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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1편 - 마왕, 벨제불.
두두두두!
네그얼 성을 벗어나 서쪽으로 달리자 드문드문 나오던 언덕들이 사라지며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진 평원이 나타났다.
크리프가 뒤를 돌아보자 자신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리는 단원들이 보였고 그 뒤로 언덕들과 지평선 끝에 있는 산들이 보였다.
성을 나선지 대략 3시간 정도가 지났지만 도저히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크리프 단장님!"
뒤에서 톰백이 말에 속력을 더하며 크리프 옆으로 붙었다.
"말들의 호흡이 많이 거칠어졌습니다. 지금 쉬어야 합니다."
그 말에 생각에 빠졌던 크리프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말을 본다.
거친 숨과 몸에서 나오는 땀이 보였다.
크리프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었다.
말이 없었음에도 서서히 말의 속도를 줄였다.
"후아~, 마왕 잡으면 폭렙. 개이득."
한숨돌리며 포금이 다가온다. 톰백 역시 동감한다는듯 웃었다.
"폭렙, 개꿀! 아이템 많이 주려나."
크리프 역시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것보다 반쪽 목걸이를 얻을 수 있다잖아. 그거 얻으면 돌아갈 수 있다."
"여기도 나름 정들었는데."
포금이 어깨를 으쓱한다.
단원들이 숨을 고른다. 모두의 표정은 절대 마왕을 본다는 긴장감이 아닌 은근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마왕이면 진짜 크겠지?"
톰백이 포금에게 묻는다.
"키아~ 그것도 모르다니. 나랑 같은 피 맞냐."
"허세보소."
휴식은 말 위에서 이루어졌다. 당연히 아무도 내리는 이는 없었다. 전부 마나를 다루는 기사이기에 신진대사의 조절정도는 쉽게 할 수 있었다.
다들 물 한 모금을 축이고는 자신의 말들에게 물을 뿌려주며 더위를 식혀준다.
화아악!
순간 저 멀리서 강한 바람이 블루윈드 기사단을 쓸고 지나갔다.
바람이 불어온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어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의 마나.
콰르르릉!
순간 푸른 하늘에서 번개 수 십여개의 줄기가 내려쳤다. 그곳은 2기사단과 얼마 멀지 않은 곳이었다.
크리프가 단원들을 바라본다.
번개에서 시선을 돌려 자신들의 단장을 바라보는 단원들.
"2기사단! 전원 전투준비!"
크리프가 외치자 전원이 안면가리개를 내렸다.
철컥!
이어 고삐를 낚아챈다.
두두두두!
아주 잠깐의 휴식. 피로를 전부 풀지는 못했지만 다시 달릴 힘을 얻은 말들이 주인의 명에 따라 내달렸다.
달릴수록 점차 거대한 마나의 기운이 느껴진다.
고오오─!
번개가 내려친 곳. 그곳에 다다르자 들풀들이 번개모양으로 불탄자국이 보였다.
스릉.
크리프가 검을 뽑았다. 번개의 힘이 대단했는지 거대한 분지가 형성되었다. 신기하게도 솥뚜껑을 뒤집은 듯 깔끔했다.
2기사단원들이 말의 속도를 줄인다.
분지의 정중앙에 전라의 모습을 한채 쭈그려 앉아있는 사람이 보였다.
거대한 마나의 근원지는 분명 그곳이었다.
2기사단 전체가 긴장한채 뽑아든 검을 꽉 쥐었다.
"비록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분명 이 느낌은……."
절대 악.
마계의 왕, 혹은 마계의 군주라고 불리는 마왕.
서로 다른 차원계에서 소환되며 많은 힘을 잃고 제한을 받았다지만 이 정도의 거대한 기운은 능히 크리프를 능가했다.
쩌적.
마왕으로 추정되는 인간의 주변에 땅이 갈라지는가 싶더니 거대한 생명체들이 하나 둘 솟아나기 시작했다.
땅에서 검묵빛의 안개가 사방으로 서서히 퍼진다.
어둠의 마나인 것이다.
─그아아아아~!
갈라진 땅에서 솟아난 생명체는 다름아닌 마족이었다.
─크크크.
─스읍~.
─이곳이 중간계인가.
마족들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힘은 기사단원 하나하나와 비슷했다.
만약 마계에서였다면 기사단은 몇 분도 지나지 않아서 전멸당했을 것이다.
중간계로 오면서 힘이 많이 절감되었기에 2기사단원들도 어느정도의 힘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크리프가 인상을 찌푸렸다.
"마왕 잡아서 폭렙한다는 부단장나와."
"포금이래요."
"톰백이라는데요."
서로를 가르키는 둘.
그러는 사이에도 계속해서 마족들이 쏟아져 나왔다. 짐승의 모습을 한 마족부터 인간의 형상을 하거나 혹은 전혀 듣도보도 못한 모습을 한 마족들도 나타났다.
─끼아아악~.
마족들과 함께 지능이 없는 마수들도 하나 둘 나타났다.
마계에 사는 짐승들로 마계의 몬스터이다.
"얼마나 버텨야한다고 했지?"
크리프의 물음에 톰백과 포금이 고개를 저었다.
"얼마나 버텨야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가 중요한것 같습니다……."
톰백의 진지한 대답.
기사단의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그때 포금이 투구사이로 씨익 웃어보였다.
"키키키. 저기 나오는 어둠의 마나로 밥 비벼먹으면 리얼 밥도둑. 존맛."
모두가 포금을 바라본다.
톰백 역시 씨익 웃었다.
"네 다음 장애."
"크크큭."
검을 뽑지 않았던 단원들이 검을 뽑았다.
크리프가 분지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평소 하던대로."
"추웅~."
"추우우웅~."
미풍이 불어온다.
마족들이 아닌 기사단의 뒤에서 말이다.
"푸른 바람의 기사단. 전원 거검!"
"거검!"
"거검!"
검을 사선으로 뻗었다. 그 상태로 뒤로 뻗었다.
"칼리엄의 영광을 위하여!"
─칼리엄의 영광을 위하여!
마나가 담긴 사자후에 마족들과 마수들의 시선이 2기사단을 향한다.
"콰이엇 스톰(Quiet Storm)."
기사단장의 고유스킬.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단원들의 속도를 배이상 끌어올렸다.
두두두두!
마족들과 마수들이 마왕에게 가는 길을 막아선다.
─그르르르!
마족들의 손에서 흩날리던 마나들이 뭉치더니 오러로 변했다. 마수들 역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기사단에게 달려들었다.
분지안으로 달려 내려가는 기사단과 그들을 향해 달려드는 마족과 마수들.
가히 영웅의 모습이었다.
우웅!
크리프를 선두로 검에 오러가 맺히기 시작했다.
"전원, 쐐기 모양으로."
삐뚤었던 진형이 뾰족하게 변했다. 대부분의 충격을 크리프가 감당하고 뒤로 갈수록 충격의 여파가 줄어드는 진형이다.
늑대의 모습을 한 마수하나가 크리프의 말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서걱.
오러 블레이드가 서린 검에 순식간에 목이 베이고는 분리되어 뒤로 날아갔다.
서걱서걱!
뒤에 있던 단원들의 검이 잘린 마수의 몸을 가루로 만들었다.
마족들 역시 거대한 기운에 움찔했다.
"우라아아아!"
크리프가 정면을 향해 소리쳤다.
"케스케이드 브레이크(Cascade Break)!"
단원들이 뒤로 뻗었던 검을 들었다.
파지지직!
이어 검에 오러로 만들어진 전기가 형성되었다.
그대로 내려치자 땅에 오러가 흘러들어가며 그대로 땅을 가르고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후화아아악!
마치 상어의 지느러미가 바다를 가르듯 기사단의 사방으로 뻗어나간 검기들이 마수들과 마족들을 역소환시켰다.
아직 온전한 힘을 찾지 못했는지 별다른 저항을 못한채 역소환되었다.
그럼에도 마족들과 마수들은 아직도 쭈그려 앉아있는 마왕을 지키기 위해 육탄방어도 불사했다.
"한 바퀴 더 돈다."
"충!"
"충!"
단단한 도끼가 얇은 나무판자를 가르듯 마족들과 마수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며 마왕 주변에 있는 마족들과 마수들을 확실하게 하나씩 없애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왕에게 다가갈 수조차 없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살아남은 마족들이 힘을 되찾기 시작하면서 주변을 도는 것도 어려워졌다.
결국 외각으로 다시 물러난 크리프가 마족들을 바라본다.
─그르르르.
안그래도 거대한 마나의 힘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낙오 2명 경상 5명입니다."
톰백이 다가와 보고했다. 말은 낙오라고 했지만 마족들 사이에 낙오되면 그것은 곧 죽음이었다.
몇 번 돌면서 수 백의 마족들과 마수를 처치했지만 그것보다 많은 수의 마족과 마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끝이 없겠군."
크리프가 다시 한 번 검을 꽉 쥐었다. 그의 시선은 정중앙에 있는 마왕을 향해 있었다.
* * *
한 편 마족 릴리프를 처치한 아르센 군은 최대한 빠르게 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뒤에는 끝없이 줄지어진 아르센 왕국군이 있었고 남쪽에서 새롭게 합류한 연합군이 다가오고 있었다.
특히 선두에는 제론 왕국의 기사단이었던 레드 드래곤 기사단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까지 합류하자 엄청난 대병력이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보병들인지라 속도는 느릴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늦다가는 끝나겠군."
아르센의 말에 아이조드가 어색하게 웃는다.
"그래도 총사령관이자 아르센 왕국의 왕 혼자 기사단 하나만 끌고 갈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
아이조드의 말이 끝나자 아르센이 그를 쳐다본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마왕의 정체는 진짜 완전 반전.
fazak님 ㅊ코 축축!! 축하드립니다ㅎㅎㅎㅎㅎㅎ
가족의힘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다음부턴 더 신경 쓰도록 할게요^^
꾸느님 헐... 완벽해요ㅋㅋㅋㅋ 진짜 켠김에 왕까지 생각했었는데ㅋㅋㅋㅋㅋ
속쫍이님 넵ㅠㅠ 이제 곧입니다... 이번 겨울이 가기전에 끝날 것 같아요ㅎㅎㅎㅎ
달의소리님 지금까지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ㅎㅎ
길리아님 넵ㅎㅎ 크리프 먼저 마족들의 군단과 맞닥드렸네요ㅎㅎㅎㅎ
DaysofDoom님 항상 글을 쓰면서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태양 아래서]라는 후속작을 쓰고 있어요ㅎㅎ 연재중입니다^&^
dkssid00님 ㅋㅋㅋㅋㅋㅋㅋㅋ대한태제도 그랬지만 웅장한 스케일 좋아해서 판 넓히다가 떡밥 회수못하는게 너무 많네요ㅠㅠ
eminem팬님 올만에 대댓글 달아드립니다ㅋㅋㅋㅋㅋ
다크앤화이트님 ㅋㅋㅋㅋ에고소드도 등장시키고 싶어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