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실험체 1호
대마법사의 던전.
나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었다.
다른 기연들은 좀 더 편의성을 추구했다.
아공간 주머니가 숨겨져 있던 바위 같은 경우는 타인이 절대 보상을 획득할 수 없는 구조다.
나만이 알고 있는 암호가 있었으니까.
대신 암호를 안다면 쉽게 획득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 던전은 다르다.
필요에 따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도 보상을 획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방식이 매우 까다로웠지만.
“이 던전은 차원이 달라.”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겠군요.”
“아니. 진짜 다른 차원에 있다고.”
“예?”
단은 눈을 깜빡였다.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었다.
말 그대로, 던전 내부는 다른 차원과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알기 쉽게 설명했다.
“고유 마법, 격리(Isolation)와 공간 수정(Modify Space)를 활용한 건데, 마나를 통해 시공간을 뒤튼 것을 지속 술식으로 바꿔 구조물에 한정시켜서…….”
단과 리옐, 마리나의 머리가 옆으로 갸웃 기울었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란 모양이다.
조금 더 간단하게.
어린아이 가르치는 느낌으로 바꿨다.
“마계나 정령계 있지? 아니면 성역이라든지. 대충 그런 느낌이야.”
“아하.”
의외로 쉽게 수긍했다.
마법사가 들었다면 아마 혼절을 했을 텐데.
역시 체감이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상관없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단이 눈을 게슴츠레 떴다.
“상당수가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반 병사입니다.”
“제국 측은 이미 진입한 모양이군.”
“던전에는…… 둘밖에 없군요.”
제국은 이미 던전 공략을 시작한 듯했다.
남은 병력은 대부분 외곽에서 보초처럼 서 있었다.
샌드 웜으로부터 막사를 지키는 역할인 것 같았다.
던전 입구를 지키는 인원은 둘뿐이었다.
둘 다 기사였지만, 수준이 그렇게 높진 않았다.
“바로 돌입하자.”
“괜찮을까요?”
“시간 끄는 것보단. 신호하면 입구로 와.”
우리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들켜서 남은 병력에 힘을 쓰는 건 최악의 수였다.
그럴 바에야 곧장 던전 내부로 돌입하는 게 나았다.
혹시 던전을 공략하기라도 하면 곤란하기도 했으니.
인비지빌리티(Invisibility).
음소거(Mute).
무취(Odorless).
경지가 낮긴 해도, 입구를 지키고 있는 건 기사다.
감각을 속이려면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몸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고유 마법을 통해 희미한 소리와 냄새까지 제거했다.
마도사급이 아닌 이상 간파하긴 힘들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기사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며칠째지?”
“나흘째잖아.”
“던전 공략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기사는 던전 외벽을 쿵쿵 두드렸다.
“그냥 던전이 아니라 대마법사, 델 로안의 던전이라잖아. 거기다가 이 규모면 오래 걸리는 게 당연하지.”
“쩝. 이럴 줄 알았다면 2원정대에 지원했을 텐데. 나 같은 고급 인력을 보초로 세우다니.”
“그래도 웨스트 던까지 걸을 바에야, 여기서 보초 서는 게 낫지. 그리고 거기도 엄청 고생한다던데.”
나는 두 기사 사이에 섰다.
손을 양쪽으로 뻗었다.
슬립(Sleep).
“흐아아아아아아아암.”
마법이 발동하자마자, 기사 하나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기절하듯 잠들지 않도록 강도를 조절했다.
아마 피로가 단번에 몰려온 느낌일 것이다.
하품이 전염됐는지, 다른 기사도 입을 쩍 벌리고 하품했다.
“졸려, 죽겠네.”
“나도. 교대는 언제지?”
“멀었는데…… 흐암.”
한 기사가 먼저 던전 외벽에 등을 기댔다.
꾸벅꾸벅 졸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까무룩 잠들었다.
선 채로 잠든 것이다.
다른 기사도 비슷한 자세로 잠이 들었다.
아주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이, 한두 번 자본 게 아닌 것 같았다.
‘주변은…… 없군.’
나는 내게 걸린 마법을 해제하고, 수신호를 보냈다.
숨어 있던 단과 마리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은 신발을 벗고 조용히 입구로 왔다.
의외로 마리나가 기척을 잘 죽였다.
솜씨가 어중간한 암살자보다 나았다.
리옐은 마리나에게 업힌 채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런 건 또 어디서 배웠어?”
“발소리 죽이기는 시녀의 기본 소양인데요.”
“그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나는 던전 입구의 문을 열었다.
새까만 어둠이 들어차 있었다.
“가자.”
* * *
라이트(Light).
손바닥 위에서 퍼져 나간 빛무리가 주변을 밝혔다.
먼지 쌓인 회색 석제 벽돌로 이루어진 넓은 복도.
횃불은 오래전에 꺼진 듯 거미줄이 처져 있었다.
쿰쿰한 곰팡내와 시체 썩는 냄새가 섞였다.
“이건…… 던전이군요.”
“던전이지.”
“너무 던전인데요?”
던전(Dungeon)은 원래 지하 감옥이라는 뜻이다.
첫 번째로 발견된 던전이 지하 감옥이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게 됐다.
지하 감옥은 여러모로 몬스터가 출현하기 좋은 조건이다.
어둡고, 음기가 가득하며, 시체 따위가 있을 법하다.
이 던전의 첫 번째 층도 마찬가지였다.
“으스스하네요.”
마리나가 팔뚝을 쓸었다.
스산한 바람이 어둠 속에서 불어오고 있었다.
내가 봐도 연출 참 잘했다.
던전은 이런 거다!
이런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평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단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나는 곧바로 그것을 향해 손가락을 겨눴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마나 애로가 쏘아져 나갔다.
팍!
공중에서 적중당한 그것은 화살과 함께 벽에 박혔다.
단은 제 머리 위를 보더니, 벽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인상을 찡그렸다.
흰색 지네 한 마리가 꿈틀거리다가 축 늘어졌다.
“이게 뭐죠?”
“유령 지네야.”
“처음 들어 보는데요.”
“지금은 멸종한, 수백 년 전에 살던 몬스터니까.”
유령 지네.
마나 애로 한 방에 절명할 정도로 형편없는 내구성을 가진 몬스터다.
대신 워낙 조용하고 재빨라, 대비하지 않는다면 인식하기도 힘들다.
독 대신 매우 위험한 균을 품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유령 지네에게 물리면, 온몸에 하얀 곰팡이 같은 발진이 일어난다.
며칠 동안 수천 마리의 불개미에게 물리는 듯한 고통을 느끼다가, 결국 쇼크사하게 된다.
“……그게 지금 제 머리 위로 떨어졌다는 겁니까?”
“그렇지.”
설명을 들은 단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리나와 리옐도 조금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어깨를 으쓱였다.
“안 물리면 돼.”
“방금 물릴 뻔한 것 같습니다만.”
“내가 막아 줬잖아. 일단 앞으로 가자.”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뒤로 단과 마리나, 리옐이 따라왔다.
단은 걸으면서도 유심히 벽면을 살피고 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유령 지네는 천장으로 기어 다니는 습성이 있어서, 천장만 보면 돼.”
“그렇군요…… 혹시 또 주의해야 할 거 있습니까?”
“있지.”
나는 걸음을 멈췄다.
“왜 그러십니까?”
“앞에, 잘 봐.”
빛무리를 앞에 세웠다.
내 목 언저리에, 아주 얇은 선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하나가 아니었다.
발목, 배, 이마 부분에도 있었다.
단이 인상을 찡그렸다.
“거미줄? 실?”
“아니. 꼬리야.”
“꼬리라고요?”
단은 팽팽한 꼬리에 손가락을 올렸다.
손가락에 가느다란 선이 생기더니, 핏방울이 맺혔다.
실이나 거미줄이라기보단 아주 얇은 철사에 가까웠다.
“실톱꼬리쥐. 꼬리를 거미줄처럼 설치해 움직이는 생물을 잘라 죽이는 놈이야.”
“잘라 죽인다고요? 꼬리로 말입니까?”
“그래. 오크 가죽 정도는 가볍게 자를 수 있을걸?”
“허.”
아주 오래된 던전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몬스터다.
던전 트랩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니다.
실톱꼬리쥐는 자신의 꼬리를 고정시키고 먹잇감을 사냥하는 몬스터다.
“꼬리는 유용한 소재지만, 지금은 필요 없으니까.”
나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기름을 꺼냈다.
대충 꼬리에 부었다.
실톱꼬리쥐는 꼬리에서 느껴지는 자극에는 잘 반응하지 않는다.
먹잇감이 걸렸으려니 판단하기 때문이다.
손가락을 튕겼다.
파이어(Fire).
화악!
불이 붙었다.
기름을 타고 번진 불은 삽시간에 꼬리를 태웠다.
펜으로 선을 긋듯이, 불은 꼬리를 타고 올라갔다.
찍!
벽면의 부서진 틈에서 쥐새끼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실톱꼬리쥐의 본체였다.
엉덩이에 불이 붙어 있었다.
철사 같은 꼬리 말고는 일반적인 생쥐와 다를 바 없는 몬스터다.
단이 검을 휘둘렀다.
서걱!
실톱꼬리쥐는 허무한 최후를 맞이했다.
단은 바닥에 나가떨어진 실톱꼬리쥐를 보다가, 내게 눈을 돌렸다.
알고 대비하면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몬스터.
하지만 방심한다면 끔찍한 말로를 가져다준다.
이 던전의 테마는 ‘신중함’.
신중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죽는다.
“혹시 이런 놈들이 얼마나 있습니까?”
“어. 앞으로 수백 마리 정도?”
* * *
“앞으로 가라.”
“하, 하지만, 남작님.”
“명령 불복종인가?”
“아! 아닙니다! 팔베르크를…… 위해!”
병사는 울음을 머금고 앞으로 나섰다.
이 미로 같은 던전에 들어온 지 벌써 나흘이 지났다.
그들은 아직 첫 번째 층을 헤매고 있었다.
복잡한 구조도 구조였지만, 크기가 커도 너무 컸다.
한 마법사가 다른 차원이 아닐까 주장할 정도였다.
물론 헛소리로 치부하고 넘어갔다.
“으으…….”
던전에서는 델 로안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듣도 보도 못한 고대의 몬스터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몬스터에 당한 이들은 모두 끔찍한 최후를 맞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온몸에 하얀 발진이 일어난 병사였다.
병사는 끔찍한 고통을 호소하다가, 스스로 혀를 깨물고 죽었다.
“헉, 헉.”
원정대의 총책임자, 할리온 남작이 제시한 해결책은 간단했다.
병사 하나를 앞세운다.
그 병사가 당하면, 몬스터를 처리하고 다른 병사를 내세운다.
합리적으로 병력 소모를 줄이는 방법이었다.
동시에 잔인하고 반인륜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벌써 100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죽었다.
공포에 잡아먹힌 병사는 주춤거리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내디뎠다.
“시간을 얼마나 지체할 셈이지? 빨리 움직이도록.”
앞으로 나간 병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동자를 굴렸다.
앞선 이들과 비슷한 최후를 예감한 것이다.
최대한 살아 보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하지만 할리온 남작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병력보다는 시간이 아깝다고 판단한 것이다.
“계속 지체한다면 죽이겠다.”
“가, 가, 가겠습니다……!”
할리온 남작은 고개를 까딱 움직였다.
기사 하나가 검을 뽑았다.
할리온은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인물이 아니다.
죽인다고 하면, 정말 죽인다.
병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으아아아아악!”
다시 한번, 던전에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 * *
첫 번째 층, 지하 감옥의 구조는 미로와 같다.
제대로 된 길을 알지 못한다면, 1주일 넘도록 헤맬 수도 있다.
한 면을 짚고 그것을 쭉 따라가는 것도 소용없었다.
수시로 공간이 뒤틀리기 때문이다.
“이건.”
“죽어 있군.”
마리나가 리옐의 눈을 슥 가렸다.
벽에 몸을 기대고 누운 갑옷이 보였다.
팔베르크의 병사였다.
병사의 맥을 짚은 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조금 전부터 이렇게 방치된 시체가 종종 있었다.
“무식하게 병사를 앞세워서 돌파하고 있나 본데.”
“잔인무도하군요.”
“꽤 헤맸겠지만, 어떻게든 길을 찾은 모양이야.”
사흘이 지났다고 했다.
학자를 대동했다면, 미로의 패턴을 파악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 던전은 나 이외의 사람도 돌파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미로의 패턴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도련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뭔데?”
“첫 번째 층은 이 미로가 전부인가요?”
“설마.”
첫 번째 층은 클래식한 던전을 생각하고 만들었다.
몬스터가 있고, 함정이 있고, 구조가 복잡하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
“첫 번째 층의 끝에 다다르면, 보스 몬스터가 있다.”
“보스 몬스터, 몬스터의 대장 격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고블린 커맨더 같은?”
“그렇지. 첫 번째 층의 보스 몬스터는 실험체 1호야.”
그어?
아공간 주머니에서 실험체 1호가 고개를 내밀었다.
“너 말고.”
그어…….
머리통을 누르니, 쏙 들어갔다.
너무 헐겁게 잠갔나?
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전생에 실험체가 47호까지 있었거든. 그중에서 첫 번째로 개조한 녀석에게 첫 번째 층을 맡겼지.”
“궁금하군요.”
“실험체 1호의 정체는…….”
* * *
팔베르크 원정대는 거대한 철문 앞에 서 있었다.
나흘 내내 던전을 돌아다녔지만, 이런 철문은 처음이었다.
아마 첫 번째 층의 끝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확인해.”
할리온 남작은 까딱 턱으로 앞을 가리켰다.
마법사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조심스럽게 철문에 손을 올렸다.
“디텍트(Detect).”
마나의 파장이 철문을 타고 흘렀다.
반응은 없었다.
마법사는 혹시나 싶어서 디텍트를 다시 사용했다.
마찬가지였다.
마법 처리가 되지 않은, 평범한 철문이었다.
“아무 이상 없습니다.”
“열어.”
병사들이 철문 앞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철문이 여간 큰 것이 아니었기에, 수십에 달하는 병사가 필요했다.
병사들은 자신의 어깨를 철문에 댔다.
“하나, 둘, 셋!”
“밀어!”
“으라차!”
“으그그그극!”
병사들은 철문을 힘껏 밀었다.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도록 힘을 줬건만, 철문은 꼼짝도 안 했다.
결국 힘을 다한 병사들이 나가떨어졌다.
할리온 남작이 인상을 찌푸렸다.
“쯧. 무능한 새끼들. 비켜 봐.”
2미터에 달하는 키에, 드워프처럼 수염이 수북한 기사가 걸어 나왔다.
노크는 소드 익스퍼트 중급의 기사다.
제 몸과 비슷한 크기의 대검을 휘두르는 것이 특징이다.
힘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노크다.
이런 거대한 철문이라도, 노크라면 충분히 밀 수 있을 것이다.
“후.”
숨을 내뱉은 노크가 양손을 문에 올렸다.
발로 단단히 바닥을 딛고, 힘껏 밀었다.
팔 근육이 팽창하며 힘줄이 드러났다.
노크는 이를 악물고 철문을 밀었다.
“끄아아아아!”
그러나 밀리지 않았다.
병사들이 그를 도왔지만, 마찬가지였다.
결국 노크마저 나가떨어졌다.
할리온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소드 익스퍼트 중급의 기사와 병사 수십이 달려들어도 열지 못했다.
특수한 암호라도 있는 걸까.
“빌어먹을.”
“저, 할리온 남작님.”
“뭐냐?”
“여기, 어렴풋이 뭐가 보입니다.”
할리온 남작은 인상을 찡그렸다.
잘 보니, 문에 뭐라고 쓰여 있었다.
오래돼서 그런지 희미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고대어 같습니다. 해석해 볼까요?”
“그래.”
한 단어에 불과했지만, 고대어는 고대어다.
인간 중 고대어를 해석할 줄 아는 이는 매우 드물다.
완전히 해석할 수 있는 건 대마법사 델 로안뿐.
그 외에는 그 제자인 발레리아 로안, 그리고 흑탑주 렘브란트 님푸스 정도다.
원정대에 포함된 다섯 명의 학자가 모두 달려들었다.
한 시간 후.
그들은 고대어를 해석해 내는 데 성공했다.
“당……기시오?”
할리온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제야 문 사이에 난 작은 홈이 보였다.
손을 집어넣어 당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다시 한번 노크가 나섰다.
양손을 홈에 끼워 넣고, 당겼다.
“흡!”
쿠구구구…….
다소 힘이 필요하긴 했지만, 문은 쉽게 열렸다.
어이가 없어진 할리온이 한숨을 내쉬었다.
병사와 학자들은 그의 눈치를 봤다.
“짜증 나는군.”
“당겨야 열리는 문은 꼭 밀게 되어 있지.”
노크가 작게 투덜거렸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문은 열렸으니, 다행이었다.
문 너머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들어차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고대어를 해석했던 학자가 안경을 고쳐 썼다.
“신기하군요. 이쪽에 광원이 있는데도, 빛이 들지 않습니다. 꼭 별개의 공간 같군요.”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라이트(Light).”
마법사가 빛무리를 만들어 냈다.
빛무리는 마법사의 손짓에 따라 방의 내부로 날아갔다.
하지만 방이 너무 어둡고 넓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아주 적었다.
할리온 남작이 병사 하나를 뽑았다.
“너, 들어가 보도록.”
“아, 알겠습니다.”
횃불 하나를 받은 병사는 천천히 방 내부로 들어갔다.
원정대는 숨죽여 병사를 지켜봤다.
병사는 횃불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주위를 살폈다.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듯한 방을 떠돌던 병사가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
그 순간, 병사가 들고 있던 횃불이 꺼졌다.
어둠이 병사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정적.
비명 소리도, 심지어는 횃불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그것을 지켜보던 노크가 입을 열었다.
“어이, 살아 있나?”
대답은 없었다.
노크는 인상을 찡그렸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기분 나쁜 감각이 느껴졌다.
할리온 남작이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 미친 대마법사가. 또 뭘 해 놓은 거야?”
* * *
“고블린이야.”
“고블린이라고요?”
단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마리나도 마찬가지였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인식 속에, 고블린은 강한 몬스터가 아니다.
오히려 약한 몬스터의 대표 격에 속한다.
집단으로 행동할 때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거지, 개체 하나하나는 약하다.
훈련받은 병사나 용병이라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정도다.
“당연히 그냥 고블린은 아니지.”
전(前) 실험체 1호는 일반적인 고블린이 아니다.
원래는 평범한 고블린이었지만, 약간의 실험과 개조로 바뀌었다.
“고블린 커맨더나 레드캡, 기억하지?”
“예. 기억하고 있습니다.”
밀러 영지에서, 고블린 토벌을 했을 때, 특이한 고블린이 둘 있었다.
고블린들을 지휘하고 전술이나 함정을 사용하던 커맨더.
그리고 고블린의 시체에서 나타나는 레드캡.
“고블린 커맨더는 지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아종이야. 그리고 레드캡은 고블린과 언데드가 섞인 변종이고.”
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한 번 설명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지. 혹시 이것들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엉뚱한 의문이군요.”
“아무튼, 고블린 한 마리 잡아와 가지고 실험을 했지. 아, 물론 대우는 잘해 줬어. 삼시 세끼에, 쾌적한 주거지까지 제공했거든.”
“……고블린에게요?”
“나는 내 소유물한테는 친절해.”
그어어어…….
현(現) 실험체 1호의 애달픈 울음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애석하지만 지금은 그럴 형편이 아니란다.
단은 영 떨떠름한 얼굴로 수긍했다.
나는 과거를 회상했다.
“훈련, 개조, 강화, 마법 부여…… 쓸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했어. 그 결과.”
“결과?”
“슈퍼 고블린이 태어났지.”
* * *
“가라.”
할리온 남작은 다섯 명의 인원을 선발대로 보냈다.
일반 병사 넷과 급이 낮은 기사 하나로 구성된 선발대였다.
구색만 선발대지, 적의 힘을 가늠하기 위한 희생양이었다.
선발대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방에 들어갔다.
한 손에는 검을, 다른 손에는 횃불을 들었다.
횃불이 여럿이니 확실히 시야가 좀 더 밝았다.
“후욱, 후욱.”
병사들이 사방에서 호위하듯이 기사를 둘러싸고 있었다.
한가운데 선 기사는 거친 숨을 내쉬며 두리번거렸다.
여차하면 병사를 던져 주고 도망칠 생각이었다.
“으…….”
문밖에선 할리온 남작이 무심한 눈으로 그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도와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자신은 희생양에 불과했다.
“나, 나와!”
불안감이 극에 달하자, 기사는 되레 객기를 부리기 시작했다.
병사 하나가 들고 있던 횃불을 뺏어 붕붕 휘두른다.
그러나 어둠은 조용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것이 기사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어?”
기사는 문득 위화감을 느끼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병사 넷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어야 하는데.
어느새 하나가 사라져 있었다.
사라진 건 자신이 횃불을 빼앗은 병사였다.
“뭐야? 얘 어디 갔어!”
“예?”
“한 명 어디 갔냐고!”
“모르…….”
횃불이 하나 더 꺼졌다.
남은 건 병사 둘과 기사 하나.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진 기사는,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찰나의 순간.
병사의 입을 틀어막고 어둠 속으로 잡아당기는 녹색 손을.
“여기냐!”
기사가 빠르게 횃불을 휘둘렀다.
그러나 손의 주인은커녕 병사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비명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둠이 사람을 잡아먹는 것 같았다.
이제 병사는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
기사는 병사 뒤에 숨어 검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으아아아아!”
느껴지는 건 허공을 휘두르는 감각뿐이었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그때.
검이 무언가에 부딪쳐 튕겨 나갔다.
캉!
기사의 손에서 빠져나간 검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무기마저 사라지자, 기사는 거의 패닉 상태가 됐다.
방패로 쓰고 있던 병사를 흔들었다.
“뭐라도 해 봐! 이 새끼야!”
대답은 없었다.
병사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눈동자가 위로 뒤집혀 있었다.
시체였다.
“히익!”
기사는 다급히 병사가 쥐고 있던 창을 잡았다.
이거라도 써야 했다.
횃불로 주위를 밝히며, 덜덜 떨리는 다리를 옮긴다.
뭔가가 나타날 낌새라도 있으면 찌를 생각이었다.
기사는 그렇게 조금씩 문 쪽으로 물러났다.
툭.
“여기!”
기사는 미세한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곧바로 창을 내질렀다.
푹!
무언가를 관통하는 느낌이 확실히 손까지 전해졌다.
기사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놈을 죽인 것이다.
기사는 놈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횃불을 가까이했다.
“……!”
기사가 찌른 것은 함께 선발대로 들어왔던 병사의 시체였다.
미끼.
기사는 곧바로 창을 휘두르려 했지만.
“읍!”
그보다 한발 빠르게, 쭈글쭈글한 녹색 손이 입을 틀어막았다.
기사는 눈물 고인 눈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
할리온 남작은 기사를, 아니 기사 너머에 있는 것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사는 죽었다.
툭.
바닥으로 횃불이 떨어졌다.
기사가 횃불을 든 손을 멀리 뻗고 있던 덕분에, 횃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 위로 무언가 모습을 드러냈다.
할리온 남작은 그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
검은 천을 뒤집어쓴, 늙은 고블린이었다.
고블린이 고개를 들었다.
할리온 남작과 눈이 마주쳤다.
늙은 고블린은 한동안 할리온 남작을 주시했다.
주름진 손으로 활활 타는 불꽃을 감쌌다.
픽.
불이 꺼졌다.
“예사 놈이 아닌 건 확실하다.”
할리온 남작은 그렇게 판단했다.
병사 넷에 기사 하나가 저항 한번 못 해 보고 당했다.
지형적 이점이 있더라도, 훈련받은 정규군을 보란 듯이 암살한 것이다.
고작 고블린이라고 방심할 수 없었다.
“그래 봤자 한 마리…….”
“노크, 저놈이 한 마리라고 단언할 수 있나?”
노크는 입을 닫았다.
병사들이 당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약간의 간격이 있긴 했지만, 한 놈이 한 짓이라기에는 너무 빨랐다.
고블린은 집단으로 움직이는 몬스터.
여러 마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불을 내면 우리가 지나갈 수가 없고…… 환장하겠네.”
노크는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할리온 남작은 마법사에게 눈을 돌렸다.
“라이트로 만들어진 빛무리는 물리적인 접촉으로 제거할 수 있나?”
“예? 아닙니다. 빛을 가리는 건 모르겠지만, 마법을 쓰지 않는 이상 제거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라이트를 사용해 방 전체를 밝힐 수는 없는 건가?”
“불가능합니다.”
마법사는 단언했다.
어둠으로 들어찬 방에 다시 라이트를 사용했다.
반딧불이와 비슷한 빛무리가 허공을 맴돌았지만, 밝아진 부분은 매우 적었다.
“원리는 모르겠지만, 저 방은 빛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까다롭군.”
할리온은 인상을 찡그렸다.
뭔가를 고민하던 노크가 대검을 들었다.
그리고 성큼성큼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노크, 뭐 하는 거지?”
“여기서 고민해 봐야 답이 안 나옵니다. 몸으로 부딪쳐야지요.”
노크는 기어코 방 안으로 들어갔다.
할리온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확실히 이렇다 할 방법이 없긴 했다.
이쪽의 전력도 절대 약하진 않다.
‘상대는 소수를 상대하는 데 특화된 암살자.’
인원으로 밀어붙이는 방법이 유효할 수도 있었다.
여차하면 병사들을 제물 삼아 다음 층으로 이동할 수도 있었다.
결론을 내린 할리온 남작이 조용히 명령했다.
“노크를 지원한다. 예비용 횃불까지 전부 사용하도록.”
“알겠습니다!”
방 밖에서 대기하던 전 병력이, 어둠 속으로 진입했다.
화륵!
횃불이 타올랐다.
병사들은 횃불을 휘두르며 방 안을 비췄다.
불빛 하나하나는 많은 범위를 밝히지 못했지만, 백이 넘는 불빛이다.
어둠에 가려져 있던 방의 상당 부분이 드러났다.
“최대한 시야를 넓게! 빛이 없는 부분을 찾아 밝혀!”
“위도 확인해!”
적은 보이지 않았다.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주위를 살폈다.
그때, 한 병사가 기사의 발을 밟았다.
“아, 죄, 죄송합니다!”
“…….”
병사는 기겁을 하며 발을 치웠다.
발을 밟힌 기사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병사가 조심스럽게 횃불을 움직였다.
발을 밟힌 기사의 얼굴이 드러났다.
투구에 가려진 얼굴은, 늙은 고블린의 것이었다.
“어……?”
툭.
횃불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병사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절명했다.
비릿한 피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혼란에 빠졌다.
“뭐야!”
“기사로 위장하고 있다!”
“거리 벌려!”
“어디야?”
“어딜 공격하는 거냐! 난 아군이다!”
아수라장이었다.
병사들은 기사의 갑옷을 보면 일단 창부터 내질렀다.
“빌어먹을.”
할리온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도 고블린에게 조금 감탄했다.
기사로 위장하는 것은 아주 유효한 방법이었다.
원정대의 주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기사를 고립시켰다.
아마 혼란을 주기 위해 일부러 들킨 것이리라.
병사들은 횃불을 비춰 보며 기사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었다.
“내가 놈이라면…….”
기사들의 신원이 전부 확인되기 전에, 움직일 것이다.
할리온이 소리쳤다.
“경계해라! 온다!”
서걱.
경고가 끝나기 무섭게, 불빛에 얼굴을 비추고 있던 기사의 목이 떨어졌다.
질겁한 병사가 횃불을 휘둘렀다.
그새 어디로 갔는지, 놈은 보이지 않았다.
노크는 횃불을 입에 물고 대검을 치켜세웠다.
‘쓸모없는 새끼들.’
훈련을 거친 정규군이 고작 고블린 한 마리에게 농락당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상황을 뒤집을 필요가 있었다.
먼저 움직일 수는 없었다.
시야가 좁았다.
때를 기다려야 했다.
주위를 살피고 있는데, 돌연 뒷목 솜털이 곤두섰다.
‘정면!’
붕!
대검을 가로로 크게 휘둘렀다.
뭔가를 베었다는 느낌은 없었다.
대신 대검이 미묘하게 무거워진 느낌이 들었다.
노크가 고개를 돌렸다.
대검에 앉아 노크를 노려보고 있는 1호와 눈이 마주쳤다.
‘이런 미친……!’
1호는 쥐고 있던 검을 빙글 돌려 역수로 잡았다.
그대로 노크의 목을 향해 박아 넣었다.
노크는 초인적인 반사 신경으로 한쪽 팔을 들어 검을 막았다.
푹!
“으……!”
1호의 검은 노크의 팔뚝을 뚫고 깊숙이 박혔다.
하지만 목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1호가 검을 뽑으려고 했다.
노크는 고통을 참고 팔뚝에 힘을 줬다.
무식하게도, 근육을 조여 검을 뽑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검이 뽑히지 않자, 1호는 검을 버리고 뒤로 훌쩍 물러났다.
“이 고블린 새끼가!”
노크가 한 손으로 대검을 크게 휘둘렀지만, 한발 늦었다.
1호는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끄으으! 아악!”
노크는 팔뚝에 박힌 검을 뽑아 바닥에 내팽개쳤다.
독기 어린 눈으로 어둠 속을 주시했다.
고통으로 인해 머리가 뜨거워졌다.
병사들의 호위를 받고 있는 할리온 남작이 눈에 들어왔다.
“노크의 인근에 있었다! 경계해라! 근처에 남는 횃불을 던져!”
아수라장 속에서, 홀로 침착하게 지휘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만약 할리온이 없었다면 진형 유지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신원이 확인된 기사들이 합류했고, 노크도 후방으로 물러났다.
“…….”
별안간 정적이 찾아왔다.
횃불 타는 소리.
병사들의 거친 숨소리.
노크는 어둠이 자신을 주시하는 느낌을 받았다.
‘놈은 기사를 우선적으로 처리했다.’
기사의 옷을 입어 혼란을 일으키고, 기사를 고립시켰다.
중요한 전력인 기사를 먼저 사냥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다음은.
‘마법사나, 지휘관!’
노크의 시선이 후방으로 향했다.
할리온 남작과 마법사는 하필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기사들은 한 번 고립된 뒤 합류했기에, 진형의 외곽에 있다.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 건 병사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뭔가 움직였다.
“젠장!”
노크가 땅을 박차고 뛰었다.
덩치나 대검의 무게를 생각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도약력이었다.
동시에, 할리온 남작의 머리 위에서 뭔가 떨어졌다.
1호였다.
마법사와 할리온 남작, 정확히 그사이에 가볍게 착지한 1호는 양손에 검을 들고 있었다.
하나는 기사가 사용하는 롱소드.
다른 하나는 병사의 보급 한 손 검이었디.
‘늦었다!’
1호는 검을 양쪽으로 내질렀다.
푹!
“억!”
“어, 어!”
마법사는 눈을 크게 뜬 채로 목이 찔려 죽었다.
할리온 남작은 자신을 지키던 병사를 당겨 방패로 세웠다.
1호의 검은 병사를 관통했지만, 할리온 남작에겐 닿지 못했다.
노크가 뛰어들었다.
“죽어!”
마법사와 인간 방패가 된 병사의 몸이 허물어졌다.
1호는 회수한 검을 교차시켜 노크의 대검을 막았다.
쾅!
“쿨럭.”
“윽!”
검과 검이 부딪쳤다.
충격파가 일어나며 주위에 있던 병사들이 비틀거렸다.
힘에 특화된 소드 익스퍼트 중급의 기사.
1호의 무릎이 구부려졌다.
교차한 검이 덜덜 떨렸다.
“창!”
할리온 남작이 소리쳤다.
병사들은 본능적으로 창을 내질렀다.
1호는 몸을 피하려고 했다.
“어딜!”
1호는 몸을 틀어 창을 피했다.
대신 방어를 포기해야 했다.
노크가 내리찍은 대검은 1호의 왼팔을 잘라 냈다.
서걱!
잘린 왼팔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노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1호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차분하게 오른손으로 잘린 어깨를 붙잡아 지혈했다.
어둠 속으로 도주하려 했다.
그러나.
“……!”
한쪽 팔이 잘린 1호는 균형 감각 상실하고 말았다.
일순간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
노크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고블린 주제에!”
검을 가로로 크게 휘둘렀다.
피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
오러를 담은 대검은 고블린의 몸을 양분할 것이다.
그러나 노크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캉!
철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노크의 대검은 무언가에 튕겨 나갔다.
노크는 눈을 부릅떴다.
어둠 속이었지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검을 막은 것은 고블린이 아니었다.
“사유 재산을 함부로 건드리면 쓰나.”
“무슨……!”
이제 갓 스물이 넘었을 법한 금발의 청년.
지그문트였다.
* * *
‘아오. 손목 아파.’
나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노크의 힘은 무식하게 강했다.
노크는 가까운 시일 내에 소드 익스퍼트 상급으로 오를 인재라는 평가를 받던 기사다.
제국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다행히 아직 중급인 모양이었다.
‘병력은 상당히 줄었지만…….’
할리온 남작과 눈이 마주쳤다.
과연.
원정대의 지휘관은 저놈인가.
황제에게 한 번 밉보이더니, 더럽게 위험한 곳을 배정받은 모양이다.
할리온 남작이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노크는 대검을 어깨에 짊어지고 나를 쏘아보았다.
“넌 누구냐?”
“이 던전 주인.”
“뭐? 그건 또 무슨 헛소리…….”
나는 대답 대신, 검 위에 오러를 씌웠다.
왼손을 움직여 마법을 캐스팅했다.
마나 번(Mana Burn).
밤눈(Night Vision).
샌딩(Sending).
-눈 감아.
통신 마법을 사용해 1호에게 의사를 전달했다.
1호는 곧바로 두 눈을 감았다.
나는 왼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목소리에 마나를 실었다.
“주목!”
반사적으로, 병사와 기사들의 시선이 내 왼손에 쏠렸다.
하여튼 사람 참 단순하다.
나는 씩 웃었다.
“이거나 드셔.”
라이트(Light) 변환 마법.
플래시 뱅(Flash Bang).
펑!
왼손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아악! 미친놈아!”
“내 눈! 아! 내 눈!”
“아아아악!”
빛을 집어삼키는 방의 특성을 고려해 다소 강하게 시전했는데, 제대로 먹혀들었다.
더군다나 원정대의 눈은 어둠에 적응된 상태.
갑작스러운 빛의 폭발에, 병사들은 창까지 놓치고 두 눈을 감쌌다.
마나의 잔재가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후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쉰다.
순간적으로 남은 마나의 3할가량이 타올랐다.
이 정도는 감수해야 했다.
자세를 낮췄다.
우선 제일 위험한 놈부터.
나는 노크에게 달려들었다.
“큭! 잔재주를!”
노크는 꽤 많은 전투를 경험한 기사다.
그의 감은 생각보다 날카로웠다.
눈을 질끈 감은 채로 내가 달려드는 방향을 정확히 베어 냈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대신 검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쾅!
“큭!”
노크의 오러와 힘은 확실히 나보다 한 수 위였다.
정면에서 검을 부딪치니, 밀렸다.
그새 시력을 회복한 노크가 고개를 털었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힘 싸움에는 자신이 있는지, 노크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넌 이제 죽었…….”
나는 검을 살짝 틀었다.
끼긱.
노크의 대검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내 검과 부딪친 부분에 작은 금이 나타났다.
작은 금은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처럼, 노크의 대검에 퍼지기 시작했다.
노크도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
끼긱. 끼긱. 끼이익!
“이건……?”
노크가 다급히 물러났지만, 이미 늦었다.
카캉!
노크의 대검이 산산이 조각났다.
나는 여세를 몰아 공격을 이어 나갔다.
노크는 다급히 바닥에 굴러다니던 롱소드를 집어 들었다.
캉!
답지 않게 검을 쳐 내더니, 뒤로 크게 물러난다.
대검을 이용한 무게감 있는 공격이 특징인 노크다.
돌격 전차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공격적인 놈이, 물러난 것이다.
‘무식한 성격이라고 들었는데.’
전투에 있어서는 판단력이 좋은 듯했다.
나는 고유 마법, 밤눈(Night Vision)을 사용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물체가 선명하게 보였다.
반면에 상대, 노크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 상황.
압도적으로 불리한데도,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다.
과연 소드 익스퍼트 중급의 기사였다.
“네놈, 레드라인이냐?”
“아니, 아까 말했잖아. 이 던전 주인이라고.”
“……혹시, 이 던전은 대마법사의 던전이 아닌 건가?”
“대마법사의 던전 맞아.”
노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놈이 내 정체를 깨닫더라도 크게 상관없었다.
던전에 들어온 팔베르크 놈들은 하나도 살려 둘 생각이 없었으니까.
슉!
창끝이 내 목을 노리고 들어왔다.
병사가 내게 창을 내지른 것이다.
목소리를 듣고 위치를 가늠한 것 같았다.
그래도 정규군이라는 건가.
허를 찌르는 공격이었다.
“사담은 여기까지.”
탁!
나는 창대를 발로 올려 찼다.
방향을 잃은 창은 허공을 찔렀다.
한 손으로 땅을 짚었다.
파일 벙커(Pile Bunker).
푸확!
바닥에서 거대한 송곳들이 튀어나왔다.
송곳은 병사 너머에 있던 원정대까지 덮쳤다.
“으아악!”
“송곳?”
“마법사다! 컥!”
일정한 경지에 이른 마법사라면, 적의 수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5서클 이상이라면 효율적이겠지만.
변형과 고유 마법을 조금만 활용한다면 4서클로도 충분했다.
곧바로 다음 마법을 캐스팅했다.
“어딜!”
노크가 내게 달려들었다.
캐스팅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좋은 선택이다.
내가 평범한 마법사였다면, 그랬을 것이다.
챙!
나는 노크의 검을 받아 냈다.
대검이 아니라서 그런지, 무게감이 덜했다.
오러가 조금 부담스럽지만.
충분히 버틸 만했다.
‘템발이라는 걸 여기서 느낄 줄은 몰랐는데.’
과거에는 아티팩트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그런 것 없이도 충분히 강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약해지니, 좋은 무기가 크게 와 닿았다.
레드라인의 검술은 자신의 검에도 상당한 부담을 주는 기술이다.
발레리아게서 뜯어낸 검이 반쯤 부서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가 지금 사용 중인 ‘이름 없는 검’은 달랐다.
‘둘이 동시에 쓰는 건 역시 어렵군.’
오러와 마나를 따로 사용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상극의 힘이 맞닿기라도 하면 대참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옆으로 틀었다.
노크의 뒤통수 인근에 빈손을 올렸다.
스마이트(Smite) 변형 마법.
스트라이크(Strike).
쩌억!
마법에 얻어맞은 노크의 머리가 빠른 속도로 엎어졌다.
다른 사람에게는 바닥에 전속력으로 머리를 박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쾅!
어찌나 강하게 박았는지, 바닥이 조금 파일 정도였다.
엎어진 노크는 움직이지 않았다.
살아 있다는 듯 손을 조금씩 움찔대긴 했지만.
‘으, 아프겠다.’
못해도 기절이다.
뇌에 큰 충격을 받았을 테니, 당분간은 못 움직이는 건 확실하다.
눈을 돌렸다.
1호가 팔 하나로 조용히 병사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윽!”
“컥!”
병사들은 단발마와 함께 죽어 나갔다.
어쩐지 잘 안 달려들더라니.
마법에 겁을 집어먹은 게 아니라, 그냥 죽은 것이었다.
‘할리온은……’
할리온 남작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방 밖으로 나갔다면 단에게 제압을 당했을 텐데.
다음 층으로 가는 문이 열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두운 방 한구석에 숨겨져 있는 문이다.
내가 노크와 공방을 주고받는 사이, 용케 찾아서 연 것 같았다.
‘노크를 버리고 튄 건가.’
할리온다웠다.
기사도 대부분 따라서 간 모양이었다.
남은 건 시체와 일반 병사들, 그리고 노크뿐이었다.
일반 병사는 1호가 거의 다 처리했다.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넌…… 못 지나간다!”
노크가 비척거리며 일어나고 있었다.
이마에서 흐른 피가 얼굴을 감싸, 무슨 광전사처럼 보였다.
말하는 걸 보면, 할리온이 먼저 갔다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다.
최대한 시간을 끌 요량인 것 같았다.
애석하게도 나는 여기 오래 있을 생각이 없었다.
“또 얻어맞으려고?”
“솜방망이 같은 공격이었다.”
“너는 솜 맞고 기절하냐? 약골이네.”
“기절한 적 없다!”
노크가 달려들었다.
소드 익스퍼트 중급과의 전투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우선순위가 달랐다.
느긋하게 경험 쌓을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제 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니까.’
노크는 여러모로 불리한 위치에 서 있었다.
제한된 시야, 익숙하지 않은 무기, 열악한 정보.
소드 익스퍼트 중급이지만, 힘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가가각!
검을 흘리고, 가까이서 홀드(Hold)를 사용했다.
노크의 몸이 덜컥 멈췄다.
검을 내지른 그대로 석상처럼 굳었다.
“이건……!”
나는 과장되게 손을 움직였다.
손 위로 불덩어리가 나타났다.
노크의 눈이 점점 커졌다.
“그리고, 파이어 볼(Fire Ball).”
펑!
바로 앞에서 나타난 화염구가 노크의 복부에 꽂히며, 폭발했다.
폭발로 인한 연기가 점점 사그라졌다.
새까맣게 탄 노크는 기절해 있었다.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나는 손을 털며 나지막이 말했다.
“1호, 아니, 롭.”
툭.
위에서 1호, 롭이 떨어졌다.
늙은 고블린은 나를 올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는지, 눌어붙어 있던 입술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 이름을, 아시는 걸 보면, 주군이, 확실하군요.”
“오랜만이다. 많이 늙었네. 이젠 노인네라고 불러도 되겠어.”
“주군께서는, 젊어지셨습니다?”
롭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얼굴을 가까이했다.
“그리고, 약해지셨군요.”
“말도 마라. 처음에는 오러도 마나도 없었으니까.”
“끌끌.”
“웃지 마. 정들어.”
나는 생명의 샘물을 던져 줬다.
수통을 잡아챈 롭은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대충 롭의 치료를 마친 뒤, 시체를 수습했다.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단과 마리나, 리옐을 데리고 들어왔다.
“말하는 고블린 정도야. 이젠 놀랍지 않습니다.”
“익숙해진 거겠죠.”
단과 마리나의 평가는 담백했다.
몬스터인데도 불구하고 크게 거부감이 없었다.
현 실험체 1호 덕분인지도 몰랐다.
“정신 사납군.”
“꺄!”
리옐은 벌써 롭과 상당히 친해졌다.
롭은 리옐을 업은 채 방 이곳저곳을 날아다녔다.
리옐은 양손을 들고 만세를 하며 승차감을 즐기고 있었다.
“내려와. 롭.”
툭.
바닥으로 롭이 떨어졌다.
리옐은 롭의 등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세상 걱정 없어 보이는 얼굴로 활짝 웃었다.
“롭! 재밌어! 좋아!”
“끌끌. 귀여운, 따님이군요.”
머리가 아팠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할리온을 따라가야 했다.
“참. 그놈은, 뭡니까?”
“그놈? 아, 이거?”
실험체 1호가 아공간 주머니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나는 놈의 머리통을 잡고 아공간 주머니에서 끌어냈다.
“실험체 1호야.”
“1호?”
“새 삶을 시작했으니까, 1호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1호란, 말이지요.”
“어차피 롭, 너는 이름도 있잖아.”
전 실험체 1호와 현 실험체 1호가 마주했다.
롭은 평가하는 것처럼 실험체 1호를 살폈다.
실험체 1호는 멀뚱히 서 있었다.
“…….”
“…….”
꿀꺽.
리옐이 침을 삼켰다.
심상치 않은 기류가 오갔다.
기시감이 들었다.
리옐과 발레리아가 만났을 때 딱 이런 느낌이었는데.
롭이 먼저 다가갔다.
“반갑네.”
으어어어.
“고생이, 많군.”
그어. 그어.
“근데, 너 몇 살이니?”
그어?
어쩐지 얘네는 죽이 잘 맞았다.
다행인가?
실험체 1호와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눈 롭은 나를 쳐다보았다.
“제게, 맡기시지요.”
“그럴 생각이었어.”
롭은 원래 실험체 교육 담당이었다.
의외로 참견이 많은 성격이라, 스스로 자처한 것이다.
아마 다음에 볼 때는 현 실험체 1호도 거의 개조 가까운 수준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아무튼, 내가 말했던 대로 움직이면 될 거야.”
“그리, 하겠습니다.”
롭은 꾸벅 허리를 숙이고 인사했다.
“다음에, 꼭, 뵀으면 합니다.”
나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뭔 인사야? 오글거리게.”
“주군이 아닌, 리옐 님께, 한 겁니다.”
“…….”
“롭! 안녕!”
* * *
위이잉.
기사는 신기하다는 듯 계단을 내려다봤다.
계단은 저절로 아래를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할리온 남작은 몸을 낮추고 계단을 살폈다.
“마법 계단이군.”
“할리온 남작님, 이 계단에 대해 알고 계신 겁니까?”
“그래. 본 적 있다.”
움직이는 계단은 델 로안의 발명품이었다.
삭신이 쑤신다며 자신의 저택에 설치해 놓은 것이다.
그것을 본 이들은 마법 계단을 상용화하는 안을 추진했다.
“저는 처음 봅니다만.”
“실패한 방안이니까.”
“어째서입니까?”
“이 계단 한 칸에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가거든.”
할리온은 알고 있는 대로 계단의 가격을 알려 줬다.
기사들이 몸을 떨었다.
제 연봉을 아득히 넘어갔다.
“무슨 계단이…….”
“마석이 포함되어 있으니까. 떼어 간다면 꽤 값이 나가겠지만, 던전 공략이 우선이다.”
시간은 될 수 있는 한 단축해야 했다.
첫 번째 층에서 너무 많은 병력과 시간을 소비했다.
그 대마법사 성격이면, 시간제한 같은 것을 걸어 놓았을 수도 있다.
할리온 남작은 뒤를 돌아봤다.
멀리서 떠들썩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기사가 숨을 죽였다.
“추격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노크가 당한 건가?”
“그렇게 추정됩니다. 말소리를 들어 보면, 여럿 같습니다. 처리하고 가는 게…….”
“아니. 던전 공략부터 한다.”
할리온은 그렇게 판단했다.
기사는 인상을 찡그렸다.
최종 목표인 대마법사의 아티팩트를 획득하더라도, 던전을 탈출하기 위해선 결국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전투라면, 조금이라도 체력이 많은 지금 하는 게 제일 좋았다.
기사의 눈에 떠오른 의문을 간파했는지, 할리온이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게 뭡니까?”
“텔레포트 스크롤. 델 로안의 저택과 연결된 것이다.”
“텔레포트는 7서클 마법 아닙니까? 저위 마법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스크롤에…….”
“대마법사가 만든 거니까.”
“아.”
기사는 수긍했다.
저런 물건이 있다면 굳이 추격자와 전투를 할 필요가 없다.
대마법사의 아티팩트를 획득한 순간 스크롤을 찢어 버리면 그만이니까.
이윽고 계단이 멈췄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에, 할리온 남작과 기사들은 두 눈을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