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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아래서-164화 (16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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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2편 - 제 2기사단 전멸.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블루윈드 기사단. 드워프의 군대가 만들어준 길을 따라 달렸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마족들의 목을 베며 말이다.

─크롸롸롸롸!

그때 하늘에서 엄청난 괴성이 들리자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뼈로 만들어졌지만 은은하게 동체에서 빛나는 자줏빛의 빛과 거대한 동체. 몸집의 배는 되어보이는 뼈로 이루어진 날개. 붉은색으로 빛나는 안광.

"본 드래곤!"

[그레이트3 - 엠페러]를 플레이하는 중에도 만나본 적은 없었지만 그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게임이 아닌 이곳에서도 등장한 것이다. 게임과는 전혀다른 포스. 본 드래곤이 마왕이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하강한다.

"크리프……."

아르센이 입술을 앙 다물며 말 허리를 더욱 강하게 쳤다.

히히힝!

말이 큰 소리를 내며 좀 더 박차를 가한다. 뒤에 있는 2천여명의 기사단 역시 따라 달린다. 드워프들이 길을 내주고 시간을 벌어주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숫자의 차이가 엄청나다 보니 기습의 효과도 사라지고 있었다.

아르센이 창을 어깨 위로 올린다.

"……."

오러가 창에 뭉쳐 회오리친다.

"스톰 스피어(Storm Spear)."

창을 그대로 던지자 드워프들이 만들어준 길에 모여들던 마수들이 가루가 되며 사라진다. 드워프들이 그 모습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인간, 대단하구만."

"껄껄. 역시 예언의 인간인가."

그런 드워프들 사이로 빠르게 지나가는 기사단.

두두두두두!

마수들과 마족들이 그 자리를 채우기도 전에 이미 기사단은 지나가고 없었다.

*                     *                          *

본 드래곤이 나타나고나서부터 그나마 버티던 기사단의 진형이 빠른속도로 무너져 내렸다. 게다가 부단장인 톰백은 전사. 포금은 보르고스에게 잡혀있으니 지휘체계가 확실하지 않았다. 게다가 크리프 역시 마왕 벨제불과 시간을 벌고 있었기에 여의치않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막는 수 밖에."

한 기사단당 5백여명. 3백여명은 단장 직속, 백여명씩 부단장의 직속이다. 톰백 직속 기사단이 내려오고 있는 본 드래곤을 쳐다본다.

"어차피 부단장께서 전사하신 지금 지키지 못한 우리는 두 눈 뜨고 살 수는 없는 일. 기사단의 수치다."

살아남은 톰백 직속 기사단의 수는 60여명. 두 명이 짝지어 깍지를 끼고 한 명이 뒤에서 달려온다. 깍지를 밟자 두 명이 힘차게 올려주고 한 명은 박차를 가해 하늘을 향해 날았다. 그 수가 십여명.

십여명의 검에 오러가 넘실넘실 뿜어져 나왔다.

"칼리엄을 위하여!"

"칼리엄을 위하여!"

기사단들이 하나같이 외치며 두려움을 애써 없앴다. 본 드래곤에 다다랐을 때에서야 반응을 보인다.

뼈로 이루어진 꼬리가 채찍처럼 휘둘러지자 두 명의 기사단원이 으깨지며 즉사했다.

스걱! 서걱!

그래도 돌격한 여덟명의 검이 뼈에 박혔다.

─크르르르.

박힌채 입을 크게 벌린다. 주변의 공기가 본 드래곤의 입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

"브, 브레스다!"

뒤이어 2차로 올라온 기사들이 뼈에 검을 박는다.

"롤링 크러시(Rolling Crush)!"

박힌채 오러들이 소용돌이 치며 뼈들에게 막강한 상처를 준다.

고오오오!

공기가 쏠리자 당연히 대기가 일그러지며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본 드래곤의 고개가 뒤로 젖혀진다. 그리고는 퉁기듯이 앞으로 고개를 내밀며 모여있는 브레스를 뿜어냈다.

독으로 이루어진 브레스.

쿠르르르르!

기사단이 몰려있는 곳을 향해 내려 꽂힌 후에 자를 대고 선을 긋듯이 그대로 위로 올라와 마족들과 마수들까지 궤멸시켜버렸다. 기사단원들까지 엄청난 피해를 입어야만했다.

"젠장!"

"시발! 도대체가!"

본 드래곤에 붙어 있던 단원들은 밑을 보고서는 말도 안되는 처참한 상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살아남은 기사단의 숫자가 순식간에 줄어든것이다. 위를 보자 본 드래곤이 마치 다음 목표를 정하듯 고개를 천천히 돌린다. 본 드래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붙어 있는 십여명의 단원들의 눈에 보인 것. 그것은 저 멀리 달려오고 있는 한 무리의 기사단.

절대 잊지 못하는 깃발. 네 개의 물줄기가 중앙으로 몰려들고 두 개의 날개가 하나의 원을 감싸안고 있는 문양. 블루윈드 기사단의 깃발. 선두에는 너무나도 익숙한 그의 모습이 보였다.

"아르센 단장님이다."

"……!"

다들 말은 못하지만 느끼고 있었다.

고오오오.

또 다시 들리는 공기를 모으는 소리에 고개를 위로 올린다. 본 드래곤이 다시 한 번 브레스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때 기사단원 한 명이 박았던 칼을 뽑고 뼈를 타고 올라간다.

"우리는 선봉대다. 우리가 길을 만들어야지 방해가 될 수는 없는 법! 몸이 안된다면 저 머리를 부신다."

그 말에 다른 단원들도 하나 같이 검을 빼들고 위로 올라섰다. 올라설수록 바람이 입가로 모이는 바람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본 드래곤이 아무리 강하다해도 언데드의 한 종류였다. 반응이 매우 둔했고 브레스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아무런 움직임 조차 없었다.

본 드래곤의 두개골 위에 십여명의 단원들이 모였다. 모두가 눈을 맞추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칼리엄에 영광을."

"칼리엄에 영광을."

그리고는 검을 역수로 잡고 위로 올렸다.

"……신생왕국 아르센에게도 영광을."

한 명의 말에 모두의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아르센에게도 영광을."

"아르센에게도 영광을."

총 열 한 개의 검에 오러가 맹렬히 회전한다. 그리고 역수로 쥐었던 검을 강하게 내려찍었다. 오러가 있어서 두개골은 순식간에 구멍이 나며 손 쉽게 뚫려버렸다.

쩌저적.

두개골에 금이가는가 싶더니 이내 균열이 퍼진다. 아까 박았던 몸통의 균열과 연결되며 부셔지는 속도가 더욱 커졌다. 브레스 역시 거의다 완성이 되어있었으나 잡아주던 몸통이 갈라지며 브레스 역시 요동을 친다.

번쩍!

브레스와 함께 본 드래곤이 강한 빛과 함께 터졌다. 위에 타고 있던 열 한 명의 단원들 역시 같이 전사했다. 크리프가 위를 허망하게 올려다 보았다.

"내 앞에서 시선을 다른 곳에 돌리다니. 정말 안타깝구나."

벨제불이 비웃듯이 약올리며 크리프를 쳐다본다. 크리프가 벨제불을 쳐다보자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네 놈의 부하는 벌써 끝난 듯 하구나."

뒤를 돌아보자 포금이 거친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온 몸에 피가 낭자했고 무엇보다 왼팔이 사라져있었다. 다행인 것은 발 밑에 보르고스 역시 산산조각 난채 쓰러져 있었다.

"이런 내 부하도 당했구나."

포금이 두 눈을 부릅뜨고 벨제불을 쳐다본다.

"단장, 내가 처리하겠습니다."

"……."

안됀다고 해야하건만 입이 차마 벌어지지 않았다.

저벅 저벅.

브레스 덕분에 마수들과 마족들이 일정부분 궤멸했기에 줄어든 단원들로도 시간을 벌 수가 있었다.

포금이 비틀거리는 몸으로 크리프를 스쳐 지나갔다. 벨제불은 상관없다는 듯이 미소만 머금고 있었다. 묵빛의 갑주를 입은채 띄운 미소는 섬뜩하기 그지 없었다. 본 드래곤이 폭사를 했지만 눈 하나 깜짝 안한 그녀.

오른 손으로 든 검이 파르르 떨린다. 그럼에도 내릴 수가 없는 이유는 자신의 가족이자 쌍둥이인 톰백이 주검이 되어 싸늘하게 식은 땅바닥에 뉘여져 있기 때문.

"반드시 너는 내가 죽인다."

검에 오러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지친상태. 게다가 피가 흘러 눈조차 뜨기도 힘들었다. 크리프가 말리고 싶었지만 무형의 아지랑이 포금의 주변에서 흘러나와 다가갈 마음조차 생기지 않았다.

턱.

검 끝이 벨제불의 가슴에 닿았다. 당연히 아무런 상처조차 주지 못했다. 벨제불이 두 팔을 벌리자 검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풀리며 검을 놓쳐버리고는 아기가 엄마의 품에 안기듯 벨제불의 품에 안겨버린다.

쨍그랑.

푹.

벨제불의 손에 묵빛의 마나로 만들어진 칼날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포금의 심장을 꿰뚫었다. 손을 뽑아내자 그 안에 포금의 심장이 올려져있다.

"……."

크리프가 말 없이 쳐다만 볼 뿐이었다. 이제는 두려움조차 흥분조차 아무런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칭호 - 그랜드 마스터를 얻으셨습니다.]

[오러 블레이드의 유지 시간이 늘어납니다.]

[오러 블레이드의 유지 마나가 줄어듭니다.]

[오러 블레이드의 농도가 더욱 짙어집니다.]

[오러 블레이드의 강도가 강해집니다.]

귓가에 어스름히 들리는 알림음에도 크리프는 아무런 표정을 짓지 못했다.

털썩.

크리프의 옆으로 단원 하나가 숨이 멎은채 쓰러진다. 단원들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마 아르센이 올 동안 전원이 버티지 못하리라 직감을 하고 있다.

"기운이 더욱 강해졌구나. 그래봤자 피라미지만."

벨제불의 말에 신경도 쓰지 않은채 아까 느꼈던 진동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분명히 아까보다 더욱 가까워졌다. 그렇지만 그만큼 2기사단의 숫자 역시 줄어들고 있었다. 마족들과 마수들은 하늘에서 계속 뿜어져나왔다.

검을 움켜쥔다. 톰백과 포금.

둘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어떻게 기사단에 들어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믿음직 스러운 부단장들고 등을 맡길 수 있는 그런 전우.

차갑게 식었던 마음이 짚단에 기름을 붙고 불을 붙힌듯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크리프의 온 몸에서 마나가 넘실거렸다.

"반드시 죽여주마."

검을 땅에 찍는다.

"나이트 필드."

땅의 중심에서 미풍이 불어와 주변에 있던 기사들까지도 버프의 범위 안에 들어왔다. 그대로 땅을 박차고 검을 횡으로 그으면서 돌격한다.

훙!

생각보다 강력한 오러에 벨제불이 살짝 물러났다.

"이 정도라면 생채기 정도는 나겠구나."

곧이어 찔러 들어오는 검이 아슬하게 벨제불의 목을 스쳤다. 벨제불이 피하며 그대로 땅에 누웠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땅에 흡수되며 그 자리에서 흙으로 이루어진 창들이 솟아나 크리프를 노린다. 지켜보던 단원 하나가 검을 휘둘러 흙창들을 잘라내었다.

"칼리엄에 영광을!"

잘라낸 단원의 뒤에 마법진 하나가 생기더니 괴수의 팔이 나와 그대로 삼켜버렸다. 마법진 안에 으깨져 들어가면서도 칼리엄을 위해 외쳤다.

"……."

크리프가 벨제불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찾을 수 있었다. 단원들 틈 사이에서 학살을 하고 있던 것이다. 허공에 수 십여개의 마법진이 생기더니 그대로 기사들을 끌고 사라진다.

"칼리엄에 영광을!"

"칼리엄을 위하여!"

단원들은 바보처럼 우직하게 죽어가면서도 적들을 베어 넘긴다. 전부가 중상을 입은채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말이다.

"……그래, 우린 기사다."

크리프가 땅에 쓰러진 깃발을 들었다.

"깃발 아래서 우리는 뭉칠 것이다!"

달려드는 괴수의 머리를 잡고 무릎으로 찍자 머리가 터지며 뇌수가 흘러내린다. 검을 아래에서 위로 정직하게 긋자 오러가 뿜어져 나가 가고일의 몸통을 반으로 갈랐다. 살아남은 기사들이 우뚝 서있는 깃발 아래 하나 둘 모였다. 그 수가 채 오십도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고립되어 죽어가거나 장렬하게 산화한 것이다.

"……."

"……."

다들 말은 없었지만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반나절을 달려와 또 다시 몇 시간 동안 싸웠기에 피로도는 최고조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싸우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무고한 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 말이다. 그리고 깃발 아래 모인 기사들의 긍지 때문인다.

"포기하고 싶냐."

크리프가 이 상황에서 단원들을 보고 웃었다. 다른 단원들도 이유 없이 웃음이 나왔다.

"모두 지금까지 따라주어 고맙다."

"……."

"……."

하늘 가득 땅 가득 마수들과 마족들이 그들을 에워쌌다.

"우리 이야기 소설로 쓰면 대서사시 하나 나올것 같지 않냐. 제목은 제 2기사단 크리프와 떨거지들 이렇게 해서."

단원들이 피식웃는다.

"왜 그렇습니까. 5백여명의 영웅들과 덜떨어진 대장 이게 맞지 않습니까."

"크큭. 이제 갈때가 다됐다고 돌았구나, 단장한테."

"누가 갈때가 다 됐답니까. 저희, 살수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다.

"마왕은 내가 맡지."

============================ 작품 후기 ============================

joudr님 그렇습니다 벨제불을 죽여야 끝나는데 말이죠ㅎㅎ

길리아님 음...ㅎㅎ 하루에 한 편씩!

eminem팬님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dkssid00님 그러게요 대한태제 때부터 계속 같이 있었는데ㅎㅎ 죄송합니다ㅠㅠ 최대한 재밌는 소설로 보답드릴게요 ㅎㅎ

가족의힘님 ㅠㅠ취업 먼저 축하드립니다^^ 아무래도 스펙이 달려서 그럴가요ㅠㅠ

gigawifi님 ㅎㅎㅎㅎ감사합니다^^

ground37760님 귀환! 최대한 연재주기를 지키겠습니다ㅎㅎ

제이스 올드윈님 다른 소설보다는 짧지만 그래도 강렬하게 끝내고 싶네요^^

열혈마균님 뀰잼뀰잼이라니 감사드릴뿐입니다ㅎ

달의소리님 넵! 안그래도 최대한 굴릴까 생각중입니다ㅎㅎ

속쫍이님 항상 계셔서 감사드립니다^^

유레로님 아~ 수능! 3학년이죠ㅋㅋ 얼마남지 않았어요ㅎㅎ 만약 나중에 보신다면 새로운 작품을 연재하고 있지 않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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