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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편 - 마족 릴리프.
하늘에 먹구름이 천천히 회전한다.
그러면서 땅에 설치된 마법진이 강한 빛을 내며 모은 마나를 중앙으로 집결 시키고 있었다.
중압감에 모두 움직일 수가 없었다.
"끄응."
강력한 기는 그랜드 마스터인 아르센의 힘보다도 강했다.
어떻게든 버티려 애썼지만 꿈쩍도 할 수 없었다.
꽈르릉!
검은빛의 낙뢰가 사방에 떨어졌다.
퍼엉!
낙뢰가 성벽에 내려와 꽂히자 성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마왕이 나타나기 전임에도 이러한 폭풍을 몰고온다는 것은 엄청난 힘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그때였다.
자줏빛의 마법진에 흰색의 빛이 섞여나기 시작한 것이다.
스윽.
그리고 마법진 중간중간에 흰 선이 생기며 마법진을 바꾸어갔다.
─음? 누가?
당황한 릴리프가 눈을 매섭게 돌린다.
꽝!
순간 하늘에서 인간계에서 낼 수 없는 굉음과 함께 먹구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연히 내려찍는 중압감도 사라져버렸다.
─이 노오옴!
화가난 릴리프가 고함을 질렀다.
먹구름이 사라진 하늘에서 수 천개의 다크 스피어가 생성된다.
"어, 엄청난 마나!"
뒤늦게 온 에리히 베이트먼이 소리쳤다.
수천개의 창이라니.
꿈도 못꿀 정도로 엄청난 실력이었다.
불을 뿜으며 화살마냥 내려오기 시작했다.
"디스펠(Dispell)."
허공에서 늙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수천개의 창 중에서 수십여개만 남기고 전부 사라졌다.
"매직 미사일."
하늘에서 떨어지는 창의 숫자만큼 땅에서 매직 미사일이 형성되더니 중간에서 서로 맞부딪혀 상잔했다.
─마법사? 이 정도의 마법사가 있을리가!
"제론 왕국의 릴리프 공작. 오랜만에 보는군. 옛날에 보았을때는 아주 꼬맹이였는데 말이야."
성벽위에서 들린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옮겨졌다.
마법사 하나가 낡은 갈색 로브를 입은채 서 있었다.
후드를 벗자 정체가 드러났다.
─테이티……, 아베노!
허나 대응을 하지 않고 테이티 아베노가 하늘에 붕떠 아르센에게 빠르게 내려온다.
"아쉽게도 나는 마왕의 소환을 저지한게 아니야. 다른곳에서 소환되었다네."
"……그게 무슨."
마왕이 사라진것이 아니다.
"이곳은 인구 1만이 넘는 커다란 도시일세. 만약 마왕이 이곳에 소환된다면 그들을 제물삼아 체력과 마나를 회복할게야. 그렇기에 나 역시 마법진을 이용해 옆으로 빗겨나가게 한 것이지."
"……그렇다면 다른곳에 소환 되었다는거군요."
아이조드가 말했다.
"그렇지.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군."
"거기가 어디죠."
테이티 아베노가 손을 뻗었다.
그곳은 북 네그얼 성의 좌측.
평원이 있는 곳이다.
"두 네그얼 성 사이에 강이 흐르고 좌측에는 커다란 평원이 있다는 것을 알테지."
그곳을 지나온 몇몇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곳일세. 그곳에는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지. 그리고 소환식이 방해되었기에 힘을 전부 찾지는 못했을 거야. 아마 전부다 소환된다면 먹잇감과 자신의 수하가 있는 이곳으로 달려오겠지. 저지해야하네."
릴리프가 분노에 몸을 떨었다.
이내 느껴지는 마왕의 기운에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다.
─크크크, 제 아무리 300년을 산 대마도사라도 마왕을 어찌하지는 못했나 보군.
상황파악이 끝나자 여유롭게 그들을 지켜보았다.
아까 아르센과 크리프와 싸우느냐 마나를 어느정도 소모했기에 다시 흡수해야했다.
"여기서 얼마나 떨어졌습니까."
아르센이 물었다.
"얼마 걸리지 않네. 반나절이면 갈 수 있어. 그리고 마왕은 곧 있으면 소환된다네. 아마 소환되고나서 힘을 모으기 위해 그곳에 한동안 머무르고 있을거야. 서둘러야 하네."
"……."
아르센이 말에 올라탄다.
"제가 가겠습니다. 제가 직접 놈의 숨을 끊어놓겠습니다. 덤으로 목걸이도 찾아야지요."
테이티 아베노가 고개를 젓는다.
"자네는 저 마족부터야."
"저 정도라면 크리프가……."
크리프가 말에 올라탔다.
"지금 이곳에는 지휘관이 필요합니다. 1기사단과 단장님이 빠지면 누가 지휘하는지 알고싶습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그러더니 말고삐를 낚아챈다.
"2기사단은 도열하라!"
"충!"
"충!"
빠른 속도로 도열했다.
"상대는 마왕이다. 너를 보낼 수는 없다. 차라리 내가……."
"걱정마십시오. 단장님. 단장님이 빨리 처리하고 오면 되는거 아닌지 알고싶습니다. 이곳까지만 못오게 막기만 하면 되는거 아닌지 알고싶습니다."
테이티 아베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이곳까지 오지못하게 시간만 벌어주게. 그안에 이 전장을 정리하고 가면 되는거 아닌가."
밖에는 아직도 수 많은 언데드들이 드글거렸다.
"하지만 밖에는 언데드들이 가득합니다."
"걱정말게 이곳에는 자네들만 있는게 아니야."
때맞춰 뿔피리 소리가 성안에까지 들려왔다.
부우우우─!
이 뿔피리는 지금껏 들어본적 없는 소리였다.
"자, 지금이야. 저들이 길을 뚫어줄 걸세. 나가보면 알게될테지."
테이티 아베노의 말에 크리프가 고개를 끄덕인다.
"단장님. 금방 쫓아오십시오. 가서 마왕 먼저 사냥하고 있겠습니다."
당당한 그의 말에 아르센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죽이지 마라."
"추웅!"
테이티 아베노가 크리프의 귓가에 속삭였다.
"무리하지말게. 아마 굉장히 힘들게야. 바로 물러나게."
크리프가 고개를 끄덕인다.
"제가 생존욕구가 강해서 말이죠."
2기사단 5백여명이 선두에 선다.
"가자!"
"충!"
"충!"
빠른속도로 내성을 벗어났다.
양 옆으로 두 개의 기사단이 붙었다.
"우리가 호위해주마."
3기사단 샤르피가 기사단을 이끌고 좌측에 따라붙었다.
"우리 역시."
이어 4기사단장 미소가 웃으며 기사단과 함꼐 우측을 맡았다.
"그나저나 Hooke가 안보이는군."
5기사단은 어디선가 전투를 벌이고 있는 듯 보이지 않았다.
* * *
부우우우우~!
풀삐리가 사방에 울렸다.
그르릉.
갸릉.
언덕 위에 야만족들이 나타났다.
그 선두에 다리우스가 커다란 양날도끼를 든채 서 있었다.
커다란 덩치는 어느 야만족보다 우람했다.
네그얼 성을 지켜보는 그의 눈은 착잡했다.
성 전체가 끝이 없는 언데드 무리에 둘러쌓여있었다.
성벽 위에서 힘겹게 버티고는 있지만 금방 무너질 수비였다.
"가자."
커다란 북방의 늑대에 올라탄 다리우스.
휘젠가르트의 성주였을때 보여줬던 기개와 고급스러움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그 자리에 용맹과 야수의 눈빛이 남아있었다.
"내가 왜, 배이제 제국의 선봉장이었으며, 북방의 왕 다리우스인지 다시 한 번 보여주마."
도끼를 움켜쥐자 근육이 터질듯 부풀어올랐다.
비록 마나를 쓰지는 못했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근육이 어디가는 것은 아니었다.
뒤에 수 천의 야만족들이 각자의 무기를 든채 늑대에 올라탔다.
아우우우우─!
늑대 수천여마리가 동시에 하늘을 향해 울자 언데드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돌려졌다.
콰아아!
순간 네그얼성의 서쪽성이 부셔지며 그 밖으로 1천 5백여기의 기마가 쏟아져나왔다.
"다시 한 번 전장에 너희들과 다시 섰음에 영광임을 미리 말해두겠다."
"……."
"……."
다들 말 없이 미소만 띄웠다.
비록 정복전쟁이 끝나고 배이제 제국이 망하면서 그들은 각자의 부족으로 갔지만 전장에서의 향수까지 잊은 것은 아니었다.
"내 옆에 있어야할 드로이드와 폐루는 없지만. 대신 추억이 내 옆에 같이 한다. 가자."
늑대들이 내리막을 쏜살같이 달려내려간다.
말보다도 유연하며 덩치도 맞먹는 커다란 늑대.
크앙!
스켈레톤들이 뼈의 검을 든채 다가오지만 소리를 지르자 움찔했다.
후웅!
카다다닥!
뼈가 도끼에 걸리며 뒤로 십여마리의 스켈레톤과 언데드들이 죽어나갔다.
마치 칼로 종이를 자르듯 손쉽게 길을 만들어내며 넓혀갔다.
스켈레톤의 검이 다리우스의 목을 노린다.
늑대가 알아서 피하더니 그 커다란 이빨로 목을 물고는 허리를 뒤틀어 부셔버렸다.
이어 다리우스 검이 허공에서 횡으로 휘둘러진 그 공간만큼 뼈들이 부셔저 내렸다.
얼마나 달렸는지도 몰랐다.
다리우스의 검이 앞에 나타나는 적을 향해 내려찍었다.
깡!
철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크리프가 검을 든채 서 있었다.
"반갑습니다, 다리우스 공작님. 이거, 제가 알던 모습이 아니네요."
다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거기엔 사정이 있지. 우리가 길을 뚫어줄것이다. 그리고 후방을 막아줄테니 달려라."
이미 테이티 아베노와 얘기가 되어있었는지 크리프가 먼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설명해준다.
"……감사합니다."
"인간이 소환했으니 인간이 돌려보내는게 이치 아니겠느냐. 늦겠다. 내가 선두에 서지."
작게 고개를 끄덕여 감사함을 표시했다.
이어 늑대의 공격방향을 바꾼 다리우스 군이 선두에 쐐기모양으로 길을 열었다.
양 옆으로 3기사단과 4기사단이 엄호해주니 단단한 하나의 창으로 변했다.
두두두두!
선두엔 야만족들이, 양 옆엔 최고의 기사단들이 엄호해주는 것은 세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당연히 하급과 중급인 스켈레톤과 언데드들이 막을 수는 없었다.
언덕을 다 올라왔을때 돌연 다리우스군이 멈췄다.
"가라."
"나중에 뵙겠습니다."
다리우스가 씨익 웃었다.
"가서 마왕에게 죽지나 마라."
"……마왕 구경도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가벼운 농에 크리프 역시 웃었다.
이어 샤르피와 미소가 다가온다.
"우리도 가고 싶지만……."
샤르피의 시선에 성을 포위하고 있는 언데드 군단이 보였다.
"알고 있어. 가서 전부 다 쓸어버려. 금방 올테니까."
이어 미소가 크리프를 한 번 안아준다.
"아르센 단장님하고 금방 따라갈게."
크리프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난 안죽어. 죽더라도 내 뒤에……, 이 놈들이 죽겠지. 약해서."
"……그거 매우 위험한 발언입니다."
"마왕에게 지고 있어도 안도와줄겁니다."
톰백과 포금이 으름장을 놓는다.
"여튼, 좀따 보자고."
크리프가 말머리를 돌려 마왕이 소환 된 곳을 향했다.
2기사단원들 역시 말머리를 돌렸다.
다리우스군과 나머지 단원들은 달려오는 스켈레톤을 향해 내달렸다.
"으랴하!"
다리우스의 도끼가 스켈레톤을 향해 짖쳐들어간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3연참
shwk님 오~ 1등 축하드립니다ㅎㅎㅎㅎㅎㅎ
はひ님 감사합니다^^
달의소리님 선추코! 항상 감사드립니다ㅎㅎ 재밌게 봐주는것만큼 좋은게 없죠^^
길리아님 읭ㅎㅎ 저는 주인공이 편히 쉬는게 너무나 싫어하는 사람이라ㅎㅎㅎ 모두 다 위험하게 만들겁니다^^
dkssid00님 3연참 했습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
열혈마균님 ㅋㅋㅋㅋㅋㅋㅋㅋ막상 벨제부브로 마왕을 정하긴 했는데 어떻게 묘사를 해야할지ㅠㅠ
Reviathan님 정주행 진짜 수고하셨습니다^^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지빈님 헌신이라.. 흐음.. 그것도 괜찮은것같기도 하고...
eminem팬님 10연참 하려고는 하는데 그게 맘처럼 쉽지는 않네요ㅠㅠ
유레로님 ㅋㅋㅋㅋㅋㅋㅋ마왕을 불러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