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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아래서-154화 (15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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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편 - 마족 릴리프.

섬뜩한 목소리에 아르센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쉬이 물러나지 못했다.

어느새 나타난 릴리프의 손이 아르센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르릉.

땅에서 흙들이 솟아나는가 싶더니 아르센의 사지를 묶었다.

─죽어라.

손을 들자 허공에서 암흑의 마나로 일그러진 창들이 생성되었다.

"어림 없는 소리."

목소리는 아르센의 것이 아니었다.

어느새 달려온 크리프의 검에 오러 블레이드가 형성되어있었다.

"죽어라. 캐스캐이드 브레이크(Cascade Breake)."

옆에서 몸을 숙인 아이조드의 검이 사선으로 올려쳐진다.

지지직!

전기장이 형성되며 주변을 감전시키겠다는 듯 엄청난 기세였다.

올려치는 검을 그대로 맞잡은 후 주먹으로 크리프의 턱을 가격했다.

훙!

하지만 릴리프의 주먹이 닿기도 전에 아이조드가 검을 놓고 허공에서 허리를 꺾어 방향을 전환한 후에 품에서 대거를 꺼내 마나를 불어넣었다.

까강!

온 힘을 다한 가격이었지만 대거의 날만 상하며 균형을 잃은 아이조드가 옆으로 빗겨갔다.

─어리석은 놈들. 레인 오브 피치 다크네스(Rain Of Pitch Darkness).

순간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칠흑빛의 마나가 쏟아져 내린다.

하나하나 마나를 품었는지 주변에 오러를 뿜어냈다.

그것을 본 아르센이 온 몸에 힘을 집중하자 자신을 속박했던 흙들이 자연으로 돌아갔다.

"전원 마나를 이용해 몸을 보호하라!"

"충!"

한 번의 명령에 한 번의 복종.

자리에 있는 모든 기사단원들이 마나를 끌어 올려 갑주를 통해 발산 시켰다.

─호오, 제법이로구나.

곧 칠흑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펑! 퍼펑!

물방울은 분명 작았으나 폭발력은 마치 파이어 볼과 같았다.

엄청난 파괴력.

사방 그 어느곳도 피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들은 일신의 마나로 막을 수 있었다.

"전원 뒤로 물른다."

─물러날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가.

릴리프가 손을 들자 내성문이 원상복구되며 막혔다.

─난 일반 흑마법사도, 리치도 아니다.

그러면서 양 손을 펼치자 주변에 땅이 일그러지며 무엇인가가 올라왔다.

─크겔겔겔.

─크릉.

─헬헬헬.

중무장을 한채 일어난 스켈레톤 부대.

그들이 조금씩 다가왔다.

스윽.

에릭센이 눈을 가린 띠를 고쳐맸다.

"마나 도메이션(Mana Domation)."

지금까지 어렴풋 보이던 마나의 기운이 선명해진다.

그리고 솜털 하나하나까지 구별이 가능해졌다.

마나로 이루어진 스켈레톤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팽!"

코를 푼 에릭센이 미소를 짓는다.

"제 1기사단은 나를 따르라. 저기는 단장님한테 맡겨. 우리가 껴도 방해만 되니까네."

"추웅~!"

아르센이 이끄는 1기사단은 세상 무엇보다도 날카로운 창검에 비유할 수 있다. 아이조드가 이끄는 1기사단은 기사의 결정체, 순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에릭센이 이끄는 1기사단은 기사가 아닌 마적과 비유 할 수 있었다.

"1기사단 나머지는 나를 따른다. 싸그리 죽여버려."

"충~!

아이조드의 명령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톰백과 포금이 검집에 손을 갖다댄다.

스켈레톤 나이트와 아쳐들이 즐비하게 일어섰다.

"네 다음 시체."

"네 다음 해골."

둘이 시선을 마주치며 말하고는 뒤에 도열해있는 2기사단을 바라본다.

"네 다음 허졉들."

명령을 기다리던 2기사단이 허탈함에 움찔했다.

"그게 뭡니까. 중요한 순간에."

"알게 뭐야. 평소대로다. 크리프 단장님이 저기서 고생하고 있는 사이 우린 학살하자고."

톰백과 포금, 쌍둥이 형제가 검을 뽑았다.

우우웅!

두 개의 검에 오러가 맺힌다.

"가자!"

"충!"

"충!"

1기사단은 좌측을 2기사단 우측을 향해 달렸다.

*                                       *                                        *

눈이 소복이 내린 산길은 범인이 걷기에는 굉장히 힘든 길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노인은 유람을 나온듯 천천히 걷고 있었다.

우지끈!

저 멀리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거, 힘을 팍팍 쓰는구만."

야산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테이티 아베노였다.

조금만 더 걷자 눈 앞에 나타난 건 나무와 돌로 지어진 제법 큰 집이었다.

울타리까지 있는 것이 야생동물은 들어오기 힘들거라 보였다.

사박 사박.

울타리 문 앞에서 있던 테이티 아베노의 귓가에 눈가를 밟는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니 너무나도 익숙한 이가 나타났다.

그도 발견했는지 걸음을 멈췄다.

이내 피식웃으며 다가온다.

"예언의 마법사께서 이런 누추한 곳까지 왠일이십니까."

"왠일이긴. 자네가 궁금해서 왔지."

"……그 동안 아무런 기별도 없지 않았습니까."

투덜 대는 이는 한 때 배이제 제국의 촉망받는 전투의 기재였으며 배이제 제국이 멸망하고 나서는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마지막 충신이었다가 북방의 몬스터를 막는 요충지의 성주였던 자.

북방의 다리우스.

그가 산중에 은거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렇지. 그나저나 안으로 들어가서 차좀 얻어마셔도 되겠나."

뻔뻔한 그의 물음에 다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안됀다해도 오셨을 것 아닙니까. 들어오시지요."

다리우스가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 떌감을 내려놓고는 테이티 아베노를 안내한다.

안에는 가솔들이 있었다.

숫자가 열 명이 채 안되는 것을 보니 원하는 식솔들과 가족들만 데리고 온 모양이었다.

"다과좀 준비해주겠소?"

아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부엌으로 들어갔다.

"정말 멋진 아내를 두었군. 보통 여인네라면 이런 험준한 산골짜기에 들어오고자 하면 아무도 안들어올 텐데 말이야."

아내에 대한 칭찬에 다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좋은 아내지요."

그렇게 담소를 나누는 중간에 다과도 나왔다.

테이티 아베노가 한 잔을 다 마시고 다시 찻잔에 차를 가득 따랐다.

"그나저나……, 무슨 일입니까."

다리우스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물었다.

테이티 아베노 역시 한 모금 마시고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잠시 동안의 침묵이 이어졌다.

"인간이 시작한 일. 인간이 끝내야 하지 않겠는가."

"……."

다리우스가 말 없이 그를 쳐다본다.

"마왕이 강림 한다고 하면 대답은 충분한가."

다른 사람이라면 놀라 나자빠질 일도 그는 동요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이제 속세와는 인연을 끊었습니다."

그러면서 찻잔을 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마나를 쓸 수 없는 몸입니다."

테이티 아베노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그럴 줄 알았네. 뭐 더 이상 묻지는 않겠네."

말을 마치면서 밖에 있는 도끼를 바라본다.

"흠, 그런데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나?"

"……?"

다리우스가 시선을 따라 밖을 본다.

자신의 도끼가 보였다.

눈 내린 땅에 기대어 있는 양날도끼.

"칠흑의 양날도끼가 울고 있다 생각하지 않는가."

"……그런식으로 몰아가지 마십시오."

흔들리지 않는 다리우스.

"헛헛. 내가 뭐 그런 사람인줄 아는가. 차는 잘 마셨네."

자리에서 일어난 테이티 아베노가 로브를 걸쳐입고는 방문을 연다.

한기가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자네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네."

"저도 그렇습니다."

"오랜만에 자네의 녹서스의 단두대를 본다면 더 좋을텐데 말이지."

"……아시다시피 저는 마나를……."

"다시 쓸 수 있는 방법이있지."

"……."

다리우스가 멈췄다.

"평생동안 쓰지는 못하지만 중요한 전투에 단 한 번, 자네의 마나를 돌아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네."

"……그것이 무엇입니까."

어느새 홀려든 그였다.

"드래곤 하트."

"음?!"

동공이 커지며 테이티 아베노에게 다가갔다.

드래곤 하트는 말 그대로 용의 심장이다.

그 가치는 성 하나로도 부족하다고 일컬어지며 고대전쟁 이후 드래곤이 사라지면서 가치는 몇 배 이상 상승했다.

그런 드래곤 하트를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온전한 하트는 아니일세. 겨우 가루일 뿐이지. 드래곤 하트였다면 너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네."

"……."

단 한 번 뿐이지만 솔깃한 것은 분명했다.

"흐음……, 끌리긴 하는군요. 그렇지만 마왕이라면 그의 권능에 따라 수 많은 네크로맨서와 언데드들이 그를 따를 것입니다. 하지만 전 혈혈단신입니다."

테이티 아베노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다리우스와 마주봤다.

"이미 지상에는 훌륭한 전력이 있지 않은가. 신흥 왕국 아르센과 남쪽 귀족들이 이끄는 연합군 말일세."

"……하지만 저의 부대는 아니지 않습니까. 휘젠가르트는 이미 점령당한 상황."

"너의 이름을 너무 간과하는군. 북방의 왕이자 야만족의 왕, 다리우스"

"20년도 더 지난 이야기입니다."

"그들에겐 20년이나 기다리고 있는 이야기이지."

테이티 아베노가 어꺠를 으쓱하며 집을 나섰다.

다리우스가 황급히 외투를 입은채 따라 나선다.

"너의 갑주와 망토는 휘젠가르트에 고이 모셔두고 있네."

"……하지만 그들을 찾아갈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내가 볼땐 그렇지 않은 것 같네. 그나저나 가족들하고 작별인사나 하고 오세. 아주 잠깐만 여행하고 온다고 말일세. 마왕 하나만 잡으면 되니 말이야."

"거 참, 너무 쉽게 얘기하십니다."

"허허허."

다리우스가 가족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준비는 그럭저럭 끝났구나. 북쪽 지역의 반마족, 동쪽 지역의 드워프, 서쪽 지역의 엘프, 남쪽 지역의 정령들, 마지막으로 중앙의 인간까지."

자신에게 저주를 건 마왕.

"벨제부브. 너의 뜻 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목걸이를 바라본다.

벨제부브에 의해 리치처럼 자신의 영혼을 목걸이에 봉인시켰다.

리치처럼 반 언데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그대로의 몸으로 말이다.

그리고 강제적으로 죽지 않는 삶을 산 그.

벨제부브를 죽인다면 자신도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 죽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친구도 가족도 없는 이상 이 세상에 미련은 없기 때문이다.

*                                     *                                        *

쾅!

굉음과 함께 아르센과 크리프가 뒤로 물려났다.

"쳇."

"아르센 단장님이 너무 약한거 아닌지 알고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농을 던지는 크리프를 쳐다본다.

"어떡하실건지 알고싶습니다. 오러 블레이드가 안통합니다. 무슨 가죽을 썼는지."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새벽연재ㅋㅋㅋ 잠옵니다ㅠㅠ

아힝흥행흥행헝님 1등! 축하드립니다^^

지령님 ㅋㅋ???

달의소리님 항상 감사합니다욥ㅎㅎㅎㅎ

길리아님 새벽에 올렸으니 일어나서 천천히 보시면 됩니다^^

잠자는총각님 으익?!ㅋㅋㅋㅋㅋㅋㅋㅋ

페진님 아, 아니 죄송할것까지야ㅠㅠㅠ

이지빈님 전율이라니ㅎㅎ 감사합니다^^ 저야 뭐 항상 건강하죱ㅎㅎ

열혈마균님 네, 맞습니다. 전작에서 아르센의 후손인 [아르센 루네]가 나옵니다^^

유레로님 아, 순간 오랜만이라 오타를;; 바로 수정했습니다ㅎㅎㅎㅎ

이매탈님 ㅋㅋㅋㅋ패배 플래그ㅠㅠ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속쫍이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Arx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님의 드립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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