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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4편 - 능력의 차이
승부가 끝났다.
그럼에도 메이슨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자신의 약혼녀 앞에서 당한 수치와 굴욕 때문이었다.
"메이슨."
"……부단장님."
페르모르그가 조용히 고개를 젓는다.
"너가 이길 수 있는 실력이 아니다."
열받기는 해도 맞는 말이었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분명 백 번 덤벼도 승리를 장담치 못했다.
그 역시도 기사였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자신의 실력을 잘 알았다.
무엇보다 빠르게 오러를 뿜어내는 순발력과 마나 운용력은 자신도 벅찼다.
"이거 참 재밌는 해프닝이었소. 그나저나 이걸 어쩌면 좋소. 이미 1년 전 파이예른 가문과 제노니아 가문이 중매를 서 약혼을 맺은지라 이거 참."
쿠른이 난처한 듯 말했다.
그것은 베이루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문과 가문, 성과 성의 약속이기 때문에 함부로 물리지도 못했다.
"험험! 당연히 그렇소. 카트리나! 그리고 크리프 경. 정말 야속하지만 이미 정해진 약속."
카트리나의 어깨에 힘이 빠진다.
작년에 한 번 마주치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메이슨과 1년 내내 곁에서 지켜주고 수 많은 여행을 경험하도록 도와준 크리프.
후자쪽으로 마음이 기우는건 여자로써 당연했다.
얼굴이 못난 것도 아니고 제법 준수한 크리프였다.
다만 하는짓이 멍청해서 그럴 뿐.
"이 자리에 서 있는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카트리나 양을 좋아하지만 가문의 약속은 그 무게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중요한 것입니다."
크리프가 웃으며 말한다.
뒤에 있던 미소가 샤르피의 어깨에 기대며 소곤거린다.
"어장관리 보소."
"……아쿠아리움인줄."
"드립 보소."
듣고 있던 크리프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역시 배운 티가 나는 군. 일단 모두 들어오시오. 오늘은 기쁜일이니 만찬은 아니더라도 식사는 대접하고 싶소."
쿠른과 주변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크리프 일행 역시도 따라 들어간다.
* * *
어느덧 시간이 흘러 밤이 되었다.
제법 많은 일들을 만들었던 일행들 역시 각자 방을 배치 받았다.
아르센과 나머지 단장들이 배정 받은 방은 고급스러운 방이었다.
평화의 성 답게 많은 사람들과 귀빈들이 오기에 성 자체는 굉장히 고풍스러웠고 웅장했다.
아르센이 홍차를 홀짝이며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안 주무십니까."
같은 방을 쓰기로 한 아이조드가 테라스로 나왔다.
뒤따라 3기사단장인 샤르피가 들어온다.
"좀 더 앉아 있다가."
"이제 완전히 여름입니다."
"그래. 여기 온지 딱 1년이 지난 듯 하군."
"그렇습니다."
아르센이 샤르피를 본다.
"샤르피."
"충."
"아직도 로그아웃은 안돼는가."
"그렇습니다. 계속 에러만 뜨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릴리프 놈을 잡아야 갈 수 있는 방도가 생길 것 같군."
둘에게 홍차를 따라준다.
"테이티 아베노. 그 늙은 마법쟁이는 뭐하려나."
"글쎄요……."
달이 무척이나 밝고 컸다.
* * *
동부산맥.
제론 왕국과 도시 국가들을 막아주는 길고 험한 산맥이다.
저벅 저벅.
대장장이의 성 볼류트는 산맥 산기슭에 지어진 성이다.
그런 성을 지나 산맥으로 걷고 있는 자가 있었다.
"테이티 아베노."
우뚝.
걷고 있던 자가 멈춘다.
깊게 눌러쓴 후드를 벗었다.
예의 늙은 백발과 수염이 나왔다.
"죽지 못해 사는 자가 이곳엔 무슨 일이지."
주변에서 살기가 느껴진다.
테이티 아베노가 조심히 스태프를 내려놨다.
"진정하시게, 오랜만이군."
"……흥."
수풀에서 나온 자는 왠만한 인간의 키보다 작았다.
마치 난쟁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
하지만 두터운 근육질과 구릿빛의 피부, 덥수룩한 수염들과 푸석하고 긴 머리카락, 오른 손에 든 자신의 몸보다 큰 도끼.
드워프.
사사삭.
주변으로 드워프들이 십 수 명이 나타났다.
"잘 지냈나 모르겠네."
그 말에 드워프가 도끼를 위로 쭉 뻗어 아래로 내려 찍었다.
후웅!
엄청난 파공성.
"자, 여기."
테이티 아베노가 재빠르게 품에서 오크 통 하나를 꺼낸다.
마법의 주머니가 있는 듯 오크 통이 나왔다.
우뚝.
내려찍던 힘 그대로 멈추었다.
화악!
엄창난 풍압이 사방으로 몰아친다.
"뭐지."
"왜 멈추지 않고."
테이티 아베노가 너털 웃음을 짓는다.
"알다시피 마법사의 성, 룐에서 10년간 숙성 시킨 흑맥주일세. 룐은 날씨가 차서 맥주 맛이 일품이지."
"……."
품에서 마법 주머니를 꺼낸다.
그 크기가 아주 자그마해서 동전 주머니로 쓰라 해도 안쓸정도로 작았다.
턱.
주머니를 오크 통 위에 올려놓았다.
"200통일세."
"……큼."
다른 드워프들도 무기를 살며시 내려놓는다.
"헹, 빌어먹을 놈. 76년 전에 우리가 만든 황금 시계를 가져가고 낯짝 두껍게 왔다 했거늘."
"그건 미안하게 되었네."
"됐고, 왜 왔는고."
테이티 아베노가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마왕 벨제불."
"……?"
다른 드워프들이 주머니와 오크통을 챙기다가 우뚝 멈춘다.
"정말이냐."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
"드워프들도 이제 세상에 나와야 할 때야."
"……드래곤들께 말씀은 했는가."
"찾기 전에 죽지."
"빌어먹을 놈. 언제냐."
테이티 아베노가 하늘을 가르킨다.
"내년에 저 태양이 먹구름에 가려질 것이야. 그때일세."
"그럼 늦지 않겠나."
고개를 젓는다.
"이미 수를 써 놓았어. 여튼 다행이군 마스."
"……마스라 부르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하나! 내 이름은 마이어 스톤이야! 줄이지 마!"
"그렇게 합세."
테이티 아베노가 웃는다.
"맥주는 선물일세. 그리고 나는 바빠서 이만."
"……어디로 가는가."
"동쪽에 왔으니 이젠 북쪽이지. 워프."
강렬한 빛이 뿜어지더니 사라졌다.
"……북쪽이라. 반마족에게 가는거냐.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놈들한테 가다니. 그 정도로 진지하다는 것인가."
* * *
둥~ 둥~ 둥~ 둥~!
북소리가 성 밖에 들린다.
"뭐야? 지금 무슨 소리가?"
"……?"
성벽 위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병사들이 눈을 좁히며 전방을 바라본다.
펄럭!
성벽 위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에 만든 첨탑에서는 잘 보였다.
제론 왕국의 깃발과 릴리프 공작의 깃발.
"……아."
"수, 숫자가……."
첨탑 위에서 근무를 서던 둘이 멍하니 쳐다봤다.
제노니아 성과 파이예른 성은 넓은 평지에 우뚝 만들어진 성이다.
그만큼 농사짓기에도 노른자위가 많고 풍작도 잦았다.
하지만 적이 쳐들어올때엔 포위되기 쉬운 단점도 있었다.
"뿌, 뿔 고동을 불어라!"
"네, 넷!"
초병이 첨탑에 배치되어 있는 뿔 고동에 입을 갖다대었다.
"후욱!"
숨을 크게 들이쉰다.
부우우우우─!
뿔 고동 소리가 성 전체에 울렸다.
부우우─!
부우─!
첨탑들이 파도처럼 이어서 뿔 고동을 분다.
성벽 위에서 병사들이 깃발을 빠르게 좌우로 흔든다.
펄럭!
병영에서 대기 하고 있던 병사들이 빠르게 뛰어오고 있었으며 성 밖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기겁하며 빠르게 성 안으로 뛰어온다.
"성문 닫을 준비하고!"
"충!"
"너희는 소식을 전파하라!"
"충!"
병사들이 빠르게 흩어진다.
성밖의 논에는 푸르른 밀들이 익어간다.
그런 밀들을 짓밟고 릴리프의 군대가 전진했다.
"병력이 8천이라."
아직 아르센 일행이 온지 모르는 릴리프는 소풍이라도 온 듯 편했다.
4만의 병력을 이끌고 온 그였다.
"릴리프 공작님.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제 2군까지 간격을 두고 천천히 전진하라. 3군과 4군은 진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맛만 보도록 하지."
"충!"
명령을 받은 병사들이 빠르게 움직인다.
많은 훈련을 받았는지 4만의 병력이 일사분란했다.
* * *
한편 성벽 위로 올라온 쿠른과 베이루트가 침음성을 낸다.
"벌써 왔을 줄이야."
성 안으로 백성들을 전부 소개시킨 직후에야 모든 병사들이 성벽위에 진을 쳤다.
"수가 엄청 나군요."
"그러게 말이오."
페르모르그와 벨렌시아 역시도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다만 아르센 일행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크리프 경은 대단히 겸손하고 예의 바르고 멋진 기사였소."
밤새 셋이서 대작하며 놀았다.
쿠른과 베이루트가 내린 결론은 크리프는 진짜배기였다.
"그런 신사상을 가지고 있는 멋진 이가 있을 줄이야."
"……아르센이라는 자가 대장이 아니라 크리프 경이 사실은 총단장일 수도 있을 것이오. 왕국이라던지 기사단이라던지 전부 눈속임일테지."
"맞소, 베이루트 자작. 저 역시 그리 생각하고 있소. 아르센이란 자는 그저 하녀나 쫓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오."
"근묵자흑이라 했소. 그런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 아니겠소."
"허허허."
다만 뒤에 있던 페르모르그와 벨렌시아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을뿐이었다.
페르모르그가 벨렌시아의 귓가에 속삭인다.
"만약 아르센 님이 싸운걸 봤다면 오줌을 지렸겠군."
"……오랜만에 옳은 소리를 하는군."
비록 적이었지만 둘은 전우애를 느꼈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기사단 전체가 소드마스터는 아닙니다ㅎㅎㅎ 상위만ㅋㅋㅋㅋ 막내 아하드는 아직 상급유저 첨왓을땐 초급과 중급이엇죠ㅋㅋㅋ
다크앤화이트님 맞습니닼ㅋㅋㅋ 범무서운줄 모르곸ㅋㅋㅋㅋ
MZD님 말끊기 패티슄ㅋㅋㅋㅋㅋㅋㅋㅋ
페진님 아버지들이란 똑같죠ㅎㅎ 모두 자식을 위한 마음뿐이니까요ㅎㅎㅎㅎ
eminem팬님 엥??? 밝은길요?ㅋㅋㅋㅋㅋㅋㅋㅋ
edealous님 ㅋㅋㅋㅋ밤에 왜 못돌아다닌다니..ㅠㅠ
이지빈님 ㅋㅋㅋㅋㅋ기회는 많습니다^^
뮤얀님 아닙니다ㅋㅋ 전부 마스터는 아니고요 소수만ㅋㅋㅋ 단원들은 유저들입니다ㅋㅋㅋㅋ
속쫍이님 ㅋㅋㅋ나름 2기사단장입죠ㅎㅎㅎ
유레로님 ㅎㅎㅎㅎㅎㅎㅎ
잠자는총각님 맞습니다ㅎㅎ 아닙니다ㅋㅋㅋ 막내의 이름은 아하드입니다ㅎㅎ 반성하겠습니다ㅠㅠ 두 어번 정주행 하시면 이해하실듯ㅎㅎㅎㅎ 시간나는대로 연참할께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