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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3편 - 평화의 성 파이예른.
페르모르그와 벨렌시아 역시 저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믿기 싫은 것이다.
지켜보던 마법사가 영상을 끝냈다.
"이것이 사실이오. 아마 이제는 모든 성주들이 알테지. 릴리프가 네크로맨서라는 것을 말이오."
마법사가 가차없이 말했다.
화악!
순간 공간에 살기가 맴돌았다.
"어이, 마음대로 말하지 마라."
벨렌시아가 마법사를 죽일 듯 쳐다본다.
순간 살기에 몸을 웅크렸던 마법사가 마나로 자신의 몸을 감싸지킨다.
"그런 감정에 휘둘려봤자 얻을 것 하나 없소."
거기까지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아르센을 본다.
"그럼 오늘 중으로 휘젠가르트에 전보를 뛰워도 되겠소?"
"……마음대로."
아르센이 고개를 끄덕인다.
마법사가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의 답을 한 후 두 명의 마법사를 대동한채 밖으로 나갔다.
한 동안의 침묵.
"……알고 있었습니까."
페르모르그가 아르센을 바라보며 말했다.
"……."
아르센이 말 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말씀해 주시지 않은겁니까?"
"굳이 너희들에게 말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벨렌시아와 페르모르그에게서 은은하게 살기가 피어오른다.
자신의 주군이 죽지 못하는 언데드가 되어 일생에 대한 강한 치욕을 당했다.
평소 자신의 아버지와 같으며 주군이었기에 둘은 화가 더욱 컸다.
살기가 점차 짙어지자 아르센이 팔짱을 낀 팔을 풀며 입을 열었다.
"……지나치게 행동하지마라. 너희 둘 다 이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다."
아르센이 바다와 같은 마나를 풀자 살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지금 같은 일이 일어날 줄 알았기에 말 안했다. 지금 너희들이 흥분해서 쳐들어간다한들 어찌할거지?"
둘을 바라보며 비아냥 거린다.
"왜, 가서 각자의 주군 옆에 같이 데스 나이트로 서 있을텐가?"
그 말에 이성의 끈을 놓친 둘이 검을 뽑아 들며 공격했다.
가장 빠른것은 벨렌시아였다.
스릉, 쾅!
벨렌시아의 검이 뽑히자마자 아르센의 검 역시 뽑혀져 나와 벨렌시아의 검을 부러뜨리며 날렸다.
별로 차이 안날 정도의 스피드로 페르모르그가 검을 휘두른다.
맨 손에 마나를 두른채 페르모르그의 검을 잡자 오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후웅!
테이티 아베노에게 받은 강철 팔로 후려친다.
찌릿.
그렇지만 어깨 옆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아르센과 페르모르그의 눈이 마주쳤다.
"오러 블레이드 조차 흉내도 못하면서……, 까불지 마라."
발로 복부를 걷어찬다.
쾅!
벽에 부딪히며 먼지를 뿜어냈다.
"끄으으."
"……큭!"
둘이 신음성을 흘리며 바둥댄다.
"둘 다 죽기 싫으면 객기 부리지 마라."
아르센이 둘 앞에 걸어가 선다.
"내가 둘을 죽였나? 아니면 내가 데스 나이트로 만들었는가 보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렇게 화나고 좆같으면 너희들이 실력을 키워라. 괜히 투정부려봤자 너희 실력은 바닥을 길 뿐이다."
아르센이 그들을 냅두고 문을 열었다.
"너희들은 데스 나이트로 변한 주군은 커녕 블루윈드 기사단 단원 하나보다도 못하다. 그 따위로 나댈거면 꺼져라. 그런 놈들은 필요없다. 아니면 직접 니들 주군 앞에서 실력으로 보이던가."
그렇게 문 밖으로 나간다.
뒤를 이어 나머지 단장들과 부단장들이 밖으로 나선다.
둘 만 남은 장소에 벨렌시아가 눈물을 보였다.
"크윽. 시발."
자신은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홀로 휘젠가르트 성으로 도망쳐버렸다.
스스로 의지해서 도망친건 아니지만 결국 도망친건 도망친것이다.
그것이 더욱 분했다.
페르모르그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자신 역시도 너무나 분했다.
일평생 외도나 일탈이라고는 모르고 오직 정도만을 추구하며 꿋꿋이 걸어왔건만 죽어서도 편치 못했다.
밤이 다 될 때까지 둘은 일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둘의 눈은 어느 때보다 강함을 추구하는 눈으로 변해있었다.
* * *
그 날 밤.
마법사들의 숙소가 바빴다.
스윽, 스윽.
마련된 숙소 앞에 하얀색의 분필로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아까 아르센과의 만남 이후부터 계속 만들었기 때문인가.
"후~. 다 됐군."
저녁을 먹지 않고 만든 보람이 있었다.
"준비하게."
"네."
마법사 하나가 마법수정구를 하나 들고 나온다.
마나를 불어넣자 은은한 은빛을 발한다.
그리고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자 그곳에 얼굴 하나가 보인다.
[아, 됐군.]
"오랜만입니다."
[그래. 지금 그곳 상황은.]
"무사히 빈폴 성에 도착했으며 아르센을 직접 만났습니다.
[그런가.]
"예, 휘젠가르트 성은 어떻습니까."
[여기도 안전하네. 역시 아르센의 영역인건가.]
"네. 그럼."
마법사가 자신의 선임에게 마법수정구를 가져간다.
[반갑습니다.]
수정구 안에 비치는 자보다 계급이 높은지 존대를 한다.
"그래. 본론부터 말하지. 마법진은."
[거의 다 완성되었습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여기서 먼저 주문을 걸테니 받아주길 바라네."
[네.]
"수고했네. 카트리나 양과 에일리라는 시녀를 보내게."
[알겠습니다.]
통신은 그렇게 끝이 났다.
* * *
한 편 테라스에 혼자 있던 아르센은 홍차로 목을 축이고 있었다.
"흠……. 내 소중한 홍차."
그렇게 마시고 있을 때 조심스레 문이 열렸다.
"저기……."
이미 기척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문을 열 줄이야.
눈동자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
에일리가 웃으며 서 있었다.
아르센이 얼굴에 궁금함을 표했지만 이내 자리에 앉으라고 제스처를 취한다.
드륵, 탁.
의자를 끌어내 앉았다.
한 동안 둘은 말이 없었다.
아르센이 홍차를 따라 에일리에게 건네고는 그저 말 없이 하늘만 바라봤다.
얼마나 침묵이 지속 됐을까.
"……오랜만이군."
"……응."
그 날 밤 이후 아르센은 일부러 에일리를 피했다.
에일리 역시 부끄러움에 아르센을 멀리했다.
하지만 보고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었기에 에일리가 부딪히고자 찾아온 것이다.
물론, 아르센은 귀찮음이 전부였지만.
"그날은 내가 술을 많이……."
"알아."
아르센의 말을 끊는다.
'요즘 내 말이 자주 끊기는 군.'
에일리가 당찬 표정으로 말한다.
"만약에 임신하더라도 저는 멋진 아이로 키울 자신이 있어."
"……풋!"
머금던 홍차를 내뱉었다.
"뭐?"
"……임신하더라도 내가 잘 키울게. 그러니 괜히 나한테 얽매여 있지마, 아르센."
"……거 참. 누가 들으면 내가 덮치기라도 한 모양새로군. 그 날 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질 않아."
"난 생생한데……."
다시 말이 없어진 둘.
"내, 내가 기억이 안나는군."
"황녀님이 들어가자마자 술에 취해서는 나를 번쩍들고……, 방에 들어가서 옷을……."
"그만."
아르센이 그 뜨거운 홍차를 단숨에 들이키고는 다시 가득 따른다.
"소설을 써도 잘 쓰겠군. 주작이 하늘을 맴도는 것 같아."
"……아닌데."
에일리가 시무룩해졌다.
"그나저나……, 이곳엔 어떤 일로 온거지."
"……나 돌아가."
아르센이 찻잔을 내려놓고 에일리를 본다.
"나 파이예른 성으로 돌아가. 일주일 후 쯤에."
"……."
"거기에 어머니도 무사히 계시고, 제노니아 성의 사람들도 있고. 무엇보다 나는 하녀니까. 카트리나 님을 따라야지. 카트리나 님의 가족과 약혼자도 파이예른 성에 있으니까."
조용히 듣기만 한다.
"……그리고 가면 아마 결혼할지도 몰라."
움찔.
"나랑 같이 하인인데. 몸도 좋고 사람이 착해서 어머니가 지목하셨나봐. 아까 연락할 때 말해줬어."
아르센이 에일리의 바라봤다.
"……그래도 처음은 아르센에게 줘서 다행이야. 정말 나를 도와줘서……."
"풋!"
또 다시 차를 내뱉었다.
"자꾸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마라."
"……헷."
에일리가 웃었다.
이제는 충분히 시집가도 될 만큼 성숙해진 에일리였다.
처음 말 못하는 아르센과 파이예른 성을 나올 때만 해도 애 티가 팍팍 났지만 지금은 가슴과 엉덩이도 제법 커졌으며 무엇보다 얼굴이 많이 이뻐졌다.
"아마 내일 모레까지가 볼 수 있는 마지막일거야."
에일리가 서글프게 웃는다.
달빛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왠지모르게 처량했다.
그렇지만 백옥같은 얼굴에 뿌려진 달빛은 여신의 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그동안 고마웠어, 아르센."
에일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별인사는 내일 모레해도 충분해."
그녀가 싱긋웃으며 자리를 나온다.
그녀의 찻잔에는 아직도 홍차가 가득했다.
호록.
아르센이 그녀의 홍차를 마신다.
"내 소중한 홍차."
* * *
릴리프의 군대는 더욱 불어났다.
비록 제론 왕국의 군대이기는 하나 중앙과 동부를 전부 점령한 제론 왕국의 승리를 점친 젊은이들과 상인들이 제론 왕국의 병사로 스스로 들어간 것이다.
제노니아 전투에서 1만 까지 그 숫자가 줄은 부대였지만 한 달 정도가 지나자 다시 3만의 대군이 만들어졌다.
또한 제론 왕국에서 꾸준히 오는 보급량은 그들을 먹이고도 충분히 남았으며, 제노니아 전투에서 보였던 데스 나이트 기사단과 스켈레톤들은 어느새 함구되었다.
이제는 한 여름인지라 하늘에 뜨거운 태양이 떠올랐다.
맴맴맴맴.
매미와 풀 벌레가 대낮에도 울릴 정도로 무더운 날이었으며 들에는 잡초들이 성인의 허리까지 올 정도로 무성했다.
아무리 강군이라 한들 3만의 대병력을 잃었기에 한동안 훈련에 매진했으며 이 더위에 전투를 벌인다는 것은 자멸을 뜻했다.
전쟁도 정확히 1년이 되어갔다.
이제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온다면 전쟁 2년차에 접어든다.
릴리프의 군대가 멈춰있듯이 다른 성들 역시도 성문을 굳게 닫은채 농사일을 하고 훈련을 하는데 매진했다.
그것은 아르센 군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마법사가 온지도 5일이 지났으며 제노니아 전투가 벌어진지 한 달 하고도 보름이 넘게 지났다.
가장 많이 변한것은 대지의 기사단과 벨렌시아의 기마대였다.
"나만 알 수는 없는 사실. 다만 도련님께는 철저히 함구하도록."
페르모르그는 대지의 기사단 5백여명을 불러 모아 사실을 전달했고 절대 빈폴 레샤드에게는 비밀로 붙혀졌다.
아직 어린 레샤드가 알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그리고 그에게 빈폴 드로이드는 어린 소년에게 영웅이었고 멘토였으며 아버지이다.
"이 깃발 아래 우리는 다시 울부 짖을 것이다."
벨렌시아 역시 기마대 5천여명 앞에서 맹세했다.
쉬면서 1천의 기마대가 더욱 늘어났다.
흩어졌던 이들이 소식을 듣고 합류한 것도 있으며 신병들이 추가된것이다.
각자의 뜻을 품고 날을 갈았다.
또한 대지의 기사단과 기마대는 각각 자신의 소속 깃발을 들었다.
기존에 블루윈드 기사단의 깃발 아래 묻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들이지만 이제는 당당해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카트리나와 에일리가 파이예른 성으로 가기 전 날이 다가왔다.
동시에 나쁜 소식 역시 같이 들려왔다.
"그렇게 됐소."
마법사 역시도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믿을 수 없고, 실력도 소문이 과장됐을것이 분명하니 신뢰할 수 없다?"
"……그렇소. 그것이 파이예른 성에서의 결론이오."
크리프가 뚱하게 그를 본다.
"그래서, 이 놈들 데리고 가겠다고?"
그가 지목한 이는 페르모르그와 벨렌시아였다.
"이들은 이미 공석에서도 실력이 인증된 이들이며, 우리에게는 마법전력은 강하지만 기마부대를 이끌 간부와 기사를 이끌 간부가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오."
마법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두 분 또한 허락한 상황이오."
페르모르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빈폴 레샤드님께서는 이제 빈폴 가의 마지막 남은 남성이며 빈폴 가를 이을 계승자입니다. 당연히 이번에 성주들이 있는 곳에 가서 얼굴도장을 찍을 이유가 있습니다."
아르센이 어깨를 으쓱한다.
"그 꼬맹이가 벌써 그리 컸나."
처음 휘젠가르트에서 봤을 때만해도 어린 소년이었건만 이제는 한 성의 성주가 된다한다.
"그래도 어려. 에일리보다도 어리니."
17살인 에일리와 15살인 빈폴 레샤드.
그나마도 15살인지 16살인지 헷갈려하는 레샤드였다.
"……."
페르모르그가 자리에 앉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 폐루 님의 적갑기사단과 직접 훈련시킨 병사들이 있습니다. 전부 데려와야합니다. 분명 이 곳에 좋은 전력이 될 겁니다."
"……호오, 그나마 생산적이네."
아르센이 만족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마법사가 중간에 끼어든다.
"릴리프의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소."
"응?"
"어제 아침에 제노니아 성을 나와 남진을 시작했소. 목표는 파이예른 성. 그 다음은 도시 국가들 중 가장 남쪽에 있는 파도의 성 케르도스와 동남쪽에 있고, 폐루 후작의 본거지인 사냥꾼의 성 조아드가 목표일 것이오."
아르센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듯 되묻는다.
"릴리프 군이 움직인다고?"
"……그렇소."
"너넨 내일 간다고?"
"……?"
마법사가 의문을 표했다.
아르센의 입가에 살며시 음흉한 미소가 띄어진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본 아이조드의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백퍼 노답 상황이다. 막아야 해!'
아이조드의 뇌 속에서 비상등이 켜졌다.
"흐음."
그런 아이조드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르센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만을 맺힐 뿐이었다.
그렇게 간단한 회의가 끝나고 모두가 나가고 블루윈드 기사단만 남게 되자 아르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 끝."
"네?"
"아무것도 없는지 알고싶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항상 끝나고 좀 더 회의를 다듬거나 회의의 큰 주제들을 되새겼지만 오늘은 그런 것 자체가 없었다.
"안 그래도 놓쳐서 화났었는데. 잘 됐군……, 그리고 결혼한다는 남자가 누군지도 궁금하고."
"잘 못 들었습니다."
혼자 옹알이던 아르센의 말을 얼핏 들었는지 크리프가 되묻지만 답없이 생글생글 웃으며 방을 나서는 아르센이다.
아이조드는 마지막까지 남아 아르센의 등을 본다.
"……비상이다."
"응?"
에릭센이 멀뚱히 서서 머리를 긁적인다.
* * *
다음 날.
블루윈드 기사단이 바쁘게 움직였다.
바로 자신들의 총 단장.
아르센을 막기 위해서다.
모든 계획은 아이조드에 의해 이루어졌다.
타타탁!
그리고 예상대로였다.
"비켜!"
아르센이 소리치자 단원들이 긴장하며 검을 뽑는다.
"단장님께서 가시면 여기는 누가 지휘합니까!"
단원이 악에바쳐 소리를 질렀다.
"대쉬."
아르센의 몸이 엿처럼 주욱 늘어나며 단원들을 순식간에 스쳐지나간다.
"헉!"
"크리프에게 위임한다."
"단장님!"
간단히 피해 저택 밖으로 나선다.
스릉! 차차착!
밖으로 나서자 진형을 갖춘 단원들 수십 여명이 포진해있었다.
"절대 여기를 지나 가실 순 없을 겁니다."
에릭센이 두건을 쓴 채 당당히 말했다.
우우웅!
에릭센의 검에 오러 블레이드가 형성 된다.
소드 마스터의 상징.
절대 이런 거에 나설리가 없는 에릭센이기에 아르센이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본다.
"아이조드가 뭘로 꼬드겼냐."
"제가 그런거에 넘어갈 사람으로 보입니까! 저는 대 칼리엄 제국의 기사단원입니다!"
하지만 뒤에 있는 단원들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그도 그럴것이 옆구리에 매달려있는 주머니가 그것을 증명했다.
아르센이 씨익 웃는다.
"그럴 줄 알았지."
품에서 보다 큰 주머니를 꺼냈다.
"비키면 이걸 주지."
에릭센이 마나를 뿜어 자세히 확인했다.
짤그랑.
주머니를 살짝 흔들자 동전 소리가 났다.
"흐음……."
"내가 아끼는 인삼술도 인벤토리에서 꺼내주마."
그 말에 에릭센이 무릎을 꿇는다.
"제 1기사단 부단장 에릭센! 칼리엄의 영웅이신 총 단장님을 뵙습니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눈을 가린 하얀 띠가 바람에 흔들릴정도로 빨랐다.
그렇지만 단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포섭될 줄 알았던 아이조드가 단원들은 따로 포섭한 것이다.
"너희들은 뭐냐."
그 말에 단원들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여소입니다."
"넵. 아주 이쁜 여인들이랍니다."
"……."
아르센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서 너희들이 안되는 거다."
마나를 발에 집중해 한 번 차자 순식간에 그들을 지나쳤다.
"참고로 아이조드는 아는 여자 단 한 명도 없다. 니들도 그 놈 성격 알면서 당하냐."
그 말에 좌절하듯 쓰러지는 단원들.
여유롭게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처처척!
우웅!
나타나자마자 검에 오러를 형성 시키며 덤비는 단원들.
"너희는 왜!"
"레벨 높은 스킬 북을 준다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르센이 검을 여유롭게 말함과 동시에 품에서 책을 꺼냈다.
펄럭!
그러고는 뒤로 던졌다.
"저거 단 한 권 밖에 없는 히든 스킬 북이다! 먼저 갖는 사람이 임자!"
그 말과 동시에 단원들이 아르센을 지나쳐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저것은 내가 먼저!"
단원 하나가 손을 뻗자 그 손을 향해 오러가 서린 검이 휘둘러진다.
쇄액!
겨우 피한 단원이 불에 이글 거리는 눈으로 서로를 쳐다본다.
"그럼 내가 먼저."
둘이 싸우려 하는 틈에 다른 단원들이 스킬 북을 향해 내달렸다.
그 틈을 이용해 아르센이 앞으로 달렸다.
"설마, 아이조드. 존나 대단한새끼. 다 포섭했을 줄이야."
정확히 그 성질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아 포섭했다.
워프 마법진 앞으로 갈 때까지 계속해서 나타났다.
"크윽!"
"분하다!"
단원들이 좌절하며 무릎을 꿇는다.
"네 다음 허접."
그 말을 남긴채 마법진이 있는 공터를 향해 갔다.
"음?"
골목을 돌자 공터가 나오며 예상대로 커다란 마법진과 그 위에 카트리나, 에일리, 페르모르그, 벨렌시아가 서 있었다. 그리고 빈폴 레샤드까지.
우우우우웅!
연한 자줏빛이 뿜어져 나온다.
"아르센!"
에일리가 가장먼저 발견하고 아르센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러자 모든 시선이 그를 향한다.
"……아이조드 이 놈."
단장들 모두가 검을 뽑아든채 마법진을 에워싼 상태였다.
그리고 그 앞에 아이조드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쉽게도. 단장님과 가장 오래 생활 한 것은 저입니다만……?"
"인정하지. 존나 대단한 새끼다."
"감사합니다."
아이조드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리고, 아르센 단장님. 이미 스펠링은 전부 외웠고 5초 후에는 끝납니다."
"……."
이미 빛은 일행을 감싸안았다.
에일리만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5초면 너무 긴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아이조드의 옆으로 아르센이 스쳐지나갔다.
너무나 빠른 속도에 눈이 쫓지 못했다.
"아, 안돼!"
단장들과 아이조드가 아르센을 잡으려 뛰어든다.
"워프!"
동시에 외쳐진 마법 주문.
우우우웅!
빛은 더욱 강렬해지며 모두를 삼켰다.
그들 전부는 파이예른 성으로 워프 되버린 것이다.
"……일냈군."
마법사가 담담히 읊조렸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5명의 단장들과 한 명의 부단장이 워프된 상황에서 지금 아르센 군을 이끄는 총 책임자는 부단장들.
그 중에서 규칙 상 1기사단의 부단장이 그 모든 권한을 위임받는다.
"응? 뭐야."
쩔그럭.
에릭센이 주머니를 연다.
그 안에는 금 대신 쇳조각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적혀있는 글자.
비록 하얀 띠로 눈을 가렸지만 마나에 의해 읽을 수 있었다.
─미안, 눈 장애.
에릭센이 허무하게 주저 앉는다.
"이럴 수가!"
그리고 다른 단원들에게 던져준 스킬 북이나 다른 아이템들 역시 전부 거짓이었다.
불만만 남은 1기사단 부단장 에릭센이 아르센 군 3만의 총 책임자가 되었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에릭센 홧팅
하울리즈님 헣헣헣ㅎ 축하드립니다^^
kig13님 둘째코도 축축!!
꾸느님님 내일이네요ㅋㅋㅋㅋ 홧팅! 저는 벌써 4년이 지났네요ㅋㅋㅋㅋ 그때도 글 쓰고 있었는데ㅋㅋㅋ 고3때ㅠㅠ
StayOver님 모두 힘내세요!!
MZD님 ㅋㅋㅋ모든게 술 때문이죠^^
길리아님 좀비는 다르지 않나욤?ㅋㅋㅋㅋㅋ 여튼 빨리빨리 써드리겠습니다^^
dkssid00님 넵ㅋㅋㅋ 하지만 앞으로 계속 나올겁니다^^
페진님 신성공역? 그게 뭐죠? 잘 모르겠어요ㅠㅠ
속쫍이님 ㅋㅋㅋㅋㅋㅋ감사합니다^^
eminem팬님 여친 있었습죠ㅎㅎㅎㅎ 결혼은 글쎄요ㅋㅋㅋ 3년 뒤?쯤 할까 생각중입니다ㅎㅎㅎㅎ
다크앤화이트님 넵ㅎㅎ 언데드는 신성력이 아닌 이상 제물과 마나만 있으면 계속 소환 가능합니다 라고 읽었던 기억이...
tivorits93님 정주행 수고하셨어요ㅋㅋㅋㅋㅋ
이지빈님 ㅎㅎㅎㅎㅎㅎ제법 강해졌죠? 최대한 밸런스 맞추려고 고민의 고민중입니다^^
ruin62님 ㅎㅎ정주행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 댓글 달아주신다니 저여 감사할 따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