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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1편 - 후판 직속 버서커 부대
적들의 병력이 지척까지 다가왔다.
이제는 시체로 이루어진 장애물들과 버려진 주인없는 창검들, 그리고 흘러내리다 못해 굳어버린 피.
그들 사이로 커다란 타워실드를 든 릴리프 공작의 병력이 천천히 옥죄어 왔다.
병력들의 모습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
아직도 7만에 가까운 병력.
공성전임에도 불구하고 비등비등한 손실은 그의 용병술이 엄청나다고 할 수 있었다.
"또 다시 대회전인가."
아르센이 검집을 꽉 쥐었다.
정면에 다가오는 3만의 병력과 쉬고 있는 4만의 병력.
그리고 자신의 주변에는 지쳐 있는 2천도 안되는 보병과 8천의 용병들.
도저히 승산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믿었다.
그랜드 마스터.
그것은 이미 전투의 승패뿐 아니라 한 나라의 존망까지도 걸 수 있는 전설적인 네임드이기 때문이다.
화륵.
순간 릴리프 군의 허공에서 화염이 붙기 시작한다.
"마법사……."
마법사들이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나선다.
게다가 전과의 전투와는 다르게 완전히 앞으로 나섰다.
우웅.
허공이 진동한다.
마나의 파동과는 달랐다.
[바람아 불어 나의 불타는 심장을 달래주어라.]
머릿속에 파고들듯 들리는 진언.
마법의 진언.
허공에 타오르는 불 덩어리들이 송곳처럼 회전하기 시작한다.
[파이어 블라스트(Fire Blast).]
이내 기둥처럼 쭈욱 늘어나는가 싶더니 언덕을 올라오는 릴리프 군의 위로 십여개의 송곳모양의 불 덩어리들이 회전하며 성벽을 향해 달려든다.
"우리 마법사들은……!"
병사들이 당황하며 뒤를 돌아본다.
하지만 마법사들도 당황한건 매한가지.
"파, 파이어 블라스트……!"
"……!"
최고위급 마법 중에 하나로 지금까지 알려진 대인살상용 마법중 최고의 화력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쿠와아앙─!
성벽에 부딪히자 불 덩어리들이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성벽을 파고들었다.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아르센이 손을 들어 열기를 막는다.
"아이스 월(Ice Wall)!"
베이트먼이 황급히 두 손을 들어 마법을 영창하자 밑에 있는 마법진이 발동하며 타오르는 성벽을 메꾼다.
치이이익.
불이 사그라드는 소리와 함께 얼음 벽도 같이 녹았다.
회색의 연기가 시야를 가린다.
병사들의 희생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이 성벽을 강타한 탓.
"제, 젠장! 아무것도 안보이잖아!"
병사들이 살을 먹인 활을 든채 허둥됐다.
둥! 둥! 둥!
그때 마법에 의해 묻혔던 북소리가 연기를 넘어 들려왔다.
하지만 연기에 의해 시야가 가려진 터라 기사들 역시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윈드!"
가장 기초 입문 마법.
미풍이 분다.
분명 혼자 쓴다면 그 힘은 미비할 것이다.
하지만 수십 명의 마법사가 동시에 마법진 위에서 마법을 사용하자 연기가 뜨거운 태양에 눈 녹듯이 옆으로 날려간다.
그러자 드러나는 병력들.
적의 병력이 바로 밑 까지 접근해있었다.
"화, 화살을 쏘아라! 전부 쏘아라! 용병들은 성벽 지척에 붙어 사다리를 붙히지 못하게 하라!"
"전부 빨리 움직여!"
간부들이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기사들 역시도 빠르게 자신에게 예속된 병력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쇄쇄액!
콰직!
하지만 너무나 지척인 탓이었던가.
연기 때문에 지체한 시간은 치명적이었다.
이미 대부분의 사다리에는 병력들이 그득했다.
채챙!
성벽의 의미는 이제는 거의 사라진 상태.
그 만큼 수 많은 사다리에서 병력들이 물 밀듯 밀려왔다.
쾅!
순간 들린 짧은 괴성 병사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갑주를 입은 병사들과 무장한 용병들 사이에서 로브를 쓴 특이한 사내들.
용병 하나가 메이스를 내려찍는다.
우웅!
순간 팔뚝에 작은 우윳빛의 벽이 생기며 막아냈다.
퉁!
그리고 남은 한 손으로 뻗자 작은 단봉 하나가 드러났다.
지직.
그 끝에는 마나석처럼 작은 보라빛의 돌이 박혀있었는데, 그 돌에서 돌연 빛이나는 듯 하더니 번개처럼 전기가 쏟아져 나와 메이스를 내려친 병사의 심장을 꿰뚫었다.
문제는 로브를 쓴 이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닌 것이다.
아이조드와 아르센이 정면을 본다.
분명 아까까지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굉장한 마법을 쓰던 마법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배, 배틀 매지션……."
전투가 급박해지자 올라왔던 페르모르그가 놀라며 말했다.
"배틀 매지션이라……."
아르센이 마법사들을 바라본다.
"마법사의 성 제노니아 성의 특수 병력들로 제노니아 백작의 직속 전투 마법사들인데……, 어찌 이런 곳에……."
"뭐, 뻔한거 아니겠습니까."
아이조드가 투구의 안면 가리개를 내린다.
"남부는 먹히고 있단 증거."
아이조드가 쏜살같이 전투에 달려들었다.
서걱.
어느새 검에 오러가 맺힌 그의 검은 배틀 매지션의 목을 베었다.
뒤이어 달려드는 병사들에게 검을 던지자 셋의 몸이 베이며 쓰러진다.
스릉!
품에서 대거를 꺼내든 아이조드가 찔러들어오는 창을 옆구리에 낀 후에 목을 정확히 두 번 찔렀다.
푸슛!
피가 달려드는 병사 둘의 얼굴에 뿜어진다.
"커억!"
병사들이 놀라며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 내려 했다.
쑤욱.
허나 닦아내기도 전에 심장에 대거가 박히며 목숨을 잃는다.
둘이 동시에 쓰러졌다.
아이조드가 던진 검을 집어들었다.
"롤링 크러시(Rolling Cruch)."
오러가 맺힌 검에 마나가 덧 씌여지는듯 하더니 이내 맹렬히 회전했다.
키이잉!
마나로 만들어진 토네이도는 사다리 위로 올라와 진을 만든 적군을 향해 돌진했다.
병사가 방패를 들어 막으려 했으나 방패와 함께 갈기갈기 찢기며 날아갔다.
서걱.
콰가가각!
마나의 제어가 풀리며 칼날이 되어 주변에 있던 적군을 초토화 시켰다.
턱.
성벽 위에 걸쳐진 사다리 위에 발을 올리고 밑을 내려다본다.
올라오던 병사가 놀라며 벙찐 표정으로 아이조드를 바라봤다.
"잘 가요."
서걱.
사다리가 반으로 잘리며 높은 허공에서 십 수명의 병력이 곤두박질쳤다.
쿵!
콰직.
머리가 깨지며 대부분이 죽었고 가장 밑에 있던 소수의 병사들만이 살아남았다.
쇄액! 쇄쇄액!
허나 그것도 옆에 있던 병사들이 화살을 쏘며 목숨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아군들이 놀라며 아이조드를 본다.
지금까지 전투에 작전을 짜며 지휘만 해서 몰랐던 것이다.
그가 강자들의 집합체.
블루윈드 기사단 중에 가장 강한 실력을 가진 1기사단중에 2번째 실력자라는 것을.
쿠와아아앙!
그리고 굉음을 내는 또 하나의 사나이.
"둠 브레이크! 으랏차!"
검이 성벽에 박히자 성벽이 파이며 주변에 있는 사다리들과 적군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성벽 위에 크레이트가 파이며 초토화 시킨 장본인.
그도 1기사단의 부단장인 것이다.
"에릭센, 저 노답……."
아이조드가 한숨을 푹 쉰다.
허나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승패는 기울어져 갔다.
대부분의 병력들이 성벽위로 올라왔다.
아르센이 뒤를 보자 대기중인 벨렌시아의 기마대와 페르모르그의 대지의 기사단, 그리고 블루윈드 기사단.
"……."
아르센이 검집을 꽉 쥔다.
"오늘 끝을 보겠다는 것이냐."
배틀 매지션의 전투 투입.
그것은 단번에 승기를 잡아가는데 충분했다.
수는 백여명 뿐이지만 엄청난 화력이었다.
우웅.
검을 뽑지는 않았지만 검이 공명한다.
눈을 부릅뜨고 릴리프를 바라본다.
두터운 첨탑위에 앉아서 전장을 오연히 바라보는 릴리프 밸브 공작.
"음……?"
그리고 오른편에서 달려오고 있는 일단의 보병.
대략 1천여명의 병력.
전부다 보병이었다.
그리고 오른편에 나있는 길은 딱 하나.
룐성으로 나있는 길이었다.
"저곳이라면……."
게다가 익숙한 이 기운은…….
그들이 다가올 수록 뭔가 알싸한 기분과 묵직한 기분.
딱히 좋은 기운은 아니었다.
"흐응~, 익숙한 기운이네횻."
미소가 어느새 성벽 위로 올라왔다.
"후판……."
붉으스름한 기운을 내뿜는 그들을 바라봤다.
"여튼 놀래는 재주가 있군."
아르센이 꽉 쥐었던 검을 놓았다.
* * *
[크헤헤헤]
[엣헴, 엣헴.]
[피~ 피~ 피~]
전귀들의 목소리가 울린다.
후판이 씨익 웃었다.
"피! 피!"
뒤에서 들리는 피에 굶주리는 자들.
1천여명의 병력이다.
이들 대부분 아르센 군의 정규 병력에 편성되지 않은 이들이다.
이들은 나이가 많거나 몸이 불편한 자들이다.
그렇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고, 제론 왕국과 싸우고 싶어하는 이들이다.
그들이 내성에 모여들어 시위를 할때 그것을 지켜본이는 하필 후판이었다.
'여기서 썩기는 아까운 자들이지……. 물론 나도.'
병력이 떠나고 한 달 가까이 극악에 가까운 난이도의 훈련만을 시켰다.
달리는 속도 역시 일반 보병과는 달랐다.
이들에게 갑주따윈 존재 하지 않는다.
그저 미친 광기뿐인…….
후판의 눈 앞에 어느덧 커다란 목책이 나타났다.
릴리프 군의 병사들이 놀라 그들을 바라본다.
"뭐, 뭐야!"
4만의 병력에 겨우 1천의 병력으로 쳐들어오다니.
탓.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헛바람을 들이켜야만했다.
후판이 목책 위에 가뿐이 올라선 탓이다.
허연 이빨을 드러낸다.
"크큭."
[스킬 - 광전사화(狂戰士化)를 시전합니다.]
[버서커 모드.]
[남은체력의 50%가 줄어듭니다.]
[줄어든 체력만큼 공/방이 올라갑니다.]
[공속 250%가 증가합니다.]
[동체시력 및 이속 250% 증가합니다.]
[크리티컬 확률 57%가 증가합니다.]
[적들의 HP/MP와 약점이 보입니다.]
[HP가 깎일 수록 시야가 줄어듭니다.]
[HP가 깎일 수록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적들을 전부 죽이거나 혹은 시전자가 죽어야만 모드가 끝이 납니다.]
[아군 역시 적으로 간주됩니다.]
이미 이들은 범인의 범주를 벗어났다.
버서커들이 힘을 합쳐 모두 성벽을 뛰어넘었다.
"크아아아앙!"
마치 괴수가 소리지르듯 외치자 붉은색의 파동이 그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콰직.
후판이 가장 가까이 있는 병사의 목을 부여잡고 양쪽으로 뜯자 닭다리가 뜯어지듯 뜯겨졌다.
"뭐여."
병사들이 그 잔인한 모습에 뒤로 서서히 물러선다.
"물러서면 안뎌. 지금 뭣들 하는겨."
후판의 뒤로 버서커가 된 이들이 하나 둘 늘어선다.
"싸그리 죽여."
이미 시야는 새빨개진지 오래였다.
슉! 슈슉!
옆으로 광전사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가며 병사들의 목을 베었다.
그들의 검은 무뎠다.
마치 둔기와 같았다.
이미 강한 강도의 훈련으로 인해 칼이 전부 무뎌진 것이다.
하지만 날카로움은 더했다.
"광전사는 죽일 수록 강해지지……."
후판이 휘젠가르트 성을 바라본다.
성벽 위에 있는 아르센을 바라본다.
아르센 역시 후판을 바라봤다.
반마족의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지만 크게 다친 그는 한 동안 룐성에서 치료를 해야했다.
그런 그가 등장한 것이다.
강력한 아군을 데리고 말이다.
다시 시선을 돌려 정면을 본다.
목책에는 수 만의 병력이 그들을 쳐다봤다.
"싸그리 죽여주마."
후판의 검에 붉은색의 마나가 뭉치더니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었다.
소드 마스터의 상징.
후판이 목책에서 몸을 날렸다.
병사들이 공포에 질리며 뒤로 물러났다.
"뭐, 뭐야!"
"뭐긴 뭐야."
병사의 목에 실선이 그어지는 듯 하더니 이내 풀썩 쓰러진다.
베어오는 검을 맨 손으로 잡았다.
까득.
섬뜩한 소리가 귓가에 울림과 동시에 검이 찌그러진다.
서걱.
그대로 검을 사선으로 찍어 누르자 목과 옆구리가 반으로 갈렸다.
텅!
병사 하나가 공포를 누르고 창을 찔렀으나 갑주에 의해 어이없이 퉁겨져 나갔다.
푸욱.
퉁겨짐과 동시에 병사의 심장에 검이 박혔다.
다른 버서커가 그의 목을 베고 지나간 것이다.
씨익.
그가 피묻은 얼굴 그대로 웃었다.
섬뜩함이 곧 공포로 변해 병사들이 하나 둘 등을 돌리며 달아났다.
이미 공포에 먹힌 그들은 사냥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고오오.
그런 병사들 틈에서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분명 중앙의 목책에서 느껴지는 기운.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후판이 미소를 띄운 그대로 검을 들었다.
붉은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더욱 강력하게 타오른다.
척.
병사들 틈에서 나타난 묵빛의 갑주를 입은 기사.
그는 분명 폐루를 죽인 기사였다.
묵빛의 갑주를 입은 기사의 검에 갑주와 같은 묵빛의 오러 블레이드가 맺혔다.
"묵빛의 오러 블레이드라……."
후판이 검을 그대로 내려 찍었다.
땅과 부딪힘과 동시에 땅이 일렁이며 일자로 붉은색의 기운이 그를 향해 쏘아졌다.
콰아아앙!
묵빛의 오러를 똑같이 땅에 내려찍자 땅이 일어서며 붉은색의 오러를 막았다.
훙.
부딪힌 순간 오러들을 뚫고 후판이 허공에 붕떠 나타났다.
"롤링 크러시."
붉은색의 오러가 맹렬히 회전했다.
둘의 검이 부딪혔다.
콰지지직.
굉음을 낸다.
후판이 힘을 주며 몸을 더욱 들이밀었다.
허공에 있던 그의 몸이 묵빛의 갑주를 입은 기사와 가까워졌다.
"묵빛의 오러 블레이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내가 제일 싫어하는거여."
둘의 검이 힘을 상쇄하며 퉁겨져 나갔다.
그럼에도 둘 다 미동도 없었다.
"반마족보다 싫은 새끼지. 언데드 나부랭이 새끼."
후판의 검의 오러블레이드가 한 층더 두터워졌다.
"데스 나이트(Death Knight)."
묵빛의 오러 블레이드가 두꺼워졌다.
─죽여주마.
처음으로 입을 여는 데스 나이트.
"힘들건디. 내가 충청도의 아들이여."
데스 나이트와 버서커.
둘이 다시 한 번 부딪힌다.
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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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바빠서 죄송.....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