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래서 우리는 시작하였다 (50/70)

그래서 우리는 시작하였다

“인사드리도록 해요. 이분은…… 나의 아버님이십니다.”

“예?”

“……!”

국왕과 왕세자에게 복귀 인사를 올린 알마리온은 들에핀꽃을 데리고 근위군 사령부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로엔달에게 들에핀꽃을 소개하면서 그를 자신의 생부라 소개하였다.

그런 알마리온의 행동에 로엔달은 물론 들에핀꽃 모두 크게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노예 출신으로 알려진 그에게 생부, 그것도 왕실을 호위하는 근위군 사령관에 백작이란 고위 작위까지 가지고 있는 생부가 존재한다는 말에 들에핀꽃은 놀랐던 것이고, 알마리온에게서 처음으로 아버지라는 말을 들은 로엔달 또한 그가 처음으로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며 자신을 인정하자 넋을 반쯤 놓은 채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쪽은 제 아내인 들에핀꽃입니다. 허락도 없이 혼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버님.”

“이, 인사드리겠습니다, 아버님. 들에핀꽃이라고 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 무엇인가 말 못 할 사연이 있음을 직감한 들에핀꽃이 알마리온의 소개가 끝나자 정성을 들여 로엔달에게 인사를 올렸다.

“아! 그, 그래…… 그, 그렇구나…… 반갑다.”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였지만, 지금 이러한 상황에서는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당황한 채 엉겁결에 손을 내밀었다. 하나 그는 이내 자신의 손을 거두며 난처한 표정이 되어 말하였다.

“아! 미, 미안하구나…….”

제국이나 왕국 같은 곳에서는 여인네의 손등에 가볍게 키스를 하는 것이 존경이나 애정의 표현일 수 있지만 게르혼족에 있어서 손을 건네준다는 것은 혼인을 승낙한다는 뜻임을 깜빡 잊은 것이다.

‘훗! 어지간히 당황하신 모양이구나. 저런 모습을 보이시다니 말이야.’

“오늘 저녁에 시간 있으십니까?”

“오, 오늘 말이냐?”

“예, 아버님.”

알마리온이 다시 한 번 아버님이라 부르자 로엔달은 더욱 당황하여 연방 말을 더듬거렸다.

“어? 이, 있다. 있어. 한데 왜……?”

“그럼 아들 집에 한 번도 안 오실 생각이십니까? 이렇게 며느리까지 와 있는데 말입니다.”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식으로 퉁명스레 대답하는 알마리온의 행동에 로엔달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가야지! 암! 가야지! 하하. 알았다. 오늘 저녁때 근무가 끝나면 네 집으로 가마.”

“예.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그래.”

저택으로 돌아오는 길에 알마리온은 들에핀꽃에게 자신의 신변에 대한, 그녀가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하여 주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하면 이제 그분을 아버님으로 완전히 받아들이신 것인가요?”

“훗!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 할 것이 있겠소? 내가 부정을 한다고 해도 그분이 내 생부인 것은 변함이 없는데 말이오.”

약간은 자조적인 어투였지만 들에핀꽃은 그런 알마리온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부모에게 있어서 자식들이 애증의 대상이라면 자식에게 있어서 그 부모 또한 애증의 대상 아니겠는가.

알마리온의 복잡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는지 들에핀꽃이 손을 들어 그의 손을 굳게 잡았다.

“어머?”

마음의 벽을 허물긴 하였지만 두 사람은 아직 부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라 아예 두 사람은 지금까지 키스는커녕 손을 잡아 보는 것도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신 손이……?”

저도 모르게 처음 불러 본 호칭이었지만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린 그녀나, 그녀가 자신의 손을 만지면서 무엇인가에 놀라 하자 왜 놀라나 싶어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는 알마리온이나 모두 그것까지는 전혀 신경 쓰지 못하였다.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놀라는 것이오?”

“당신 손 말이에요.”

“내 손이 왜? 무엇이 잘못되었소?”

두 손을 들어 손등과 손바닥을 뒤집어 가며 살펴보아도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사실 얼굴에 난 검상이 아니라면 알마리온은 남자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자신의 외모 덕분에 어린 시절 무단히도 고생을 하였기에 한때 그는 아예 씻지도 않고 다녔을 정도다.

그런 얼굴처럼 그의 손 또한 예전에는 여인네의 손처럼 가늘고 긴, 그리고 고운 손일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었다.

지크와의 사건 이전에는 단지 수업을 위해 매를 맞는 것을 제외하고는 고된 일이라고는 할 이유가 없던 그였지만, 그 이후에는 다른 노예들처럼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지크의 미움과 비뚤어지기만 하는 아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로뎀 자작의 배려 아닌 배려 덕분에 더욱 고된 일을 하며 지내야 했던 그다.

때문에 그의 손은 늘 상처가 끊이지 않고 생겨났는데, 손등에는 양쪽 모두 화상 자국이 있었고, 손바닥에는 두껍게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거기에다 군에 입대를 하면서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그는 한센이 가르쳐 준 검술과 창술을 연습하느라 더더욱 굳은살이 박여 있어 이제는 손바닥 전체가 굳은살뿐이었다.

하나 그의 몸에 나 있는 무수한 상처들과 흉터에 비하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힘들고 고된 일을 하면서, 그리고 아무리 노력하고 또 노력하여도 노예 감독관에게 유난히 심한 벌을 받으면서 여린 몸에 새겨져 버린 흔적들과, 전쟁 중에 자신과, 주변의 동료들을 지켜 주느라 생긴 흉터들로 인해 그의 몸은 온통 흉터로 가득했다.

“…….”

들에핀꽃 자신의 손도 여인의 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칠었지만 그래도 알마리온의 손은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망가져 있는 손을 어루만지며 저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여 왔다.

“훗!”

알마리온이 웃음을 짓자 들에핀꽃은 남은 슬퍼 우는데 왜 웃느냐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날 걱정해 주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말이오.”

봄날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알마리온의 모습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여 버렸다.

그런 들에핀꽃의 모습에 알마리온은 이번에는 크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굳게 잡아 주었다.

로엔달은 딱 저녁 식사 준비를 끝내자 도착을 하였고 세 사람은 별다른 대화는 없었지만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저녁 식사를 마친 알마리온과 로엔달이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 앞으로 네 행동에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

로엔달이 알마리온에게 주의를 주는 것은 알마리온의 급격한 성장에 귀족 파벌은 물론 국왕 파벌 속에서도 상당한 견제가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었다.

하긴 단 몇 년 만에 노예의 신분에서 왕국의 후작이란 작위까지 수직으로 신분이 상승한 것도 모자라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은 부, 거기에 왕국의 일곱 번째 익스퍼트이면서 전쟁 영웅이라는 명성까지 갖추고 있는, 한마디로 말해서 가진 것이 너무 많은 그였다.

거기에 제국에서도 그를 밀어주는 눈치를 보이고, 또한 이제는 제국과 왕국이 공동으로 경계를 하는 용맹한영혼의 양녀를 부인으로 맞이하면서 모두가 그를 집중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그에 대한 경계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네가 나름대로 그들을 배려한다고는 하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나 그들은 더 많은 것을 네게 원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결국 너를 음해하려 들 것이다.”

‘안드라스와 같은 말씀을 하시는구나.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라면 남들도 가지지 못하게 만들 것이라는.’

로엔달의 경고에 알마리온은 안드라스의 주의가 떠올랐다. 그도 분명히 그런 일이 있을 것이라 경고하였고, 앞으로 그러한 일이 더 많아지게 될 것이라 하였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앞으로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네가 날 인정해 준 것 말이다.”

“아버님도 참…….”

이날 밤. 알마리온과 로엔달 두 부자는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며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그러면서 두 부자는 그간 서로에게 주지 못하였던, 그리고 느끼지 못하였던 정을 나누었다.

“혼인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각하.”

“하하. 이제는 서로 같은 작위 아닌가? 그러니 이제 좀 더 편하게 날 대하게.”

“아닙니다.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다음 날 알마리온은 사전에 연락을 하여 약속을 잡은 폰티악 후작을 만나고 있었다.

“이제 막 혼인을 한 자네에게 이런 말을 해서 좀 그렇긴 하네만…… 난 솔직히 조금 섭섭했다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후후. 난 자네가 내 딸아이에게 관심이 있는 줄 알았거든. 그리고 이제 와 하는 이야기이지만 내 딸아이가 자네의 혼인 소식을 듣고 몇 날 며칠을 식음을 전폐할 정도였다네.”

보통의 성격이라면 이런 말을 대놓고 하진 못하겠지만 폰티악은 워낙 거리낌 없는 성격이었기에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었다.

아니, 비단 그의 성격이 그래서만이 아니라 폰티악은 그만큼 알마리온을 좋게 보았고, 처음부터 이처럼 흉금 없이 대해 왔다. 그것을 알기에 알마리온 또한 그를 대함에 있어 늘 편할 수가 있었다.

“죄송합니다, 각하.”

폰티악의 딸인 일레인을 마음에 두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이미 들에핀꽃을 부인으로 맞이한 상태에서 그녀를 달라고 할 염치가 없어 그저 사과를 할 뿐이었다.

“죄송하기는. 그게 어디 사과하고 자시고 할 문제이던가? 자! 그런 이야기는 서로 불편한 것이니 그만두기로 하고…… 그래, 찾아보았는가?”

서로에게 불편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자신이 괜히 꺼냈나 싶어진 폰티악이 서둘러 이야기의 주제를 바꾸었다.

“예, 각하. 다행스럽게도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오! 그래? 참으로 다행이군. 하하하!”

카빌란 제국에서 과거에 행하였던 대항해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찾아냈다는 말에 폰티악은 크게 고무되었다.

그도 말은 꺼내 놓기는 하였지만 과연 제국에서도 꽁꽁 감춰 놓고 있는 자료를 찾아낼 것이란 기대는 그리 많이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데 그에 관련된 자료들을 모두 찾아냈다고 하니 새삼 알마리온의 재주가 비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 여기 있습니다. 한데 원본은 아니고 사본입니다.”

“사본이라면 어떤가? 아예 구하지 못한 것보다 훨씬 나은 일이네.”

원래 지도의 경우 사본일 경우에는 상당히 부정확할 때가 많았다. 때문에 지도만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장인들이 아닌 자들이 지도를 그리게 되면 아주 작은 실수만으로도 엉터리 지도가 되어 지도를 이용하는 자들로 하여금 위험천만한 일을 겪게 만들 수도 있었다.

하여 군의 지휘관들은 지도를 참고 자료 정도로 여기고, 그보다는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자들의 길 안내를 더 선호하곤 하였다.

한데 바다에서는 이러한 안내인을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 무엇보다도 정확한 해도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해도가 정확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대비책으로 일지를 기록하는 것이니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을 것이네.”

“그렇습니까?”

“그렇다네. 일단은 이 자료들을 검토하고, 또 몇 차례 시험적으로 항해를 해 봐야 할 것이네. 그런 연후에야 본격적으로 해상을 통한 교역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네.”

“그러자면 앞으로도 몇 년 정도는 걸리겠군요?”

“3∼4년 정도는 걸리게 될 것이네.”

“하면 이렇게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어떻게 말인가?”

“일단 발락 영지와의 교역을 먼저 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발락 영지와 말인가?”

“예, 각하. 그리고 감비노 성에도 정기적으로 배를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북동군의 사령부가 위치한 감비노 성은 왕국의 북동쪽 끝에 위치한, 해안가를 끼고 있는 곳이었다.

이 지역은 북동 지역 대부분이 높은 산악 지역인 것에 비해 비록 좁고 긴 형태이지만 평야 지대이거나 아니면 구릉 정도의 지형이었기에 동북 지역의 게르혼족의 침입은 대부분 이 지역에 집중되고 있었다.

그런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였지만 알마리온이 감비노와 폰티악의 영지인 쿠덴베르, 그리고 자신의 영지는 아니지만 대리인이 된 발락을 연결하는 뱃길을 제안한 것은 평상시나 유사시에 뱃길을 이용하여 빠르게 이동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이 세 곳을 연결하는 뱃길을 통해 물자와 사람을 보다 손쉽게 이동시키기 위해서였다.

워낙 산들이 험하고 길이 좁기에 서북 국경 지역과는 달리 동북 국경 지역은 물자와 사람의 이동이 매우 힘들었고, 이로 인해 늘 만성적인 인력과 물자 부족으로 국경을 방비하는 것이 어려운 지경이었다.

한데 뱃길을 이용하면 보다 많은 물자와 인력을 편하게 수송할 수 있을 것이며, 아울러 영지에서 생산될 종이 또한 그러한 뱃길을 이용하여 발락으로 가져가 판매할 수 있으니 이러한 일은 여러모로 매우 필요한 일이었다.

“좋은 생각인 것 같네.”

이야기를 들은 폰티악 또한 상당히 괜찮은 생각이란 판단이 이내 들었다.

무작정 뱃길을 이용한 교역을 시도하는 것보다 일단 안정적인 형태로 경험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라는 것에 공감을 하였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각하.”

‘쯧! 역시 아까워.’

여느 대부분의 귀족들처럼 자신의 것만을 지키거나 아니면 남의 것을 탐하기보다는 이처럼 자신의 능력으로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알마리온의 모습을 보면서 폰티악은 다시 한 번 그와 딸아이가 맺어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였다.

‘아니지. 어차피 여러 명의 부인을 거느리는 것은 전혀 흠이 되지 않는 일 아닌가?’

여러 명의 부인을 두는 것은 결코 흠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권장할 만한 일 또한 아니었는데 그것은 다만 개인적인 취향이나 선택일 뿐 그것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일은 없었다.

갑자기 든 생각이었지만 폰티악은 이내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딸을 둘째 부인으로 준다는 것은 자신에게도, 그리고 딸에게도 그다지 명예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한데 자네는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

“일단 영지로 돌아갈 계획입니다. 아울러 폐하께서 명하신 일에도 충실히 임해야겠지요.”

“당연히 그래야지. 폐하의 명도 명이지만, 자네의 어깨에 왕국 백성들의 안위가 달려 있으니 그걸 생각해서라도 절대로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네.”

“예, 각하. 명심하겠습니다.”

자신의 말에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는 알마리온을 보면서 폰티악은 다시 한 번 살짝 미소 지었다.

“하면 조만간 영지로 돌아가겠군?”

“이틀 후에 영지로 돌아갈 계획입니다. 곧 겨울이 시작되니 아무래도 서둘러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렇겠군. 그곳은 일단 겨울이 되고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길이 끊기는 곳이니 말이네. 알겠네. 그럼 잘 돌아가도록 하게.”

“감사합니다, 각하.”

폰티악과의 만남을 끝내고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가기 위해 말에 오른 알마리온은 말을 몰다 문득 한곳에서 말을 멈추고는 한곳을 바라보았다.

“…….”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 그곳에는 어느새 그의 마음속에 들어와 버린 일레인의 모습이 보였다.

“후…….”

“오랜만입니다, 멕테일러 자작.”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각하.”

감비노 성에 도착을 하자 멕테일러가 그를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동국 국경을 방비하는 일곱 곳의 성의 성주를 겸한 북동군 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처음 감비노 성을 방문한 알마리온은 빠듯한 일정으로 인해 성에 도착을 하자마자 곧바로 그간 있었던 일들을 살펴보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예전보다는 못하여도 그래도 예상보다는 많은 병력이 남기로 하였으니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각하께서 병사들에게 한 약속이 크게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타 지역 출신 병사들에게는 가족들을 이주시키는 데 필요한 이주 비용과 주거지 마련을 위한 비용 부담 그리고 3년 동안의 세금 면제, 그리고 그 지역 출신 병사들에게는 5년 동안의 세금 면제를 조건으로 제시하자 그래도 예상하였던 것보다는 많은 병사들이 북동군에 남기를 희망하였고, 그들의 가족들 또한 이주를 시작하였다.

거기에 이들의 생계 수단으로 종이 생산을 시작하고, 국경무역이 활발해지고, 아울러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하지 않던 몬스터 토벌을 시작하자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낙후되었던 북동 지역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다행이군요. 멕테일러 자작이 여러모로 노력해 준 덕분입니다.”

“아닙니다, 각하. 소관은 그저 각하의 신뢰에 누가 되지 않으려 했을 뿐입니다.”

실상 자신의 친구인 폰티악과 함께할 때보다 요즘 더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는 멕테일러였다.

폰티악 또한 자신에게 맡긴 일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는 않았고 자신을 신뢰하여 주었고, 그 또한 나름대로 큰 보람을 느껴 왔지만 원체 바다 자체를 두려워하였던 그였기에 늘 심적으로 부담을 느껴 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또한 그가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폰티악 밑에 있는 자들은 그를 내심 비웃었고, 그것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점차 친구인 폰티악의 곁을 떠나고 싶어졌다.

폰티악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이며 또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수하이기도 한 멕테일러를 알마리온에게 보낸 것 또한 멕테일러와 자신의 또 다른 수하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져 가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를 알마리온에게 추천함으로써 그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쳐 보이도록 배려를 한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자작이 없었다면 이렇게 빨리 이곳이 안정되진 못하였을 것입니다.”

“…….”

멕테일러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그려졌다.

“몬스터 토벌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북동군의 1만 5천 병력 중 1만을 투입하여 몬스터를 토벌하고 있습니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4만 병력을 유지하던 북동군이었지만 단 한차례도 몬스터 토벌을 하지 않았었다. 이유는 병력의 손실이 우려가 된다는 것과, 지속적으로 몬스터를 토벌해야 하는데 필요한 재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나 알마리온은 그 무엇보다도 몬스터 토벌이 먼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앞으로 이 지역의 발전을 꿈꿀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의 영지를 통해서 분명히 깨달았기에 지속적인 몬스터 토벌을 명하였다.

이는 비단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만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이 지역에 상당수의 병력이 주둔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년이다시피 게르혼족의 약탈을 당해야만 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길게 띠처럼 연결된 혼테르를 비롯한 직영지들은 겨울철이 되기 전에는 강을 이용하여 이동이 가능했지만, 겨울이 되어 강물이 얼게 되면 이듬해 봄에 강물이 풀릴 때까지 완전히 고립된 생활을 하여야만 했다.

이유는 바로 이들이 서로 연결되는 길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각 영지와 성을 연결하는 길을 내려면 몬스터를 토벌하여야 했는데 그것이 불가능하였고, 때문에 사실상 혼테르와 각 성을 연결하는 유일한 길은 두렌 강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이런 사정이 있었기에 거의 해마다 반복되는 게르혼족의 약탈을 어쩔 수 없이 당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10월 말경에는 일단 철수토록 하십시오. 겨울이 오기 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하십시오.”

12월이면 두렌 강물이 얼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게르혼족의 약탈이 시작될 것이다. 지난해에는 워낙 눈이 많이 내린 때문에 약탈을 모면할 수 있었지만, 올해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는 일. 결국 그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여야 했다.

“물자는 충분히 비축되어 있습니까?”

“예, 각하. 그동안 테일러 상단을 통해 필요한 물자들을 최대한 확보하여 놓은 상태입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한 가지 해 주어야 할 일이 더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이곳에 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접안 시설을 만들어 주십시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궁금해하는 멕테일러에게 알마리온은 자신과 폰티악이 이미 합의한 내용들에 대해서 설명하여 주었다.

“아! 참으로 좋은 계획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남쪽은 물자를 비롯한 모든 것이 풍부하였고, 북부 지역은 만성적인 물자 부족에 시달려 오고 있었으니 뱃길이 열리게 되면 그러한 물자 부족을 해결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일이었다.

게다가 유사시에는 서로 빠르게 응원할 수도 있는 일이니 이익이 될 일만 있지 손해될 일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감비노에 머물던 알마리온은 나머지 일들은 멕테일러에게 맡기고는 자신의 영지인 혼테르로 향했다.

영지에 도착을 하니 한센과 요하네스, 도일만이 알마리온과 들에핀꽃 등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리처드와 케일은 몬스터 토벌을 위한 작전을 진행 중에 있었기에 병력을 통솔하느라 숲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고, 요들은 발락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동안 별일 없었습니까?”

“예, 주군.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리처드와 씨씨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구태여 보고할 이유가 없다 생각하였는지 한센은 알마리온에게 그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렇군요. 하면 다음 교대 병력은 언제 이동하게 됩니까?”

“사흘 후쯤 교대 병력이 몬스터 랜드 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입니다.”

“잘됐군요. 하면 나 또한 그들과 함께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하니 준비하여 주십시오.”

“예, 주군.”

사흘 동안 자신이 부재중이었을 때 있었던 일들을 보고받고, 또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여 수정할 것들은 수정하느라 정신없이 보낸 알마리온이 교대 병력을 이끌고 몬스터 랜드로 떠나기 전날 저녁 식사 때였다.

“저도 함께 가고 싶어요.”

“당신이 말이오?”

“예. 저도 함께 데려가 주셨으면 해요.”

들에핀꽃이 자신도 함께 몬스터 토벌 작전에 참여하고 싶다는 말에 알마리온은 조금은 난색을 표했다.

그녀에 대한 소문은 듣긴 하였지만 그래도 여인의 몸으로 험한 생활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데 그녀와 같이 있던 당돌한여우가 자신도 냉큼 따라가고 싶다고 말하였다. 뿐만 아니라 샘까지도 함께 가고 싶다고 말하자 알마리온은 내심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방해가 되진 않을 것입니다.”

초원의 암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여장부가 바로 들에핀꽃이었다. 게다가 그녀와 함께 움직이고 있는 냇가의돌은 물론, 게르혼족 출신 여전사들은 하나같이 대단한 실력자들이었으니 분명 전력에 보탬이 되면 되었지 방해가 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임을 알마리온도 알고 있었다.

“맞아요, 스승님. 저도 이제 주술로 부상당한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고요. 하니 분명 쓸모가 있을 것이에요.”

당돌한여우 또한 그동안 주술을 수련함에 있어서 게으르지 않았는지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월등히 높아진 주술력에 내심 놀라고 있던 차였다.

“저 또한 그동안 영주님의 보살핌을 받은 대가를 치르고 싶습니다.”

영지로 돌아와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다름 아닌 샘의 발전이었다. 아무리 엘프의 혈통을 이은 하프 휴먼이라 하더라도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아니 단 몇 개월 사이에 정식 마법사가 되었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하여 알마리온은 그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몇 권의 마법서는 물론, 마법 아이템 제작에 필요한 기술들이 기록된 책과 그것들을 넣고 다닐 수 있도록 마법 가방까지 하나 선물로 주었다.

하나 당돌한여우나 샘은 아직 그런 험한 일을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았다.

게다가 알마리온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북방으로 진출을 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때에는 설사 이들 두 사람이 거절을 한다 하더라도 강제로 끌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 미리부터 이들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는 올겨울이 끝나고 내년 봄이 올 때까지 더 높은 실력을 닦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그댄 함께 가도 좋소. 하나 너희 두 사람은 안 된다.”

“스승님!”

“영주님!”

“너희 두 사람의 실력이 날 놀라게 할 정도로 뛰어나졌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직 충분한 것은 아니다. 하니 올겨울까지는 영지에 남아 좀 더 높은 실력을 쌓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알마리온의 말에 두 사람의 눈빛이 반짝였다. 올겨울까지라는 그의 말에서 내년에는 무엇인가 다른 일이 시작될 것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겨울까지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예, 스승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 이상 조르지 않겠어요. 하지만…… 꼭 약속 지키셔야 해요. 아셨죠?”

“훗! 내가 언제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은 일이 있었느냐?”

“헤헤. 아뇨. 스승님께서는 언제나 약속은 꼭 지키셨어요.”

“그걸 안다면 올겨울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알겠지?”

“예!”

식사를 마치고 서재에서 자신이 살펴봐야 할 서류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들에핀꽃이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봄이 되면 본격적으로 시작하실 것인가요?”

“그래요. 그분이 내게 주신 시간은 3년이니 그 안에 그분이 원하는 정도로 힘을 키우려면 서둘러야 할 것이오.”

용맹한영혼은 3년 안에 자신을 대적할 힘을 키우지 못할 경우 전사들을 이끌고 왕국을 침략할 것이라 단언하였다.

그의 이러한 단언은 이제 막 포넬과의 전쟁을 끝내 왕국의 힘이 취약할 대로 취약해진 로엔의 입장에서는 재앙이나 다름없는 일이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힘의 균형을 맞춰야만 했다.

이러한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국경 너머의 게르혼족들, 그러니까 제국에서 그에게 영지로 내준 지역을 장악해 나가는 것이었다.

“당신이 성주로 있는 다른 성들의 병력도 동원하실 것인가요?”

“아니오. 그들은 어디까지나 왕국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병사들이니 그들을 동원할 수는 없소.”

“하면 그 일을 개인적인 일로 하실 생각이란 말인가요?”

“그래요.”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 가능할까요?”

메코이족이야 그가 대족장이었으니 그의 명령이라면 무조건 따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얄란족 또한 리처드를 통해 이미 행보를 같이하기로 합의를 본 상황이었다.

거기에 이제는 영지군으로 편입되어 있는 1천 명 정도의 게르혼족 출신 병사들이 추가되긴 하겠지만 그 정도로 이제 불과 2년 반, 아니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니 2년 정도 남은 시간 안에 용맹한영혼과 대적할 수 있는 세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가 대족장인 메코이족은 그나마도 반으로 분열되어 있지 않은가.

“일단 부족을 이탈한 소부족들을 먼저 끌어들이는 일만 성공한다면 나름 힘이 부족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니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일단 가장 중요한 일은 부족을 이탈한 절반의 소부족을 다시금 끌어들이는 일이었지만, 최악의 경우 그들이 다시금 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에게는 그들을 대신할 또 한 가지의 계획이 더 있었다.

바로 발락 기사단 중 일부를 왕국으로 데려오겠다는 것이다. 그들의 준비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일이겠지만, 일단 이 문제는 제국 재상부와, 발락 영지의 주인인 카산느 공주와도 협의를 끝낸 문제였다.

하나 이들을 전장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를 하여야 할 것이 많았기에 이것이 성사되기에는 아직 확실하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내일 움직일 것이니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하하. 그러리다.”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혼테르 성은 시끌벅적하였다. 영주가 직접 병력을 인솔하여 몬스터 토벌을 위한 출정을 한다는 소식은 이미 전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를 구경하기 위해 영지의 백성들이 거의 모두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영지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영지에 남아 있던 2개 대, 4백 명의 병력과 들에핀꽃과 함께하고 있는 쉰 명의 게르혼족 전사들까지 총 450명이 마차에 잔뜩 실린 물자와 함께 몬스터 랜드를 향해 떠났다.

하나 이들은 곧장 몬스터 토벌을 진행하고 있는 곳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가 병사들을 이끌고 간 곳은 다름 아닌 메코이족을 이탈한 소부족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큰일 났습니다! 그가 병사들을 이끌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그가 군대를 이끌고 접근해 오고 있다는 것이냐?”

흰꼬리 부족의 족장이 된 어두운밤이 크게 놀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알마리온을 대족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부족을 이탈한 흰꼬리 부족을 비롯한 빨리달리는말 부족과 점박이말 부족은 지난겨울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들 세 소부족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을 뿐, 전혀 나아진 것이 없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알마리온이 군대를 이끌고 접근하고 있다는 것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장 전투준비를 하고 다른 두 부족의 족장들을 모셔 오도록 하라! 어서!”

“예! 족장님!”

알마리온이 군대를 이끌고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은 이내 부족 전체에 퍼졌고, 다들 무기를 들고 달려 나오긴 하였지만 이들은 이미 반쯤은 전의를 상실하고 있는, 아니 전의라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겨울부터 지금까지 이들 세 부족의 삶은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식량을 비롯한 모든 물자가 부족하였고, 계속되는 몬스터들의 공격을 감당하느라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이들에게 전의라는 것이 남아 있기가 힘든 상태였다.

‘이런…….’

부족민들의 힘없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두운밤은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눈을 씻고 찾아보지 않아도 전의라는 것을 전혀 찾아보기 힘든 부족민들을 보면서 만약 이 상태로 전투가 벌어질 경우 반드시 패배하게 될 것이었다.

그 또한 이미 알고 있었다. 한때 그를 열렬히 지지하였던 부족민들이 이제는 자신을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음을 말이다.

부족의 품을 떠날 때만 하더라도 그를 비롯한 모든 흰꼬리 부족민들은 당장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무슨 일을 하든 모든 것을 함께하였고, 또 그러한 결실을 함께 나누었으며, 그 결실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기꺼이 서로가 서로를 위해 인내를 발휘하였다.

하나 그러했던 부족의 상황이 급격히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여름 때부터였다.

계속된 악재 속에 이제 부족민들 모두가 이제는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것에도 버거워하고 있었다.

부족민들 사이에서는 이 모든 원인이 부족의 품을 떠났기에 신의 노여움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수군거리고 있음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이, 알마리온을 대족장으로 받아들인 소부족들의 경우 하루가 다르게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으니 당연히 그러한 말이 나올 만도 하였다.

“그자가 군대를 이끌고 온다고 하였소?”

빨리달리는말 부족의 족장인 초록눈동자가 허겁지겁 부족의 전사들을 이끌고 모습을 나타냈다.

“그렇소. 조만간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오.”

“으음…… 한데 점박이말 부족의 푸른발 족장과 전사들의 모습은 어째서 보이지 않는 것이오?”

“…….”

‘설마…….’

점박이말 부족은 오히려 빨리달리는말 부족보다 거리상으로 따진다면 흰꼬리 부족과 더 가까이에 위치해 있었다.

당연히 무슨 일이 생겨 달려온다면 그쪽이 빨리달리는말 부족에 비해 더 먼저 도착을 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들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었다.

“혹시…….”

초록눈동자가 불안한 표정으로 어두운밤을 바라보았다. 하나 점박이말 부족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두고 낭패감을 느끼는 것은 그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 점박이말 부족은 알마리온과 그가 인솔하는 부대가 이들 앞에 나타날 때까지도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오랜만이군요.”

“…….”

알마리온이 인사를 먼저 건넸음에도 불구하고 어두운밤과 초록눈동자는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한데 어두운밤의 눈길은 알마리온에게 맞춰진 채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초록눈동자는 연방 입을 꾹 다문 채 알마리온을 바라보기만 하는 어두운밤을 힐끗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한데 점박이말 부족의 족장과 대전사가 보이질 않는군요?”

“흠! 흠! 그건…….”

“그건 그 부족이 결정할 일. 우리가 점박이말 부족의 결정을 대신할 수는 없는 일이오.”

점박이말 부족이 끝까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이들 두 부족과는 뜻과 행동을 함께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이제 더 이상 알마리온과 다른 부족들에 대한 적대 행위도 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군요. 어쨌든 오늘 이렇게 찾아온 것은 이제 그대들 모두 다시금 부족의 품에 돌아와 주었으면 해서입니다.”

“그게 무슨……!”

“으음…….”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말하는 알마리온의 행동에 어두운밤은 분노를, 그리고 초록눈동자에게서는 한숨과도 같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가 다시금 부족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시오?”

반발하듯 질문하는 어두운밤이었지만 이어지는 알마리온의 말에 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그러지 못할 이유라도 있는 것입니까?”

확실히 알마리온의 말처럼 이들이 부족의 품으로 다시금 돌아오지 못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들이 부족의 품을 떠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민족인 알마리온을 대족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과 부족장의 선출 방식에 대한 불만이 그 원인이었다.

사실 이들이 알마리온을 대족장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그가 이민족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들이 원하는 족장 선출 방식을 주장하기 위해서 그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일 뿐이었다.

하나 그에 의해 족장 선출 방식이 바뀌었고, 그러한 방식을 통해서 그가 다시금 대족장의 자리에 올라 있었기에 이제는 더 이상 그를 부정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었다.

“그대들은 능력 있는 자가 그대들은 물론 부족 전체를 책임지길 원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어떤가요? 이제 난 그대들을 꺾고 모두가 인정하는 대족장이 되고 싶은데 말입니다.”

“그 말은 지금 우리 두 사람에게 대족장의 지위를 놓고 결투를 벌이자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그것이 그대들이 원했던 일 아니었습니까?”

“으음…….”

“그대들 또한 부족의 족장으로 부족민들을 생각한다면 지금 나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이제 이런 상태로 부족을 더 이상 방치한다면 부족 전체가 뿔뿔이 흩어지게 될 것이 분명하였다.

챙!

“시작할까요?”

검을 뽑으며 마치 대련이라도 해 주겠다는 것처럼 담담하게 말하는 알마리온의 모습을 보면서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저 검을 뽑아 든 채 묵묵히 서 있는 그였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감히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것임을 단번에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전…… 포기하겠습니다.”

먼저 백기를 든 것은 초록눈동자였다. 그 또한 빨리달리는말 부족 내에서는 가장 강한 이였고, 전체 메코이족으로 따진다 하더라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였지만 스스로 알마리온의 상대가 되지 못함을 깨닫고는 백기를 들고 한발 뒤로 물러나 버린 것이다.

“으아아! 으아! 으아아아아!”

한데 그런 초록눈동자가 스스로 물러남과 동시에 어두운밤이 괴성을 질러 대며 알마리온에게 달려들었다.

‘그간 많이 괴로웠나 보군요.’

아무런 형식도 규칙도 없이 마구잡이로 몰아치는 어두운밤의 검에는 그동안 쌓여 있던 모든 괴로움들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챙! 채챙! 챙! 챙! 챙!

어두운밤의 움직임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격해졌지만 알마리온에게는 전혀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하였다.

그렇게 그동안 쌓였던 모든 괴로움을 털어 내 버리겠다는 듯, 투정을 부리듯 격한 공격을 퍼붓던 어두운밤이 결국 힘이 다했는지 검을 떨어뜨리며 땅에 무릎을 꿇었다.

“허억! 허억! 허억!”

그런 어두운밤을 잠시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알마리온이 두 사람에게 앞으로 할 일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식량과 필요한 물품들을 일부 놓고 가도록 하겠소. 일단 그것으로 세 부족이 공평하게 나누도록 하고 닷새 후 부족의 전사들을 인솔하여 내가 있는 곳으로 오도록 하시오.”

그 말만 남긴 채 알마리온은 병력을 이끌고 몬스터 토벌이 한창 진행 중에 있는 서쪽으로 향하였다.

“왜 저들을 추궁하지 않죠?”

아무런 추궁도 하지 않은 채 이탈하였던 세 부족에 식량과 기타 물품들을 남겨주고 돌아오자 들에핀꽃이 그런 알마리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게르혼족은 유난히 부족을 배신한 배신자들에 대해 혹독한 형벌을 가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한번 부족의 품을 떠난 자들에 대해서는 철저하리만치 외면하거나, 아니면 그들 전체의 씨를 말려 버릴 정도로 철저하게 응징을 가하거나 하는 게르혼족들이었으니 이러한 알마리온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훗! 저들이 강했다면 나 또한 전통에 따라 행했을 것이오.”

“하면 저들이 약자이기에 받아들였다는 것인가요?”

약자이기에 아무런 응징도 가하지 않은 채 부족을 이탈하였던 배신자들을 다시 받아 주었다는 말에 들에핀꽃은 다시 한 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렇소.”

“하지만 한번 배신한 배신자들은 언제고 다시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당신도 잘 알지 않나요?”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오. 하나 저들은 그러지는 않을 것이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 것이죠?”

“그건 저들이 단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내게 굴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오.”

“무슨 뜻이죠?”

“저들이 부족을 이탈한 것은 자신들의 야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더 이상 부족이 약해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오. 저들은 더욱 힘 있고 능력 있는 자가 부족을 이끌었다면 본래의 삶의 터전을 다른 부족에 빼앗기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처럼 남의 땅에서 빌붙어 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오.”

“흥! 그러니까 2인자의 투정이었다, 이것이군요?”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표현처럼 어두운밤이나 그를 따랐던 초록눈동자 그리고 푸른발은 2인자의 입장에서 1인자들이었던 소부족장과 대족장을 판단하고 평가하였으며 자신들이라면 그들보다 더 훌륭하게 모든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떠들고 다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이 2인자이기 때문에, 그리고 결과만을 놓고 논하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들일 뿐이었다.

단지 이미 만들어진 결론만을 놓고 ‘나라면…….’이라는 가정은 필요치 않은 일이었다.

아니, 아주 필요 없는 것은 아니라, 만약 비슷한 경우가 또다시 벌어질 경우 앞서 내렸던 결정에 따른 결과가 어떠했으니 다음번에는 그와는 다른 결론을 내려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기에 이러한 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다음을 위한 일이었으며, 아울러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아니었다.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냉정한 판단과 과감한 결정 그리고 이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라면…….’이라 떠들고 다니는 자들 중 제대로 된 지도자의 면모를 갖춘 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단지 비판을 잘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을 더욱 벌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그들이 내린 결정에 의해 저들 소부족의 부족민들이 큰 고초를 겪었으니 말이에요. 아닌가요?”

“흠…….”

확실히 들에핀꽃의 말처럼 이유야 어찌 되었든 어두운밤 등은 부족민들을 선동하여 부족이 분열되게 만들었으며, 이후에도 부족민들을 힘들게 만든 원인을 제공하였으니 그에 따른 처벌이 필요한 일이었다.

“만약 그런 저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후 비슷한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게 될 것이에요.”

용맹한영혼의 곁에서 그가 어떻게 세력을 쌓았고 또 이를 유지해 나가고 있는지를 모두 지켜본 그녀였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경우 용맹한영혼이었다면 아무리 이번 일을 주동한 자들이 아까운 자들이라 하여도 결코 용납하지 않았을 것임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하여 그녀는 더욱 궁금해졌다. 알마리온이 이번 일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 나갈지를 말이다.

“왔냐?”

“예, 형님. 그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한창 토벌 작전을 지휘하던 리처드와 반년 만에 다시 만난 알마리온은 무척이나 반가웠지만 잔뜩 굳어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혼테르에 도착하던 날 있었던 일로 인해 스스로를 많이 괴롭히고 있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주군을 뵈옵니다.”

“대족장을 뵈옵니다.”

몬스터 토벌 작전의 전진기지에는 메코이족의 소족장들과 대전사들 또한 모여 있었다.

그들과 반가운 해후를 나눈 후, 이제는 자신의 아내가 된 들에핀꽃과 냇가의돌 등을 소개하기를 마치자 알마리온은 곧바로 지금의 상황을 물었다.

“지난해보다 몬스터들의 개체 수가 많아졌어.”

“아무래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에게 쫓겨 몬스터 랜드 쪽으로 달아난 몬스터들의 수가 꽤 많았으니 말입니다.”

“맞아. 때문에 올해는 작년과는 달리 상당히 힘들 것 같다.”

“곤란하군요…….”

내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북방으로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그에게 있어서 몬스터 토벌로 인해 많은 인적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몬스터 토벌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이 또한 영지의 안정과 직결된 문제였기에 잠시도 소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이젠 이쯤 해서 몬스터 토벌을 중지하고, 일단은 그동안 확보한 지역들을 안정화시켜 나가는 것이 어떻겠냐? 어차피 내년이면 그 일도 시작해야 하는데 말이다.”

2년 동안 지속적으로 몬스터를 토벌하였기 때문에 이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의 너른 지역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사실 더 이상 넓은 지역에서 몬스터를 쫓아낸다 하더라도 현재 영지에 살아가고 있는 인구만으로는 그 너른 지역 전부를 활용하지도 못할뿐더러 몬스터로부터 지켜 낼 여력도 없는 상황이었다.

“저희도 같은 생각입니다, 대족장님. 나중에 필요할 때 더 영역을 넓히는 것은 몰라도 지금은 이 정도만으로도 벅찰 지경입니다.”

꿈꾸는달을 비롯한 다른 소부족의 족장들 또한 리처드의 생각에 동조하였다.

“알겠습니다. 하면 일단 휴식을 취한 후 안전지대를 만들도록 하지요.”

안전지대라는 것은 사실 별것이 아니었다. 일정 구역의 수목을 모두 잘라 내어 몬스터의 움직임이 더욱 확실하게 눈에 띄게 만드는 것이 전부였다.

실상 이렇게 간단한 작업이지만 이러한 작업도 최소 한 달 이상은 걸리는 그러한 작업이었기에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잘 생각했다.”

“그럼 교대 부대가 전면에 나서서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동안, 후방에 남는 부대가 수목을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정리한 수목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 종이를 생산하는 곳으로 이동시키고 말입니다.”

“예, 주군.”

“알겠습니다, 대족장님.”

“그리고 며칠 후에 이탈하였던 세 부족의 전사들이 이곳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들이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하니 예전처럼 대해 주도록 하세요.”

“그들에 대한 적절한 응징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지요.”

부족을 이탈하였던 세 소부족이 전사들 4백 명과 함께 몬스터 랜드에 도착한 것은 그가 오라고 한 날보다 하루 앞선 날이었다.

한때는 서로 기쁨도, 슬픔도, 고난도 함께하였던 이들이지만 지난 시간은 이들을 서로 무척이나 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

흰꼬리 부족의 족장인 어두운밤과 이제는 현자라고 불리는 과거의 족장이었던 푸른점, 빨리달리는말 부족의 초록눈동자와 검은손, 그리고 점박이말 부족의 푸른발과 하얀발톱이 알마리온 앞에 고개를 숙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메코이족의 대족장으로서 부족을 이탈한 이들에 대한 처벌을 하기 위해 이들을 부족의 모든 전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처럼 무릎을 꿇린 것이었다.

“그대들로 인해 부족은 흩어졌고, 또한 불필요한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야 했다. 이 점 인정하는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알마리온의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그의 모습은 늘 상대를 존중해 주는 식이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느껴지는 그의 모습은 오로지 엄격함과 단호함뿐이었다.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너희에게 어떠한 벌을 내린다 하더라도 너희는 아무런 불만이 없겠군?”

“그렇습니다, 대족장님.”

“좋아. 그대들이 뒤늦게나마 스스로의 죄를 뉘우치고 또한 자신의 과오에 대한 처벌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하니 나 메코이족의 대족장인 알마리온은 그대들 여섯 명에게 다음과 같이 처벌토록 한다. 먼저 푸른점과 검은손 그리고 하얀발톱, 그대들 세 사람에게는 이 시간 이후로 그동안 누렸던 모든 지위와 권리를 박탈한다. 아울러 그대들 세 사람은 오로지 그대들을 대신할 후계자를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토록 한다.”

“실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어두운밤과 초록눈동자, 푸른발. 그대 세 사람 또한 지금까지 누려 왔던 모든 지위와 권리를 박탈한다. 아울러 그대들 세 사람은 최하급 전사로서 모든 어려운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단! 그대 세 사람이 부족을 위해 큰 공을 세우게 되면 그때 그대들의 죄를 사할 것이다.”

“실행하겠습니다.”

이탈하였던 세 소부족이 부족의 품에 다시 돌아오긴 하였지만 그간의 서먹함은 좀처럼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고 함께 여러 일들을 해 나가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다시금 차츰 예전의 관계를 복원해 나가고 있었다.

아울러 돌아오는 봄이 되면 본격적으로 과거에 빼앗겼던 이들의 영역을 되찾기 위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된 이후 이들의 결속력은 더욱더 굳건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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