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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7편 - 빈폴 보르고스
아르센 군의 출정은 곳 성들 사이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당연히 릴리프가 있는 북 네그얼 성이었다.
길다란 줄이 끝없이 이어졌다.
흔들리는 말 안장에서 거의 눈을 감은채 아르센이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어.어.
이따금 언데드들이 곳곳에서 한 무더기씩 출물했으나 즉시 기사단이 출진해 근원지인 마법진을 파괴해가며 전전해 가고 있었다.
또한 동서남북에서 인간이 아닌 유사인종들의 출현이 점차 잦아지기 시작했다.
"흠……."
아르센이 감은 눈을 뜨며 정면을 바라본다.
언덕 아래에 자그마한 마을이 목책을 세운 채 언데드들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1기사단은 준비하라."
"충!"
"충!"
가장 선두에 서있는 1기사단 5백여기가 금방 준비를 마치고 자로 잰듯하게 도열했다.
"출발한다."
아이조드와 에릭센이 깃발을 높게 올리자 세 부대로 나뉘었다.
아르센 직속 3백명. 아이조드 직속 1백명, 에릭센 직속 1백명.
총 5백여명의 기사단원들이 세 줄기로 나뉘어 돌격을 시작했다.
내리막길인지라 그 속도가 어느때보다 빨랐다.
"전원 돌격한다!"
그러자 말들의 움직임이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
[스킬 - 돌격을 사용했습니다.]
[기사단의 순간속력이 370% 증가합니다.
[달리는 동안에는 측면의 어떠한 공격에도 반응하지 않습니다.]
바로 앞에 있던 마을인지라 언데들은 금방 기사단의 앞에 나타났다.
"거창!"
"거~창!"
"거~창!"
아르센이 외치자 파도처럼 목소리가 줄줄이 뒤로 이어지며 복창한다.
꽈악!
옆구리에 장창을 꽉 쥐었다.
안면가리개를 내리자 시야가 가려지며 정확히 앞만 보였다.
콰직! 콰과과과!
아르센을 필두로 언데들이 반응을 하기도전에 산산조각이 나며 터졌다.
창에 네 개의 머리가 꽂혔다.
팔에 묻은 물을 털듯 창을 휘두르자 머리 네 개가 하나의 무기가 되며 쏘아져 앞으로 나간다.
퍼퍼퍼퍽!
머리가 다른 언데드의 몸과 머리에 맞아 같이 터지며 쓰러뜨린다.
그러면서 아르센이 왼 손을 들었다.
그 신호를 본 기수가 깃발을 좌우로 빠르게 8자를 그리며 흔든다.
아이조드와 에릭센이 보고서는 좌우로 나뉘어 목책을 따라 달렸다.
아르센은 그대로 전진했다.
"하프 문 나이프(Half Moon knife)."
창을 검처럼 한 번 휘두르자 반달모양의 오러가 앞으로 뻗어나갔다.
서거거걱!
오러에 의해 반으로 갈라진 언데드들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기사단 전체가 오러를 사용할 줄 아는 유저들이다.
무서운 속도로 두터운 언데드들의 무리를 뚫고 목책의 앞에 섰다.
"누, 누구십니까!"
목책위에는 17살이나 되었을까.
어린 소년이 창을 든채 서 있었다.
대부분이 또래인듯 어려보였다.
아르센이 한 번 쳐다보는가 싶더니 목책을 본다.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 않던 마법진의 기운.
그것은 가까이에 있었다.
목책에 새겨진 마법진.
은은한 회색빛이라 가려진듯 했다.
"이번 마법진은 색이 희안하군."
그동안 많은 마법진들이 검보라색을 띄웠었으나 이번에는 회색의 마법진이었다.
마법진 중앙에 박힌 마나석을 빼러 천천히 다가갔다.
계속 달려드는 언데드 무리들은 기사단원들에 의해 초토화된다.
중앙에 박힌 마나석을 빼냈다.
순간 마법진이 조각이 나며 사라졌다.
투투둑.
그리고 아직 서 있던 언데드들이 수수깡처럼 무너져 내렸다.
"쉽군. 깃발을……."
명령을 내리려던 아르센이 멈춘다.
마나의 기운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마나석이 빛을 발하는가 싶더니 조각나며 그곳에서 무언가가 튀어 나왔다.
─아.
묵빛의 갑주를 입은 데스 나이트.
처음 나온 듯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눈동자는 빨갛게 물들지 않고 정상적인 인간의 모습이었다.
목소리는 어느정도 울렸지만 그렇다고 데스 나이트의 쇠를 긁는 특유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뭐지. 내가……, 그렇군. 데스 나이트가 된거로군.
아르센이 팔짱을 낀채 내려다봤다.
─내가 언데드가 될 줄이야. 재밌구만, 재밌어.
"누구지."
아르센이 묻는다.
그리고 시체들을 처리하고 있는 단원들 사이로 아이조드와 에릭센이 나타났다.
─아, 내 이름은 빈폴 보르고스. 그냥 뭐, 자유기사지.
"빈폴……?"
아르센이 아이조드를 본다.
"그 빈폴이 맞는것 같습니다."
보르고스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나저나……, 자네에게 제법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군.
"너보단 강하겠지."
─재밌군.
그가 손을 뻗자 앞에 묵빛의 검이 소환된다.
굉장히 커다란 그레이트 소드.
그 크기가 말에 올라타있는 아르센의 높이와 맞먹을 정도였다.
"무식하게 그 정도 크기로……."
말을 하던 순간 아르센이 자기도 모르게 검을 뽑아들었다.
─어때, 해볼 마음이 생겼나.
"……."
갑자기 느껴지는 살기와 투지에 아르센이 자신도 모르게 검을 뽑은 것이다.
"제법 재밌겠군."
검을 쥔채 자세를 잡으려는 순간 말이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기세를 버티지 못하고 기절한 것이다.
우우웅!
둘의 오러에 맺히는 오러 블레이드.
누가 말할것도 없이 동시에 맞부딪혔다.
둘의 오러가 서로 불똥을 튀기며 사방으로 튀었다.
"롤링 크러시(Rolling Cruch)."
오러 블레이드가 붙어 있는 상태에서 아르센의 오러가 회전을 시작했다.
주변의 마나가 아르센의 검에 몰려들며 그 덩치를 키워갔다.
─재밌는 기술이구나. 차징(charging).
보르고스가 검을 꺾으며 회전하는 오러들의 미세한 틈으로 몸을 들이민다.
화악!
몰려들던 마나들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며 스킬이 캔슬되었다.
그리고 느슨해진 틈을 보르고스의 어깨가 정확히 공격했다.
몇 발자국 물러나는 아르센이 검을 횡으로 그었다.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보르고스의 검이 어깨 위에서 간신히 막았다.
─배틀 그라운드(Battle Ground).
그러자 보르고스의 발밑에서 흙들이 잘게 부셔지며 모래처럼 위로 솟아 오른다.
하나하나가 마나를 머금고 있어 속도가 제법 있다.
쇄쇄액!
모래들이 뭉치는가 마치 창처럼 변해 아르센을 찌른다.
"대쉬."
아르센의 신영이 늘어지는가 싶더니 모래 창들을 피해 옆으로 피했다.
─배틀 그라운드는 말 그대로 싸움의 땅이다.
말과 동시에 아르센이 나타난 곳에 흙의 벽이 생겨났다.
등이 부딪힌 아르센은 자연스레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쑤욱!
벽과 땅에서 모래 손들이 나오더니 몸을 붙잡고 모래 창과 검들이 날카롭게 아르센을 노렸다.
"나를 너무 우습게 보는군. 리버스(Reverse)."
마나를 개방하자 연푸른색의 마나의 구역이 생겼다.
동시에 보르고스의 마나로 만들어진 배틀 그라운드가 무너져 내린다.
인위적인 마나가 자연으로 돌아간 것이다.
─소일 홀드(Soil Hold).
반격하려던 아르센의 몸이 우뚝 멈춘다.
땅이 멈춘것이다.
원래 멈춰있으니 멈춘다는 말은 이상하겠지만 아예 멈춰버린 것이다.
발로 땅을 차면 반발에 의해 튀어나가야할 모래들과 작은 돌들이 굳은채로 가만히 있었다.
마치 걸음걸이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아르센이 멈추었다.
작은 이질감이 몸 전체의 밸런스에 영향을 준 것.
설명은 길었지만 틈은 굉장히 짧았다.
하지만 보르고스는 그 짧은 틈조자 길어보였다.
보르고스의 오러 블레이드가 아르센의 심장을 노린다.
섬칫!
아르센이 몸을 뒤로 빼며 검을 회전시켰다.
쾅!
굉음과 함께 보르고스의 검로가 이탈되며 스쳤다.
비록 스쳤으나 오러 블레이드는 오러 블레이드.
아르센의 옆구리에서 피가 흘렀다.
─어때, 이 정도면 재밌는가?
옆구리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아르센이 보르고스를 바라봤다.
"별로 재미는 없군."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르센의 검에서 오러 블레이드가 보르고스와 맞먹을 정도로 솟아났다.
─너도……. 그렇군. 나랑 같은 실력자를 만나다니.
보르고스의 말이 끝났을 때엔 아르센의 검이 목을 노리고 있었다.
"넌 죽었고, 난 살아있다."
그 속도는 아이조드와 에릭센 조차 따라가기 힘들정도였다.
쾅!
굉음과 함께 보르고스가 목책에 부딪힌다.
목책 전체에 균열이 갔다. 그리고 보르고스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하지만 자세를 잡기도전에 아르센의 발이 보르고스의 턱을 가격한다.
몸이 움찔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멈춘다.
흙으로 감싼 손을 턱으로 올려 아르센의 발을 막은 것이다.
그대로 고개만 올려 아르센을 보더니 씨익 웃는다.
─분명 난 죽었고, 넌 살아있지. 차징(charging).
보르고스가 그대로 발돋움해 공중에서 몸으로 박치기를 했다.
아르센이 균형을 잃고 날아가 땅에 굴렀다.
그러는 사이 주변에 기사단과 병력들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말에 타고 있는 사람과 비슷한 높이의 오러 블레이드.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와 한 번 부딪힐 때마다 피부를 때리는 강한 바람.
"인간의 대결이 아니야……."
나름 강하다고 생각하던 용병왕 유레로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벨렌시아와 이지빈, 그리고 페르모르그 역시도 알면서도 새삼 고개를 흔들었다.
"그나저나 아르센 님과 싸우고 있는 이는 누구지……."
페르모르그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때 옆에서 빈폴 레샤드가 말을 몰며 입을 열었다.
"저건 빈폴 가의 대지의 검술 같은데……."
그 말에 페르모르그가 유심히 본다.
하지만 빈폴 드로이드는 아니었다.
빈폴 드로이드는 적어도 그가 알기에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의 유저.
"빈폴 가에 오러 블레이드를 저렇게까지 뽑는 사람이 있었습니까."
"……딱 한 명 있었지. 빈폴 가를 세운 초대 성주. 자유기사 빈폴 보르고스."
레샤드가 어린 나이지만 유심히 지켜본다.
그것을 또 페르모르그가 흐뭇하게 쳐다봤다.
'벌써 강자들의 대결에 집중하고 보실 나이가 되신겁니까…….'
그렇게 흐뭇해하고 있는 사이 싸움은 더욱 급해졌다.
쿵!
또다시 오러 블레이드끼리 부딪히며 후폭풍이 주변에 몰아쳤다.
만약 블루윈드 기사단이 아니었다면 날아가고도 남았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여기까지 해야겠군.
보르고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소환한 검을 없앴다.
"……."
아르센이 말없이 검을 내린다.
더 싸우고 싶어도 먼지처럼 흩어지는 그의 몸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소환자가 부르는것 같아. 나중에 한 번더 붙었으면 좋겠군.
"다음엔 죽는다."
─하하하! 그래, 그래. 좋은 기세다.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둘이 사라지자 적막만이 남았다.
이 중에서 대부분은 오러 블레이드 라는 것을 처음 보는 이들도 존재했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있었다.
분명 강자들의 싸움인데 커다란 구멍도, 파괴된 건물도 없었다.
다만 목책이 부셔지고 땅이 살짝 패인정도.
하지만 어느정도 안목이 있고 실력이 있는 자라면 알았다.
자신의 몸보다 큰 오러를 뿜어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많은 집중과 마나를 요하는 일인지를.
"단장님 괜찮으십니까."
아이조드가 걱정되어 물었다.
"쳇."
아르센이 기절해 있는 말의 머리를 한대 치자 화들짝 놀라며 일어선다.
"나만 피봤군."
말에 올라탄 후 옆구리에 묻은 피를 스윽 만진다.
아이조드가 피식 웃으면서 수건을 건넸다.
"단장님이 약하니까 그런겁니다."
"……."
아르센이 말 없이 보르고스가 사라진 곳을 쳐다본다.
"릴리프를 무조건 죽여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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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문어가 이제 제철인데 문어숙회 먹고 싶네요ㅎㅎㅎㅎ
eminem팬 1등 축하드려요^^ 낚아서 죄송해요ㅠㅠ
다크앤화이트님 ㅋㅋㅋㅋㅋㅋ연참은 연참입니다^^
잠자는총각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ㅋㅋㅋㅋㅋㅋㅋ
하울리즈님 빼애애애액!!
열혈마균님 오랜만입니다^^ 비슷한가요ㅠㅠ 다음 소설은 다른 성격으로 한 번 써볼까요ㅎㅎ
임무룡님 헛...ㅠㅠ
이지빈님 응원해줘서 감사합니다^^ 그래두 글 써야죱ㅎㅎㅎ
페진님 ㅋㅋㅋㅋㅋㅋㅋㅋ낚아서 죄송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