 함께 공작이라는 작위, 그리고 헤겔 지역 전체를 영지로 정하여 주었다.

이 밖에도 그나이제나우와 샘에게도 각각 백작과 자작이라는 작위와 함께 영지를 주었으며 카즈모 백작은 후작으로 승작하였으며, 아울러 카즈모 후작의 동의하에 발몬 남작을 백작으로 승작시켰으며 아울러 친위군 사령관에 임명하였다.

이처럼 대대적인 포상이 끝난 후 리처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성대한 연회를 베풀었다.

“그럼 조심해서 가도록 하거라.”

“예, 형님. 그럼…….”

“결국 국왕이 제국의, 아니 우리의 마지막 제안마저 거절하였군요.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두고 볼 이유가 없습니다.”

더글러스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동안 프리모를 중심으로 한 귀족 파벌에서는 제국의 황제의 명령에 따라 게르혼족 토벌에 필요한 군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을 하였다. 하지만 블리스는 끝내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이렇게 서로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음으로써 이들은 서로 마지막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이왕 일을 벌일 것이라면 혼테르 후작이 자리에 없을 때 행동을 개시해야 할 것입니다.”

이들도 이제는 알마리온이 단지 막스밀리언 왕자를 찾기 위해 포넬로 간 것이 아닌, 그의 막하에 있던 아이언마스크가 실상은 포넬의 브리스톨 왕가의 유일한 혈통인 프란시스 레오나르도 폰 브리스톨 왕자라는 것, 그리고 그가 지금 포넬의 왕좌를 되찾기 위해 알마리온과 함께 반정을 일으켰고, 그것이 이제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상태였다.

당연히 이러한 소식과 함께 알마리온이 최상급 정령술사라는 것과 그가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벌이고 있는지에 대한 소식도 접한 이들이었다.

결국 이들이 이처럼 서둘러서 반정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황급히 모인 것도 알마리온이 귀국하기 전에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있어서는 최선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그가 돌아온다면 상황이 꼬일 수가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 개인도 그렇지만 그는 어찌 되었든 왕국 최대의 군벌을 지닌 존재…… 그런 그가 돌아온다면 반정 자체가 힘들어질 것입니다.”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듣던 프리모가 더글러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후작의 생각은 어떠한가?”

“같은…… 생각입니다, 전하.”

마음 같아서는 알마리온을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었다.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만용일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에 다른 이들의 말처럼 알마리온이 자리에 없는 동안 일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견에 동조하였다.

“모두 같은 생각이라니 그럼 실행토록 하겠네. 하면 병력은 어떻게……?”

모두가 알마리온이 없는 동안 반정을 일으키기로 합의를 한 이들은 닷새 후에 있는 블리스의 탄생일에 반정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워낙 왕실에 불행한 일이 연이어 있어 전체적으로 왕실의 분위기는 우울한 상태였다.

때문에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어떤 특별한 행사가 한차례 필요하다고 여겨질 때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블리스가 로엔의 국왕으로 즉위한 후 처음 맞게 되는 생일이었기에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도, 그리고 최근 관계가 너무 벌어져 있던 귀족 파벌에서도 그의 생일을 기점으로 하여 서로 조금씩 양보하자는 제안을 해 왔기에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성대한 축제와 연회를 계획하게 되었다.

알마리온이 처가인 폰티악 후작의 영지에 도착을 한 것은 바로 국왕인 블리스의 생일 축하연이 있기 하루 전날이었다.

“오셨습니까, 후작 각하.”

“오랜만이오, 케일 자작.”

케일 자작은 폰티악을 대신하여 영지를 대신 관리하는 자였다.

“장인어른과 장모님 그리고 처남들께서는 영지에 계신 것이 아닙니까?”

“모두 국왕 폐하의 생신 연회에 참석하시기 위해 소렌토에 머물고 계십니다, 각하.”

“음? 아! 벌써 날짜가 그렇게 된 것이오?”

“예, 후작 각하. 국왕 폐하께서 즉위하신 이후 처음 맞는 생신이신지라 귀족 파벌 쪽에서도 분위기 쇄신을 위해 예년과는 달리 좀 더 성대한 축하연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 왔고, 그것을 받아들이신 폐하께서 왕국의 모든 귀족들을 연회에 초대를 하셨사옵니다. 하여…….”

케일 자작의 설명을 듣고 있던 알마리온은 어느 한순간 둔기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이지 않은 채,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불안감의 실체가 갑자기 한순간 확 느껴져 왔기 때문이다.

“이런! 자작! 미안하지만 말들을 준비해 주시오!”

“예? 하오나 각하, 이미 국왕 폐하의 생신 축하연에 참석하기에는 늦으셨으니…….”

갑자기 말들을 준비해 달라는 알마리온의 재촉을 케일은 지금이라도 서둘러 소렌토로 향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것이 아니오…… 아니, 지금은 설명을 할 시간이 없으니 최고로 좋은 말로 두 필씩 준비하여 주시오. 어서!”

“예? 예…… 하면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급한 표정으로 말을 준비하라고 재촉하는 알마리온의 행동에 영문을 모르면서도 일단 그의 말에 따랐다.

그렇게 서둘러 준비한 말을 타고 알마리온과 그나이제나우 그리고 샘은 최대한 서둘러 소렌토로 향하였지만 아무리 좋은 말로 하루 종일 달린다 하더라도 폰티악의 영지에서 왕도인 소렌토까지는 최소 닷새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것도 중간 중간에 다른 말들로 갈아타면서 이동을 하였을 때 가능한 이동속도였다.

다행히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왕국에서는 많은 유지 비용을 들이면서 전국의 각 중요 길목에 전령들을 위한 역참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말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설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알마리온의 지위나 힘이라면 얼마든지 필요한 말을 구할 수 있었으니 그것이 문제 될 일은 전혀 없었다.

하나 흐르는 시간만큼은 그 누구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가 아무리 인간의 능력을 완전히 벗어난 존재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으악!”

“크헉!”

“아악!”

반정군은 자신들을 가로막는 모든 이들을 거침없이 베어 가며 왕궁을 장악해 나갔다.

“후후, 그러게 처음부터 우리와 뜻을 어느 정도 맞춰 주셨다면 이런 험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옵니다, 폐하.”

“으으…… 결국 그대들이…….”

이미 연회장 안의 상황도 귀족 파벌에 속한 자들에 의해 모든 것이 장악된 상황이었다.

이들은 이미 가능하면 조용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를 하였고, 이에 맥없이 당하고 만 것이었다.

“무엇들 하는 것이냐! 어서 반역자를 체포하여 구금하지 않고! 그리고 폐하, 이제 이 자리는 폐하의 것이옵니다. 어서 왕좌에 오르시지요.”

블리스와 왕실 일가를 체포하라는 명을 내린 프리모는 그들이 기사들에 의해 제압당하여 끌어내려지자 곁에 있던 15세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을 향해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그를 왕좌로 인도하였다.

그가 왕좌로 이끄는 소년은 로엔의 왕족의 혈통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실상 왕가의 혈통을 이었다고 하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먼 인척 관계에 있는, 지금은 평민의 신분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자였다.

그러한 자를 왕위에 올린다는 것은 이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분명한 일이었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왕위를 찬탈하는 데 성공한 귀족 파벌은 국왕 파벌에 속한 귀족들에 대해 대대적인 숙청을 곧바로 단행하였다.

이 또한 신속하게 진행되었는데, 블리스가 국왕이 된 이후 처음 있는 거국적인 행사였기에 왕국의 거의 모든 귀족들이 앞다투어 참석하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러한 숙청에서 당연히 블리스를 비롯한 왕실 종친들과 국왕 파벌의 핵심 인사들은 단두형이 언도되었고, 그 외에 조금이라도 귀족 파벌에 밉보인 자들은 거의 모두 각종 조작된 죄명을 통해 사형이나 종신형, 유배형 등과 같은 중형에 처해졌고, 그 가족들 또한 함께 처형을 당하거나 노예로 전락하였으며 아울러 이들 죄인들의 재산은 모두 몰수한다고 발표하였다.

“형을 집행하라!”

반정 인사들에 의해 국왕으로 추대된 칼리프 1세는 반정이 성공한 바로 다음 날 블리스를 비롯해 귀족 파벌이 미리 정한 숙청 대상자들에 대한 처형을 시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블리스 국왕과 그 가족들, 막스밀리언과 그 가족들, 엘리자베스 공주를 비롯하여 왕실의 모든 종친들이 처형을 당하였으며, 국왕 파벌의 거두들인 나르담, 폰티악 등이 이날 모두 처형당하였다.

이날 처형당한 사람들의 수가 무려 218명으로 하루 종일 이들에 대한 처형식이 진행되었고, 이들이 흘린 피로 인해 광장이 붉게 물들었으며, 그 피 냄새로 인해 소렌토의 백성들은 하루 종일 구역질을 했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처형당한 자들의 목은 소렌토 성벽에 내걸렸으며, 이들의 몸은 짐승의 먹이로 던져졌다.

“결국 주군께서 우려하던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으음…….”

알마리온이 반정 소식을 접한 것은 블리스 등이 처형을 당한 그다음 날이었다.

알마리온과 그나이제나우는 소렌토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였다.

“폐하와 장인어른 등은 어떻게 되셨다 합니까?”

“바로 어제…… 처형을 당하셨다 합니다. 죄송합니다, 주군.”

“으음…… 결국…….”

“…….”

“하루만…… 하루만 더 빨리 움직였어도…….”

조금만 더 일찍 움직였다면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알마리온은 모든 것이 너무나도 후회스러웠다.

“영지로…… 난 일단 영지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나이제나우 경은 이 길로 다시 쿠덴베르로 돌아가서 케일 자작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그곳의 모든 것을 장악하도록 하시오.”

“예, 주군.”

“또한 포넬에서 귀환하는 병력도 통제토록 하시오. 샘 너도 그나이제나우 경과 함께 가도록 하라.”

“예, 주군.”

이미 블리스 등이 모두 처형당한 뒤라는 사실을 안 알마리온은 구태여 소렌토로 갈 이유가 없었다. 하여 그는 일단 영지로 돌아가 상황을 살피기로 결정하고는 곧바로 영지인 혼테르로 향하였다.

“흑흑흑!”

“흑흑!”

알마리온의 귀환과 함께 전하여진 반정 소식으로 인해 가족을 잃게 된 사실을 알게 된 일레인과 카산느는 깊은 슬픔에 빠져 버렸다.

“후…….”

사랑하는 가족들을 모두 잃어버린 아픔에 통곡하는 며느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유르스나르 또한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 아이는 어떻게 하고 있더냐?”

두 며느리가 슬픔에 겨워 통곡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며느리인 들에핀꽃에게 묻는 유르스나르였다.

“그분은 지금 전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후……. 하긴. 그들이 이곳이라고 내버려 두진 않을 것이니…….”

“예, 어머니. 상단을 통해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미 이곳을, 아니 그분을 제압하기 위해 가짜 국왕이 보낸 병력이 곧 도착을 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들에핀꽃의 말에 유르스나르의 눈살이 잔뜩 찌푸려졌다. 또다시 전쟁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정에는 성공을 하였지만 국왕 파벌 중에서 최고의 핵심인 알마리온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반정에 가담한 귀족 파벌 또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여 더글러스의 지휘로 알마리온을 제거하기 위해 병력을 꾸린 상태였다.

이미 알마리온은 반역자라는 죄목으로 이미 수배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이에 대해 알마리온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그와 반정군 사이는 이미 공존할 수 없는 관계였다.

“그 아이의 주변에 평온이 올 날이 언제일지 걱정이구나.”

“…….”

유르스나르가 걱정하는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아들인 알마리온이 하루라도 빨리 평온을 누리길 바랄 뿐이었다.

“그자가 귀환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일단 반정에 성공을 하였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단지 반대파인 국왕 파벌에 속한 귀족들을 제거하고 새로운 국왕을 추대한 것이기만 할 뿐, 왕국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이들 반군이 네 곳은 반드시 장악하지 않는다면 이번 정변은 자칫 찻잔 속의 태풍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들이 반드시 장악해야 할 네 곳이란 바로 북서군이 주둔 중인 코텐과 알마리온의 영지인 혼테르, 그리고 폰티악 후작의 영지인 쿠덴베르였다.

이 중 반정에 가담한 자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곳은 바로 다름 아닌 알마리온의 영지인 혼테르였다.

“일단 그자는 내버려 두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알마리온이 영지로 복귀하였다는 소식에 모두 심적으로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차에 아예 그를 내버려 두자는 말을 하는 프리모의 말은 도무지 이해하기가 힘든 말이었다.

“그를 제압하지 않고서는 자칫 이번 거사가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재상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반정에 성공을 하면서 귀족 파벌을 구성하였던 더글러스, 로보, 사뮤엘 후작 가문은 그토록 갈망하던 공작 가문이 되었다.

또한 가장 세가 약했던 제거 백작 가문 또한 반정의 한축을 담당하면서 후작 가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것이 아직은 유동적일 수 있는 것이긴 하여도 이로써 로엔 왕국에는 모두 4개의 공작 가문이 만들어지게 된 상태였다.

이로 인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반하대를 하였던 프리모의 말투 또한 같은 공작을 대하는 것처럼 존대로 바뀌어 있었다.

“그걸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사뮤엘 공작. 하지만 그는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쉽게 움직이지 못하다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모두 아시지 않습니까? 그는 왕국의 후작이긴 하여도 또한 제국의 백작이라는 작위를 가지고 있다고 말이오. 제국의 황제 폐하께오서 그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실 것이니 말입니다.”

이미 반정을 통해 블리스를 왕좌에서 끌어내리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부터 제국 측에서는, 아니 일을 꾸민 프랑크와 베르그는 알마리온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은 처음부터 알마리온에게 이번 일에 절대 개입을 하지 말 것을 명령한다는 제국 황제의 명령서를 함께 보냈던 것이다.

그런 제국 황제의 명령서는 지금 프리모가 소지하고 있었다.

“하나 그가 만약 제국 황제 폐하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렇다면 오히려 그에게 모든 것이 더 불리하게 될 것이네, 제거 후작.”

알마리온이 스스로 제국의 귀족이라는 것에 매달리게 된다면 분명 프리모의 말이 옳을 수도 있었다.

하나 이들이 알고 있는 알마리온이라면 결코 제국의 작위 같은 것에 연연할 사람이 아니란 것이 문제였다.

“하나 그자는 제국의 작위 같은 것에 연연할 자가 아님을 재상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훗! 그렇지요, 로보 공작. 하지만 말입니다, 그에게도 약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약점이라니 그게 무엇입니까?”

“하이란족이 그를 움직이게 만들지 못하는 약점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어떻게 끌어들인단 말입니까?”

“훗!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더글러스 공작.”

“하면 이미 제국에서 손을 쓴 것입니까?”

“제국의 재상이신 베르그 공작은 그리 허술한 분이 아니지요. 다들 잘 아시지 않습니까? 허허허!”

프리모의 말처럼 제국에서는, 아니 베르그 공작은 알마리온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았다.

하여 베르그 공작은 은밀히 사람을 보내 하이란족을 끌어들였던 것이다.

용맹한영혼과 알마리온 사이에 끼어 버린 하이란족은 부족 전체가 존폐의 위기에 처한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은 제국 측이 내민 손을 잡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제국 측에서 우릴 지원하기 위해 기사단과 마법병단이 오게 될 것입니다.”

“기사단과 마법병단 말입니까?”

기사단과 마법병단이 제국으로부터 지원 올 것이라는 말에 모두가 크게 놀랐다.

기사단이야 그리 크게 놀라운 것은 아니었지만, 마법병단은 확실히 이들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한 존재였다.

제국이 많이 쇠락하기는 하였어도 오늘날까지 외부의 침입을 받지 않은 채 국체를 보존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제국이 보유하고 있는 마법병단 때문이었다.

마법병단은 제국이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으며, 비록 지금은 많이 쇠약해지긴 하였어도 여전히 단 한차례도 외부의 침입을 받지 않게 해 준 결정적인 이유였다.

마법병단은 그 이름과는 달리 마법사라고는 단 1명도 없는, 구성원 모두가 익스퍼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병단이란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이들이 무장하고 있는 무기들이 과거 마도 제국 시절에 만들어진 마법 물품들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병단兵團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들의 수는 모두 1백 명을 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병단이라고 부르는 것은 마법 물품으로 무장한 익스퍼트 한 사람의 능력이 가히 일인군단一人軍團에 버금갈 정도로 대단하였기 때문이다.

이들 마법병단은 10명이 한 조를 이루고 있었는데 제국 황궁에 3개 조가, 그리고 각 중요 지역에 나머지 7개 조가 흩어져 배치되어 있었다.

“그것이 진정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하면 이번에 오게 되는 마법병단의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3개 조가 오게 될 것입니다. 하나 그중에 1개 조는 하이란족과 함께하게 될 것입니다.”

“아…….”

마법병단 3개 조는 물론 여기에 기사단까지 도착을 한다면 아무리 알마리온이 최상급 정령술사라는 것이 맞다 하여도 이들로서는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일이었다.

때문인지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알마리온의 복귀 소식에 대해 심각하기만 하던 이들의 표정은 이내 밝아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코텐에는 갈리 백작이 남아 있습니다.”

북서군은 현재 로엔 왕국에서 가장 많은 수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수는 무려 3만.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1만의 병력을 유지하던 북서군이 이처럼 갑자기 세 배나 되는 병력을 보유하게 된 이유는, 더 이상 국경 경비의 필요성이 없어진 북동군의 병력이 대부분 북서군으로 이동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용맹한영혼의 군세가 더욱 강력해지자 이에 대비하기 위해 무리를 해서 병력을 충원하였기에 이처럼 많은 수의 병력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왕국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중앙군이 사라진 지금 왕실이 로엔의 최대 군벌이었다.

하나 엄밀히 따지면 게르혼족의 그레이트 칸이기도 한 알마리온이 최대의 군벌이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북서군을 지휘하고 있는 갈리 백작이 어떤 쪽을 선택하는가도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었다.

“일단은 그를 설득하는 것이 좋겠지요. 뭐, 그에 대해서도 제국 측에서 몇 가지 약속을 해 주었으니 그리 어렵다고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프리모 공작의 말처럼 제국에서는 갈리 백작을 설득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였다.

제국에서는 그가 만약 전향할 경우 백작이라는 작위와 발락 공작 영지의 절반을 그의 영지로 주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어쨌든 일단은 그를 설득해서 확실하게 우리의 편으로 만들지 않으면 앞으로의 상황이 매우 불안해질 것입니다.”

더글러스의 말에 모두가 긍정의 뜻을 표시했다. 그리고 이들은 일단 북서군 부사령관인 갈리 백작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결정하고 이를 실행해 나갔다.

“주군, 큰일입니다! 북서군 부사령관인 갈리 백작이 역도들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합니다!”

상단이 조직한 정보망을 통해 전달된 갈리 백작의 전향 소식은 분명 다급한 내용이었지만 이를 전해 들은 알마리온이나 안드라스는 그다지 놀라지 않는 표정이었다.

“결국 예상처럼 되었습니다, 주군.”

“그렇군.”

마치 이미 그럴 것이라 확신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호들갑을 떨며 소식을 전한 자신이 더 부끄럽게 느껴지는 요하네스였다.

“그럼 조만간 제국과 왕국이 연합하여 용맹한영혼의 게르혼족을 공격할 것입니다.”

“아마도 그렇게 될 것이오. 제국 측에서도 이번이 그분을 제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니 말이오.”

베르그는 처음부터 게르혼족의 그레이트 칸이 된 용맹한영혼을 무척 위험한 존재라고 판단하였고 제국의 황제에게 그를 공격하여 싹을 잘라 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하였다.

하나 그런 그의 시도는 번번이 이런저런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용맹한영혼은 그 틈을 이용하여 이제는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로까지 발전하였다.

“그렇다면 주군께서는 역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이오?”

안드라스의 말에 알마리온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과는 다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주군, 어차피 치러야 할 희생입니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희생으로 상황을 주도하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알마리온과 안드라스의 눈빛이 허공에서 서로 얽혀 들었다. 두 사람은 주군과 가신의 관계이면서도 서로 상당히 고집이 센 편인지라 의견 충돌이 잦은 편이었다.

그러면서도 알마리온은 안드라스를 절대적으로 신뢰하였고, 안드라스 또한 그러한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하거나 결과를 만든 일이 아직까지는 없었다.

“알겠소. 그대의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하겠소.”

“결코 주군을 실망시켜 드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믿겠소.”

북서군 부사령관이던 갈리 백작이 반정 측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힘을 얻게 된 이들은 자신들의 권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잇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 나간다.

이들은 반정에 공이 있는 자들에게 작위를 높여 주거나 작위를 내림으로써 친위 세력을 두껍게 했으며, 아울러 왕실 직영지 전체와 국왕 파벌에 속해 있던 자들의 영지를 몰수하여 자신들이 좋을 대로 나누어 가졌다.

이로 인해 왕실은 왕도인 소렌토를 제외한 모든 직영지를 상실하게 되었다.

이러한 극단적인 조치로 인해 사실상 왕실은 완벽하게 귀족들의 손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 단지 상징적인 존재 외에는 더 이상 그 어떠한 의미도 없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다만 혼테르를 중심으로 한 북동 지역과, 폰티악의 영지인 쿠덴베르만큼은 여전히 이들 반정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난 독립 지역이 되어 버렸다.

“주군으로부터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무엇입니까?”

그나이제나우의 말에 폰티악 영지의 행정과 살림을 맡고 있는 케일과 군과 치안을 맡고 있는 모젠, 그리고 상단을 맡고 있는 호무레스 세 사람은 눈빛을 빛내며 그나이제나우를 바라보았다.

“이곳을 반역자들에게 넘겨주라는 것입니다.”

“이곳을 말씀이십니까?”

그나이제나우의 말에 세 사람은 크게 놀라며 당황하였다.

“놀라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주군께서는 이곳을 지키느라 힘을 분산하는 것이 오히려 반역자들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 판단하신 것 같습니다.”

쿠덴베르의 전력은 치안에 투입되는 치안대의 병력까지 모두 합하여 2천3백 명 정도였다.

일개인의 영지에 이 정도의 병력이 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었지만 쿠덴베르가 로엔 왕국의 해군 사령부가 위치해 있다는 것과 이들은 영지의 병력이기보다는 왕국 소속의 병력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으로 쿠덴베르, 즉 폰티악 후작의 영지 병력은 불과 5백 명 정도였고 그 나머지는 상단에 속한 용병들이었다.

물론 병사들을 징병하자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으며, 북부 지역과의 연계를 통한다면 이곳 쿠덴베르를 방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

또한 이곳을 한번 적도에게 넘겨주면 그만큼 다시 이곳을 수복하는 데 힘이 들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나 알마리온은, 아니 안드라스는 이곳 쿠덴베르를 과감하게 포기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이유는 이곳을 지키느라 구태여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킬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세 분께서도 주군께서 포넬에서 어떤 일들을 행하셨는지 들으셔서 잘 아실 것입니다.”

“음…….”

워낙 엄청난 소문이었기에 이들 세 사람은 처음 알마리온이 관련된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하더라도 전혀 믿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계속 전해진 소식들에서도 일관된 소식이 전해지자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적도들이 설사 이곳을 점령한 이후에 철옹성을 쌓는다 하더라도 주군께서는 그것을 단번에 깨뜨릴 수 있는 분이십니다. 하니 지금 당장 이곳을 적도들에게 넘겨준다 하더라도 걱정할 것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하긴…….”

“후작 각하께서는 주군의 유일한 후계자이신 분이시니 그분의 명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알마리온은 이들 세 사람의 주군인 폰티악의 사위였다. 물론 법적으로 모든 권리는 폰티악의 여식인 일레인에게 전해지겠지만 그간 오간 서신을 통해 일레인이 자신에게 상속된 모든 권리를 부군인 알마리온에게 넘긴다고 하였으니 이들 또한 알마리온의 명령에 절대복종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알겠습니다. 하면 그분의 명령에 따라 이동할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케일 자작과 호무레스 남작께서는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 주시고 모젠 자작께서는 저와 함께 적도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일을 맡도록 하지요.”

“예, 알겠습니다.”

상단의 배편을 이용한 대규모 이동이 끝난 것은 이 해의 끝인 12월이 다 되어서였다.

그리고 이들이 떠난 얼마 후 대치하고 있던 반정군은 이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에야 쿠덴베르에 입성을 할 수 있었다.

이로써 알마리온의 영지인 혼테르를 비롯하여 동북 지역의 7개 성을 제외한 모든 영토는 반정군에 의해서 장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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