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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아래서-151화 (15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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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편 - 네그얼 성

북 네그얼 성과 남 네그얼 성 사이에 강이 흐른다.

그 강은 남 네그얼 성을 감싸안아 밑으로 흘렀다.

Γ자로 꺾여 남쪽으로 흘렀다.

그리고 그 두 개의 성은 문화 교류의 성으로 수시로 성주가 바뀌며 제론 왕국이나 혹은 다른 나라들의 상선들이 남쪽의 강줄기를 따라 올라온다.

또한 우기가 아니고 강의 수위가 낮아지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면 배를 덧이어 주교를 만들기도 한다.

돈이 모이는 성이니 만큼 예술과 술이 발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림과 조각, 그리고 춤들이 빛을 발하고 노래와 음악이 사방에 울려퍼져야 하는 곳에 창들이 햇빛을 받아 번쩍이며 북소리와 뿔고동 소리가 사방을 메웠다.

남 네그얼 성을 공격 준비 중인 연합군 사령관 제노니아 쿠른.

부사령관 파이예른 베이루트.

제노니아 성을 수복한 이후 병력을 더 받아들여 4만의 대병력이 되어 남 네그얼 성을 둘러쌌다.

남 네그얼 성의 수는 겨우 8천.

4만의 대병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진영을 구축한채 남 네그얼 성을 둘러쌌다.

게다가 두 개의 면은 전부 강이었기 때문에 도망걱정은 없었다.

우기가 지난지 얼마 안된 가을.

강의 물이 탁해지고 거셌으며 보다 높았다.

"이거 생각보다 쉽겠군."

쿠른이 씨익 웃었다.

옆에 있던 베이루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강 너머에 보이는 북 네그얼 성을 쳐다봤다.

*                     *                        *

남 네그얼 성을 지켜보던 아르센이 자신의 앞에 있는 북 네그얼 성을 바라본다.

성벽 위에는 제론 왕국의 상징인 깃발을 든채 수 많은 병사들이 긴장한채 그들을 쳐다봤다.

이미 이곳에 도착한지도 2일이 지났지만 이렇다할 전투는 없었다.

아르센이 손을 들자 기수들이 깃발을 세차게 흔든다.

부우우우─!

뿔고동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2일 동안 푹 쉬었던 병사들이 병장기를 들고 긴장한채 도열했다.

그들 역시 지난 1년이 넘도록 전쟁을 해온 베테랑 중에 베테랑.

어떤이들은 배이제 제국이 망하고 각 도시 국가간의 전쟁에 참여해 배이제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북방의 다리우스와 자신이 왕이 되길 원하는 야망가 붉은 사냥개 폐루가 일으킨 남북전쟁, 제론왕국의 릴리프 공작이 이끄는 10만 대병력의 침공, 그 이후 아르센 왕국이라는 신흥 왕국의 발족과 함께 제론 왕국의 세력을 물리기 위한 전쟁까지.

분명 릴리프가 죽는다고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아르센 왕국과 남쪽 연합군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공통된 적을 가지고 네그얼 성을 보고 있었다.

후우, 후우.

긴장된 숨소리가 옆 전우에게서 들렸다.

그리고 자신도 똑같이 긴장한채 숨을 내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전군은 들으라!"

성벽을 지켜보던 병사들의 뒤로 익숙한 목소리, 아르센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들의 주군이자 왕.

"모두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병사들은 뒤를 보지 않았다.

다만 앞만 볼 뿐이다.

"붉은 사냥개 폐루를 지원한 것도! 언데드들이 일어난 것도! 전부 제론 왕국의 릴리프 공작에 의한 것! 모든 일의 원흉이 저 앞에 있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전군! 전진하라!"

짧은 말이지만 마나가 뒤섞여 전장 곳곳에 울려퍼진다.

병사의 심장이 두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강 너머를 바라봤다.

수 많은 병사들이 꾸물꾸물 거리며 전진하는 것이 보였다.

다시 시선을 돌려 정면을 바라본다.

척척척척!

발걸음 당당하게 전진했다.

성벽 위 병사들이 화살을 재는게 보였다.

자신의 손에 들린 이 묵직한 방패가 자신을 구원해줄 유일한 무기이다.

또, 뒤에는 방패를 들지 않은 창병들이 서있다.

자신이 막아줘야할 전우인것이다.

군에 몸을 담은지 2년이나 되었지만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패트슨. 긴장되는가 보오."

"……그런가봐."

패트슨이 장갑이 축축한 것을 그제야 느꼈다.

긴장감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다.

"제 1구우운!"

뒤에서 1군단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격!"

걷던 병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패트슨 역시 마찬가지.

"시발, 시발, 시발, 시발."

부담때문인지 욕을 반복하는 병사.

"하느님 아버지, 오늘도 전투에서 살 수 있도록 구원해주시옵고, 내일 아침 눈떠 일어날 수 있게 해주소서……."

하늘에 기도하는 병사.

"진짜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 제론 개새끼들!"

독기가 오른 병사.

"후우, 후우, 후우."

그저 말 없이 쉼호흡을 하며 눈동자만 굴리는 병사.

"……."

그 모든것을 바라보며 패트슨이 방패를 꽉 쥐었다.

"백인대는 나를 따르라."

백인장 패트슨.

그것이 그의 직책이었다.

패트슨이 이끄는 백인대의 속도가 서서히 올라간다.

수 많은 종류의 병사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느껴진다 1백여명의 시선이 자신을 따른 다는 것을.

"선두는 속도를 높여라!"

뒤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으, 으……."

패트슨이 입이 달싹 거렸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우와아아아아─!

고요했던 전장에 수 많은 병사들의 함성이 피부를 진동시킬 정도로 퍼졌다.

"바, 방패병들은 방패를 위로!"

패트슨이 어깨 위로 방패를 사선으로 들었다.

슈슈슈슉!

하늘 위에서 작지만 들리는 파공성.

창병들이 방패병들 뒤에 숨었다.

까가가강!

푸푸푹!

화살비를 직접 보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끄악!"

뒤에 있던 창병 하나의 목이 뚫린다.

패트슨이 그저 입술을 앙 다문채 달렸다.

화살비는 계속해서 쏟아졌지만 그럴 수록 방패를 든 병사들이 오밀조밀 모여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슈우웅!

그때 하늘에 들리는 알 수 없는 소리.

굉장히 묵직하게 날아오는게 느껴졌다.

쿠와아앙!

패트슨의 발걸음이 순간 멈춰졌다.

자신의 옆에 달리던 병사들이 돌에 깔려 죽은 것이다.

힘이 풀린 패트슨의 방패가 내려가고 하늘에 보인 것은 수 많은 돌덩어리들.

투석기가 수 십 개의 돌들을 뿌린 것이다.

"아……."

자신의 위에서도 돌이 떨어지고 있었다.

위잉!

순간 자신의 앞에 반투명한 막이 생성되었다.

마치 허공에 장애물이라도 있듯이 돌이 퉁겨져 땅에 떨어졌다.

패트슨의 시선이 뒤로 향했다.

하늘에 떠 있는 수 많은 마법사들.

그리고 가장 선두에 있는 에리히 베이트먼.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마법사 답지 않게 털털하며 항상 블루윈드 기사단에게 끌려다니는 자.

그가 마법사단을 이끄는 것이다.

"배, 백인장님! 명령을!"

그제야 패트슨이 정신을 차렸다.

아직 살아남은 병사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떨어진 돌의 뒤에 숨어서 말이다.

"아……."

몸에 다시 힘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뭣들 하는 거야!"

방패를 번쩍든다.

"병신들아! 여기서 죽을거야?! 전원 전진이지!"

병사들이 씨익 웃었다.

"충!"

"백인장님을 따르라!"

다시 달렸다.

가장 선두에 자신들이 선것이다.

얼마나 달렸는지도 몰랐다.

성벽은 생각보다 금방나타났다.

"사다리병! 사다리병!"

패트슨이 외치자 뒤에서 사다리를 든채 수 명의 병사들이 계속해서 달렸다.

방패를 든 병사들 역시 옆에서 보조해준다.

"오~가!"

"오~가!"

사다리를 든 병사들이 서로 호흡을 맞추며 사다리를 들어 성벽에 걸친다.

"선봉에 내가 선다! 너희 둘! 사다리 잡아!"

"충!"

"충!"

병사 둘이 양쪽에서 사다리를 붙잡았다.

탁!

패트슨이 방패로 몸을 가린채 사다리를 올랐다.

흔들거리는게 언제든 부러질 것 같았다.

까가강!

화살 수 개가 날아와 부딪히지만 방패에 퉁겨졌다.

병사들이 사다리에 더 올라타자 흔들거림도 사라졌다.

"내 창 내놔!"

패트슨이 뒤에 손을 내밀자 병사 하나가 창을 건넸다.

창의 묵직한 느낌과 함께 방패를 비스듬히 꺾으며 창을 내질렀다.

푸욱!

사다리를 부러뜨리려고 하던 병사의 복부에 정확히 창이 꽂혔다.

도끼를 든 병사가 그대로 성벽 아래로 떨어진다.

창이 빠지며 내장도 같이 꺼냈다.

쿵!

묵직한 소리를 뒤로 하며 창을 계속 찔렀다.

하지만 성벽 위는 틈이 하나도 없었다.

"젠장!"

수 많은 병사들이 똑같이 창을 내밀며 자신을 견제하는 것이다.

패트슨이 방패로 몸을 완전히 가린채 뒤를 본다.

병사들이 자신을 쳐다봤다.

"……."

뒤로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다.

옆을 본다.

어느새 뒤따라온 다른 백인대, 천인대가 성벽 위에 사다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장관일세."

"백인장님! 어서!"

패트슨이 방패를 세워 몸을 그대로 날린다.

갑작스런 움직임에 제론 왕국의 병사들이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자신이 만든 공간으로 뒤에 있는 병사들이 올라선다.

하늘을 메운 화살들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게 느껴졌다.

"가자!"

*                               *                              *

아르센이 몸이 근질 거리는지 움찔 거린다.

아이조드가 검을 언제든지 뽑을 준비를 했다.

"가시면 바로 베어버립니다."

"거 참. 안가."

"……몸은 계속 왜 움직이십니까."

"내가? 아닌데."

아르센이 팔짱을 낀채 금단현상처럼 몸을 달싹 거렸다.

성벽위에 다닥다닥 붙은 병사들이 몰아부쳤지만 제론 왕국도 만만치 않았다.

"그나저나 릴리프 녀석이 보이지가 않는군. 마나도 안느껴져."

아이조드 역시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습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걱정하고 있는 틈에 전투는 더욱 격렬해졌다.

처음보다 화살비는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화살비는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었고 한 면은 강이라 사방에서 공격못한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점심쯤에 시작된 전투는 몇 시간이나 더 치뤄졌다.

"이만 퇴각 신호를 보내라."

아이조드가 명령을 내리자 기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깃발을 흔든다.

그에 맞춰서 고수들이 북의 리듬을 바꿨다.

둥~두둥! 둥~두둥!

깃발을 보고 신호를 들은 각 장들이 도열 한채 뒤로 서서히 물러났다.

전투중이던 부대도 서서히 내려와 빠른 속도로 물러났다.

성벽 위에서 화살이 간헐적으로 쏘아지긴 했지만 상황정리와 시체정리 때문인지 큰 저항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 수고했다 일러라. 스피드 전이다. 우리는 저곳을 뚫어야해. 오늘 저녁에 유레로가 이끄는 용병부대가 공격한다."

"충."

모두 고개를 숙여 답했다.

*                               *                             *

그 날 밤.

성벽 위에서는 아직도 전장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아 흔적들이 고스란이 남아 있었다.

병사들이 멍한 눈으로 정면만을 응시할 뿐 아무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 만큼 충격도 큰데다가 피로가 컸기 때문이다.

둥! 둥! 둥! 둥!

아르센 왕국 진영에서 횃불들이 켜지며 수 많은 병력이 다시 전진한다.

북소리와 함께 말이다.

"저 새끼들은 잠도 없나!"

2만대 6만의 전투.

릴리프가 휘젠가르트에서 했던 대회전을 이번에는 아르센 쪽에서 시전했다.

화르륵!

순간 적 쪽에서 환하게 불이 켜진다 생각한 순간 수 천개의 불화살들이 하늘을 갈랐다.

"어, 어어어! 어, 어서! 적의 침입이다!"

제론 왕국의 병사가 놀라 소리쳤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요번 주 내내 야근했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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