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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 깃발 아래서.
아르센이 검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렸다. 오러 블레이드가 마치 화살처럼 쏘아져 나간다.
쿠화아아악!
파공성과 함께 벨제불의 머리를 노렸다. 벨제불의 앞에 이상한 막이 생성되며 그대로 막혀버린다.
쩌적.
오러를 막아낸 반투명한 막이 갈라진다. 그만큼 힘이 약해진 것이다. 아르센이 벨제불의 목 아래를 쳐다본다. 자줏빛의 보석. 그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 보석을 부셔야만 벨제불이 역소환되어 마계로 돌려보낼 수가 있다. 하지만 자신은 현실세계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벨제불이 아르센을 내려다봤다.
[시간을 끌수록 안좋아지는 것은 너희들이다.]
20만의 병력이 사방을 에워쌌으나 일반 병사들은 섣불리 덤벼들 수가 없었다. 마나를 사용하는 기사들과 마법사, 이종족들까지도 죽어나가는 마당에 어찌 일반 병사들이 덤빌 생각을 하겠는가.
고오오오.
하늘이 진동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소리가 얕아 다른 이들은 듣지 못했다. 아르센과 같이 마스터급의 기사들만 하늘을 바라봤다. 특히 엘프들은 온 몸이 바들바들 떨리며 그 공포감을 온 몸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아르센의 질문.
[궁금한가. 크흐흐, 이곳에 있는 20만의 버러지들은 오늘 죽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자리에서 죽어 중간계 어딘가에서 다시 나타나겠지.]
그러자 병사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분명 말도 안되는 소리이기는 하나 마왕이 하는 말이다. 섣불리 그런 말을 할리가 없었다. 게다가 엘프들의 모습에 동요에 더욱 증폭 되었다.
"아르센!"
뒤에서 테이티 아베노의 소리가 들렸다. 아르센이 뒤를 쳐다본다.
"메, 메테오 일세! 메테오! 그것도 마왕 직속 권한의 헬 메테오! 마왕과 마나가 연결되어있네! 마왕을 역소환 한다면 저 메테오 역시 사라질 것이야!"
"……자꾸 극단적인 상황만 만드는구만."
아르센이 테이티 아베노를 무시하고 벨제불을 쳐다본다.
"그렇다는군.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 그건 네 놈의 선택 아니더냐. 어떠냐, 나를 죽일 수 있겠느냐. 차원 이동자여.]
현실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괴리감과 불안감. 그리고 눈 앞에 있는 마왕을 죽여야만 한다는 책임감과 복수감까지. 모든 감정이 어우러져 심정이 복잡해졌다.
턱.
누군가가 어깨에 팔을 올린다.
"거, 단장님이 안가면 제가 가겠습니다."
에릭센이 한 손으로 검을 들고 벨제불을 향해 걸었다. 왼팔이 잘려 허전하게 느껴졌다.
"너……. 현실로 돌아가고 싶으냐."
아르센이 묻는다. 에릭센이 눈썹을 찌푸리며 흰색 띠를 교정했다. 왼손이 없으니 정확하게 맞추지는 못했다.
"제가 뭐 언제 돌아가고 싶다고 했습니까. 크리프 단장님하고……, 2기사단 복수는 해야죠. 단장님이 이렇게 가만히 있는데 1기사단 부단장으로써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에릭센이 처음으로 맞는 말 하는것 같습니다, 단장님."
아이조드가 아르센을 스쳐지나갔다. 아르센이 피식 하고 웃었다.
"단장이 나서지도 않았는데 부단장이 나서는건 어느나라 법이냐."
아르센이 에릭센의 어깨를 붙잡았다.
"환자는 빠져라. 저 좆밥은 나 혼자만으로도 충분하다."
"……."
"……."
말 없이 아르센을 쳐다본다. 아르센이 뒤를 돌아봤다. 피와 상처로 범벅된 블루윈드 기사단과 그 뒤로 수 많은 숫자의 병력들이 자신 하나만을 보고 있었다.
쿠구구구.
그때 먹구름 사이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나온다. 엄청난 진동과 함께 말이다.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허억!"
"저, 저게!"
"……!!"
"우, 운석이다!"
먹구름을 가르고 나타난 거대한 동체. 그것은 엄청난 크기의 돌덩어리였다. 그리고 돌덩어리 전체가 불이 붙어 시뻘겋게 타오르고 있었다.
"저게 떨어지기 전에 보석을 부시면 된다 이거지?"
테이티 아베노가 아르센의 질문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시간이 얼마 없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아르센이 벨제불을 향해 뛰었다. 뒤따라 블루윈드 기사단이 달린다.
지켜보던 다리우스가 늑대에 올라탔다. 거대한 도끼를 든채였다.
"어차피 죽이지 못하면 우리가 전부 죽는다. 전군! 돌격하라!"
그러자 하늘을 보며 공포에 떨던 병사들의 눈에 악기가 맴돌았다. 저 마왕을 죽이지 못하면 어차피 죽는 목숨.
우와아아아─!
사그라 들었던 함성소리가 사방에 다시 한 번 울렸다.
"북을 울려라!"
가장 후방에 있던 고수들이 거대한 북을 강하게 치기 시작한다.
둥! 둥! 둥! 둥!
그와 함께 망연자실하던 다른 신호병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우우우우─!
뿔피리와 고동이 함께 울린다. 벨제불에게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아이조드였다. 품에서 날카로운 대거를 꺼내 벨제불을 향해 날렸다.
[그래! 좋다! 버러지들아! 다 함께 죽음을 맞이하거라!]
대거를 손등으로 쳐내고는 손바닥을 펼쳐 아이조드를 노렸다. 마법진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전기가 뿜어져 나온다.
지지직!
아이조드가 오러를 뭉쳐 그대로 전기를 내려친다. 허나 힘의 차이가 분명했던지라 그대로 퉁겨져 나갔고 뒤따른 단원들 수십여명이 전기 마법의 연계 공격에 나가떨어져 버렸다. 그 반대편에서 용병왕 유레로가 다리를 타고 올라선다. 허나 밟은 벨제불의 몸에서 빛과 함께 폭파하며 수십여명의 용병들이 나가떨어진다.
마치 개미떼가 거대한 동물에 달려들 듯이 꾸물꾸물 달라붙었다.
메테오가 빠른 속도로 어느새 대기권을 뚫고 있었다. 메테오의 속도라면 수 분 안에 도착할 것이다. 테이티 아베노는 그 사이에 마법사들을 모아 거대한 마법 방어진을 형성했다.
"앱솔루트 실드(Absolute Shild)!"
허공에 여러 겹의 막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생성되었다. 엄청난 크기와 넓이의 방어막.
그 사이에 아르센을 위시한 나머지 병사들이 벨제불을 일제히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터운 갑옷 때문에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상처하나 나지 않았다.
오러가 뿜어져 나와야 겨우 상처를 줄뿐이었다. 게다가 일부러 보석을 방어하는지 보석 앞에 작은 마법진 수십여개가 가로막고 있었다.
쩌저적!
아르센의 일격이 정확히 들어갔으나 겹쳐진 마법방어진 몇 겹을 부시는데 그쳤다.
파창~!
그때 청량한 음이 하늘에서 들렸다. 시선이 일시적으로 하늘에 몰렸다. 메테오가 첫 번째 방어막을 뚫은 것이다. 속도를 줄이지는 못했다. 아르센이 입술을 꽉 깨물며 마법진을 향해 한 번더 검을 휘두른다.
"소드 캐논(Sword Cannon)!"
어깨를 뒤로 뺐다가 마치 대포처럼 앞으로 뻗자 마법진이 산산조각나며 길을 허용했다.
[눈에 띄눈구나, 버러지.]
살짝 몸을 틀자 보석의 위치가 바껴버렸다.
푹!
허나 그 힘은 살아있어 보석의 옆에 검이 들어가 박혔다. 아까까지만 해도 뻑뻑하던 피부가 연해진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크흠…….]
고통에 인상을 찌푸린다. 특히 오러를 다루는 기사들이 붙어 공격하다보니 상처가 상상 이상으로 불어났다. 소환되자마자 2기사단과 맞붙고나서 곧바로 아르센 일행을 마주하니 소환되어 중간계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힘이 빠지는 것이다.
[훕.]
벨제불이 숨을 들이마시는가 싶더니 이내 발을 내려찍는다.
쿠우웅!
땅이 울림과 함께 엄청난 풍압이 발에서부터 뻗어나와 붙어있던 병력들을 전부다 날려버렸다. 아르센 만이 홀로 버티고 있었다. 커다란 덩치에 맞지 않게 빠른 속도로 손을 뻗어 아르센을 노린다. 마법진이 팔뚝 주변에 여덟개가 형성되더니 그곳에서 각기다른 속성의 마법구가 아르센을 노렸다.
아르센은 뒤로 물러나기보다 오히려 앞으로 따라 붙었다.
파창~!
다시 한 번더 하늘에서 청량한 음이 들렸다. 실드 하나가 또 깨진 것이다.
퍼퍼펑!
곧이어 마법구들이 땅에 부딪히며 굉음을 냈다. 아르센은 팔뚝을 타고 그대로 뛰어 올라간다.
"롤링 크러시(Rolling Crush)!"
어깨죽지에서 보석방향으로 검을 찔러넣는다. 숭모근에 박힌 검에서 칼날바람이 벨제불의 목과 어깨를 갈기갈기 찢어났다. 드디어 상처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절대 뚫리지 않을 것 같던 갑피가 갈라지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와아아아─!
풍압에 날라갔던 병력들이 다시 한 번 달려온다.
벨제불이 다른 한 손으로 아르센을 붙잡고 날려버렸다. 아르센이 허공에서 중심을 다 잡으며 땅에 겨우 착지했다.
파창~!
아르센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쿠구구.
대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메테오가 가까워오고 있는 것이다. 뒤를 돌아보니 테이티 아베노와 수십명의 마법사가 계속해서 주문을 영창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드 하나가 깨질때마다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마법사가 무더기로 나왔다. 그만큼 온힘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남은 실드의 수는 겨우 4개.
아르센이 벨제불을 향해 뛰었다. 보석만이 아르센의 눈에 들어왔다.
파창~
달려가려는 순간 하늘에서 실드가 부셔지는 소리가 들렸다. 메테오의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단장님……."
그때 옆에서 아이조드가 뛰어왔다.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
아르센이 멈춰섰다. 어느새 1기사단원들이 자신의 주변에 몰려있는 탓이다.
"다른 단장님들하고 이야기는 끝냈습니다. 저희는 돌아가지 않아도 좋습니다."
"……."
"약점은 저 목 아래에 있는 보석이라 들었습니다. 저희가……, 미끼가 되겠습니다."
아이조드의 말에 아르센이 말 없이 단원들을 바라봤다.
"걱정 마십시오. 저희가 길을 뚫겠습니다."
아이조드가 앞장선다. 아르센이 뒤따랐다. 많은 숫자의 병력들이 아직도 벨제불을 공격하고 있었다. 벨제불이 한 번 공격할때마다 일반 병사들은 수십명씩 죽어갔고 블루윈드 기사단 역시도 치명상을 입고 있었다.
샤르피와 Hooke가 뛰어오는 아르센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칼리엄을 위하여!"
"칼리엄을 위하여!"
그러자 3기사단과 5기사단이 따라 복창한다.
─칼리엄을 위하여!
웅후한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졌다. 두 개의 기사단이 온 힘을 다해 오러를 뿜어내며 벨제불의 양팔에 달라붙어 검을 쑤셔박는다.
파창!
2개 밖에 남지 않은 실드 중 하나가 깨졌다. 마법사들은 전부 쓰러지고 오로지 한 명, 테이티 아베노만이 남아 마지막 하나 남은 실드를 유지시키고 있었다.
한 편 벨제불은 두 팔에 수 백여개의 검이 박히자 모기를 털어내듯 두 팔을 비볐다.
"끄아악!"
"끄으으으!"
"커허억!
숨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십 수명의 기사들이 뭉개져 피를 흘리며 땅에 떨어져내렸다. 하지만 대기하고 있던 다른 단원들이 더 붙었다. 허공에 수십여개의 마법진이 나타나 괴수들이 튀어나와 기사들을 잡아삼켜도 그들은 끝까지 잡은 검을 놓지 않았다.
[빌어먹을 것들이!]
"아이스 크레센트(Ice Crescent)!"
벨제불이 화를 내는 순간 머리 위에서 미소가 나타났다. 냉기가 서린 오러가 벨제불의 뒤통수를 노렸다.
콰쾅!
굉음과 동시에 4기사단원들이 등과 머리쪽에 달라붙어 오러가 씌인 검을 박아넣었다. 그 모습을 본 페르모르그가 대지의 기사단을 이끌고 내달렸다.
"그렇군! 모두 꼼짝 못하게 벨제불의 온 몸에 검을 박아라! 안 박혀도 박는 것이야!"
테이티 아베노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의수로 검을 쥐고 엄청난 힘으로 다리쪽에 검을 박아넣었다.
콰직, 콰직!
퉁겨져 나가는게 더 많았지만 들어간 검은 절대 놓지 않고 버텼다. 힘이 극도로 약해져 있는 벨제불은 더 이상 저항을 하지 못하고 하늘을 봤다. 메테오의 열기가 온 땅을 후끈하게 만들고 있었다.
[크흐흐, 어차피 너희는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 크흐흐흐!]
보석 앞에 수 십여개의 마법진이 더 만들어졌다. 벨제불도 아는 것이다. 절대 보석만 깨지지 않으면 되었다.
반대로 그것을 아는 병력들이 벨제불의 온 몸에 달라붙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 함이었다.
아이조드가 마법진을 향해 뛰었다.
"롤링 크러시(Rolling Crush)!
마법진 여러개가 동시에 깨졌으나 온 힘을 마법진에 쏟아부은지라 전부 뚫지는 못했다. 뒤이어 달려온 기사단원들의 힘으로 깨냈다.
창! 콰칭!
단원들의 힘 덕분에 다시 여러개의 마법진이 깨지자 마법진에 가려 보이지 않던 보석이 눈에 들어왔다. 아르센이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타타타탓!
달리는 속도를 더욱 높였다. 검이 진동할 정도의 엄청난 힘이 집중되었다. 오러가 중첩되다 보니 푸른색의 오러가 진한 파랑으로 짙어졌다.
"흐랴하아!"
검이 바로 마법진을 꿰뚫었다.
파차차차창!
파창~!
마법진들이 깨지고 메테오를 막던 마지막 실드까지 동시에 깨졌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아르센의 검끝을 향했다. 이때만큼은 모두가 침묵했다. 메테오의 열기에 가만히 있음에도 땀이 비오듯 났다.
턱.
보석에 정확히 검이 닿았다. 허나 깨뜨리기에는 힘이 부족했는지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모두의 표정이 절망으로 물들어갔고 벨제불의 표정은 비웃음으로 가득찼다.
[거, 친구. 힘들어보이는구만.]
칼리엄 소드에 잠들어있는 에고, 로드레스.
[롤링 크러시(Rolling Crush).]
그의 목소리가 아르센의 귓가에만 들렸다. 오러가 사라진 검에 빠른속도로 오러가 뭉쳐 회전을 시작하더니 드릴처럼 보석을 뚫었다.
카가가각!
파창!
보석에 금이가며 가루처럼 흩어졌다.
[……아.]
벨제불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화아악!
엄청난 바람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벨제불의 몸 안에서 빛이나는가 싶더니 빠른 속도로 재로 변해 사라졌고 그 안에 한 명의 나체로 된 여자가 있었다. 그리고 땅과 부딪히기 직전에 메테오 역시 재로 변해 모래처럼 바닥에 흩날렸다.
…….
사방이 침묵으로 고요했다. 그리고 잠시 후.
와아아아─!
마왕이 죽었다는 것을 확인했음인가 엄청난 환호성이 전장을 가득메웠다.
============================ 작품 후기 ============================
shwk님 그렇죠ㅎㅎ 그래서 일부러 조금 오래썼어요^^
갓파촌장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힘이나는것같아요^^
달의소리님 항상 감사드립니다ㅎㅎㅎㅎ
유레로님 ㅋㅋㅋㅋㅋㅋ아무래도 마지막 보스니까요ㅋㅋㅋ 그래도 이제 끝났네요^^
sgasl님 넵^^ 이제 끝이 보입니다^^
dkssid00님 ㅋㅋㅋㅋ저도 한 번 첫코 먹어보고 싶어서ㅎㅎㅎ
DaysofDoom님 그렇죠ㅎㅎㅎ 황녀는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잉여니트인간님 ....;;;; 죄송합니다ㅠㅠ 제가 몰라뵙습니다.. 실례지만 알려주시면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