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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아래서-172화 (17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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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Epilogue)

4년 후.

아르센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옆을 보니 에일리가 잠든채 누워있었다.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는 기분이군."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밖을 보니 크리프 성의 전체 모습이 보였다. 드워프들의 도움으로 크리프 성은 역대 도시들 보다 가장 크고 높았다. 평지에 지었음에도 말이다.

창문을 열자 상쾌한 바람이 들어온다. 늦봄이라 바람이 제법 시원했다.

번쩍!

순간 내성 안에 빛이 번쩍 하더니 그 자리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어이쿠. 이거 매번 하는거지만 적응이 안되는구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핀다. 아르센은 창틀에 기대어 구경만했다.

처처처척!

잠시 얼마 안가 병사들이 달려와 그를 감싸안았다.

"워워, 난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야. 안 그런가?"

병사들을 진정시키며 마지막에는 정확히 아르센을 쳐다봤다. 아르센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세히 그를 쳐다봤다. 너무나도 평범한 얼굴. 만약 길가를 가다가 마주쳤다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잊어먹었을 그저 그런 인상의 평범한 사내였다. 하지만 무엇인가가 익숙했다.

"……!"

아르센이 눈을 크게 떴다. 근처에 놓여있는 칼리엄 소드를 들어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이 놈!"

아르센의 호통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 답은 찾았나."

"덕분에!"

"그런가. 이게 네가 찾은 답인가."

그가 주변을 살핀다. 거대한 도성. 만든지 4년밖에 되지 않아 굉장히 웅장했고 깨끗했다.

스릉!

검이 뽑혀 그의 목을 겨눈다. 그에 대한 모습이 정확하게 기억이 났다. 황녀와 기사단을 엘리시움 성 앞에서 이곳으로 보낸 장본인이었다.

"시간이 맞지 않아 제법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구나."

"……."

"황녀는 걱정말게."

그가 검을 손으로 치우며 눈을 마주봤다. 황녀는 그 날 전투 이후에 며칠 안가 버티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죽은게 아니야. 우리의 시험을 받고 새로운 직책이 주어졌네."

"……."

"나와 같이 차원이동자들의 안내를 맡게되었네. 하하."

"여기에 나타난 목적은……."

황녀가 죽은게 아니라는 말에 살짝 안도했다.

"이곳에 나타난 목적. 당연한 것 아닌가? 돌아가야지."

"……."

돌아간다. 돌아간다는 말이 이렇게 낯설게 느껴질지는 몰랐다.

"그 보석이 없다면 돌아갈 수 없을텐데……."

"응? 보석? 보석이랑 무슨 상관? 상관없어."

품에서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무엇인가를 꺼내들었다. 주먹만한 돌. 자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최고급 마나석이지. 이거면 충분히 돌아갈 수 있네. 봐봐. 나도 왔다갔다하지 않나."

"……."

하지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돌아간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하지 못했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 이제는 기억도 자세히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시간이었다.

"그래, 갑자기 돌아가자고 하니 혼란스럽겠지. 일주일의 시간을 줄게. 그 시간동안 가든 안가든 상관없네."

"상관없다고……."

"자, 선택해라. 일주일 뒤에 다시 나타나마."

그렇게 그는 먼지처럼 사라졌다. 허나 마나의 기운이 움직이는 걸로보아 어떠한 기술이 있는 듯 했다.

"……선택이라."

*                       *                      *

아르센 왕국 곳곳에 퍼져있는 기사단이 4년만에 모였다. 총 1천 6백여명. 그 날 이후 수십여명이 죽었다. 전쟁 이후 찾아온 평화를 참지 못하고 자살한 이들과 모험을 떠난 이들까지 해서 말이다.

"무슨 일이래유."

후판이 미소에게 물었다. 미소가 고개를 젓는다.

"글쎄. 호출이라니. 나도 처음인걸. 게다가……."

지금 이 자리에 모인 것은 이곳에 넘어온 원년멤버였다.

저벅 저벅.

아르센이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었다. 그러자 기사단들이 도열한채 각을 잡았다. 그 중에서 2기사단의 자리가 없는게 너무나도 허전했다.

단상위에 올라선 아르센이 전체를 둘러본다.

"그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운을 뗀 아르센이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그럼에도 기사단은 미동도 없이 아르센을 쳐다보았다.

"……일주일 후."

한참동안이나 말이 없다가 드디어 입을 연다.

"칼리엄 제국으로 돌아갈 수가 있다."

그 말에 미동도 없던 단원들이 움찔하는게 보였다. 동요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 개인의 선택이다. 이곳에 남아도 되고 고향으로 돌아가도 된다. 제국 기사단의 선택이 아닌! 너희 한 사람 한사람, 개인의 선택이다. 고향으로 갈 사람은 일주일 후에 이곳으로 모이거라."

말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동요하고 있는게 눈에 보였지만 더는 말할 수 없었다.

"……단장님은! 단장님은 가십니까?!"

그의 말에 집중했다.

"일주일 후에 보겠다."

그렇게 4년 만에 모인 기사단의 집회는 끝이 났다.

단원들은 빠르게 흩어져 여기서 만든 친구, 가족들에게 먼저 갔다. 그들을 가장 먼저 만나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크리프 성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고 다양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내일 그 선택을 하는 날이었다. 밤에는 보름달이 밝은 빛을 뿜어내며 크리프 성을 밝혔다.

"왜 잠에 안들어?"

에일리가 아르센을 보며 물었다. 아르센이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에일리를 쳐다본다.

"달이 밝아서."

"……."

에일리가 잠시 나가더니 무언가를 들고 왔다. 이곳에서 만든 전통주와 간단한 안주였다.

"……한 잔 할래?"

아르센이 의자에 앉았다. 서로 마주앉은 둘은 한참동안이나 말 없이 술만 마셨다.

"내일……, 갈거야?"

"……."

아직까지도 선택을 하지 못했는지 밖을 바라만 봤다. 에일리가 웃으며 말했다.

"가도 돼. 여기는 나하고 아들이 지키고 있으니까. 나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거라고 생각했었어."

"……."

아르센의 시선이 에일리를 쳐다봤다. 처음 16살의 에일리를 처음 만나 자신을 계속해서 따라다녔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커서 22살에 애 하나 있는 유부녀가 된 것이다. 아직도 미모는 꺾이지 않고 더욱 성숙해져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간다면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될 것이다.

"……."

"……."

마지막 대화 이후 둘은 한참동안이나 새벽이 될 때까지 앉아 있었다.

*                           *                         *

적막한 평야.

그 넓은 곳에 한 문양만이 박힌 깃발 여러개가 약하게 부는 바람에 나부낀다.

깃발에 박힌 문양.

카르다니아 대륙, 남부 지방의 패자.

대 아르센 왕국의 깃발.

서로 다른 네 개의 물결이 중앙으로 모이는 모양의 깃발.

그 중앙에는 마나를 상징하는 점과 그것을 감싸는 두 개의 작은 날개가 있다.

"마스터, 준비가 완료 되었습니다."

늙은 마법사 하나가 중앙에 서 있는 사내에게 다가가 말한다.

"준비가 끝났나."

"그렇습니다."

"너는 이제 어찌 할 것인가."

"모두 끝났으니 잠시 쉬었다가 다시 아르센 왕국을 위해 돌아와야겠지요."

"……내 아들, 내 아내를 잘 부탁하네."

"……."

말 없이 늙은 마법사는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소신, 테이티 아베노. 마스터를 만나 꿈을 이룰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

마스터라 불리우는 자는 검은색의 짧은 머리를 한 번 쓸어넘기면서 뒤로 물러가는 늙은 마법사를 쳐다만 봤다.

주변을 살핀다.

푸르릉.

자신이 타고 있는 말과 주변에 자신의 직속 기사단들이 타고 있는 말들이 고개를 풀며 입김을 뿜어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 하니 긴장되는 모양이다.

우우웅.

그 순간 밑에서 자줏빛의 마나가 문자와 문양을 형성하고 퍼져나갔다.

자줏빛의 마법진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 어느순간 천 오백여명의 기사단의 발 밑으로 마법진이 완성 되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자줏빛의 마나가 조금씩 위로 솟구치며 어느새 말에 타고 있는 기사들의 위에 까지 올라왔다.

중앙에 아르센의 깃발을 들고 있는 이가 언덕위에서 마법진을 외고 있는 늙은 마법사를 바라본다.

마법진의 주문을 전부 외웠는지 마법사가 중앙에 위치한 그를 봤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둘의 시선은 정확히 일치했다.

"푸른바람의 기사들이여. 고향으로 돌아가자!"

그의 외침에 천 오백여명의 기사들이 동시에 외친다.

─아르센을 위하여!

평야에 진동이 울리며 마법진이 더욱 격렬하게 진동했다.

우우우웅.

쿠그그그그.

땅과 허공이 진동하며 기사들의 온 몸에서 빛이 뿜어지며 허공에 몸이 분해되 흩어지기 시작한다.

모두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신기해 하며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카르다니아 대륙을 머릿속에 담으려 뚫어져라 쳐다봤다.

중앙에 서 있는 이도 마법사에게서 눈을 떼고 하늘을 바라본다.

다시는 이 대륙의 하늘을 보지 못할 것이다.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자신의 몸을 바라보자 대부분이 허공에 사라지고 이제 정신마저 비틀거렸다.

"로그아웃(Logout)."

오랜만에 불러보는 말.

그렇게 그는 눈을 감았다.

- 깃발 아래서 완(完)

============================ 작품 후기 ============================

Momentous님 끝까지 읽어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gigawifi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ㅋㅋㅋㅋ 나중에 따로 공지로...

잉여니트인간님 넵ㅎㅎ 처음에 못알아뵈서 죄송합니다ㅠㅠ

소설은 판타지님도 끝까지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셨어요ㅎㅎ 넵, 좀 더 재밌게 써보도록 노력해볼게요^^

길리아님 넵! 돌아갑니다ㅋㅋㅋ 결국 돌아가요^^

샤레아스님 저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만...ㅋㅋㅋㅋ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지금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레리안님 ㅋㅋㅋㅋㅋ다행이네요ㅎㅎ 완결나기전에 님 아뒤를 볼 수 있어서^^

앞을님 넵! 깃발 아래서에서는 죽었답니다^^

sgasl님 다들 황녀의 죽음에 탐탁치 않아하시는데 그걸 노린겁니다ㅋㅋㅋㅋㅋ

유레로님 ㅋㅋㅋㅋㅋ넵 차기작에서 뵙겠습니다ㅎㅎ 황녀 비중도 없어서 마지막에 이렇게...

덕돌리우스님 기모띠이이이이!!!

제로넘버즈님 이제 끝입니다^^

작가조수님 출판사에서 연락이 없네요ㅠㅠ 그래서 직접 출판하려구요...ㅎㅎ 다 수정해서요^^

dkssid00님 ㅋㅋㅋㅋ살려낼까요?ㅋㅋㅋㅋ 그래두... 이렇게 완결이 나니까 기분은 좋네요^^

갓파촌장님 그래도 완결나기 전에 오셨으니까..ㅎㅎ 다음 작품에서 뵐게요^^

제이스 올드윈님 수고하셧습니다^^ 저도 같은생각... 하지만 에필로그는 제가 따로 생각하고 있는게 있어서 이렇게 마무리 지었어요^^

님 다른 작품에서 나오게 됩니다ㅎㅎ

JHsilver님 저도 일부다처제 좋아하긴 하는데.. 요즘은 두 세 명이 적당한거 같아서...ㅋㅋㅋㅋ

eminem팬님 넵^^ 끝났습니다^^ 다음 작품에 1빠로 댓글 다셨는데 감사해요^^

으행요님 이제 완전 끝입니다ㅋㅋㅋ 잘쓰신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다크앤화이트님 리액션 끝내주시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독자분들 덕분에 항상 힘이 나는거 같아요ㅎㅎ

헬 카네스님 ...이미 죽어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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