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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3편 - 영웅들.
아르센의 진지한 모습조차도 벨제불에게는 어린 아이의 장난과 같았다. 그만큼 인간과 마족이라는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인간. 그게 너가 가진 힘의 전부이더냐. 인간 치고는 제법 강하구나."
"……."
대꾸를 하는 대신 검을 휘둘러 벨제불의 머리를 노렸다. 아무래도 높이가 있다보니 자연스레 허공에 붕 뜨게 되었다. 아르센을 노리는 듯 허공에 마법진이 형성되고 예의 그 괴수가 튀어나왔다.
턱.
아르센이 그 괴수의 머리를 밟고 오히려 더 빠르게 도약했다.
"리버스(Reverse)."
순간 허공에 마나가 장악되었다. 다른 짓을 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벨제불이 가소롭다는 듯이 두 날개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그러자 그물이 생선을 덮치듯이 허공을 메운다.
쇄애애액!
아르센의 검은 그 뼈들을 향해 휘둘러진다.
스카카칵!
쇠가 긁히는 소리와 함께 날개가 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아르센은 날아가는 날개를 밟고 벨제불의 눈 앞에 섰다. 벨제불은 의외라는 듯이 살며시 미소를 띄웠다.
"웃는 것도 지금 뿐이다."
검이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움직여 벨제불의 인중을 노린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검이 눈 앞에서 멈춰선다. 안보이는 막이 막고 있는 것이다.
"나는 마왕이다."
그 말과 함께 엄청난 압력이 아르센을 덮쳤다.
"지금 네가 느끼고 있는 것이 마계의 중력이다. 이런 것 하나 버티지도 못하는 것이 마족들을 이길 수 있다고 논하는가."
확실히 엄청난 중력이었다. 땅에 떨어진 아르센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별 것도 없군."
아르센이 이죽였다. 아직도 눈에 크리프와 단원들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절대 이곳에서 쓰러질 수는 없는 것이다. 벨제불이 가만히 지켜보다가 이내 두 손을 들더니 땅을 향해 내리꽂았다.
쿠우웅!
아르센이 검을 들어 막았으나 몸통이 땅에 박혀들어갔다. 벨제불이 손을 들자 그 자리에서 거대한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헬 파이어(Hell Fire)."
마법진 중앙에 주황빛과 새빨간 빛이 섞인 불덩어리가 몸을 불려갔다. 땅에 박힌 아르센에게 엄청난 열기가 느껴진다.
"죽어라. 나머지 놈들도 천천히 죽여주마."
벨제불은 이미 죽었을거라 생각했는지 고개를 돌려 다른 단원들을 바라봤다. 어느새 단원들은 이종족들을 둘러싼 마족들을 몰아내고 중앙으로 천천히 다가오고있었다.
"아무리 우리들의 힘이 약해졌다고 한들 이렇게까지 허약해졌다니."
벨제불이 탄식을 금하지 못했다. 마계였다면 수 분도 되지 않아 전부 전멸했을 것이다. 특히나 이종족들 중에서도 정령들의 활약이 눈이 부셨다. 정령왕은 제약상 중간계의 일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계약이 되어 있었다. 만약 마계가 열리지 않았다면 중간계로 넘어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엘라임 녀석."
물의 정령왕 엘라임은 직접적인 공격대신 하급 정령들이 죽지 않도록 보조적인 역활만 하고 있었는데 그 힘이 강력하여 마족들이 우수수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그런 정령왕을 향해 벨제불의 발걸음이 움직였다.
"어딜 가려고……."
거대한 크레이터. 그 안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아르센. 헬 파이어에서도 살아남은 것이다.
"음? 살아있었나."
"……등불보다도 약하구나."
"호……."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버러지보다도 못한 존재가 자신을 약올리니 기분이 언짢았다.
"장난도 거기까지다. 중간계에 오랜만에 내려와 놀아주었더니 인간이란 종족이 이렇게 오만방자해졌구나."
눈의 기세가 바꼈다. 전장터 전체에 중압감이 내려앉았다. 그러자 엘프들과 드워프, 반마족과 정령들의 몸에 오한이 서렸다.
피어(fear).
그것이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다.
"좆이나 까잡숴."
아르센이 벨제불을 향해 검을 찔렀다. 엄청난 스피드.
"하프 문 나이프(Half Moon Knife)!"
반달 모양의 오러가 날아갔다. 벨제불은 손을 들어가 가볍게 퉁겨내자 그대로 날아간 스킬이 마족들 사이에 떨어져 수십여마리의 마족들이 역소환 되어버렸다.
"소드 캐논(Sword Cannon)."
그 틈에 가까이 다가간 아르센의 검에 오러 블레이드가 중첩되어 주황빛을 띄었다.
콰앙!
마치 대포가 쏘아지는 것처럼 쏘아져 다리를 강타했다. 엄청난 파괴력. 오러 블레이드가 중첩되어 있던지라 아무리 마왕이라 하더라도 다리를 막던 방어막이 깨지며 뼈에 박혀들어갔다. 그 상태에서 스킬을 이었다.
"롤링 크러시(Rolling Crush)."
박힌 상태에서 마나가 몰리고 오러 블레이드가 회전하자 검 주변의 뼈들까지 산산조각이나기 시작했다.
키이이잉!
엄청난 스피드. 그 상태로 위로 쳐 올리며 마나의 제어를 풀자 엄청난 파괴력의 오러들이 회전하며 오른 다리를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퍼석.
몸의 중심을 잃은 벨제불이 땅을 향해 내려꽂힌다.
"크흐흐흐. 정말 네 놈이 죽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구나."
벨제불의 말이 끝나면서 훼손되었던 날개와 다리가 정상복구 되었다. 아무리 부셔도 다시 원상복구가 되는 것이다. 땅이 볼록 튀어나온다. 섬뜩한 느낌에 뒤로 물러나는 아르센.
─크아아악!
땅에서 굵직한 뱀 수십여마리가 튀어나오는데 그 머리가 공룡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아르센이 뒤로 물러나며 검을 휘두르자 오러가 뿜어져 나가 뱀들의 머리를 잘라내었다.
"단장님! 전부 모였습니다."
뒤로 물러나니 기사단이 이종족들을 데리고 전부 모여있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벨제불을 쳐다보고 있었다. 십여만의 마계종족들이 포위하고 있었다. 이종족들의 수를 합쳐봐도 2만이 채 되지 않았다. 종족들의 특성상 소수의 병력이 엄청난 힘을 내는 소수정병의 특성을 지닌 종족이기 때문이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자멸하겠구나."
하늘에서는 끊임없이 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아군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 쓰러질 것이다.
"……."
"……."
엘프들과 드워프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들도 생각한 것이다. 아무리 대의를 위해 모였다하나 적은 마왕과 마계 전체였다. 자신들이 이길 수 있을리 만무했다.
"흥, 이곳에는 겁쟁이들만 모였나보군."
베메타가 건틀렛에 묻은 잿가루를 털어내며 앞에선다.
"아르센. 네 놈은 절대 잊지 못한다. 이 전쟁이 끝나면 바겐타 족장님의 복수를 해주마."
"……."
아르센이 말 없이 베메타를 쳐다본다. 그러자 후판이 어깨를 으쓱했다.
"어휴, 정말 약골들만 모였구만유. 우리네 한테 진것만 해도 이곳에 낄 자리가 아닌디 말이여."
후판의 말에 베메타가 으르렁 거린다. 아르센이 손을 들었다.
"후판, 그만해라. 전부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모인 것 아니냐. 우리가 죽기 전에 벨제불의 목을 친다."
아르센의 눈이 벨제불을 향했다. 벨제불은 뒤로 물러난채 느긋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음……?"
순간 아르센의 눈길에 무언가가 발견되었다.
"그렇군. 벨제불 역시 온 힘을 다하고 있었구나."
"네?"
모두의 이목이 아르센을 향했다.
"보면 모르겠느냐. 날개가 온전치 못하다. 분명 제대로 복구하지 못한 탓. 게다가 다리 역시 곳곳에 금이 가있고 하늘에 열려있던 차원계 역시 아까보다 반이나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벨제불의 힘 역시 그만큼 약해졌다는 반증이다."
"……."
벨제불을 보니 곳곳에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게다가 크리프가 마지막에 데미지를 준 것이 컸는지 큰 기술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원래의 힘을 제대로 갖고 있었다면 더 큰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인간."
엘프의 우두머리가 앞으로 나선다.
"마계의 괴물들의 숫자가 10만에 가깝네. 이미 고립된 상황이야. 마왕을 향해 가기도 전에 분명 큰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하네. 도착한다 한들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무슨 작전이라도 있나."
그의 말에 아르센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앞으로 걸어가 크리프가 꽂아 놓은 깃발 아래에 섰다.
"댁들은 내가 부른게 아니니 그냥 여기서 버티기나 하시오. 마왕은……, 우리가 처리하겠소. 기사단 전원은 마왕까지 길을 뚫는다."
그러자 기사들 전원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충!"
"충!"
"충!"
그 모습에 엘프들이 기가 질린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다. 반면에 반마족과 드워프가 각자의 무기를 들었다.
"빌어먹을 인간놈들. 마왕의 대갈통을 부시는 것은 우리, 대 쿠르비크족의 일이다. 방해나 하지말도록."
"……드워프들 앞에서 허세가 다들 심하구먼. 우리는 키가 작아서 죽이지는 못하지만 길을 뚫어주마."
거대한 망치가 빛을 발한다. 이들은 이미 이곳에서 죽을 각오를 한 자들이었다. 그렇지만 너무 숫자가 많았다.
"기사단은 준비하라."
다시 한 번 기사단이 진형을 맞추었다. 그리고 맨 앞에 드워프들이 섰다. 쿠르비크족들이 땅에 두 팔을 딛고서 마족화를 시전하자 단단한 회색피부와 날카로운 이빨이 만들어진다.
─그르릉.
엘프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활을 들었다.
"우리는 저 무식한 인간들의 길을 뚫어주겠다. 전원 조준하라."
전투중에 많이 다쳤음에도 기계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면을 향해 조준했다. 그 겉에는 마족들과 마수들을 막고 있는 정령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둥! 둥! 둥! 둥!
그때 들리는 북소리. 이 북소리는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벨제불과 마족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움직였다. 10만의 병력이 종족 연합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척! 척! 척! 척!
정확하게 들리는 찰갑의 소리.
"이 소리는……."
분지 안에 있었기에 소리만이 들려왔다.
─캬아오!
─크르르르!
마족들과 마수들의 이목이 서쪽으로 옮겨간다.
"도대체 누가……."
의문을 가진 것은 벨제불 역시 마찬가지. 힘이 극도로 약해져 있었기에 다가오는 것조차 못느낀 것이다.
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북소리보다 더 빠르게 가까워진다.
서걱! 스걱!
마족들과 마수들을 뚫고 일단의 무리가 분지 위에 당당하게 섰다.
"아르센 왕국의 레드 드래곤 기사단의 단장! 베스토니카! 레드 드래곤 기사단을 이끌고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붉은색의 갑주를 입은 기사단. 분명 예전에 네그얼 성 전투 때에 제론 왕국의 기사단을 받아들였던 기억이 있었다. 기사 수천과 그 옆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르센 님. 힘들어 보이십니다."
페르모르그가 미소를 띈채 나타났다. 대지의 기사단과 함께 말이다.
"폐루님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벨렌시아 역시 기마대를 이끌고 가장 먼저 도착했다.
둥! 둥! 둥! 둥!
북소리가 어느새 가까워졌다. 기마들 사이로 한 사람이 나타났다.
"아르센 전하, 용병들 고용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오늘은 특별히 공짜로 고용이 가능한데 말이죠."
유레로 용병 수 만을 대동한채 분지 위를 감쌌다. 마족들과 마수들은 그 숫자에 한 곳으로 몰리고 있었다.
둥! 둥! 둥! 둥!
그리고 북소리가 바로 앞까지 들렸다.
쿵!
거대한 도끼가 바닥에 찍힌다.
"저것이 마왕 벨제불인가. 먼저 가서 죽인다는 말은 조금 무리였나보오, 아르센 공."
북방의 다리우스. 그가 커다란 도끼를 땅에 찍은채 병력을 이끌고 왔다. 옆에 뒤늦게 합류한 파이예른 자작과 제노니아 쿠른 백작이 함께하고 있었다.
"총 병력 18만. 이 정도면 어찌 전투가 되겠소?"
모든 병력이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으느라 힘들었네."
테이티 아베노. 늙은 마법사가 로브를 입은채 땅으로 서서히 내려왔다.
"드디어 모든 영웅들이 이 자리에 모이니 참으로 기쁘기 그지없소. 마왕 벨제불……. 드디어 그 추악한 모습을 드러냈구나."
벨제불이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버러지들의 숫자가 제법 되는구나."
말은 그렇게 했으나 그 숫자가 제법 많아 당황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저 대병력을 올 동안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힘이 많이 약해졌구나, 벨제불.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못느끼고 있었다니 말이야."
"어림 없는 소리. 버러지가 오는데 그것 하나 모를 줄 아느냐."
벨제불의 반론에도 오히려 테이티 아베노는 은은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마왕이 거짓을 하다니 신기하구려. 내가 쓰는 사일런트와 알람 마법조차 느끼지 못해 아무런 반응도 없었소. 북은 한 시간이 넘게 치고 있었지. 오늘 소환되자마자 마계로 돌아가야겠소이다."
그의 말에 벨제불이 대답 대신에 손을 들었다.
"인간이란 종족이 어느새 이리도 오만방자해졌는가. 죽어라."
허공에 수십여개의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디스펠(Dispel)."
마법진이 그대로 사라졌다. 아르센이 검을 집어든채 말에 올라탄다. 기사단 전원 역시 아르센을 따라 검을 강하게 쥐었다.
"원래 그런거 없어도 내가 이겼다."
아르센이 말의 허리를 강하게 친다.
"가자."
"충!"
"충!"
"충!"
아르센의 뒤를 이어 반마족들이 빠르게 뒤쫓았고 분지 위에 있던 기사단들과 기마부대가 그 수를 더했다. 다리우스가 도끼를 크게 들고 소리쳤다.
"아르센을 따르라!"
그의 소리가 웅후하여 사방에 울려퍼졌다. 그러자 18만의 대병력이 파도처럼 마족들과 마수들의 목을 베며 마왕 벨제불을 향해 달려갔다.
도시국가 지역에 있는 모든 영웅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 작품 후기 ============================
잉여니트인간님 대한태제 때부터 계셨다면... 누구시죠..ㅠㅠ
infe님 읭...;; 끝까지 지켜보시면 왜 그런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호로화님 넵... 많이 죽긴 했어도 많이 살았잖아요^^
가족의힘님 이번편에야 다 모였네요^^
달의소리님 아르센은 사랑입니다ㅋㅋㅋㅋ
DaysofDoom님 그 부분까지 이미 옛날에 생각을 끝냈습니다ㅎㅎ 나중에 보시면 아실 것 같아요^^
갓파촌장님 감사합니다^^
유레로님 아무래도 작가인 제가 깜빡잊어서리...;;
dkssid00님 안보이시더라구요ㅠㅠ 깃발 아래서 끝나면 모임가져서 술 한잔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ㅋㅋㅋㅋㅋ
앞을님 ㅎㅎ댓글은 항상 힘이 된답니다ㅎㅎ
eminem팬님 ㅋㅋㅋㅋㅋ저도 영지물 제국물 진짜 좋아해서ㅎㅎㅎ
gigawifi님 저두 영지물 진짜 좋아하거든요ㅋㅋ 근데 조아라에 영지물이 별로 없어서 찾아 읽기가 쉽지 않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