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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6편 - 마지막 전쟁의 서막.
쏴아아아─!
빗소리가 숲속 전체를 가득 두드렸다.
길도 제대로 나있지 않은 숲길을 혼자 걷고 있는 이가 있다.
길이 아니라 생각했던 곳을 계속 걷다보니 무언가가 그를 막았다.
비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 후드를 깊게 쓴 그가 고개를 살짝 든다.
두터운 목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 하나는 막을 정도였다.
"이게 무슨 마나의 기운인가 했더니."
빗속에서도 상체를 드러낸 근육질의 사내가 우중충한 빗속 사이를 걸어 나온다.
"이런……, 벌써 꼬마가 이렇게나 크게 성장했군."
"……애 취급은 사양하지. 나름 족장이다."
"안으로 들어가도 되나? 베메타."
베메타가 인상을 찌푸린다.
"이곳에 온 목적이 있을 것 아닌가."
"이거, 늙은이를 이 빗속에 세워놓을 생각인가보군."
"미안하지만 테이티 아베노. 지금 당장이라도 널 죽일 수도 있다."
후드를 벗는 테이티 아베노.
하지만 빗줄기는 그를 빗겨 땅에 떨어졌다.
전혀 젖지 않았다.
"꼬마야. 오랜만에 한 번 싸워볼겠나."
베메타가 이빨을 드러냈다.
"300살이나 살았으면 이만 죽어라."
신형이 길게 주욱 늘어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테이티 아베노의 앞에 섰다.
파삭!
주먹이 가슴팍을 노렸으나 우윳빛의 쉴드가 상쇄시켰다.
"리버스 그래비티(Reverse Grevity)"
이어 공격하려던 베메타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떴다.
철컥.
테이티 아베노가 로브에 가려진 오른팔을 드러내자 자그마한 마법진 수 개가 각각의 색을 냈다.
"로스트 스타(Lost Star)."
붕 뜬 베메타의 위로 작은 운석들이 소환되는가 싶더니 그대로 내려 꽂혔다.
퍼퍼펑!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땅에 몸이 박혔다.
"그래비티(Grevity)."
이번에는 몸이 무거워지며 움직이지 못했다.
"잃어버린 사원의 빛이며 다시 발하며 모든 근원의 힘인 마나를 내 육체에 빌어……."
"그, 그만! 알았다. 그만 포기하지."
테이티 아베노가 웃으면서 중력의 마법을 풀었다.
그제야 운신이 자유로워지자 베메타가 자리에서 일어나 진흙은 닦아냈다.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구나."
"늙은이는 뒤지지도 않는가 보지."
"뭐 굳이 나도 바쁘니 들어갈 필요는 없지."
테이티 아베노의 웃는 표정이 사라지며 진지해졌다.
"마왕 벨제불에 대해 알고 있나."
"벨제불……?"
"그래. 벨제불."
"빌어먹을 파리의 왕이로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테이티 아베노가 피식하고 웃었다.
"그래, 쿠르비크족이 믿는 간테크의 숙적이기도 하지."
"……흥. 그런 언데드나 쓰는 놈은 우리같이 강한 놈들을 이길 수 없지. 항상 남을 이용해 적을 처리하다니."
"육체적인 면에서야 최상급마족인 간테크를 어떻게 이기겠나. 게다가 그의 자식들은 쿠르비크족은 그 중 단연 으뜸이지."
비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내렸다.
"그나저나, 부락이 조금 어수선한것 같군."
"……전 족장이 급하게 진출했다가 패전했지. 피해를 많이 입었다."
"급하게라니……, 룐 성 앞에서의 전투인가."
"아르센에게 대패했지."
"……."
테이티 아베노가 어깨를 으쓱한다.
"뭐, 어쩔 수 없지. 여튼 벨제불이 어쨌다는 것인가."
"릴리프라는 놈을 통해 다시 현신하려한다."
"……?"
"힘이 점점 강해져. 나조차도 몰랐다. 아마 내년쯤이면 현신할것이야."
"그렇게나 빠르게 나오는가."
답은 없었다.
다만 서로 눈동자를 마주쳤다.
"그렇군. 하지만 그리 큰힘은 되지 못할 거야."
"일당백인 쿠르비크족이 약한 소리를 하는군."
"돌아가라. 더 이상 있다가는 다른 부족원들이 달려올것이다."
"……그러도록하지."
"이번에는 어디로 가지?"
등을 돌린채 물었다.
테이티 아베노가 살짝 미소띄우며 말했다.
"서쪽의 미르고 산맥."
"……엘프의 숲이군. 늙은이 발이 넓군."
"슬프게도. 워프(Warp)."
베메타가 부락 안으로 들어갔다.
테이티 아베노가 있었던 흔적은 없었다.
* * *
아르센이 의자에 앉아 턱을 괸채 책상 위를 바라본다.
"……."
책상 위에 있는 많은 수의 양피지는 그 수가 너무 많아 바닥까지도 굴러다녔다.
"아이조드. 이게 뭔데."
"예상하시다시피……, 에릭센의 작품입니다."
"……겨우 보름 아니었나."
그 말에 아이조드가 웃으면서 방을 나섰다.
"신은 지구를 7일만에 만들었다 들었습니다. 보름이면 지구를 2번이나 만들었겠네요."
문이 닫히자 적막만이 남았다.
아르센이 서류를 뒤적인다.
"어떻게……, 보름만에 1년치 군량이 반이나 줄었지. 에릭센!"
에릭센이 구석에서 움찔한다.
하얀 띠를 고치며 어정쩡하게 답했다.
"그게, 요즘에 언데드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해서 백성들이 위험할까봐 성안에 대피시키고 농사할때 병력 같이 보내고 그리고 군량미 좀 풀고, 술도 좀 풀고, 축제 좀 하고, 좀 먹고, 좀 놀고, 훈련도 한 번하고 뒷풀이도 좀 하고……."
아르센이 한숨을 푹 쉰다.
분명 좋은 일이다.
사기진작에도 좋으며 대피시키고 그렇게 해준다면 민심도 얻을 수 있다.
"근데……, 축제는 뭐냐."
"……술이 좀 많이 남았길래……."
눈치를 살피며 말끝을 흐린다.
"아휴. 그래, 잘했다."
포기할쯤에 문이 열린다.
"저, 저기 총단장님."
"음?"
들어온 이는 블루윈드 기사단의 막내.
아하드가 들어왔다.
"저기……, 부대에 난리 났습니다. 병사들이 대부분이 술에 취해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축제 언제 했다했지?"
"어제……."
술기운에 취해 일어나지 못하는 병사들.
아르센이 한숨을 푹 쉰다.
"좀 맞자."
* * *
장마가 지나가고 이제는 늦여름의 여치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여름이라 해도 춥습니다."
크리프가 망토를 들고 다가온다.
"커피는 없는지 알고 싶습니다."
"없어."
"그런데 에릭센은 왜 그런겁니까? 온 몸에 붕대를 감싸고 있던데."
"혼자 넘어졌는가보지."
툭 내뱉는 말에 크리프가 웃으면서 망토를 내려놓고는 난간에 기대어 섰다.
"벌써 여기온지 1년이 넘었습니다."
아르센이 듣기만한다.
"아르센 단장님과 군대에서 4년전 20살에 맞선임, 맞후임으로 만나서 해병대 전역하고 그레이트3를 접하고, 기사단에 동반입단해서 또 다시 맞선임, 맞후임으로 만나고……."
크리프가 오래전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가 단장님이 소개해준 동생분과 일찍 결혼까지 해서 애도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홍차를 잔에 따르더니 크리프에게 건넨다.
받아든 홍차를 홀짝이며 씨익 웃었다.
"돌아가고 싶지 않는지 알고싶습니다."
크리프가 진지하게 물었다.
"돌아가야지."
"……저는 이게 게임인지 현실인지 이제 구별조차 안갑니다. 로그아웃이란 말을 할때에 나타나는 오류중이라는 말이 지금 게임속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달이 구름에 가려지며 달빛이 조금 가려진다.
아르센이 자리에서 일어나 난간 앞에 섰다.
"힘든가보군."
"……."
"그냥……, 마누라 보고싶습니다."
"돌아갈 수 있을거다. 걱정마라. 마왕이 차고 있는 목걸이만 있다면 갈 수 있다했으니."
"황녀께서 차고 있던 목걸인지 알고싶습니다."
"테이티 아베노의 말대로라면 비슷한거 같더군. 두 개가 있어야 돼."
그 말에 크리프가 뾰로퉁한 표정을 짓는다.
"거 참."
그리고 더 이상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말 없이 한동안 선선한 늦여름의 소리와 바람을 맞으며 한참동안 홍차를 홀짝였다.
* * *
─그어어.
성대가 없어졌음인가.
쇠를 긁는 소리가 진동했다.
쩌억.
입을 벌리자 누런 이빨이 드러났다.
그리고는 놀라 굳어버린 농부의 목을 물었다.
"어, 어어어!"
같이 일하던 농부들이 놀라서 도망쳤다.
처처척!
주변에 대기하던 병사들이 빠르게 달려온다.
"젠장! 거창!"
"거창!"
"거창!"
십인장이 손을 들고 복명하자 병사들이 복창한다.
두 팔로 단단히 부여잡고 옆구리에 위치시킨다.
"천천히 전진한다!"
발자국을 맞춰 앞으로 전진했다.
아직 시체의 살점들이 전부 썪지 못했는지 곳곳에 남아있었다.
"오직 머리만 부신다!"
"충!"
"찔러!"
"찔러! 찔러!"
열 개의 창이 한 마리의 언데드를 향해 찔렀다.
콰직!
푸푸푹!
얼굴이 뭉게지며 힘을 잃고 쓰러진다.
지금까지 머리만 부셔도 일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체 처리하고 경계에 집중해라."
"충!"
"충!"
넷이 언데드 한 구와 방금 죽은 시체 한 구를 들고 불에 태우러 사라진다.
"요즘 너무 많이 보이는군."
"그렇습니다."
밀과 벼들은 푸르게 익어가고 있는데 언데드들의 등장은 좋지 않은 징조였다.
그 증거로 며칠 사이에 잡초들이 무럭무럭 자랐다.
끄아아악!
그때 시체를 태우러 간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뭐, 뭐야!"
십인장이 놀라며 부하들을 이끌고 달려간다.
"주, 죽었던 언데드가! 다, 다시!"
말을 더듬는 병사의 뒤에 분명이 머리가 부셔져 힘을 잃은 언데드가 쌩쌩하게 일어나 있었다.
그것도 머리까지 복구된채로.
불에 붙은 시체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이 언데드는 큰 문제였다.
병사하나의 목이 잔인하게 뜯겨 눈을 뜬채 즉사했다.
"시발! 뭐야! 진영을 갖춘다! 모두 거창!"
"거창!"
다시 한 번 창들을 도열했다.
"어……."
하지만 십인장은 그대로 멈추어야만 했다.
"저, 저게 뭐야……."
전우의 시체를 파먹고 있는 언데드의 뒤쪽으로 꾸물꾸물 걸어오고 있는 무엇인가가 보였다.
"아……."
그것은 엄청난 숫자의 언데드 무리였다.
"……전원 다리까지 물러난다."
"충!"
"충!"
바로 뒤에 계곡이 있기에 거기까지 물러난 병사들이 다시 진영을 갖추었다.
"하필 다른 인원들이 파견간 사이에 오다니……."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연다.
"막내는 당장 성으로 뛰어라! 가서 지금 상황을 보고한다."
"충! 그런데……, 십인장님께서는……."
"나머지는 이곳을 사수한다. 다리는 어차피 이 하나뿐. 지금 장마가 끝나 계곡이 불어나 물로 뛰어든다면 휩쓸려 떠내려갈것이다."
"……충."
"빨리 뛰어!"
"추, 충!"
막내가 창을 든채 뒤로 뛰어갔다.
"후우……. 아르센 왕국을 위하여."
"아르센을 위하여."
이들은 룐성에서 휘젠가르트 점령을 위해 떠났던 최초의 아르센 왕국군이었다.
직접 훈련받은 만큼 다른 여타의 병사들보다도 강했고, 보수도 쎄서 충성심도 높았으며 무엇보다도 그랜드 마스터를 모신다는 그런 생각에 더욱 애국심이 강했다.
"전원, 거창."
"거창!"
"거창!"
좁은 다리위에서 병사들이 창을 들고 천천히 몰려드는 언데드들을 향해 창을 들었다.
* * *
빈폴 성 사방에서 언데드들이 몰려들었다.
모든 병력이 비상사태로 돌입하며 밖에 나가 있는 병사들을 구출하기 위해 벨렌시아와 이지빈이 기마대를 나누어 흩어졌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늦가을 비가 내리고 있는데 모두 환절기이기도 하고 일교차가 큰 만큼 감기 조심하세요ㅎㅎ
이제 곧 겨울이니 힘 따숩게 입고요ㅎㅎ
길리아님 흥청망청~ㅋㅋㅋㅋㅋㅋㅋ
이지빈님 ㅋㅋㅋㅋㅋㅋㅋ너무 막써욥ㅎㅎㅎㅎ
dkssid00님 과, 광주에요?ㅋㅋㅋㅋ 제 맞선임이 광주인데ㅎㅎㅎ
천화설님 무한구타신공!!
MZD님 리치 50마리잼ㅋㅋㅋㅋㅋㅋㅋ 순삭잼ㅋㅋㅋㅋㅋㅋ
다크앤화이트님 저도 진짜 좋아함 전효성니뮤ㅋㅋㅋㅋ 이번에 굿나잇키스 앨범 한정판 샀어요ㅎㅎ
eminem팬님 딱 댓글 적고 있었는데ㅋㅋㅋㅋㅋ
속쫍이님 놀고먹고 있습니다ㅋㅋㅋㅋㅋ
뮤얀님 릴리프는 죽이면 안돼요ㅠㅠ 아직 복선이...
폴라포티카님 정보길드 눕을 있지 말아주세요ㅠㅠ
잠자는총각님 ㄷㄷㄷㄷㄷ 인간으로 월급주고 숙식제공해주시면 하루종일 글만쓸게요ㅠㅠ 리치는 시러요ㅋㅋㅋㅋ
유레로님 전효성니뮤ㅠㅠ 진짜 한 번만 안아보고 싶은데ㅋㅋㅋㅋㅋㅋ
페진님 ㅋㅋㅋㅋㅋ강하면 좋긴하죠ㅎㅎㅎ 전 강해지는 것보단 돈 많아지고싶어요ㅠㅠ
흑월청화님 오~ 정주행 고생하셨어요ㅎㅎ 저도 정주행하려면 조금 걸리는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