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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아래서-161화 (16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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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1편 - 마왕, 벨제불.

아르센의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                                          *                                         *

크리프가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네 놈들 생각보다 오래 버티네."

그의 말에 톰백과 포금이 이죽인다.

"당연한 걸 가지고 그러십니까."

"저희는 바퀴벌레 생명입니다."

그 말에 다른 단원들 역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크리프가 씨익 웃었다.

"다행이구만, 다른 기사단 보다는 체력이 질겨서. 준비 되었냐!"

크리프의 외침에 단원들이 호응했다.

"호우!"

"호우! 호우!"

올렸던 안면가리개를 내렸다.

"이번에는 진짜 저 마왕의 목을 딴다. 그래야 다른 놈들 왔을때 뻐길거 아냐!"

"충!"

"충!"

말의 옆구리를 강하게 치자 빠른 속도로 언덕을 내려간다. 그러자 마족들과 마수들이 사방을 에워쌌다.

"으랴하!"

검의 오러 블레이드가 한 없이 늘어나더니 앞길을막는 마족들의 목을 베었다.

서걱!

뎅겅!

허공에 치솟는 마족의 피들.

─키야아!

호랑이의 머리를 하고 공룡의 몸을 가진 괴수가 입을 벌리며 달려든다.

크리프의 뒤에 있던 톰백과 포금이 동시에 앞다투어 나가 목과 몸통을 정확하게 베어냈다.

"내가 먼저!"

"네 다음 졸렬."

두 쌍둥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서려 있었다. 크리프가 뒤를 돌아보자 수 많은 기사단원들의 눈동자가 자신을 향해있었다. 모두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 내가 이것 때문에 기사를 한거지. 가자!"

두 형제의 사이로 크리프가 빠르게 지나치며 달려드는 마족의 심장을 꿰뚫는다. 아까와는 다르게 헛돌지 않고 빠르게 돌진하고 있었다. 마족들 역시 생각보다 빠른 속도에 당황한듯 보였다.

중앙에 나체로 쭈그려 있는 마왕.

마왕을 중심으로 서서히 빛이 나는 것이 보였다.

"무엇을 하려고……!"

말의 허리를 차자 내리막길에 가속도가 더 붙기 시작했다.

아무리 많은 마수들과 마족들이 길을 막았지만 모세의 기적처럼 길이 열렸다.

어느새 연푸른색이 나던 갑주는 마수들에 의해 붉은색과 보라색이 섞인 피로 물들었다.

"나를 따르라!"

"충!"

톰백이 1백여명의 단원들을 데리고 반회전하기 시작했다.

"단장님! 저희가 시선을 끌겠습니다!"

크리프가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를 따르라!"

이번엔 포금이 단원들을 데리고 선봉에 섰다.

"양 날개를 만들어 단장님을 보호하라! 앞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가 길을 만든다!"

"충!"

포금이 크리프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크리프 역시 마주 끄덕여 주었다. 단원들 덕분에 길이 활짝 열렸다.

"가자!"

"충!"

3백여명의 단원들이 마치 못이 나무를 뚫듯 빠르게 쏘아져나갔다.

그 빠른 속도에 마족들이 따라붙지 못했다. 중앙에 있는 마왕이 천천히 일어났다.

땅에서 자줏빛과 묵빛의 마나가 올라와 다리부터 천천히 갑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쩌억!

순간 순백색의 등이 갈라지며 날개쪽에서 검은색의 두 날개가 솟아나 감싸안았다.

"죽어라!"

검에 남아 있는 마나를 집중시켰다.

화르르륵!

마나가 고밀도로 집중되니 불이 타오르듯 타올랐다. 만약 명검이 아니었다면 바로 녹아버렸을 것이다.

타오르는 오러 블레이드. 그 크기가 말보다 커서 멀리서 봐도 압도적이었다.

순간 마왕과 크리프 사이에 벽이 생겼다. 크리프의 눈이 진지해졌다. 그대로 검을 내지른다.

쑤욱!

어둠의 벽이 갈라지며 안을 밝혔다. 마왕의 고개가 돌아 크리프를 쳐다본다.

우뚝.

검이 그대로 멈추고 말이 지나쳤다. 그것은 다른 단원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속도가 줄어든다. 말을 탄 부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속도가 줄어들었다. 뒤이어 온 포금과 톰백의 부대 역시 멈춰버렸다.

"……이럴수가."

크리프의 혼신을 담은 일격은 뒤쪽에 달려들던 마족들을 휩쓸었다. 분지였던 형태가 더욱 큰 상태로 커졌다.

쿠콰과과과!

엄청난 모래먼지가 하늘을 뒤덮었다. 소환되었던 마족들 중의 3분의 1이 가루가 되어 사라질 정도의 위력이었다.

"화, 황녀께서 어찌……."

눈을 마주친 이는 분명 황녀였다. 새하얀 쇄골 위에 있는 목에 걸린 목걸이는 분명 처음 이곳으로 넘어오게 한 그 이상한 목걸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두개가 걸려있었다.

그녀가 도도하게 서서 크리프를 바라본다. 새하얀 젖가슴이 다보였다. 어둠의 마나가 아래에서부터 천천히 갑주를 씌우고 있었다.

"……."

대답없이 둘의 눈이 마주친다.

콰직!

멀리서 전투소리가 들려왔다.

"단장님! 시간이 없습니다! 이곳은 마족들의 중앙입니다! 어서 결단을!"

톰백이 재촉했다.

크리프가 검을 다시 잡았다.

"총단장님께……. 넌 말을 할 수 있겠냐."

그 말에 톰백이 고개를 저었다.

"전 부단장인데요."

"……하여튼 이런 상황에서도 장난이라니까."

잠깐의 시간동안 마나가 어느 정도 찼는지 다시 검에 오러 블레이드가 맺혔다. 그 사이에 황녀와 벨제불인지 헷갈리는 그녀의 목걸이 두 개가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크리프가 말의 허리를 살짝 치자 앞으로 걸어간다.

"서로 말 못하니까……, 총 단장님 오기전에 처리하자."

톰백과 포금이 고개를 끄덕인다.

"충."

"충!"

*                                    *                                           *

"진짜 이러시면 큰일 납니다~!"

아이조드가 투정을 부렸지만 이미 떠난 화살이었다. 총 사령관은 아르센에게서 다리우스로 넘어갔다.

두두두두두!

빠른 속도로 달렸다. 중간중간 보이는 언데드들의 존재가 마왕의 힘을 알게 해주었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이런 어둠의 존재를 불러낼 수 있는 것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블루윈드 기사단이 아르센 하나만을 보고 달리고 있었다.

"가자! 크리프에게 공적을 전부 넘길 수는 없는 일 아니냐!"

"충!"

"충!"

달리는 도중에 지평선 끝 쪽에서 엄청난 모래 먼지와 굉음이 들렸다.

쿠콰과과과!

또 다시 얼마나 지났을까. 순간 미세한 바람이 아르센의 투구를 쓰다듬고 지나갔다.

쩌억, 쩌적.

땅이 갈라진다. 갈라진 틈에서 두터운 손이 나타났다.

"……마족."

달리는 상태로 허리 춤에 찬 검을 뽑아들었다.

우웅!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오러 블레이드가 맺힌다.

서걱!

몸을 살짝 기울여 올라오던 마족의 목을 베자 회색의 가루로 변해 사라졌다.

"확실히 마왕은 마왕인가 보군."

마족의 등장에 한층 여유롭던 블루윈드 기사단에 긴장감이 돌았다.

쩌적!

땅이 갈라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게다가 가는 길목에도 땅이 갈라지기 시작하면서 기마대의 기동성이 팍 줄어들었다.

"젠장!"

아르센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땅 듬성듬성 마족들이 솟아났다.

─키야아악!

총알이 튀어오르듯 날개를 가진 마수가 하나 나오며 중앙에 있던 기사단원의 목을 깨물어 으깨버리며 가지고 올라갔다. 바로 옆에 있던 단원이 창을 들어 마나를 불어넣고 던졌다.

투확!

쇄애애액!

파공성과 함께 마수의 심장이 관통당했고 그대로 죽어서 땅에 떨어졌다.

사르륵.

가루로 변한 마수.

"모두 긴장해라!"

"추웅!"

"추웅!"

그와 함께 언데드까지 떼지어 등장했다. 하늘에 등장하는 마수의 수도 계속해서 늘어났다. 가는 데 계속 장애물이 생겨났다.

"제 3기사단장! 샤르피! 길을 뚫겠습니다! 그대로 돌진 하시면 됩니다!"

옆에서 3기사단의 추월하며 앞에 있는 마족들과 마수들을 베어넘겼다. 덕분에 수월하게 전진할 수 있었다. 많은 수를 베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크리프가 있는 곳하고는 거리가 제법 남았다.

고오오오.

순간 하늘에서 느껴지는 중압감에 시선이 하늘로 향한다.

"저건……."

하늘에 열리는 검은색의 홀. 마계가 열린 것이다. 마족들과 마수들이 미친듯이 쏟아져 나온다.

땅에서 나오는 것은 극히 일부였다.

─크아아아!

─키엑! 키엑!

지옥이라면 분명 이곳이리라.

앞에서 달리는 샤르피의 등을 바라본다. 날카로운 검들이 마족들을 베어나간다. 하지만 중과부적인지라 수가 늘어날 수록 미세하지만 속도가 줄어들었다.

어느새 따라붙은 아르센이 명령했다.

"대열에 합류하라. 내가 한 번에 길을 열겠다."

아르센이 창을 꺼내 마나를 불어넣었다. 엄청난 오러가 창에 생겼다.

"스톰 스피어(Storm Spear)!"

창에 모인 오러가 회전한다. 어깨 위로 들어 앞에 있는 마족들을 향해 던졌다.

콰아아아!

대기를 찢는 파공성이 사방에 울렸다. 창과 근접거리에 있던 몬스터들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무력에 마수들이 본능적으로 겁을 집어 먹고 덤벼들기를 꺼려했다.

마족들 역시 차원을 넘어오느라 소진한 체력을 채우느라 덤벼들지 못했다.

"속도를 더 올릴 수 있겠나."

아이조드를 쳐다본다.

"……가능할겁니다."

"이 숫자라면……. 크리프가 위험하다."

기사단의 속도가 더욱 올라갔다.

*                                   *                                           *

"황녀께서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마왕, 벨제불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어느새 어깨까지 어둠의 갑주로 둘러쌓였다. 목걸이 역시 거의다 융합이 되어갔다. 순간 손을 들자 엄청난 중압감이 단원들을 짓눌렀다.

하늘에는 검은색의 홀이 생겨 마족들과 마수들이 바닷물 처럼 미친듯이 쏟아져 나왔다.

"안타깝지만 지금 이 여자는 너희들이 말하는 황녀가 아니다."

"……."

처음으로 황녀의 모습을 한 마왕이 말을 했다.

"애초에 내 제물이었던거지. 너희들까지 휩쓸릴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설마 중간에 방해꾼이 끼어 들줄이야."

방해꾼이라면 분명 엘리시움 성 앞에서 자신을 데스 어쌔신이라 소개했던 자일 것이다.

"이제 내 힘의 10%를 채웠으니……. 전부 나의 제물이 되어라."

벨제불이 손을 뻗자 한 줄기의 섬광이 스쳐지나갔다. 뒤에 있던 두 명의 단원이 꿰뚫리며 눈을 뜬채 절명했다.

으득.

이빨을 꽉 깨문 크리프가 그대로 달려들었다. 가소롭다는 듯이 웃고는 손가락을 하나 들어 올렸다.

쑤욱!

땅에서 날카로운 발톱 하나가 솟아났다.

카가가각!

몸을 비틀자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발톱이 갑주를 스치고 지나갔다. 두 다리로 중심을 유지하고 검을 뻗어 목을 노렸다.

벨제불이 다시 손가락을 까딱했다.

순간 벽이 생긴 듯 그의 검을 막았다.

텁.

손이 크리프의 머리에 올려졌다.

대기가 일그러지며 크리프의 투구가 찌그러진다.

"롤링 크러시!"

옆에 있던 톰백의 검이 그녀의 옆구리를 노린다. 일그러지던 대기가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대로 팔을 뻗자 거대한 그림자가 현실화 되어 톰백을 날려버렸다. 기사들과 함께 날아가 마족들과 부딪혔다.

검에 오러 블레이드가 무색하게 그녀는 절대 맞지 않았다.

"뭐, 놀아주는 것도 재밌겠지."

손의 모양이 손가락에서 날카로운 발톱처럼 변했다.

까앙!

오러 블레이드가 발톱을 공격했지만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

크리프의 눈동자가 커지긴 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그대로 복부를 발로 찼다. 하지만 강철에 맨발을 갖다댄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은 왼손을 들어 크리프의 뺨을 후려쳤다.

쾅!

투구가 찌그러지며 크리프가 날아갔다. 날아가는 중에 검을 땅에 박아 멈추게 하고는 다시 한 번 달려들었다.

"롤링 크러시(Rolling Crush)!"

검에 오러가 회전한다. 발톱과 부딪히자마자 마나의 제어를 풀자 오러의 칼날이 벨제불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어둠의 갑주가 어느새 코까지 덮은 덕에 전혀 상처를 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벨제불의 공격마다 상처를 입고 날아가는 크리프였다.

벨제불이 하늘을 바라본다.

"어느 정도 숫자가 모인 듯 한데."

"……이곳에 온 목적이 무엇이냐."

"목적?"

마왕이 비릿하게 웃었다.

"목적? 목적은 없지. 항상 우리들을 불러내는 것은 너희 인간이었으니까. 안그러느냐, 릴리프."

땅에서 솟아나는 릴리프. 하지만 동공에 빛이 없었다.

"애초에 마왕을 소환한 그 시전자는 첫 번째 제물이 되어 마왕의 마나를 채워주지."

"……."

당연히 그런 계약을 알리 없는 크리프가 긴장한채 그녀를 바라봤다. 주변에서 단원들이 최대한 막아주고 있지만 한계에 금방 도달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같이 머리가 빈 용사라는 이름으로 덤벼드는 기사들이 두 번째 제물이야. 세 번째가 무엇인지 아느냐, 바로 일반 사람들. 물론 마왕인 내가 이 중간계를 점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 도대체 왜……."

"머리가 좋지 않은가 보구나. 항상 너희의 그릇된 잣대로 우리를 소환해놓고 세계를 지배해달라느니 부셔달라느니. 다 좋아 기껏 불러내었으니 말을 들어주겠지."

그녀가 걸어온다. 걸음마다 땅이 움푹 패였다.

"하지만 마계가 열리는 만큼 천계역시 자동으로 열린다. 하늘에서 다 보고 있을거야. 인간 세계가 혼란에 빠지고 우리의 힘이 어느정도 소진이 되면 그제서야 천계녀석들이 내려와서 우리를 물리치고 다시 마계로 돌아가게 한다. 이 얼마나 멋진 스토리 아니냐."

결국 인간의 실수 때문에 이런 비극적인 참사가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크리프가 검을 꽉 쥐었다.

"꼭 너의 목을 베어주마."

"……할 수 있다면."

그녀가 웃음을 보인다. 어둠의 갑주가 결국 이마까지 전부 덮어버렸다. 황녀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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