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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편- 꺾이는 야망.
'이래서는 아무런 말도 못하겠군.'
네 명의 시선이 다리우스에게 꽂혔고 일부러인지 아니면 자연스러운건지 상당한 투지와 압박이 느껴졌다.
'청문회 당하는것 같군.'
다리우스가 자리에 앉았다.
"모두 그만해라."
아르센이 말하자 거짓말 처럼 모든 기운이 사라졌다.
"다리우스. 공이라 불러야하나."
"……허허."
서로 존칭을 쓰던게 엊그제 같은데 저자는 하늘위에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상관없소. 그래, 날 부른 목적이 무슨 이유이오. 어차피 나는 패망한 나라의 패전한 한낱 장수일뿐."
다리우스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듯 평온한 모습이었다.
"아르센 왕국에 들어오라."
아르센이 말하자 다리우스가 살포시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허허, 배이제 제국의 시대도, 도시국가가 서로 12개의 나라를 세워 싸우던 전국시대도 이제 끝났소."
다리우스가 눈을 떠 다섯 명을 한 번씩 훑어 본다.
다들 하나같이 눈이 맑고 또렷했다.
그들의 표정에는 목표가 뚜렷히 보였다.
"그리고 이제, 그대들의 시대가 오고 있소. 아르센 경도 그렇고 부장인 에릭센 경도 그렇고 소드 마스터라니……, 그렇다면 이곳에 있는 모든 분들 역시 그에 준하는 실력을 갖고 있지 않겠소."
그 말에 모두가 발끈했다.
"에릭센과 같은 급에 두지마라."
"……그런 눈 장애하고……."
다리우스가 미소를 지우지 않은채 말을 잇는다.
"여튼, 나도 이제 천수를 다해가고 있고, 치열했던 젊은시절을 회상하며 남은 여생은 산에 집짓고 아내와 같이 지내고 싶소."
"……그럼 그 날 빈폴 성에서 데리고 온 병력들은."
"그때 생각했소, 이 젊은이들이 이 나이에 죽어서 어떡하겠는가. 겨우 나의 욕심때문에 죽는다면 죽어서 볼 낯이 어딨겠소."
아르센이 난감하다는 듯 그를 쳐다본다.
아직 치안을 완벽하게 안정화 시키려면 그가 필요했다.
"치안을 걱정하는구려. 걱정마시오. 내가 모든 걸 인수하고 갈 테니."
다리우스의 표정은 전부 해탈한 사람이었다.
"만약 날 죽일생각이라면 가족은 해하지 마시구료.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말이야."
아르센이 피식 웃는다.
"큭. 좋아. 그렇게하지. 좋을대로하게. 언제든 오고 싶다면 당신의 자리는 준비해두지. 그래, 출발은 언제 하려는가."
"인수하려면 일주일은 있어야겠지. 갈때 말은 하고 가겠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좋다. 그대는 배이제 제국의 충신이었네. 아르센 왕국으로 오면 좋으련만 내 욕심이겠지."
아르센이 다리우스 앞으로 다가가자 그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족히 2미터는 되보이는 다리우스.
그 동안 가까이 서 볼일이 없어서 그다지 커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둘이 악수를 했다.
"갈 때 말하라."
고개를 끄덕인다.
다리우스가 등을 돌려 미련없이 회의실을 나선다.
회의실 문 앞에서 하늘을 바라본다.
지금까지 성주로 지내오며 십수년을 쓴 회의실 문 앞에서 하늘을 바라봤지만 오늘 만큼 청렴한 적은 없었다.
"허허."
웃으며 뒷짐을 쥔채 내성을 벗어난다.
젊을 적엔 무패의 다리우스, 마나를 잃고 성주가 됐을 때엔 북방의 다리우스로 한 때 세상을 주름잡고 능히 12개 도시를 제압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노장이자 영웅이던 다리우스가 그렇게 속세를 떠날 준비를 했다.
큰 별이 하늘에서 진것이다.
* * *
빈폴 성.
점령 당일.
그 날은 밤까지 뒷처리를 하느라 모두가 분주했다.
혹시 모를 급습해 성벽을 보수하고 배이제 제국의 깃발을 내리고 다시 깃발을 세웠다.
길리아의 1만과 전투로 인해 1만의 병력이 줄어들었어도 6만의 대군의 밥을 짓는것도 일이었다.
"그래, 다음 전투는 언제쯤이 적당하겠소."
릴리프 밸브가 웃으며 묻는다.
"여기서 2일 후 쯤에 가려 하외다."
폐루가 물을 홀짝인다.
"흐음, 그나저나 상처가 제법 깊은가 보구려."
에릭센과의 전투로 상처를 입었지만 대부분 작은 찰과상이었다.
오히려 에릭센이 더 많은 상처를 입었다.
"괜찮소. 그럼 내일 모레에 출발하도록 하겠소."
폐루의 말에 릴리프 밸브는 고개를 끄덕인다.
"좋소. 선두는 누가 서는 걸로……."
민감한 문제다.
2만을 가진 폐루와 6만을 가진 릴리프 밸브.
선봉에 서자니 천혜의 요새인 휘젠가르트를 뚫기란 요원한 일이고 그렇자고 릴리프 공작을 선봉에 세우자니 성을 점령하고 그대로 농성에 들어갈까봐 고민이 많았다.
"그럼 내가 서지."
폐루가 그리 말하고는 릴리프를 바라봤다.
"그렇게 하시오. 제가 바로 같이 들어가도록 하겠소."
2일 후 출정은 제대로 전쟁독을 풀지도 못할 것이다.
허나 지금은 시간 싸움이다.
더 늦는다면 휘젠가르트는 더욱 공략하기 힘들어질것이다.
철저히 수성을 한다면 백만 대군이 온다해도 충분히 1년은 버틸 수 있다.
릴리프 밸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만 자러 가보겠습니다."
폐루가 고개를 끄덕인다.
빈폴 성 내부.
철저히 수비를 위해 만들어진 내성 구조.
구불구불한 길을 릴리프 밸브가 수행원을 따라 나간다.
밖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스읍. 하아."
봄이라도 밤은 차다.
입에서 입김이 나왔다.
"슬슬……, 준비해야겠군."
릴리프의 입가에 비릿한 웃음이 서렸다.
* * *
릴리프가 나가자 벨렌시아가 마음에 안든다는 듯 표정을 찌푸린다.
"벨렌시아. 무엇이 그리 마음에 안드는가."
"주군, 저는 그저 저자의 저의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제가 당장 목이라도 베어 바치겠습니다."
"……안돼. 아직은 필요한 힘이다. 그리고 6만의 대군을 막을 자신이 없구나."
현실적인 말.
"휘젠가르트 앞에서 첫 전투가 있는 날 밤에 목을 치겠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내가 믿는 자들이다. 설마 발설하지는 않겠지."
"그렇습니다."
"충."
모두가 고개를 숙여 답한다.
"하하하! 뭐가 그리 심각하느냐. 그것보다 벨렌시아. 너도 된통 당한듯 하구나."
벨렌시아의 얼굴이 붉어진다.
크리프와 톰백, 포금에게 똑같은 기술로 똑같은 놀림을 받은 것이다.
부들거리며 입을 연다.
"절대 그 녀석들을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좋다."
폐루가 은은한 미소가 지어진다.
"휘젠가르트만 점령한다면 분명……. 그나저나 아르센이라……."
항상 결정적일때와서 방해를 했다.
막고 싶어도 너무나도 일방적인 힘에 항상 전쟁에 이겼어도 전투에서 졌다.
"내 실력이 부족한 것인가."
"아닙니다. 그들이 너무나도 치사하고 야비하고 비열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당한것이 많은지 벨렌시아가 이를 갈았다.
"당한게 많구나."
"……."
벨렌시아가 당한게 부끄러워 말을 잇지 못했다.
쿠오오.
그때 폐루의 느낌에 무엇인가가 걸렸다.
"……이 느낌은……."
폐루가 벌떡 일어났다.
같은 소드마스터의 기운.
보통이라면 숨기거나 감춘다.
하지만…….
"지금 마음 껏 마나를 뿌리고 있군."
그것은 마나를 다룰 줄 아는 기사단 역시 침을 삼켰다.
콰직! 콰쾅!
굉음이 저 멀리서 들렸다.
하지만 점차 빨리 다가오고 있었다.
일부러 줄기줄기 뿌리는 이 마나는 자신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벨렌시아가 침을 삼킨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강함.
크리프나 톰백, 포금 등 아르센 기사단에는 느껴보지 못한 저릿한 느낌이었다.
"릴리프 공작……. 이렇게나 빨리……."
릴리프 공작의 뒤에 있던 수행원.
항상 그와 다녔다.
음울한 표정의 그.
밤이든 낮이든 항상 묵빛의 투구와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있었다.
얼굴을 한 번도 본적은 없으나 한 번도 약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이 마나는 보지 않았지만 그의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모두 준비하라. 소드 마스터다. 나보다 상급자의 실력."
그 말에 모두가 긴장한다.
덜컹!
순간 문이 열리며 앞에서 지키던 기사가 들어온다.
"주, 주군! 앞에 적이! 아무래도 릴리프 공작이 배신한듯 합니다!"
"이미 예견했던 일. 모두 당황하지 말고 자리를 피해라. 적은 소드 마스터다. 지금 나를 불러내고 있다."
적갑기사단이 폐루의 적색의 갑옷을 갖다준다.
갑옷을 입고 자신의 애검을 들고서는 당당하게 문 앞에 섰다.
푸욱!
서걱.
앞을 막는 기사단의 물결들이 밀려나며 결국 폐루 앞에 그가 섰다.
"이런, 폐루 자작님께서는 도망가지 않으시오?."
오랜만에 들어보는 직급.
"자작이라……."
릴리프가 소드 마스터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뒤에 릴리프의 직속 기사단이 적갑 기사단과 좁은 길목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으나 철저히 3대1 혹은 2대1로 다수대 소수의 전투를 벌였다.
"내가 도망갈 것 같나."
폐루가 묵빛의 갑주를 입은 그를 본다.
"소드 마스터가 너로구나. 덤벼라."
검을 고쳐잡고 마나를 불어넣는다.
우우웅.
마나가 압축되어 오러로 형상화 되었다.
묵빛의 갑주를 입은 기사도 거절하지 않고 곧바로 달려들었다.
그의 검에는 갑주와 마찬가지로 묵빛의 오러가 맺혀있었다.
붉은색의 오러와 묵빛의 오러.
쿠웅!
적막한 곳에서 울리는 굉음.
부딪혀 힘을 겨루는 상태.
와아아아─!
성밖에서 함성이 들린다.
채챙!
병장기 소리도 섞여 들리는 것이 전투중이었다.
소리에 집중하는 찰나에 기사의 검이 배를 헤집고 들어온다.
폐루가 검을 돌려 쳐내며 발로 배를 강하게 걷어찬다.
쿵!
마치 쇠를 발로 미는 느낌이 나며 자신이 뒤로 물러서게 됐다.
"어찌 이런 단단함이!"
허나 말이 끝나자마자 달려드는 그의 검에 폐루가 당황해서 고개를 숙인다.
서걱.
그러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적갑기사단원의 목이 잘렸다.
그러면서 동시에 돌과 쇠로 만들어진 문이 잘려나갔다.
공간이 더욱 넓어진 것이다.
폐루가 검을 더욱 강하게 부여잡고는 위로 올렸다가 내려친다.
묵빛의 기사가 여유롭게 흘려보내며 왼 주먹으로 폐루의 턱을 가격한다.
퍼억!
폐루가 씨익 웃으며 주먹으로 맞잡았다.
그대로 힘을 준채 검으로 묵빛의 기사의 배를 꿰뚫었다.
동시에 손을 밀쳐내며 몸의 자유를 얻자 발로 다시 한 번 묵빛의 기사의 복부를 강타한다.
쑤욱!
검이 뽑히며 뒤로 날아가 넘어졌다.
릴리프 밸브가 신기하다는 듯 바라본다.
"아무리 강하다 한들 인간인 이상 오러 블레이드에 꿰뚫리면 죽는다."
허나, 그의 말을 무시하기라도 하듯 묵빛의 기사가 다시 일어선다.
릴리프가 웃는다.
"하하하! 당연히 그렇겠지. 인간이라면 말이야……."
묵빛의 기사가 다시 검에 오러 블레이드를 형성하며 달려들었다.
당황한채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 폐루.
자신의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 일어나자 순간 경직상태가 된 것이다.
"얼음의 날카로운 벽들이여 땅에 솟아 적에게 공포를 주어라! 아이스 월(Ice Wall)!"
참모 중 한 명인 마법사가 주문을 외자 땅이 얼어붙더니 이내 곧 벽을 만든다.
쩌저적!
쿠웅!
나름 고클래스의 마법.
폐루가 뒤를 돌아보자 세 명의 마법사가 하나의 마나석 앞에 모여 주문을 외웠다.
목에 정확히 충돌하며 천장에 박힌 묵빛의 기사.
멈추는것도 잠시 다시 묵빛의 갑주안에서 검붉은색의 안광을 빛낸다.
암울한 눈빛에서 마치 미친 사람의 눈동자처럼 붉게 빛난다.
"……! 듣도보도 못한 일을!"
"주군! 위험합니다! 얼른 이곳에서 벗어나소서!"
폐루의 앞에 적갑기사단이 육탄으로 벽을 만들었다.
쩌적.
얼음으로 만들어진 벽이 서서히 깨진다.
묵빛의 기사가 아닌 뒤에 대기하던 릴리프 밸브의 직속 기사단들이 깨고 있었다.
"화염이여 불타오르라, 파이어 볼(Fire Ball)."
마법사들의 앞에 대 여섯개의 화염구가 생긴다.
"불들이 힘을 합칠때 그 힘은 무한하리라."
화염구 여섯개가 서로 뭉치자 거대하면서도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구 하나가 완성되었다.
폐루가 어정쩡하게 뒤로 물려났다.
소드 마스터.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어느 제국, 왕국을 가도 충분히 호화스러운 삶을 살 수 있으리라.
공국에 간다면 충히 그 공왕도 노려봄직하다.
그런 존재가 소드 마스터.
하지만 그의 오러 블레이드에 박히고도 묵빛의 기사는 움직이고 있었다.
쾅!
순간 얼음벽이 깨지며 기사들이 안으로 난입했다.
"이런 걸로 무엇을 하려는 것이오. 이제 그만 순순히 포기하고……, 죽음을 납득 하시오."
릴리프가 부서진 얼음을 밟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뒤로 묵빛의 기사가 다가선다.
"익스플로젼(explosion)!"
마법사들이 준비한 마법을 시전한다.
아이스 월보다 고클래스의 마법이다.
거대한 구가 릴리프를 향해 돌진한다.
쿠화아아악!
화염이 릴리프 밸브와 뒤의 묵빛의 기사.
더 넓게 뒤의 기사들까지.
퍼어엉!
먼지가 사방에 쌓인다.
먼지가 천천히 가라앉자 드러난 모습.
이미 고고한 빈폴성의 유구한 전통을 지닌 성은 없었다.
다 부서진 건물과 시체들.
그리고 느껴지는 기운.
분명 자신에게만 느껴지는 기운.
'진짜 무서운 건 저 묵빛의 기사가 아니다.'
폐루가 릴리프 밸브를 바라본다.
"자신의 실력을 숨겼군."
"물론, 앞으로도 숨길 생각이오."
자신에게 쏟아지는 묵직한 기운.
그것은 묵빛의 기사가 아닌 릴리프 밸브에게서 쏘아지는 것이었다.
묵빛의 기사보다 강하고 더욱 묵직하며 첨예한…….
"마법사들 텔레포트 스크롤이 있나."
마법사들이 고개를 젓는다.
"다만……, 워프 스크롤이 하나 있습니다. 혹시 몰라 만들어 두었사온데……."
마법사 하나가 품에서 스크롤 하나를 꺼낸다.
폐루가 받아든다.
"주군. 주군께서 탈출하소서. 부디 미래에 무한한 영광이 있기를……."
마법사가 겸허히 고개를 숙였다.
폐루가 씨익 웃는다.
"마법사들. 지금부터 너네는 자유다. 알아서 도망쳐라."
"……?!"
셋이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마법사의 성 제노니아에서부터 끌려와 가족을 인질로 잡아 지금까지 같이했다.
처음엔 강제였을지라도 그의 리더쉽과 남자다움에 매료돼 더욱 적극적이 된 그들이었다.
헌데 이제와 자유라니.
"안가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미안하지만 이 워프 스크롤은 내께아니거든."
폐루가 뒤에서 피를 흘리며 전투중인 벨렌시아를 본다.
"……선물을 줘야할 녀석이 있다."
마법사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새벽녘의 영광을 맞이하기를."
폐루가 검을 곧추세운다.
우우웅!
이제는 이가 다 상해 검이라 부를 수도 없는 모습이지만 오러 블레이드는 그 무엇보다도 날카로웠다.
"후압! 브링 스톰(Bring Storm)!"
오러가 검 안으로 들어가는 착시를 보여준다.
그의 검이 릴리프 밸브를 노리고 짓쳐들어갔다.
스윽.
허나 앞을 가로막는 묵빛의 기사.
"이것도 막아보시지."
순간 세상이 느려지는 듯 했다.
마치 자신만이 이 세상의 신이 된 듯한.
슈류류륙!
검에 마나가 몰려드는 소리가 귀에 들린다.
묵빛의 기사는 말 없이 검을 찔려들어왔다.
탁.
아주 작은 소리.
마치 나무와 나무가 부딪히는 소리였다.
쿠구구.
그리고는 땅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뒤이어 폐루의 검이 뒤틀리듯 휘었다.
휘는 듯 하더니 이내 휜 모습이 2개가 되고 4개가 되며 빠르게 증가한다.
쿠구구구구.
검이 수십개가 되었을 때.
"내게오라, 폭풍이여."
폐루의 눈이 심연으로 깊게 빨려들어가듯 아무런 표정이 없다.
콰과과─!
검들이 묵빛의 기사 곳곳을 헤집고 지나갔다.
마치 폭풍을 불러오듯 검은 더욱 강하고 세차게 몰아친다.
모든 마나가 폐루를 향해 몰려들어갔다.
또한 주변에 모든 인원들이 자기도 모르게 그와 묵빛 기사를 본다.
키잉! 킹!
엄청난 속도에 소리마저 바뀌었다.
쇠를 긁는것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소리.
콰직.
묵빛의 갑주가 하나둘 일그러진다.
그 뒤쪽에 있는 기사들은 스치기만 해도 깊은 상처와 함께 쓰러졌다.
팅!
갑주를 잇는 연결 고리가 끊어졌다.
푸욱! 푸푹! 푸푸푸푹!
결국 그의 검이 모든 곳을 휩쓸고 지나간다.
그럼에도 묵빛의 기사는 가만히 있었다.
아니,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강한 공격에 꼼짝도 못했다.
텁.
공격이 채 끝나기도 전에 폐루가 어깨를 잡는다.
푸욱.
오러 블레이드가 씌인 검이 심장을 관통했다.
쾅!
검에서 손을 떼고 발로 차며 자신 역시 뒤로 물러선다.
쿠웅!
묵빛의 기사가 거의 넝마가 된채 돌무더기에 파묻힌다.
릴리프 밸브 역시 곳곳에 생채기가 나 피를 흘리고 있었다.
"주, 주군!"
폐루가 물러난 곳은 벨렌시아가 있는 곳이었다.
모두가 전투를 그만 둔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소드 마스터의 위엄을.
소드 마스터의 능력을.
소드 마스터의 강함을.
소드 마스터의 위력을.
그들은 깨달았다.
자연스레 모든 이들의 눈동자가 뒤를 쳐다본다.
마법에 의해 크레이터가 생겼었지만 지금 보이는 것은…….
투두둑.
작은 돌들이 떨어졌다.
"……."
모두가 할 말을 잃은채 바라본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마치 폭풍이 지나간듯 릴리프 공작의 뒤로는 단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주, 주군."
폐루가 워프 스크롤을 벨렌시아에게 건네주고는 묶여있는채 반으로 찢었다.
위잉.
스크롤 안에서 빛이난다.
"이, 이게 무슨!"
"영웅은 특별한게 아니다. 그저, 남들보다 5분 더 용감했을 뿐이다. 가라. 가서 영웅이 되어라. 너는 충분히 그럴 자격과 능력과 시간이 있는 아이다."
폐루가 웃고 있었다.
만신창이된 모습이었지만 웃고 있었다.
"주, 주군! 안됩니다! 저도 남아서 싸우겠습니다!"
"……내 인생에 있어 너는 항상 좋은 친구이자, 전우였다. 이제 영웅이 될 시간이다. 벨렌시아."
벨렌시아의 몸이 흐려지며 빛이 뿜어진다.
"아, 아아!"
눈물이 마르지 않고 흐른다.
강할 것 같던 벨렌시아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안됩니다! 주군! 절대 이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몸이 거의 다 사라져갔다.
"도련님……!"
말이 끊어지며 벨렌시아의 모습 역시 사라진다.
폐루가 엉망이 된 몸을 일으키며 릴리프 밸브를 쳐다봤다.
챙그렁.
릴리프 공작이 어느새 묵빛의 기사의 몸에서 검을 뽑아내 폐루에게 던졌다.
서걱!
쑤욱.
어느덧 장내는 정리되가고 있었다.
"저의 주군이셔서 항상 행복……."
서걱.
목이 베이며 적갑기사단의 마지막 기사가 쓰러졌다.
"……나도 너가 부하여서 항상 행복했다."
폐루의 눈에 이슬이 맺히며 눈이 충혈되었다.
마법사 하나만이 피를 흘리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너만 남았구나."
"제노니아의 마법사입니다. 쿨럭!"
"고맙다."
폐루가 검을 바로 잡으며 릴리프 밸브를 본다.
"공작."
검에 오러 블레이드가 씌어졌다.
"나의 오러 블레이드는 어떤지 봐주시겠소."
릴리프 밸브의 검이 진동한다.
"얼마든지."
폐루와는 다른 느낌.
마치 거대한 산과 같은 느낌의 오러 블레이드가 순식간에 씌어졌다.
마나 운용력과 마나의 포용력.
모든 것이 자신보다 몇 수는 위였다.
"마지막을 소드 마스터와 싸우다 죽을 수 있으니 영광이외다."
폐루가 먼저 달려든다.
릴리프 밸브가 여유롭게 검을 받아준다.
가끔 공격을 흘리며 농락했다.
폐루의 검이 릴리프의 가슴을 향해 정직하게 찔러들어갔다.
막으려는 순간 검이 마치 사냥개와 같이 꺾으며 어깨를 노린다.
릴리프가 회전하며 발로 검면을 쳤다.
캉!
검날보다는 마나의 양이 적어서인가 검로가 바뀌었다.
검이 릴리프에게서 빗나갔다.
콰직.
릴리프가 그립으로 손목을 내려치자 폐루의 몸이 낮아진다.
그대로 무릎을 올려 폐루의 팔꿈치를 허벅지에 올렸다.
다시 그립으로 내려찍자 폐루의 오른 팔이 기형적으로 꺾였다.
스컹.
다시 검을 한 손으로 역수로 쥐고는 손목을 베자 동맥이 터졌는지 피가 분수처럼 쏟아진다.
텁.
릴리프의 왼 손이 폐루의 목을 잡는다.
"잘 가게, 야망이 큰 영웅이여. 그대는 나에게 좋은 재료가 될 걸세."
목을 그대로 잡아 당기며 몸을 옆으로 피한다.
그리고 폐루의 눈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분명 산산조각난 묵빛의 기사가 그대로 서서 자신의 심장에 검을 서서히 집어 넣었다.
"커헉!"
완벽한 실력 차이로 끝내 농락만 당했다.
릴리프가 다가와 귓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폐루의 눈이 커진다.
"이 개새끼가……!"
허나 말을 끝내기도 전에 검이 뽑히며 절명했다.
턱.
묵빛의 기사의 어깨 위로 쓰러진다.
"정말 밤바람이 시원하구나."
남은 것은 폐허가 된 빈폴 성과 사람들의 시체.
그리고 큰 야망과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나이.
붉은 사냥개 폐루.
그는 기사의 성 빈폴 성에서 자신이 죽인 자신의 친우이자 전우였던 빈폴 성의 성주 빈폴 드로이드와 함께 잠들었다.
북을 지배했던 북방의 다리우스.
남을 통치했던 붉은 사냥개 폐루.
그들의 시대는 지나가고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려 한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또륵... 눈물이...
세이단님 ㅎㅎㅎㅎㅎㅎ가끔 기습연재할게요ㅎㅎ
이지빈님 안그래도 곧 캐릭터로 등장할 겁니다^^
StayOver님 저도 단원이엇음 좋겠어요ㅠㅠ
유레로님 이지빈님과 곧 나올겁니다^^
dkssid00님 당연히 알고있죠^^ 닉을 캐릭으로 쓰기힘드셔서ㅠㅠ
속쫍이님 감사합니다^^
GloryBless님 샤르피는 남자입니다^^ 외전으로 한 편 쓸까합니다ㅎㅎ
seank님 남자남자남자
sssagfds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족의힘님 약을 먹진 않았습니다^^
전폐증님 히로인이라눀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한테!!
길리아님 샤르피는 남자입니다^^
한번보실라우님 감사합니다ㅎㅎ
카인_드_실버리온님 감사합니다^^
eminem팬님 최대한 빨리 왔습니다요ㅎㅎㅎ
FOCA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