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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아래서-167화 (167/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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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3편 - 영웅들.

그런 아르센을 보며 벨제불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나를 설마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가?"

"……."

아르센은 말 없이 검을 고쳐잡고 벨제불의 약점을 파헤치는데 여념이 없었다.

쾅!

그때 적막을 깨고 누군가가 벨제불에게 일격을 가했다. 아르센이 놀라 위를 쳐다본다.

"단장님! 그렇게 걱정만 해서 이 녀석을 이길 수 없습니다!"

에릭센이 눈을 가린 흰 띠를 펄럭이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크리프 단장을 죽인 죄. 가장 친분이 있는 아르센 단장님이 피가 끓는 듯한 화가 나는 것은 이해하지만……."

에릭센이 말을 하는 도중 이번엔 밑에서 굉음이 나왔다. 4기사단 부단장인 후판이었다. 그의 두 눈이 붉게 충혈 된 걸로 보아 버서커 모드가 활성중인 걸로 보였다.

"우리 역시……, 블루 윈드……, 기사단입니다."

가장 패도적이고 가장 공격적인 에릭센과 후판의 공격에 벨제불이 귀찮다는 듯이 팔을 휘젓는다. 둘의 공격력은 기사단 중 독보적으로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복수를 하더라도 저희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횻."

미소가 아르센 옆에 선다. 다른 이들 역시 진형을 만들며 벨제불을 감싸 고립 시켰다. 그들의 검에는 오러 블레이드가 타오르고 있었고 주변의 마족들과 마수들이 다른 이종족에게 쏠려 있었기에 그들의 공격이 약간이나마 느슨해졌다.

"그래, 덤비거라. 거머리가 따로 없구나. 버러지들이 아무리 수 없이 몰린다해도 버러지는 버러지."

벨제불의 손이 휘둘러지자 순식간에 돌풍이 불었다.

지지직.

허공에 마찰이 일어나며 전기가 형성되었고 돌풍과 함께 기사단을 향해 내려 꽂혔다. 아르센은 옆에 와준 단원들을 보며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띄웠다가 지운다.

"단원들은 대항마법을 가동시켜라!"

"충!"

"충!"

연푸른빛의 갑주가 은은한 빛을 발한다. 블루윈드 기사단은 칼리엄 제국 3대 기사단 중 하나이다. 그 갑옷 하나하나에 대마법방어진이 설치되어있었다.

우우웅!

전기가 기사단을 향해 내려꽂혔다. 약간의 고통과 함께 그대로 스킵되어 사라진다. 벨제불이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절대 이 지역에서 나올 수 없는 갑옷들일 터. 아까의 그 버러지 역시도 이상한 것을 가지고 있었지. 너희들도……. 차원이동이 된 것인가보구나."

"거~, 시끄럽구만."

에릭센이 검에 오러 블레이드가 뭉쳐 압축되기 시작했다.

"둠 브레이크(Doom Break)."

벨제불의 발 앞에 강하게 내려찍는다. 주변의 단원들이 뒤로 물러났다. 커다란 파괴음과 함께 먼지가 피어오른다. 아르센이 바로 공격할 채비를 갖춘다.

먼지가 가라앉는다.

주륵.

공격을 가했던 에릭센의 허공에 붕뜬상태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툭.

그리고 왼팔이 잘려 땅에 떨어졌다. 그 엄청난 파괴력에도 멀쩡한 것이다. 그저 피부만 조금의 생채기가 생겼지만 그것도 수 초만에 사라지고 원상복귀되었다. 아르센과 단원들이 침음성을 흘린다.

"이게 공격의 전부인가."

마왕이라는 이름. 그것이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다. 순간 땅이 갈라지며 그 안에서 용암이 솟구쳤다.

"끄아악!"

"꺽!"

맞은편에서 정통으로 맞은 단원들이 그대로 녹으며 쓰러진다. 아르센이 벨제불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캐스캐이드 브레이크(Cascade Break)!"

폭포가 내려치듯 단계적으로 오러 블레이드가 벨제불을 향해 날아간다. 그 오러를 따라 아르센이 달렸다. 오러 블레이드는 그대로 벨제불을 정통으로 가격했다.

쿠웅.

뒤이어 이어진 오러 블레이드는 벨제불의 몸통을 정확히 공격했다. 하지만 베이지 않고 살짝 긁히는 정도에 그쳤다. 중간계로 내려오고 크리프에 의해 힘이 반이나 깎였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이기기에는 너무나도 강력한 힘을 지니었다.

에릭센의 입에서 피가 울컥하고 튀어나왔다.

"커억!"

"그래도 제법 강한 힘을 가졌구나."

허공에 뜬 에릭센이 저 멀리 날아가 땅에 처박힌다. 잘려진 어깨와 입에서 피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주변에 있던 단원들이 달려와 포션을 붓고 지혈을 시작했다. 한 편 벨제불은 밑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르센 역시 벨제불을 쳐다본다.

"크큭."

기괴한 웃음 소리.

"주변을 보아라. 너희에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주변은 마족들과 마수들이 가득 메웠고 어느새 엘프들과 드워프들, 반마족들이 고립되어 있었다.

"좀 더 싸워라, 좀 더 피를 흘려라, 좀 더 죽어나가거라. 인간들! 너희들이 바란 것이 이런 것이 아니냐."

"……."

아르센이 강하게 내려찍었다. 허벅지 쪽에 전부 다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검끝이 들어갔고 상처 부분이 주황빛으로 빛나며 허공에 흩뿌려졌다.

"이게 고통이란 것이었지.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통이다."

벨제불이 웃으며 손을 뻗자 아르센의 몸이 공중에 붕 떠진다.

"리버스(Reverse)."

붕 뜨던 몸이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아르센이 뒤를 본다. 에릭센이 고통에 인상을 쓰고 있었지만 죽을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반드시 너 만큼은 죽여주마."

"죽여봐라. 죽어보고 싶구나. 오랜만에."

마치 속삭이는 듯한 말에 아르센이 미간을 찌푸렸다.

"롤링 크러시(Rolling Crush)."

크리프가 펼쳤던 롤링 크러시와는 전혀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엄청난 회전력.

키이이잉─!

날카로운 음성이 귀를 아프게했다.

"……블루윈드 기사단을 건든건 너의 실수다."

벨제불의 복부에 그대로 찔러 넣었다. 오러 블레이드만 씌여져 있을 때에는 뚫리지 않던 피부가 엄청난 상처와 함께 드릴처럼 뚫려 들어갔다.

카가각!

그대로 꽂아 넣고 마나의 제어를 풀자 마나의 칼날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벨제불의 몸 속 안을 갈기갈기 찢었다. 벨제불의 동공이 크게 띄어진다. 설마 이렇게 강력한 공격력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크흐흐흐."

그럼에도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 이게 고통이었지! 그래! 이게 고통이었어!"

말과 함께 온몸에서 강풍이 불었다. 검과 함께 아르센이 뒤로 날아갔다.

"크윽!"

"그래! 오랜만에 아주 나쁜 기억이 떠올랐어!"

강풍과 함께 마왕 벨제불의 몸에 변화가 생겼다. 황녀의 몸을 매개체로한 소환이었기에 인간의 모습을 어느정도는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풍과 함께 몸이 불타올르는가 싶더니 이내 괴물의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온 몸이 계속해서 불타오르고 있었고 뼈로만 이루어져 있었는데 팔이 여섯개였고 날개가 좀 더 날카로워졌다.

"……후아. 그래, 아직 완전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중간계에서 지내기에 나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는 않겠구나."

"공격할 곳이 더 많아져서 쉽겠군."

아르센이 말을 전부 듣지 않고 그대로 달려들었다. 연속해서 수십번의 공격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제대로 들어가는 공격이 없었다. 이어 아이조드와 다른 단장들과 부단장들까지 합류해 합공했지만 데미지가 전부 박히지 않고 흘러갔다.

"버러지들이! 아주 발악을 하는구나!"

뼈만 남은 손으로 땅을 내려찍는다. 그러자 허공에 수 백여개의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마법진의 크기가 성인보다 컸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기존의 괴수보다 괴상한 것이 튀어나왔다.

─키아아악!

─캬아오!

눈이 없고 흐물흐물한 모습. 입만 있어 날카로움을 뽐냈다.

"컨티뉴위슬리 블레이드(Continuously Blade)!"

후판이 검을 휘두르자 잔상이 남아 마치 그 자리에 있는 듯 했다. 그의 검이 나오는 괴수들의 목을 연속해서 잘라버렸다. 문제는 그 수가 너무 많다는데 있었다. 다른 단원들 역시 괴수들을 공격했지만 무엇 때문인지 오러가 오히려 퉁겨져 나왔다.

콰직!

순식간에 단원들의 몸이 잘려나가며 마법진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모습을 드러내거라, 나의 아가들아."

그러자 단원들이 빨려들어갔던 마법진 안에서 흐물거리던 괴수들이 뿜어져나왔다. 네 개의 발과 하나의 꼬리. 그러나 마법진에서 나오는 순간 온 몸에서 불이 붙었다. 근처에만 있어도 화상을 입을정도의 화력이었다. 괴수들이 순식간에 진형을 무너뜨렸다. 게다가 엘프들과 드워프, 반마족들은 그 수가 한계가 있었으나 마족들과 마수는 계속해서 하늘에서 뿜어져 나왔다.

"어떠냐!"

벨제불의 목소리가 사방에 퍼진다.

"이제 마족과 하찮은 중간계의 미물들의 차이를 알겠느냐! 크하하하하!"

목소리가 울렸다. 완전히 미친 것처럼 그는 이미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었다. 아르센이 눈을 잠시 감았다.

"다, 단장님!"

"단장님!"

아르센의 곁으로 몰려든다.

"일단……."

아르센의 눈이 떠졌다. 모두가 앞에 있었다.

"다른 이들을 모두 구하라. 엘프들과 드워프, 반마족까지 전부 모아라."

"……."

"……."

다들 아무 말이 없었다. 마왕이 있는데 지금 다른 이들을 구하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토달지는 않았다.

"충!"

"충!"

"충!"

단원들이 고개를 숙여 답을 했다. 모두가 말에 올라탄다.

"4기사단은 나를 따르라! 우리는 반마족으로 달린다!"

"충!"

"충!"

미소가 병력을 이끌고 북쪽으로 달렸다.

"우리는 엘프들에게 간다!"

"충!"

"충!"

샤르피가 3기사단을 이끌고 서쪽으로 내달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드워프겠구나."

5기사단은 동쪽으로 드워프를 구하러 출발했다. 이종족이 지금은 잘 버티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하는게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하찮은 몬스터가 아닌 하나하나가 강력한 마족들과 마수들이었기 때문이다.

제 자리에 남은 1기사단은 마왕 벨제불을 쳐다본다. 아르센이 검을 늘어뜨리고 걸어갔다.

저벅 저벅.

아르센의 눈은 오로지 한 곳. 벨제불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흐흐, 너희 전부가 덤벼도 나를 어찌하지 못했는데 지금 이 숫자로 나를 잡겠다고 덤비는 것이냐! 크흐흐, 어이없구나!"

"기사도(騎士道)."

[스킬 - 기사도를 사용하셨습니다.]

[공격속도가 4.5배 증가합니다.]

[공격력이 3.0배 증가합니다.]

[방어력이 12배 증가합니다.]

[HP가 25000증가합니다.]

아르센이 걸어가며 버프를 걸기 시작했다.

"나이트 필드, 기사 묵시록, 칼리엄의 위엄."

아르센의 몸에서 은은한 푸른빛이 짙은 푸른색으로 변했다. 서서히 미풍이 불기 시작한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했네요^^ 챕터 하나랑 에필로그 남았어요ㅋㅋ

플레리안님 다음에는 영지물로 갈까요? 흠... 제국물을 생각했었는데 말이죠ㅎㅎㅎ

제이스 올드윈님 넵ㅎㅎ 저도 그래서 이 글을 처음 시작했었어요ㅎㅎㅎ

가족의힘님 의외기는 하죱^^ 그래도 아직 전부가 모인 것은 아니랍니다^^

유레로님 헛... 댓글 보고 알았어요;; 다시가서 확인했어요ㅠㅠ 진짜 죄송합니다ㅠㅠ

속쫍이님 감사합니다^^

길리아님 네^^ 황녀인것을 모르죠. 오기전에 묵빛의 갑주가 덮어버렸고 아는 것은 2기사단인데 전멸했으니까요^^

달의소리님 읭;;; 빨라보이는게 싫으신거 같아서 좀 늦게 올렸습니다ㅎㅎ

갓파촌장님 정주행 하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반가워요ㅎㅎ

sgasl님 저는 해피엔딩을 너무나 좋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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