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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2편 - 승전보
"비록 죽었으나 기사에게는 예를 다하는게 도리이지."
칼리엄 소드가 미친듯이 진동했다.
고오오오!
마치 진공상태가 된 듯한 느낌이 들며 엄청난 중압감이 아르센에게서 뿜어져 나온다.
"고고한 기사를 데스 나이트로 만들다니……, 릴리프."
족히 1M는 넘는 오러 블레이드가 만들어졌다.
게다가 계속해서 과잉공급되는 마나로 인해 오러 블레이드가 파도치듯 안에서 휘몰아친다.
그 두께 역시 왠만한 성인의 팔뚝보다 굵었다.
"반드시 내가 죽여주마."
아르센의 눈에 분노가 살며시 깃든다.
지금까지는 황녀를 찾느냐 바빴고, 그 이후에는 소풍이라도 온 듯이 여유롭던 그였다.
비록 여기서 만난 인연이지만 제법 즐겁던 그였다.
현실로 돌아가지 못했으나 그것을 상쇄할만큼 재밌었다.
즐거웠다.
쇄애애액!
폐루의 검이 오러 블레이드가 매섭게 찔러온다.
텁.
아르센이 무표정인 채로 폐루의 손목을 잡았다.
아무도 눈치 못 챌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퍼억!
그립으로 목을 내려치자 목이 기이상적으로 꺾였다.
바로 뒤이어서 발을 걸자 중심을 잃으며 넘어진다.
쿵!
하지만 쉴 틈도 없이 드로이드의 검이 목을 노리고 들어왔다.
검과 검끼리 부딪혔는데도 커다란 소리가 났다.
그 짧은 틈에 일어난 폐루의 검이 드로이드와 아르센의 검 사이로 날카롭게 찔러왔다.
휙!
아르센이 움찔하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오러 블레이드가 턱 밑으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러면서 힘의 균형 역시 깨지며 드로이드의 검과 아르센의 검이 서로 퉁겨져 나간다.
훙!
아르센이 그대로 몸을 회전시키며 검을 휘둘렀다.
쿠왕!
검에 베이는게 아니라 마치 망치나 메이스에 치인듯한 소리가 회의장을 메운다.
폐루가 쏘아진 화살 처럼 벽에 날아가 부딪혔다.
챙!
드로이드의 검이 아르센의 풀 플레이트 메일에 부딪힌다.
아르센이 오연히 서서 내려다봤다.
생채기 하나 없음에 드로이드가 당황한다.
─죽.어.라.
이제는 생전에 알던 그가 아니었다.
드로이드가 재공격하기도 전에 아르센이 먼저 움직였다.
위에 있던 검이 언제 아래로 내려갔는지 발 밑에서 부터 사선으로 쳐 올렸다.
강력한 오러 블레이드가 드로이드의 오른 옆구리에서 부터 왼쪽 어깨까지 쭉 타고 올라가며 커다란 상처를 주었다.
스걱.
검이 지나간 다음 몇 초가 지나자 실선이 생겼다.
너무나 빠른 탓에 반응이 느린 것이다.
─아…….
아르센이 그를 지나쳐 벽에 부딪힌 후에 일어나지 못하는 폐루에게 걸어간다.
털썩, 쿵!
사선으로 반토막이난 드로이드가 땅에 떨어졌다.
사아아아.
먼지가 되어 역소환 되는 드로이드.
분명 나중에 릴리프의 앞에서 다시 나타나리라.
그때는 지금 처럼의 모습이 아니라 완전한 데스 나이트가 될 것이 분명했다.
저벅 저벅.
폐루의 앞에 선다.
갑주가 찌그러져 있었다.
언데드의 특성상 마나로 복구하려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듯 했다.
한 때 북방의 다리우스와 함께 커다란 두 세력으로 땅 싸움을 했던 영웅이지만 이제는 데스 나이트에 불과했다.
"……미안하지만 데스 나이트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아르센의 검이 폐루의 목을 겨눴다.
"다시 내 앞에 나타난다 해도 나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릴리프."
폐루의 붉은 불빛이 사라지며 탁해진다.
그는 폐루를 통해 아르센을 보고 있던 것이다.
사아아아.
드로이드와 마찬가지로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페르모르그하고 벨렌시아가 본다면 환장했겠군."
검에 서렸던 오러 블레이드가 사라졌다.
스릉, 착.
검집에 집어넣은 후 회의실 밖으로 나선다.
밖 역시 한 바탕 전투를 치뤘기 때문인지 주변 곳곳이 부셔져 있었다.
"피해는."
"……."
단원들이 말을 못한채 아르센을 바라본다.
"……테런스가 죽었습니다."
아르센이 고개를 돌린다.
다른 단원 하나가 죽은 동료를 끌어안은채 아르센을 쳐다봤다.
끌어안은 단원 역시도 왼팔이 보이지 않았다.
"……."
아르센이 눈을 감았다.
"하아……."
테런스가 죽음으로 인해 이곳에 넘어와서 죽은 기사단원은 총 7명.
반마족과의 전투에서 3명이 죽고, 릴리프와 공성전에서 3명이 죽었다.
그리고 오늘, 데스 나이트에 의해 죽었다.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어라. 기사답게 죽었구나."
"충."
"충."
왠지 모르게 대답에 힘이 없었다.
저벅 저벅.
단원들을 뒤에 두고 걸었다.
저택 밖으로 걸었다.
끼이이익.
닫혀있던 문이 열린다.
문 밖에는 수 많은 병력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빈폴 성을 점령했습니다!"
"모든 깃발을 내리고 아르센 왕국의 깃발을 올렸습니다."
아르센이 앞에서 보고 하는 기사단원들을 바라본다.
"수고했다."
"충!"
"충!"
저택 밖으로 나오자 내성벽 위와 공터에 수 많은 병사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전부 한 명만을 보고 있었다.
신흥 국가인 아르센 왕국의 국왕이자 그랜드 마스터.
이제는 정신적 지주가 된 아르센.
2만이 넘는 사람들이 그 하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르센이 발걸음을 앞으로 옮겼다.
스윽.
앞에 있는 피가 묻고 거의다 찢겨진 블루윈드 기사단의 깃발을 집어들었다.
처음 넘어올 때 부터 들고 다니던 깃발.
네 개의 물결이 중앙으로 모여들고 중앙에 두 개의 날개가 하나의 원을 감싸안고 있는 문양.
대부분의 깃발들이 낡아 누래졌다.
그랬음에도 얼마나 관리를 했는지 생각보다 많이 깨끗했다.
푸욱.
힘을 주어 바닥에 꽂았다.
"오늘 우리는 승리했다."
모두가 살며시 고개를 들어 그를 본다.
"오늘 우리는 전우를 잃었다."
아르센이 하나하나 천천히 눈을 맞추었다.
"오늘 우리는 강했다. 그리고 지쳤으며 동료의 피에 진저리가 났고! 화가 났다."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단단했다.
아르센이 반 쯤 부러져 땅에 쓰러져 있는, 너무도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듯한 깃발을 들었다.
빈폴 성의 상징.
기사의 성이자 의리와 정의가 법인 빈폴 성의 깃발.
빈폴 가의 깃발.
방패 앞에 두 개의 검이 교차하고 있는 황금빛의 깃발.
푸욱.
아르센이 박았다.
빈폴 레샤드와 페르모르그, 대지의 기사단이 그 깃발을 바라본다.
"또한! 제론 왕국의 침략에 분노했으며 비록 적이었지만 당당했던 붉은 사냥개 폐루를 배신하여 죽인 그에 대해 화가났다!"
이번엔 아르센이 붉은사냥개의 상징인 붉은 개가 그려진 붉은 색의 깃발을 땅에 박았다.
벨렌시아와 기마대가 그 깃발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내일 우리는 깃발 아래서 다시 뭉칠 것이다."
한 차례 바람이 불고 지나갔다.
"릴리프 군은 남 네그얼 성에 있다. 적의 위협이 없으니 기사들과 천인장들은 술과 고기를 풀어 여독을 풀 수 있도록."
병사들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휘젠가르트 성에서 7일 동안 행군했다.
그리고 쉬는 시간 없이 공성전을 펼쳤다.
그런 그들에게 꿀과 같은 보상이 내려진 것이다.
처처처척!
2만이 넘는 병사들이 무릎을 꿇는다.
마법사와 기사, 용병들 역시 매한가지였다.
충─!
전혀 틀리지 않고 한 번에 나온 대답.
대답이 끝나고 나서도 허공이 진동할 정도로 우렁찼다.
아르센이 등을 보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돋은 병사들과 기사들이 무릎을 꿇은 채 한동안이나 가만히 있었다.
* * *
빈폴 성을 점령한 아르센 군의 승전보는 나머지 성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아직 릴리프에게 점령되지 않은 남부의 성들과 서부의 성들에게는 아주 기분 좋은 소식이자 희망이었다.
게다가 10만의 병력이 겨우 3만도 안돼는 병력에 패퇴했다는 것은 그들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승전보 챕터가 끝났네요ㅎㅎ
아~~~ 낼 일가기 시르다ㅠㅠ
Yoseh님 ㅋㅋㅋㅋ저도 첫코 가지고 싶어요ㅋㅋㅋ
kig13님 ㅋㅋㅋㅋㅋㅋㅋㅋ채찍ㅠㅠ 이렇게 한 편 남기고 갑니다ㅋㅋ
속쫍이님 항상 감사합니다^^
소설은 판타지님 저보다 첫코 빨리 먹을 순 없습니다^^
StayOver님 승전보찡ㅋㅋㅋ 저는 반전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dkssid00님 폐루랑 드로이드가 데스 나이트가 되부렀어요ㅠㅠ
다크앤화이트님 읭ㅋㅋ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ㅎㅎㅎㅎ 그렇게는 힘들것같아요ㅎㅎㅎㅎ
이지빈님 ㅋㅋㅋㅋㅋㅋ부러우면 지는겁니다^^
eminem팬님 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하울리즈님 감사합니다ㅎㅎㅎㅎ
gigawifi님 맞습니다. 얍얍하니 끝났어요ㅎㅎㅎㅎ
한번보실라우님 헹이라눀ㅋㅋㅋㅋㅋㅋㅋㅋ
북방의다리우스님 부상병들만 4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