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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5편 - 아르센vs릴리프
강력한 오러 블레이드가 릴리프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쩌억.
몸이 정확히 반으로 갈라지며 안에서 붉은색의 피 대신 검흑빛의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역시……."
아르센이 말에서 내린다.
"죽지 않는 언데드 매지션. 리치. 피 대신 마나로 대신하지."
"……."
갈라진 릴리프의 몸이 서서히붙기 시작했다.
"라이프 캐슬은 어디있나."
"……?!"
절대 알리 없는 리치의 비밀.
데스 나이트와 리치 역시도 고서에만 나오는 전설 속의 몬스터.
심지어 기본 언데드인 스켈레톤 조차도 왠만한 사람이라면 일생동안 보기도 힘든 존재였다.
그런데 리치의 비밀인 라이프 캐슬을 알고 있었다.
"라이프 캐슬이 있는 한 너의 몸은 부셔지고 쪼개지고 갈라져도 적당한 제물과 시간이 있다면 다시 부활하겠지."
"어떻게 알았지?"
칼리엄 소드의 끝이 아직도 붙고 있는 릴리프의 목에 닿는다.
"그래서 너가 애송이란 거다."
"……."
"리치는 수 없이 죽여 봤거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
물론 현실에서라면 리치 하나 보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분명 기사 그랜드 마스터 퀘스트 중에 리치 50마리를 죽여라……, 라는 퀘스트도 있었지."
릴리프의 표정이 기괴하게 변한다.
"허풍만 잔뜩 든 놈이로군. 좋다. 죽여봐라. 다시 나타나 전부 다 죽여주마."
"말했잖아. 리치를 한 두번 죽여본게 아니라고."
"블링크(Blink)."
릴리프가 순간적으로 사라진다.
서걱.
하지만 아르센의 감각이 더욱 빨랐다.
몸을 돌리며 검을 휘두르자 사정거리에 든 릴리프의 오른 팔이 잘렸다.
마나의 결정체이기 때문에 모습을 유지한채 땅에 떨어졌다.
"큭! 어비스 토네이도(Abyss Tornado)."
왼팔을 뻗자 손의 바로 앞에 마법진이 형성되는가 싶더니 날카로운 회오리 바람이 아르센을 향해 뻗어간다.
휘류우우우!
강한 바람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아르센이 피하지 않고 그대로 어깨를 뒤로 뺐다.
"나도 비슷한 것을 알고 있지. 롤링 크러시(Rolling Cruch)."
칼리엄 소드에도 오러가 뭉치며 서서히 회전을 시작했다.
그 강함은 어비스 토네이도 보다도 날카로워 보였다.
검을 그대로 내지른다.
두 개의 회오리 바람이 부딪쳤다.
콰가가각!
서로의 돌풍이 중앙에서 사방으로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퍼졌다.
탁한 돌풍의 색은 아르센의 시야를 막았다.
"컬스 핸즈(Curse Hands)."
왼쪽 어깨에서 작은 팔들이 무수히 뻗어 아르센을 노린다.
"대쉬."
아르센의 신영이 주욱늘어나는가 싶더니 뒤로 물러났고 저주가 걸린 팔들은 아무도 없는 곳만을 스쳤다.
릴리프의 뒤를 잡은 그가 검을 내려 찍었다.
"라이트닝 블로우(Lightning Blow)."
검에서 짙은 정전기가 흘러나온다.
지지직!
검의 궤도에 따라 수 많은 길들을 만들어내며 릴리프를 쫓았다.
"아쉽게도 전 리치입니다.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전기가 닿자 마치 환각처럼 리치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사라졌다 생각한 순간 앞에 거대한 돌 덩어리가 생겨났다.
─그.르.르.르.
스톤 골렘.
예전 마법사의 성인 룐성, 중앙에 있는 마탑의 지하에서 마주친 스톤 골렘보다 그 몸체가 더욱 컸고 검흑빛의 아우라를 뿜어냈다.
단 한 마리이지만 연푸른빛이 덮고 있던 장막을 서서히 걷어내고 있었다.
아르센이 그대로 검을 내려놓고 눈을 감는다.
─포.기.하.는.건.가.
"너가 환상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아르센이 눈을 번뜩 뜨자 걷히던 연푸른빛의 마나가 다시 사방을 잠식했다.
쿠르르릉.
돌들이 무너지며 바닥에 쏟아졌다.
그리고 먼지처럼 사라진다.
카득.
동시에 발이 묵직함을 느낀 아르센.
"그런 것에 걸릴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시선을 밑으로 돌리자 두꺼운 뼈의 손들이 아르센의 종아리까지 꽉잡고 있었다.
"다크 스피어(Dark Spear)."
360도에서 수 십개의 창들이 땅에서 솟아난다.
푸푸푹!
복부와 가슴팍, 심지어 머리까지 관통당한다.
사하아아.
아르센의 신형이 연푸른빛의 안개로 변하며 사라진다.
릴리프가 당황하며 땅에서 나왔다.
그를 감싸던 뼈들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래서 너는 안돼는거다. 병신새끼야."
사라졌던 아르센의 신형이 릴리프의 옆에 나타난다.
목을 잡은 아르센이 위로 한 번 올린 후 바닥을 향해 내려 찍었다.
콰직!
머리와 목이 뭉게졌다.
바닥에서 뼈들이 나와 릴리프를 감싼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아무런 이상징후도 없었다.
"……?!"
"이미 이 공간은 내가 지배한다."
연푸른빛의 마나.
이미 그것은 둘의 전투현장을 뒤덮은채 아르센의 힘을 극상으로 올리고 있었다.
"이 구역의 지배자는 나다."
릴리프를 감싼 뼈들이 푸른 마나에 의해 다시 땅으로 되돌아갔다.
자리에서 일어나 아르센이 발로 복부를 밟고 칼리엄 소드를 심장에 갖다댄다.
칼리엄 소드에 오러 블레이드가 더욱 굵어졌다.
동시에 주변이 연푸른빛의 마나가 더욱 진해지며 뒤덮는다.
릴리프의 몸이 멈추었다.
스윽.
검을 목에 천천히 집어넣자 붙던 몸체가 다시 분리되기 시작했다.
"갈기갈기 찢겨지면 다시 부활하는데 더욱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 죽어라. 롤링 크러시(Rolling Crush)."
오러 블레이드가 회전하자 온 몸이 먼지가 되며 사라졌다.
"그리고 그 마나는 자신의 라이프 캐슬을 향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다는 것 역시."
릴리프의 영혼이 궤적을 그리며 북쪽으로 날아간다.
그 방향은 네그얼 성이었다.
"네그얼 성."
그제야 연푸른빛의 마나가 걷힌다.
안개마냥 퍼져 있던 마나가 자연으로 돌아간 것이다.
아르센의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좀 늦었수다. 총 단장님."
시선을 돌리자 다른 네 명의 단장들이 서 있었다.
폐루와 드로이드는 예전에 끝났는지 보이지 않았고, 어비스 나이트인 다울은 온 몸이 갈기갈기 찢어진채 땅에 쓰러져 있었다.
그나마도 천천히 어둠의 마나로 분해되어 사라지는 중이었다.
"일부러 천천히 한 거다."
Hooke가 맡은 근위 기사단은 말들을 제외하고 전부 목이 사라져 있었다.
거기에 사지가 하나씩은 보이지 않았다.
"하여튼 그 버릇은 남 못 주는 군, Hooke."
"……."
어깨를 으쓱한다.
"이, 이놈들은 도대체……, 괴, 괴물……."
사방은 아직도 적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달려드는 이들은 전혀 없었다.
아르센의 시선이 뒤로 돌아간다.
유독 성문 주변만 휑해 보였다.
"아이조드 이 놈."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으니까횻~."
미소가 아르센에게 앵긴다.
귀찮다는 듯 뚱한 표정을 짓는 아르센.
"또 시작이군, 미소."
"헹~."
아르센이 말에 올라탔다.
다른 이들도 따라 말에 오른다.
"음……."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아르센 왕국의 상징이자 칼리엄 제국 황실의 상징.
황금빛의 태양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창을 주어 깃대로 만들어 번쩍 들었다.
"나는! 대 아르센 왕국의 왕이자! 칼리엄의 수호를 받는 블루윈드 기사단의 단장! 아르센이다! 지금 당장 항복한다면! 받아주겠다!"
펄럭.
마나가 실린 목소리는 전장 곳곳에 퍼져나갔다.
하지만 아직 릴리프의 소식을 모르는 곳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으나 가장 가까이 있던 병사들이 무기를 버렸다.
"아……."
"소드 마스터라니……."
"릴리프 공작님이 돌아가셨어."
가장 가까이에서 릴리프가 먼지가 되는 것을 본 병사들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무기를 버렸다.
처음에 제론 왕국에서 데려온 병력은 대부분이 죽었으며 이번 전투는 새로 합류한 병력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렇기에 커다란 애국심이 있을리 만무한 병사들이 무기를 던지고 무릎을 꿇는다.
처처처척!
멀리서 목소리를 듣고 병력들이 몰려든다.
그 중에서도 아까 부딪혔던 기사단이 빠른 속도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이 놈들!"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룬다.
푹!
아르센이 깃발을 꽂았다.
릴리프가 앉아 있던 단상에 말이다.
자리가 제법 높았기에 모두에게 잘 보였다.
그 자리는 분명 릴리프가 앉아 있던 곳이다.
푸릉.
아르센의 말이 그 단상 앞에 선채 달려오는 병력과 기사단을 보았다.
"그렇다면……. 덤벼라."
칼리엄 소드에 오러 블레이드가 단상보다 높게 뿜어져 나온다.
고오오오─!
달려오던 제론 왕국의 기사단이 속도를 천천히 줄이는게 눈에 보였다.
"이, 인간으로써 어찌 저런……!"
오러 블레이드는 그들에게만 보인 것이 아니었다.
성벽 위에서도 너무나 잘 보였다.
게다가 느껴지는 거대한 마나의 기운은 마나에 가장 예민한 마법사들이 못 느낄리 없었다.
"……이, 이, 이 거대한 마나의 힘이."
식은땀이 나고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린다.
제노니아 쿠른이 아르센을 쳐다본다.
"저, 저자가 아르센……."
페르모르그와 벨렌시아도 설마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이 거대한 마나의 힘이 전장 전체를 감싸안았다.
성벽 위에 있던 일반 병사들도 몸이 천천히 떨리는 것을 느꼈다.
마나를 모르는 일반인이 느낄 정도로 거대한 힘이 진동하는 것이다.
우우웅.
그 거대한 힘이 몇 배나 더욱 커졌다.
"오, 오러 블레이드가 다, 다섯 개……."
크리프와 샤르피 그리고 미소와 Hooke의 검에도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가 보였다.
이미 그 주변의 병사들은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단체로 쓰러져버렸다.
"아니오, 베이루트 자작. 여섯 개요."
쿠른의 말에 베이루트가 성벽 아래를 본다.
아이조드.
그의 검에도 저기 있는 괴물보다는 작기는 하지만 오러 블레이드가 맹렬히 타오르고 있었다.
꿀꺽.
페르모르그와 벨렌시아가 침을 삼킨다.
"……이것이 블루윈드 기사단."
"아르센 왕국……."
아르센이 멈추는 기사단을 본다.
"왜 멈추는가."
대답은 없었다.
지금 느껴지는 기운을 막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너무나 벅찼기 때문이다.
[스킬 - 투지를 사용했습니다.(Master)]
[시전자보다 능력이 낮은 생명체는 투지에 질려 스스로 물러납니다.]
[스킬을 마스터 했기에 그 능력이 2배가 됩니다.]
이미 주변의 병사들은 기절해 쓰러졌고 저 멀리 전장의 끝에 있는 이들 조차도 부담을 느껴 벌벌떨고 있었다.
게다가 마나를 다루는 자신들조차 버티는것에 힘이 들었다.
"릴리프 공작이 언데드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
아르센의 말이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크윽!"
가장 약한 기사 하나가 말에서 떨어졌다.
기절한 것이다.
"그런 소문은 듣기는 들었소! 허나, 그것을 믿는다면 적들의 유언비어에 속는 머저리일뿐이오."
"몰랐다는 것인가."
"……오늘 전투를 보고서야 알았지. 데스 나이트……."
아르센의 말이 어느새 기사단의 앞에 서 있었다.
"제론 왕국의 기사단이라 그랬나."
"……제론 왕국의 레드 드래곤 기사단이오."
"이름이 아깝군. 드래곤이라면 리치라는 것을 알았을 것인데."
"……."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말할 힘도 없거니와 전부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투는 끝이 나버렸다.
사다리를 오르던 병사도 화살을 재던 궁수도 피가 뚝뚝 흐르는 창을 쥔 창수도.
전부다 아르센을 보고 있었다.
"제론 왕국은 자신의 귀족이 언데드인 것을 알고도 넘어가는 나라인가."
"……분명 안다면 없애려 할 것이오. 제론 왕국을 욕보이지 마시오."
"과연 기사는 기사라는 것인가."
아르센의 몸에서 마나가 더욱 폭사되었다.
그러자 마지막까지 이성의 끈을 잡고 있던 병사들이 쓰러졌다.
기사단의 반절 이상이 게거품을 물며 말 위에 쓰러진다.
"그럼 모든 이야기는 끝났군."
아르센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모든 기운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나머지 일행들의 오러 블레이드 역시 거둬들인다.
숨을 쉴 수가 없어 고통을 호소하던 병사들과 사람들이 숨을 급히 들이마쉰다.
"후웁!"
상쾌한 공기가 폐 끝까지 들어왔다.
아르센이 등을 돌린다.
"그럼 가자."
"……무엇을 말이오."
"릴리프 잡으러."
"방금……, 죽지 않았소."
"리치는 라이프 캐슬을 부실때까지 계속 부활한다. 일정량의 제물을 바치면."
"……."
처음 안 사실에 레드 드래곤 기사단이 놀란다.
"일정량의 제물이라면……."
"마나의 힘을 다룰 수 있는 자들과 시간."
"……."
"기사들과 마법사들이지."
그의 말에 움찔했다.
"네그얼 성에는 마법사와 기사단이 얼마나 있지?"
"……레드 드래곤 기사단 1개 단과 마법사단 2개단이 있소. 남 네그얼 성에는 그저 일반 병력이고 북 네그얼 성에만 있소."
아르센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가자."
"……누구 말이오."
"누구긴 너네지."
"……우린 제론 왕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한 번 그 기운이 폭사한다.
이번에는 그 하나만을 향해 쏟아졌다.
"컥!"
"너는 강도가 어린 소녀를 데리고 갔는데 제론 왕국의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냅둘 것인가."
"……."
힘을 풀자 그 기사는 기절한채 말 위에 몸을 뉘였다.
"며칠 있다 가야겠군."
"……며칠도 적을 수 있겠습니다."
아이조드가 천천히 말을 몰며 말했다.
"음."
대부분이 쓰러져 있었다.
게다가 마나를 움직여 대항하던 이들도 피가 역류해 눈을 감고 마나를 다스리고 있었다.
"거 참, 크리프 너무 힘을 줬군."
"……전 그랜드 마스터 아닌데요."
크리프가 어이없다는 듯 답했다.
"그럼 Hooke가 그랬나 보군. 아까 너무 잔인하더라니."
"그랜드 마스터는 총 단장님 하나 뿐입니다."
"……."
Hooke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우리 기사단에는 전부 약골밖에 없군. 그랜드 마스터를 새로 영입하든가 해야겠어."
"단장님이 쎄다는 생각은 안해보셨습니까."
"그랜드 마스터가 누구 개집 이름입니까."
"레벨 750도 안됩니다, 저희는."
모두가 한 마디씩 했다.
아르센이 못들은 척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그나저나……, 이걸 어쩌죠."
아이조드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전장을 둘러본다.
"치우려면 힘들겠는데요."
"……집에가자."
아르센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파이예른 성에서 빈폴 성까지 말로 빠르게 달려도 한 달은 걸립니다. 그 전에 릴리프가 부활합니다."
아이조드의 신랄한 말에 아르센이 고민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얘들이 일어나면 가도록하지. 모두 소비한 마나는 채워넣을 수 있도록."
"충."
"충."
"충."
파이예른 성 안으로 연푸른빛의 갑주를 입은 여섯 명이 들어와서도 아무런 반응은 없었다.
다만 모두 길을 비켜줄 뿐이었다.
승리를 했음에도 살아남았음에도 반응은 없었다. 너무나도 커다란 충격을 받은 탓이다.
제노니아 성을 점령한 후 파이예른 성까지 파죽지세로 내려온 릴리프의 4만 대군은 또 다시 아르센에 의해 대패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아르센에 대한 예우가 눈에 띄도록 바뀌었다.
"이거……, 참……."
식탁에는 일반인들이 보기 힘든 귀한 음식들이 쫘악 펼쳐져 있었으며 양 옆으로 예쁘장하고 교육받은 시녀들이 시중을 들고 있었다.
그것은 다른 일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것 좀 드시지요."
"호호홋, 그래. 그것도, 저것도. 너희들 참 실하구나! 호호호!"
다들 부담스러워 하는 와중에 가장 잘 즐기는 이는 단연 미소였다.
나름 교육을 받은 몸 좋고 멋진 하인들이 그녀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샘 역시도 시중을 들고 있었다.
"……샘. 이런 캐릭터였나."
아르센이 기생오래비 처럼 생긴 샘을 뚱하게 쳐다보았다.
"이것 좀 안드시렵니까."
콧소리가 섞인 시녀의 목소리에 짜증이 난 아르센이 손짓으로 물러가라 흔들었다.
"됐다. 시중은 필요없다."
"네?"
허나 대답을 듣기 전에 문이 열리며 제노니아 쿠른과 파이예른 베이루트가 들어왔다.
"허허허, 잘 즐기고 계십니까."
"저희가 영웅을 못 알아 보았습니다."
둘의 바뀐 태도에 아르센이 팔짱을 낀채 지켜본다.
그리고 시녀들과 하인들이 물러났다.
미소가 아쉽다는듯 입맛을 다셨다.
"소드 마스터가 한 곳에 여섯명이나 있다니……. 이것참 정말 대단하십니다."
"……레벨 올리면 자동으로 생기더만."
"단장님, 퀘스트도 있습니다."
"그게 리치 50마리 퇴치였지."
쿠른과 베이루트가 이해를 못한다는 듯 서로 눈치를 살핀다.
"뭐 됐고, 난 먼저 일어나보지. 아, 그리고 창고에 있는 고기와 맥주좀 가져가도 되나?"
"아……?"
당당한 모습에 뭐라 답하지 못하고 멍하니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크리프가 임시 총단장직이니까 알아서 얘기하고."
아이조드가 한숨을 푹 쉬며 역시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연회장을 나온 아르센이 하인들을 대동하고 창고에 있는 와인과 맥주, 고기들을 전부다 꺼내 어딘가로 이동했다.
척척척.
푸른 갑주를 입었기에 어딜 가든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거대한 수레의 줄.
병영을 지키던 근무병이 어버버한채 그대로 아르센을 들여 보냈다.
어느정도 걷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중년의 사내가 일어섰다.
갑작스런 기사의 등장에 예를 갖추려함이다.
"쿤."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깜짝 놀라며 아르센을 쳐다본다.
"아……, 넝마를 입고 다닌……."
생각이 난 것이다.
첫 전투가 끝난 밤에 맥주를 얻어 마시러 온 넝마를 입은 병사.
"빚 갚으러 왔다. 그 날 맥주는 많이 마셨지."
연푸른색의 갑주를 입은 기사는 이미 소문도 소문이지만 그들의 눈으로 직접 보고 몸으로 직접 느꼈다.
그 강력한 힘.
모두가 어버버한채 수레에서 꺼내오는 고기와 술을 본다.
자신들이 먹는 그런 찌꺼기 같은 고기와 맥주가 아니었다.
전부 고급스러운 술들이었다.
게다가 와인까지.
"병영에 풀어라. 그리고 빚은 갚아야지. 난 가볼때가 있어서."
아르센이 쿨하게 등을 돌려 병영을 나간다.
쿤이 멍하니 있을때 옆에서 동료 한 명이 왔다.
"나, 아르센이라는 이름을 알았어……."
"뭐?"
"아르센 왕국의 왕. 북방의 다리우스가 잠적하고 나서 북방의 지배자로 새로 떠오르는 아르센."
"설마……."
북방에만 국한되었던 명성과 힘이 서서히 남부지방에서도 소문이 퍼져가고 있었다.
병영을 나선 아르센이 들린 곳은 제론 왕국의 포로들이었다.
무기해제를 당한채 잡혀있었다.
그것은 레드 드래곤 기사단 역시 마찬가지.
아르센이 다가가자 기사단 전체가 일어났다.
"응? 안일어나도 됀다."
"어찌 기사된 도리로써 초인을 보고……."
이미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과 적개심보다는 경외와 존경심이 잔뜩 묻어나왔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소드 마스터는 기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우상이었다.
"마음대로하도록. 모두 몸은 나았나."
"……어느정도는 전부 괜찮아 졌습니다."
"너희들이 낫는대로 바로 전쟁이다."
"네?"
"네그얼 성으로 간다."
중간과정 없는 설명에 기사단원들이 당황해 했다.
"단장은 누구지?"
"그게……, 어제의 전투로 죽었습니다."
"아, 처음 격돌에 죽은건가……."
"그렇습니다."
"그럼 너가 단장해라."
"네?"
"그나마 너가 나의 힘을 가장 오래 받았으니까."
그가 놀란듯 멍하니 쳐다본다.
"너의 이름은."
"제 이름은 베스토니카입니다."
"성은 없나."
"네, 평민입니다."
"평민이 기사단에 들수도 있나."
이번에는 아르센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재능을 보고 뽑는 평민기사단입니다."
"그래서 이곳에는 너네밖에 없는 모양이군."
귀족이 아니라면 어딜 보내도 상관없을 터.
그리고 진짜배기는 제론 왕국 안에 있을 것이다.
"베스토니카. 너가 레드 드래곤의 단장이다. 낫는대로 바로 출발한다."
"아, 알겠습니다."
레드 드래곤 기사단이 전부 나은 것은 그 후로 5일이 지나서였다.
다른 일반 병력까지 다 나으려면 며칠은 더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르센이 지나가고 나서 아이조드가 방문했다.
"레드 드래곤 기사단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이조드가 웃으며 묻는다.
"그렇습니다."
"저는 대 칼리엄 제국의 블루윈드 기사단 1기사단부단장 아이조드라고 합니다."
"아, 저는 레드 드래곤 기사단장 베스토니카입니다."
"좋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기사단 전체를 보며 말했다.
"아르센 왕국으로 들어와주시기 바랍니다."
"네?"
"제론 왕국의 소속이 아닌 아르센 왕국의 소속이었으면 좋겠군요."
"……그것이……."
기사는 충성의 서약으로 기사가된다.
조국을 배신할 수는 없는 일.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가족과 충의 때문이죠?"
"……."
아이조드가 품에서 서류뭉치를 꺼냈다.
"이것은 여러분들의 서약서입니다."
"……?!"
"그리고 가족들은 아르센 왕국의 정보기간에서 데려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 어떻게."
"한 명이 좀 바쁘게 움직이고 있긴 합니다만……."
아르센의 눈이 되기로 한 눕은 오늘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들어오실겁니까? 안들어오셔도 됩니다. 그럼 가족들은 산맥에서 버려지겠군요. 뭐, 협박이니까, 굳이 생각안하셔도 됩니다."
"……."
기사단원들이 당황하며 베스토니카를 본다.
이내 굳은 결심을 한듯 서약서를 반으로 찢었다.
"아르센 왕국으로 들어가지요. 저는 더 강해지고 싶습니다."
베스토니카를 시작으로 다른 단원들 역시 서약서를 찢었다.
"어차피 제론 왕국에서는 우리를 기사임에도 평민 이하의 취급을 했어. 기왕 이렇게 된거 잘된거야."
"그래, 맞아."
"까짓거, 공작도 언데드인 나라에 있을 필요가 있겠어?"
아이조드가 이내 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은 이제 자유기사입니다. 그리고 이건……."
똑같은 서류뭉치였다.
"이것은 아르센 왕국의 왕인 아르센 총단장님에게만 충성을 맹세한다는 서약서입니다."
"……."
그렇게 레드 드래곤 기사단은 공식으로 아르센 왕국의 기사단이 되었다.
블루윈드 기사단을 제외하고 첫 번째 정식 기사단이 된 것이다.
"블루윈드 기사단은 칼리엄 제국의 기사단인 만큼 레드 드래곤이 아르센 왕국의 첫 기사단이네요.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그 날 제론 왕국의 패잔병 2만 6천여명이 아르센 왕국에 투항함으로써 빈폴성의 3만, 파이예른 성의 2만 6천명.
총 5만 6천명의 대병력이 아르센 왕국군으로 예속되었다.
시간이 흘러 마법진을 사용할 수 있는 보름이 지났다.
"이거 제법 재밌었군."
아르센이 팔짱을 낀채 마법진 위에 올라섰다.
에일리가 걱정된다는 듯 아르센을 본다.
"또 오지."
조심스레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단장들 역시 마법진 위에 올라섰고 빈폴 레샤드와 페르모르그, 벨렌시아 역시 올라섰다.
"그럼 움직이겠습니다."
카트리나와 에일리는 이곳에 남기로 했다.
다시 전쟁을 해야하는 입장에서 다시 데려가기에는 너무도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쿠른 백작. 나중에 네그얼 성에서 보도록 하지."
"……."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에 아르센 일행이 있는 보름동안 얻은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릴리프의 공세를 막은 것 하나뿐.
그것도 크긴 하지만 소드 마스터를 영입하느냐에 따라 힘이 달라진다.
당연히 그것을 수락할리 없는 일행들이기에 표정은 애매모호했다.
"그리고 베스토니카. 약속한 시간에 볼 수 있길."
"충."
베스토니카가 진심으로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품에서 느껴지는 스킬 북.
단원들에게 가르치라고 아르센이 건네 준 고급 스킬 북이었다.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연동 확인."
"쓰리 바이 쓰리. 연동 확인 이상무."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워프(Warp)!"
마법진 자줏빛으로 물드는가 싶더니 강한 빛이 주변을 매삼켰다.
다만 아이조드가 흘려낸 말이 워프 직전 모두를 섬뜩하게 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 빈폴 성 총 사령관이……, 에릭센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빛 속에서 모두의 표정이 아차하는 표정으로 변했다.
그리고 빛은 모두를 삼켰다가 사라진다.
빈폴 성으로 이동된 것이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참고로 여담인데 4기사단장인 미소는 전효성을 보고 만든 캐릭터입니다.
enjoyment님 릴리프는 리치! 죽지 않습니다!ㅋㅋㅋㅋㅋ
StayOver님 그랜드 마스터를 어떻게 강하게 표현할까하다가ㅋㅋㅋㅋㅋ
꾸느님님 ㅋㅋㅋㅋㅋ눈높이 학습ㅋㅋㅋㅋㅋ
sssagfds님 클라스 차이가ㅋㅋㅋㅋ 너무 큰가요ㅋㅋㅋ 점점 먼치킨 되가는듯ㅠㅠ
eminem팬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코멘트는 작가에게 힘이됩니다ㅎㅎㅎ
다크앤화이트님 저 같아도 진짜 멘붕올듯요ㅋㅋㅋ
달과하늘의무희님 전기사무쌍ㅋㅋㅋ 전 기사가 너무 좋아요ㅠㅠ 기사 패티쉬
vkrudsh님 너와나의 연결고리!!
gigawifi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눈높이를 맞춰주는 아르센!
뮤얀님 중간보스라니ㅠㅠ 나름 애착있는 캐릭터였는데.. 안죽일겁니다ㅋㅋㅋㅋ!
우비소녀7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노블레스ㅠㅠ 저도 보다가 말았는데ㅋㅋ
페진님 눈높이 교육하는 아르센ㅋㅋㅋㅋ
kig13님 절단마공! 예전에 즐겨사용했던 무공입죠ㅋㅋㅋㅋㅋ
소설은 판타지님 클래스 차이는 독보적!
속쫍이님 일편단심 감사합니다^^
MZD님 ㅋㅋㅋㅋㅋㅋ레벨이 매우 높은 아르센ㅋㅋㅋ
잠자는총각님 절 죽이면 다음화를..ㅠㅠ
이지빈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절단마공 참 좋아하는데요^^
dkssid00님 몸이 건강한게 최고입니다ㅎㅎ 나중에 술 한 잔 먹으로 들려야겠어요ㅎㅎ 몸 건강하게 챙기세요ㅎㅎ 건강이 쵝오!
agwga님 ㅋㅋㅋㅋ벵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현웃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