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깃발 아래서-128화 (128/173)

0128 / 0173 ----------------------------------------------

제 40편  - 강한 자.

총 병력 9만.

릴리프 밸브 공작이 이끄는 병력이 드디어 빈폴 성을 나섰다.

제론 왕국에서 지원해오는 보급줄만 해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좋은 징조이지 않은가."

흔들리는 말 안장 위에서 몸을 맡긴채 말을 하는 릴리프.

"그렇습니다."

뒤에는 이번에 복속해 들어온 벤 데리얀이었다.

그의 옆에는 폐루의 심장을 찌른 묵빛의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기사가 역시 말을 탄채 묵묵히 따라오고 있었다.

가장 선봉에는 3만의 병력을 이끄는 길리아.

본군은 6만의 릴리프 군.

3만의 대부분은 진영을 구축하고 공성병기를 제작하는 병과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많이 쳐봐야 3만을 넘지 않는 아르센 군이었기에 선봉에 공병으로 대부분 채운 것이다.

"휘젠가르트, 룐. 두 개만 먹으면 이제 끝나는 군."

릴리프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                       *                      *

이제는 완전한 겨울이 지나고 완벽한 봄이었다.

낮에는 밖에 있으면 땀이 날 정도로 따뜻했다.

펄럭.

블루윈드 기사단의 깃발이 성벽 위에서 펄럭인다.

"흐음."

아르센이 뒷짐을 쥔채 전방을 바라본다.

진영을 구축하는 3만의 병력.

숲을 등지고 있기에 나무 수급은 빨랐다.

그리고 성벽을 바라본다.

사기가 저하된 모습.

기사단은 제외하고 확실히 일반 병사들의 눈은 초조함과 걱정이었다.

앞에 있는 3만의 병력으로도 두려운데 두 배나 되는 병력이 더 온다니.

중과부적으로 결국 전부 죽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조용히 지켜보던 아르센이 입을 연다.

"1기사단은 준비하라."

아이조드와 에릭센이 고개를 숙였다.

"충."

"충."

아르센이 뒤를 돌자 에일리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투구를 들고 있었다.

황녀와 같이 들어온 에일리와 카트리나였다.

가장 보고팠을테지만 꾹 참고 일정이 끝날때까지 항상 기다려줬다.

안정이 된다 싶을때 쳐들어온 제론 왕국의 병력.

에일리의 외모가 한층 더 성숙해졌다.

이팔청춘인 16살이 지나 이제 17살이 된 에일리.

허리까지 내려오는 갈색의 머릿카락.

텁.

아르센이 장갑을 벗고 머리에 손을 올린다.

"걱정마라."

"이제 볼 수 있나 했는데 전쟁이라니……, 아르센……."

이제는 친동생같이 느껴지는 아르센이었다.

"금방오지."

투구를 받아들어 쓴다.

다시 장갑을 착용하고는 밑으로 내려왔다.

에일리는 홀로 남아 성벽 아래에 말을 타고 있는 아르센을 걱정스럽게 쳐다본다.

"간단하게 훑고 온다."

"충!"

"충!"

"충!"

성문이 서서히 열린다.

5백의 기사단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박차고 나온다.

두두두두!

아직 준비가 덜 된 3만의 병력은 당황했지만 내심 비웃었다.

너무도 초라한 5백의 기마.

"전원! 마나 개방!"

"충!"

"충!"

"충!"

아르센의 창에서 가장 먼저 오러가 줄기줄기 뻗쳐나온다.

후와아앙!

뒤이어 아이조드와 에릭센의 창에서도 오러가 요동친다.

마치 파도처럼 5백의 기사단원 전체에서 오러가 뿜어진다.

멀리서보면 마치 마나의 덩어리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블루윈드 기사단 중에서도 실력이 가장 뛰어나야만 들어갈 수 있는 제 1기사단.

정예중의 정예, 블루윈드 기사단 중에서도 정예.

"전원 쐐기형태로!"

아르센을 선두로 삼각형 모양으로 늘어섰다.

"미개한 제론 왕국의 선봉을 꺾으라!"

[스킬 - 돌격을 사용했습니다.]

[기사단의 순간속력이 370% 증가합니다.

[달리는 동안에는 측면의 어떠한 공격에도 반응하지 않습니다.]

언덕이라 내려오는 속도도 무시못할 속도였지만 돌격을 쓰자 발이 안개처럼 흐릿해지며 연푸른 색의 마나가 스멀스멀 뿜어졌다.

무시하려 했던 길리아의 3만의 군세는 입을 떡 벌린채 바라만 봤다.

멀다 생각했는데 엄청난 속도로 가까워졌다.

"모, 모두 무기를 들어라!"

길리아가 외쳤지만 모두 당황한채 허둥댔다.

"……모조리 죽여라."

아르센이 머리를 살짝 숙이며 전방을 째려보듯 주시하며 읊었다.

"충!"

"충!"

곧 병사들과 부딪혔다.

쿠왕!

아르센의 창이 마치 대포를 쏜듯 커다란 굉음을 내며 수십의 병사를 날렸다.

콰직.

돌파력은 지속되며 모래가 쓸려나가듯 병사들이 우수수 무너져 내렸다.

아르센의 창에 다섯의 목과 얼굴이 줄줄이 꿰어지며 뇌수와 피를 흩뿌린다.

쑤욱.

창을 뽑자 그대로 끌려온 병사들의 얼굴에서 피가 솟구쳤다.

안면이 함몰되어 뼈가 드러나 그 돌파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었다.

두두두두!

곧이어 달려오는 기사단원들의 말들에 의해 온 몸이 다져져 도저히 사람의 형상이라고는 보여지지 않았다.

아직도 병사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겨우 5백의 기사단원이지만 마치 1만의 기마부대가 공격한 듯 강력했고, 덤벼들지 못했다.

그리고 급속도로 무언가가 퍼져나갔다.

[스킬 - 압도를 사용했습니다.]

[전장에 두려움이 퍼집니다.]

[가까이 있을 수록 효과는 곱절로 나타납니다.]

두려움이다.

병사들의 사기가 저하되며 심지어 가까이 있는 병사들은 무기를 놓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1기사단이 어느덧 중심에 들어섰다.

아르센이 주먹을 쥔채 손을 들자 단원들이 멈춰섰다.

단 5백의 기마가 전장을 지배하는 것이다.

아무도 덤벼들지 못했다.

심지어 길리아 역시도 5백의 기마를 어찌하지 못했다.

"제론 왕국의 병사들이여! 모두 잘 와주었다!"

아르센이 외친다.

마나가 실려 전장 곳곳에 퍼졌다.

휘젠가르트안까지도 들릴 정도로 웅장했다.

"이곳은 대 칼리엄의 수호를 받는 아르센 왕국의 땅이다!"

아르센이 말에 선채 주변을 둘러본다.

모두 두려움에 그를 쳐다본다.

피가 흘러내려와 눈 부분을 가렸다.

손으로 투구를 한 번 쓸어내자 피가 끈적하게 늘어진다.

"이길 수 있다 생각했느냐!"

답은 없었다.

"오만이자 자만이다!"

아르센의 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객기라도 좋다! 불나방 처럼 휘젠가르트 성에 달려들어라!"

창을 번쩍 들자 오러가 창의 모습으로 덧 씌여지며 오러 스피어를 만들어 냈다.

만들어지자마자 곧 바로 오러 스피어가 회전하더니 이내 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맹렬히 회전했다.

"모조리 죽여주마."

창을 그대로 길리아를 향해서 던진다.

쐐애애액!

콰직! 서걱!

창에 뭉친 오러가 길을 따라 조금씩 빠져나온다.

그 오러에 베이거나 근접에 있던 이들은 마치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듯 몸이 갈기갈기 찢기며 죽었다.

투항!

창은 길리아의 우측을 지나갔다.

공기를 돌파하는 소리에 고막이 찢기며 피가 주륵 나왔다.

입에서도 피가 흐르는 것을 보니 내상을 입은 듯 했다.

지나간 창은 좀 더 날아가 뒤에있는 숲에 박혔다.

콰지지지직!

쿠오오오오─!

나무들이 쓸려나가고 먼지가 시야를 덮었다.

그럼에도 창이 지나간 허공에는 공명을 일으키며 멀리 있는 병사들의 고막까지도 먹먹하게 만들었다.

"……."

길리아가 조심스레 뒤를 돌아본다.

초토화된 숲.

수 백의 병력이 들어가 누워도 충분할 정도의 크레이터가 생겼다.

입술이 마르고 몸이 두려움에 부들거린다.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챙.

순간 창이 움찔했다.

오러가 그대로 씌여져 있었다.

곧 창이 뽑히더니 빠른 속도로 되돌아왔다.

착.

마치 거미줄이라도 붙힌듯 정확히 아르센의 손에 들어갔다.

"플라잉(Flying)……, 소드(Sword)."

검이 아닌 창이지만 길리아는 그저 멍하니 창을 바라본다.

이제는 전설이 된 이야기.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

검과 몸에 마나가 연결되어 자유자재로 허공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경지.

물론 마법일 수도 있고, 눈속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닐 것이다.

전에 1만을 기습한 2천 5백의 기사단과 지금 5백으로 쳐들어온 후 3만의 정중앙에서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한 자.

그리고 그 중앙에서 모두 죽을거라 외친 자.

"돌아간다."

아르센이 등을 돌리자 기사단원들이 길을 만든다.

병사들은 무기를 놓은채 멍하니 그들을 바라봤다.

다그닥.

아르센이 길리아를 다시 쳐다본다.

"너희들은……, 여기에서 모두 죽을 것이다. 릴리프와 함께. 지금까지 죽은 이들을 위해 제사지낼 제물이 될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1기사단은 돌아갔다.

한 명의 경상도 없이 451명을 사살했다.

지금의 일은 이 전장에서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보았다.

아마 이들은 본격적인 공성전이 시작되면 두려움에 제대로 전투를 벌이지 못할 것이다.

길리아가 기사단의 등을 본채 조용히 읊조린다.

"……분명 강하다. 하지만……. 공작님의 진짜 힘을 모른다. 결국 당신들도 무릎을 꿇겠지."

1기사단이 휘젠가르트로 들어왔다.

모두가 숨을 죽인채 아르센을 바라본다.

적진 한가운데서 당당한 그.

성이 겨우 두 개 뿐이지만 그는 분명 일국의 왕이었다.

"우, 우와아아아! 아르센 전하 만세!"

"와아아아!"

"아르센 왕국 만세!"

"아르센 전하 만세!"

병사들 중 하나가 병기를 번쩍 들며 외치자 전염되듯 휘젠가르트 안에 있는 모든 병사들이 함성을 지른다.

압도적인 무력에 그들이 이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마스터를 말로만 듣던 이들이 실제로 보자 그 위력이 상상보다 강했다.

크리프가 웃으며 다가온다.

"푸핫, 단장님 노린건지 알고 싶습니다. 대단합니다."

"……."

크리프가 좋다는 듯 계속 웃는다.

그때 에일리가 조용히 다가와 천을 건넸다.

아르센이 투구를 벗으며 피로 점철된 투구와 갑주를 닦았다

"……고맙다."

에일리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전쟁이 끝나면 처음 만났을 때처럼 너가 해준 밥 다시 한 번 먹고싶다."

그 말에 에일리가 밝게 미소를 띄운다.

"꼭…, 준비할게. 대신 살아와……."

아르센이 고개를 끄덕인다.

"위험하니 황녀님과 같이 있어라."

에일리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아르센을 바라본다.

"걱정마라."

"……응."

아르센이 살짝 웃었다.

"……웩."

크리프가 톰백의 어깨에 기대 토하는 시늉을 했다.

에일리가 가자 아르센이 정색하며 크리프를 본다.

"크리프. 이게 살인미소라는 거다."

"……진짜 살인나는지 알고싶습니다."

"죽고싶은거구나."

"……."

입을 싹 닫는다.

인기척이 위에서 느껴졌다.

바로 용병왕 유레로와 기마부대 부장 이지빈이었다.

"……."

"……."

처음의 호기는 사라지고 조심스러워진다.

"이 전쟁. 이긴다."

아르센의 한마디에 둘이 고개를 숙였다.

"넵!"

"충!"

자신도 모르게 기합이 바짝 든 둘.

어느새 휘젠가르트 성에는 거대한 영웅이 태어나고 있었다.

*                   *                   *

부우우우.

드르륵.

6만의 대병력.

분명 행군 속도는 느렸다.

휘젠가르트 성 앞의 평야에 걸어오는 속도는 느렸다.

그럼에도 꾸준히 평야를 메꾸고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들어온 수 백대의 투석기와 충차.

총 9만의 병력이 휘젠가르트 앞을 메꾼다.

심지어 평야로도 부족해서 뒤에 숲까지 개간해서 진영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길리아의 3만 병력이 지은 목책을 두 배로 두텁게 만들고 한 층 더 높게 쌓았다.

말 그대로 요새를 만드는 것이다.

회의실 안.

황녀를 비롯 아르센, 크리프, 샤르피, 미소, Hooke.

단장들까지 6명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착잡한 표정만이 가득했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흠

얼끼님 첫코 ㅊㅊ 대단하시네요 정말 빠르세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번보실라우님 ㅋㅋㅋㅋㅋㅋㅋㅋ감사합니다ㅋㅋㅋㅋ

eminem팬님 ㅋㅋㅋㅋ분량 최대한 늘이도록 노력중이랍니다ㅎㅎ 그보다 저도 에미넴 팬ㅋㅋㅋ

길리아님 다음편 올려드립니다^^

이매탈님 빠져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물하르방님 ㅎㅎㅎㅎ최대한 길게길게 써볼게욥ㅎㅎㅎㅎ

페진님 바보들이 많으면 참 재밌죠^^

dkssid00님 저도 아이조드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 번…….

StayOver님 다리우스도 반전으로 나타날 거에요ㅎㅎㅎㅎ

GloryBless님 ㅋㅋㅋㅋㅋㅋㅋ70퍼라고는 했는데 더 늘어날 수도 있고요ㅎㅎㅎ

이지빈님 충분히 글에 나올거랍니다^^

북방의다리우스님 감사합니다^^

속쫍이님 감사합니다^^

유레로님 생각보다 아직 많이 남았어요ㅎㅎㅎ

소설은 판타지님 ㅋㅋㅋㅋㅋㅋ바보들이 많아야 글도 재밌어지죠ㅎㅎ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