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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아래서-165화 (165/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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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2편 - 제 2기사단 전멸.

크리프가 다시 한 번 검을 꽉 쥐고 벨제불을 쳐다봤다.

"뭐, 잔챙이들이 너희들을 구하러 억지로 오고는 있는 것 같다만은 그 전에 너희들이 죽을 것 같구나."

벨제불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럼 내기 한 번 해볼까. 과연 단장님이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죽나."

"흠? 그래? 그럼 먼저 시작해볼까?"

손이 들리자 허공에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그러자 단원들이 긴장한채 몸을 웅크렸다. 지금까지 수 많은 전우들을 잡아간 그 마법진이 아닌가.

예상대로 마법진 안에서 괴수들이 튀어나와 기사들을 공격했다.

서걱!

뎅겅!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괴수들의 팔들이 잘려나갔다.

"대기하고 있다면 이런 것쯤은 별거 아니지."

그러나 예상을 했다는 듯이 벨제불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밑을 조심하는게 어때?"

땅에서 갑자기 흙으로 이루어진 창들이 솟아나 수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곧바로 마족들이 달려든다. 덩치가 족히 배는 될 법한 마족들이 마법을 시전하며 덤벼들자 이미 지칠대로 지친 단원들이 조금씩 피해를 보고 있었다.

크리프가 벨제불을 향해 덤벼든다.

"이런……."

벨제불이 손 쉽게 크리프의 단조로운 공격을 막아내며 비웃었다.

"좀 더 현란한 공격을 해보는게 어때."

"소드 캐논(Sword Cannon)!"

주황빛의 마나가 검에 뭉친다. 어깨를 뒤로 뺀 후에 벨제불을 향해 강하게 찔렀다.

후화아앙!

대기가 찢어지며 소리를 냈다. 벨제불 역시도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쾅!

하지만 벨제불의 눈 앞에서 막히며 스킬이 취소가 되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크리프가 몸체를 숙이며 좌에서 우로 검을 긋자 실선이 그어지며 벨제불이 잘렸다. 재가되어 사라진다. 크리프가 곧장 뒤로 물러섰다.

턱.

둔탁한 소리.

"뒤를 조심해야지."

어깨에 엄청난 중압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눈 앞에 생성되는 마법진.

─그어어어!

안에서 괴수가 입을 쩍 벌린채 솟아난다. 크리프를 삼키기 직전에 괴수가 멈췄다.

"단장님! 구해드리겠습니다."

단원 하나가 괴수의 목을 베고서 벨제불을 향해 오러가 씌인 검을 휘두른다.

"인간 치고는 제법 강하구나, 너희들."

검이 벨제불을 스치고 지나간다. 미세한 움직임만으로 검을 피한 것이다.

─키야오!

하늘에서 가고일 두 마리가 나타나 기사의 양 팔을 잡고 하늘로 올라가 양쪽으로 날아가자 몸이 찢기며 내장이 땅으로 떨어진다.

"젠장!"

그래도 덕분에 운신의 자유를 되찾은 크리프가 뒤를 돌아본다.

"아……."

기사단의 궤멸. 단 다섯명만이 남아 있었다. 마족들이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 툭툭 건드리며 간을 본다. 하지만 기사들에게는 하나 하나가 너무나도 강력한 공격들.

갑자기 아까 뚫렸던 복부가 다시 한 번 아파온다.

벨제불이 만든 어둠의 마나로 이루어진 칼날이 다시 한 번 꿰뚫었기 때문이다. 그 상태로 손을 들자 허공에 붕 들린다.

"커헉!"

입가에서 한 웅큼의 죽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이제 너희들과 나의 차이를 알겠느냐. 아무리 인간이 강하다 한들 인간은 인간이니라. 뭐 어차피 일 년 정도 이러고 있으면 천계에서 막으러 오겠지. 마치 영웅처럼 말이다."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닌 듯 벨제불은 여유로웠다.

"그나저나 흥미롭구나. 이 몸. 다른 차원의 여자인간인가. 호~. 다른 차원이라……."

황녀의 몸을 잠식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조차 조금씩 흡수되는 것 같았다.

"이번 일……, 네가 꾸민 것이냐."

"내가?"

크리프가 묻자 벨제불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이런 조잡한 일을 꾸몄을거라 생각하나? 이 모든 것은 너희 인간들이 꾸미지 않았느냐."

"……."

"아직도 모르겠느냐? 아까 죽은 릴리프. 그 놈이 이곳에 너희들을 부른 것이니라."

처음 듣는 말에 크리프가 인상을 쓴다.

"마왕을 소환하려면 그만한 매개체가 필요하지. 최고급 마나석 수 천개라던가 아니면 천 만명 정도의 산제물이라던가……."

벨제불이 손을 잡아 당기자 크리프의 몸이 그녀와 가까워졌다.

"그것도 아니면 다른 차원계의 사람이라던가. 다른 차원에서 온 만큼 그것을 매개체로 다른 차원 역시 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네."

"……."

이 모든 것이 인간이 꾸민 것이라니.

"이 목걸이가 보이나. 이것은 내가 옛날 고대전쟁때 흘리고 간 목걸이야. 총 두 개지. 마계에서만 나오는 최고급 마정석으로 만든거야.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지니지만 릴리프는 다른 차원에서 사람을 데려올 생각을 한 것 같더군. 이 목걸이와 다른 차원의 인간. 두 개가 합쳐지면?"

그러면서 벨제불이 웃었다.

"짜잔, 지금과 같이 우리가 소환되지. 제법 강한 네크로맨서였지만 내 제물에 불과해."

말을 하는 사이에 어느새 다섯 명의 남은 단원 역시 주검이 된채 차가운 바닥에 몸을 뉘였다. 벨제불은 재밌다는듯이 팔을 높게 들었다.

"커흑!"

"고통스럽나? 무섭나? 두렵나? 감정이란 것은 인간이 만든 쓸모 없는 쓰레기 아닌가? 마족들 역시 중간계에 소환되면서 감정이란 것을 일시적으로 갖게 되지."

크리프가 어둠의 마나로 이루어진 칼날을 잡는다. 장갑이 타들어가며 큰 고통을 주었다.

두두두두!

말발굽 소리.

"새로운 장난감이 왔나 보구나. 그만 죽어라."

벨제불이 남은 한 손에 마나를 집중시켜 청흑색의 칼날을 만들어냈다. 크리프를 올려다 보는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그가 웃고 있는 것이다. 방금까지도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에서 말이다.

"시발새끼야……. 좆 됐다고 복창해라."

푹!

마지막까지 말을 아끼던 크리프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흘러나왔다. 그와 동시에 심장을 꿰뚫는 손. 기묘한 느낌에 벨제불이 심장을 뚫은채로 잠시동안 가만히 있었다.

[홀리 퍼미에잇트(Holy Permeate)]

[시전자가 죽음으로써 완벽해지는 스킬.]

[흡수된 자의 능력과 종족에 상관 없이 모든 능력을 반으로 만드는 기술.]

[상대의 능력이 높을 수록 시전자의 레벨이 떨어진다.]

[레벨 다운.]

[레벨 다운.]

[레벨 다운.]

[레벨 다운.]

[레벨 다운.]

[레벨 다운.]

[레벨 다운.]

[레벨 다운.]

[레벨 다운.]

귓가에 들리는 마지막 알람음. 크리프의 마지막 시선이 언덕위에 서 있는 아르센의 모습이었다.

2기사단 단장, 크리프를 마지막으로 블루윈드 제 2기사단 전멸.

*                    *                      *

펄럭.

깃발이 바람에 나부낀다. 적막만이 사방을 감싸안았다. 분명 기괴스런 마수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건만 적막만이 느껴졌다. 아르센이 굳은채 분지의 중앙을 바라본다. 뒤 따라 달려온 에릭센과 아이조드 역시 몸을 굳힌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다그닥.

말발굽소리가 들렸다. 블루윈드 기사단 2천여명이 도착했다.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찢겨진 연푸른색의 갑주와 찢어진 시체, 그리고 칼날에 심장이 꿰뚫린 크리프였다.

"아……."

벨제불의 칼날이 빠지자 힘 없이 땅에 떨어지는 크리프.

쿵! 털썩.

아르센이 투구를 벗었다. 단원들이 하나 같이 멈췄다. 길을 내주던 드워프조차 이들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할 정도였다.

"제 2기사단은 대답하라! 푸른 바람의 기사단! 총단장! 아르센이 왔노라!"

마나를 잔뜩 실어 외치자 귀가 얼얼할 정도의 웅후한 목소리가 사방에 퍼졌다. 어지럽게 날아다니던 마족들과 마수들이 아르센을 쳐다본다.

기대했던 대답은 없었다. 다만 모두의 시선을 빼앗은 정도.

"네 놈의 이름은 무엇이냐."

벨제불을 정확히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벨제불은 인상을 찌푸린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인간 놈. 내 몸에 무슨 짓을……."

크리프가 남긴 스킬과 황녀가 몸에 지니고 있던 성스러운 반지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마왕의 몸을 강하게 공격했다. 마치 안에서 활화산이 끓는 듯한 느낌에 대답조차 못하는 것이다. 마계라면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할 터이지만 말이다.

드워프가 옆에 나란이 섰다.

"마왕 벨제불. 벨제불이로구만."

"……."

텅그랑.

투구를 바닥에 떨구고는 자세를 낮춘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 엄청난 기백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마치 전염병처럼 기사단 전체에 퍼져나갔다. 드워프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바로 옆에 있어서인가 엄청난 살기가 사방에 진동했다. 힘이 약한 드워프들이 심장을 부여잡았다. 그 만큼 버티기 힘들정도의 살기였다.

마수들은 근처에 다가오지도 못하고 주변으로 퍼져 흩어진다. 벨제불이 어느정도 안에 화를 다스렸는지 아르센을 쳐다본다.

"인간 쓰레기들이 더 온다 하더라도 나는 마왕이다. 네 녀석들이 이길……. 큿, 이길 수 없느니라."

손을 들자 기사단의 위에 마법진 수십여개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 안에서 괴수들이 입을 벌리며 단원들을 노렸다.

서걱.

허나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으나 괴수들의 몸이 조각나며 죽은 것이다. 드워프들이 깜짝 놀라 아르센을 쳐다본다.

화아아.

순간 등 뒤에서 밀려오는 시원한 작은 바람에 뒤를 돌아본다. 인간 기사들의 눈은 아르센의 등을 보고 있었다. 전장을 함께한 전우가 죽어 그들 역시 피가 끓는 고통을 느낄 터인데 참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온 몸으로 마나를 뿜어내고 있었다. 특히 창과 검에 서린 오러들이 그 분노를 짐작케했다.

"……오, 온 몸에 오러가……."

넘실거리다가 이내 한 겹 두 겹 쌓이듯 오러가 쌓였다. 2천여명 전체가 오러 블레이드가 생성되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진기한 현상에 드워프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푸른……색?"

바람이 눈에 보인다고 한 다면 믿을 것인가. 하지만 드워프들의 눈에는 보였다. 연푸른 갑주를 입은 기사단 사이에 부는 미풍. 그 미풍에 색이 있었다. 짙은 푸른색이 말이다. 그 짙은 푸른색의 미풍에 마수들이 닿는 순간 조각이 나며 죽어나갔다. 가만이 있는데도 주변은 초토화가 된 것이다.

"거 검."

창을 들었던 기사들이 내려놓고 역시나 연푸른색의 검을 뽑아든다. 검에 오러 블레이드가 씌여졌다. 엄청난 수자의 마족과 마수들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했다.

"칼리엄에 영광을."

아르센이 작게 읊조린 순간 2초간의 정적이 있었다.

─칼리엄에 영광을!!

후화아아악!

미풍이던 바람이 마치 폭풍이 몰아치듯 기사단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드워프들의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그 돌풍은 그대로 뻗어나가 하늘과 땅에 있는 마족들과 마수들의 온 몸을 갈기갈기 찢어났다.

============================ 작품 후기 ============================

DaysofDoom님 넵ㅎㅎ 이제 마무리 지어야할 때니까요ㅎㅎㅎ

eminem팬님 갓르센 나왔으니 곧...

길리아님 ㅋㅋㅋㅋ마왕이잖아요 끝판왕 보스!!

앞을님 꿀잼이라니 너무 감사드립니다^^ㅎㅎㅎ

tjsdo3634님 ^^

가족의힘님 헐... 절 너무 잘 아시는거 아닌가요..ㅠㅠ 정확하네요ㅋㅋㅋㅋ 그 내용을 풀어서 좀 더 재밌게 써보도록 노력해볼게요ㅎㅎ

dkssid00님 이제 클라이막스니까요ㅎㅎ 이거 다음편부터 진짜 스케일이 시작합니다.

유레로님 마왕이니까 많이 쎄죠ㅎㅎㅎㅎㅎ

ground37760님 감사합니다^^

제이스 올드윈님 그렇죠ㅎㅎㅎ 그래도 너무 슬프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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