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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2편 - 승전보
황녀가 무안한지 고개를 돌린다.
성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절대 이길 수 없으리라 생각했건만, 승리로 이끈 그.
영웅이나 다름 없었다.
"그래, 영웅이 된 기분이 어떤가."
황녀와 아르센이 놀라 쳐다본다.
로브를 입고 다가오는 있는 한 사람.
바로 예언의 탑에 있던 테이티 아베노였다.
"때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네. 아, 옆에 잠시 앉아도 되겠는가."
아르센이 고개를 끄덕인다.
털썩.
옆에 앉은 후에 자신 역시 흑맥주를 집어든다.
"금방 커다란것이 올 것이야."
"도대체 그 큰 것이 무엇이오."
아르센의 물음에 테이티 아베노가 흑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크, 역시 흑맥주는 맛있구만."
"……."
"큰 것이라……, 오늘 전투에서 무엇을 봤지?"
"……리치와 데스 나이트를 보았소."
"그래, 대충 흑마법사를 보았다고 치지."
모닥불의 불이 아까보다는 많이 사그라 들었다.
"그럼 흑마법사들과 같은 놈들이 또 뭐가 있을까."
테이티 아베노가 에일리를 한 번 쳐다본다.
"바로, 네크로맨서."
"……."
"……."
답은 없었다.
"흑마법사와 네크로맨서의 최종 목표가 무엇이 있을까."
"……."
"아무래도 너희가 온 이유가 그것인 듯 하네."
테이티 아베노가 무릎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드디어 나도 움직일 때가 온 듯 하네."
그가 아르센을 본다.
아르센 역시 그를 쳐다봤다.
"이교도의 왕. 벨제불(Beelzebul)."
마왕의 이름.
"마왕의 강림이다."
테이티 아베노가 자리를 벗어가 걸어간다.
"나 또한 준비할 것이 있으니……. 무운을 비네."
"……."
"……."
갑자기 술을 마시다 나온 말이라고 치기에는 그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마왕이라."
에일리가 잔을 다시 가득 채워준다.
꿀꺽! 꿀꺽!
다시 한 번 전부 다 마시고는 잔을 내려놓는다.
"재밌겠군."
아르센이 오랜만에 하늘을 바라봤다.
불꽃들이 잔상을 내며 타오르고 있었다.
저 하늘에는 구름에 가려져 3개의 달 중 단 두 개의 달만 보일 뿐이다.
이제는 봄이 지나고 완전히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 * *
"끄응."
속이 쓰렸다.
분명 어제 계속 마신 기억은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나를 이용하면 충분히 깰 수 있음에도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르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컹.
옆에 손을 대고 일어나려다 이질감이 느껴지자 눈을 뜨고 옆을 본다.
에일리가 춥다는 듯 이불을 끌어 안았다.
"……."
게다가 알몸의 그녀는 청초하기까지했다.
아르센이 황급히 자신의 몸을 본다.
분명 알몸이었다.
"……좆 됐다."
그러고는 황급히 기억을 되살렸다.
분명 어제 황녀는 술이 취한다고 먼저 들어갔고, 그 이후에는 단원들과 같이 노래부르고 춤추고 술 마시고 들어오고.
에일리가 꿈틀 거린다.
이불을 덮어주고는 아르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급히 옷을 입고는 방에서 나왔다.
"으음……."
앞에는 아이조드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아, 나오셨습니까. 축하드립니다."
"뭘."
"에일리를 품지 않으셨습니까."
"기억 안나."
아르센이 무시한채 지나갔다.
뒤로 아이조드가 붙었다.
"여튼, 축하드립니다."
"이거 황녀께서도 알고 계시냐."
"……아뇨, 아직은."
아이조드가 턱으로 전방을 가르킨다.
전방에서 아직은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나오고 있는 황녀가 보였다.
"말하면 퇴출이다."
"기사단 퇴출입니까."
"……."
황녀와 가까워졌다.
"일어났군요."
"예."
"예."
황녀가 누군가를 찾는 듯 했다.
"그나저나 카트리나와 에일리가 보이지 않는군요. 오늘 아침에 할 것이 있는데……."
아르센이 움찔한다.
아이조드가 방실 웃으며 말했다.
"어제 둘 다 술을 많이 먹더군요. 아마 아직 일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럼 에일리 방에 먼저 가봐야 겠군요."
"……아닙니다. 제가 도와드리죠. 무슨 일을 그리 하려 하는겁니까?"
아이조드가 붙어서 최대한 막았다.
"별거는 아니고 산에가서 산딸기좀 따오려고 했어요."
"이 아침부터……?
"그래요,"
일어나자마자 산딸기라니.
"그리고 숙취에 좋은 것도 좀 캐와야 겠군요."
"아아, 그거는 굳이 에일리양이나 카트리나 양이 없어도 될 것 같습니다."
"어째서죠?"
"여기, 아르센 단장님께서 도와드린다고 합니다."
초조하게 지켜보던 아르센이 움찔했다.
아무리 그래도 산에가서 약초따위나 캐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습니까, 단장님?"
아이조드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 * *
"하암, 단장님은 어디가셨댜."
후판이 잠에서 깨 밖으로 나온다.
"후판, 이리 와봐. 밥먹자."
크리프가 손 짓 한다.
"바로 가겠슴돠."
"그나저나 단장님 어디 갔는지 알아?"
"저도 모르쥬."
어느새 단원들도 하나 둘 깨어나 연무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아르센은 나타나지 않았다.
"흐음, 단장님께서 어디가셨지? 아이조드도 안보이는데……."
그때 연무장의 구석에서 아르센이 나타났다.
"크흠."
한 손에는 산딸기가 한 바구니 들려있었다.
"덕분에 살지 않았습니까."
"……."
아이조드가 옆에서 거든다.
저벅저벅.
단상 위로 올라가자 단원들이 오와열을 맞춘다.
"어제 재밌게 놀았나."
"충!"
"충!"
아르센이 씨익 웃었다.
"그런 것 같네. 다들 포동해진게 전투도 쉬엄쉬엄했나 보군."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살며시 맺힌다.
"아직 제론 왕국의 병력은 6만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아르센이 모두를 한 번씩 눈을 마주친다.
"벌써 4만이나 죽였다. 그 만큼만 죽이면 돼. 간단하지 않느냐."
아르센이 검집을 꽉 쥐었다.
"앞으로 출정은 7일 후. 모두 충분히 쉬고 준비할 수 있도록."
"추웅!"
"추웅!"
고개를 숙이며 답을 대신했다.
* * *
선선한 바람이 분다.
휘젠가르트 성 앞에 있는 격렬한 전투의 흔적도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성벽 역시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복구에 나서서 이제는 어느정도 탄탄해졌다고 볼 수 있었다.
아직도 손 댈 곳과 태워야 할 잔재들이 많이 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희망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또한 새로이 베킨 성의 영주가 된 유레로는 스스로 아르센 왕국 밑으로 들어왔다.
이로써 12개의 도시 국가들 중 3개의 성을 가진 나라가 된 것이다.
빈폴 성에 있던 릴리프 군은 4천을 남겨두고 남 네그얼 성으로 움직였다는 보고였다.
아마도 폐루의 점령지였던 남부를 점령하기 위해 내려가는 듯 했다.
"출정한다."
성문이 서서히 열린다.
쿠그그그.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휘젠가르트 성의 성문이 열렸다.
블루윈드 기사단, 대지의 기사단 총 합 3천.
벨렌시아의 기마대 4천.
유레로의 용병 7천.
다시 모병된 휘젠가르트 군 1만.
베이트먼을 위시한 마법 부대 33명.
총원 2만 4천 여 명의 대군이 다시 한 번 출정했다.
게다가 휘젠가르트 성 앞에서의 승전보는 자발적으로 병사들의 모여드는 기촉제가 되었다.
진군하는 도중에도 곳곳에서 병사들이 모였다.
그 동안 제론 왕국에 피해를 입은 각 성의 패잔병들과 산적들, 그리고 3만도 안돼는 병력으로 10만을 막은 기적과도 같은 승리를 들은 농민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빈폴 성에 도착했을 때에는 5천여명의 병사들이 늘어나 있었다.
둥~! 둥~! 둥~!
북 소리가 길게 울린다.
빈폴 성.
근 몇 년 동안 전장의 주역이 된 장소.
중앙에 있는 네그얼 성의 바로 위에 위치해 있어 가장 많은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아직 보수가 끝나지 않았는지 릴리프 군 4천여명이 보수에 여념이 없었다.
게다가 3만의 군세를 본 다음에는 어쩔 줄 몰라했다.
"지금 빈폴 성을 지키고 있는 이가 누구지."
아르센의 질문에 아이조드가 답한다.
"현재 릴리프 공작의 충신인 길리아 자작입니다."
"우리는 큰 피해를 입으면 안됀다."
"그렇습니다."
아르센이 기수를 향해 손짓한다.
펄럭!
왕국기.
칼리엄 제국과 똑같은 깃발.
태양기가 흔들린다.
동시에 전진을 뜻하는 붉은색의 깃발.
펄럭~!
병사들이 도착하자마자 내려진 공격명령에 발빠르게 움직였다.
"전하, 아직 병사들의 피로가 쌓여 있음입니다."
페르모르그가 다가오며 말했다.
"안다. 하지만 그것은 저들 역시 마찬가지."
눕의 정보에 의하면 저들 역시 아르센 군이 전진하는 동안 보수에 온 힘을 다했다.
거의 폐허가 되버린 빈폴 성을 복구하느라 한 숨도 자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선봉에 내가 선다."
"……?"
모두가 놀랐다.
"1기사단은 나를 따르라. 보병과 같이 전진한다."
"그, 그것은……!"
하지만 아르센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그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미 병사들은 전진 준비를 마치고 한 발자국씩 전진하고 있었다.
아르센이 말에서 내렸다.
그러자 1기사단 역시 말에서 내린다.
"너희들만 몸을 풀지 않았느냐."
아르센의 말에 모두가 움찔했다.
사실 전에 있던 전투에서 아르센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난 마법사가 제일 싫다. 특히 흑마법사."
그때 죽이지 못했던게 영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아르센이 타워 실드를 든다.
단원들 역시 방패를 들었다.
곧 선두를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대형 진을 만드는 것 역시 기본 소양이었기에 그들은 빠르게 진을 만들었다.
촘촘한 대형.
한 편 뒤에서 지켜보던 벨렌시아가 씨익 웃는다.
"저 양반은 도대체 상식이란 것을 모르는 군."
"그렇습니다."
옆에서 이지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폐루 후작께서도 그랬었지 아마."
"그랬던 걸로 압니다. 항상 최선두에 계셨죠."
"비슷하지 않나."
"……실력은 아닌거 같은데요."
벨렌시아가 이지빈을 째려본다.
그에게 폐루는 거의 신과 같은 존재였다.
"우리도 가자."
"……네?"
"우리도 걸어가자고."
"힘들건데……."
말리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듯 했다.
벨렌시아가 벌써 저만치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마대 전원은 말에서 내린다!"
4천여의 병사들이 말에서 내렸다.
"대장을 따른다."
"예!"
"넷!"
이미 선두는 성벽의 지척까지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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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하얗게 불태웟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