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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6편 - 동상이몽(同床異夢)
펄럭.
실로 따스한 바람이 블루윈드 기사단의 깃발을 쓰다듬고 지나간다.
척. 척. 척.
5천의 병력과 2천의 기사단이 자리했다.
한 켠에는 페르모르그를 위시한 대지의 기사단 3백여기가 서 있었다.
새로 만든 갑주와 검, 창은 햇빛에 비춰 사방을 빛나게 했다.
웅성웅성.
성 앞에 모인 병력에 백성들이 나와 구경했다.
서 있는 장병들의 부모, 친구, 누이, 형, 동생, 연인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꾹 참고 쳐다본다.
저벅 저벅.
단상에 에릭센과 아이조드가 깃발을 각각 들고 올라온다.
쿵.
올라오더니 단상의 양 끝에 서서 깃발을 꽂았다.
깃발의 모습이 기존의 블루윈드 기사단의 깃발과는 달랐다.
기존의 모습은 네 개의 물결이 한가운데로 모이고 두 개의 날개가 하나의 원을 감싸 안는 모습이었다.
허나 지금은 한 개의 태양이 황금색으로 자수가 새겨져 있었다.
칼리엄 제국의 상징인 황금태양이다
처음 보는 깃발에 말은 없지만 궁금해하는 표정이 보인다.
고오오오.
순간 성 문 쪽에서 엄청난 존재감이 퍼져나왔다.
뒤로 따르는 각 기사단의 단장들.
머리까지 눌러쓴 투구는 안광과 입만을 겨우 보여줬다.
연푸른 색의 갑주.
그것은 블루윈드 기사단의 모든 갑옷이 그랬다.
중간중간 틈은 은색의 문양이 고풍스러움을 더했다.
차마 범접할 수 없는 존재.
그 중에서도 단상으로 다가오는 아르센.
그의 등 뒤로 펄럭이는 은색의 망토와 중앙에 금색 자수로 새겨진 칼리엄 제국의 상징.
황금색 태양이 멋드러지게 빛났다.
하늘에서 내려온 기사같았다.
성주민들 모두 우러러본다.
병사들 역시 저 분과 함께라면 믿고 가도 되겠다는 믿음이 나왔다.
탁.
모두 그를 바라보느라 신경 못쓰는 사이 단상 위에 올랐다.
단지 서 있는 모습 하나만으로도 존재감과 압박감이 모두를 옥죄어왔다.
'저 분이 아르센님…….'
소년들이 영웅을 바라보듯 바라봤다.
"모두……."
드디어 입이 열렸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높낮이가 없는 중저음의 목소리.
"겨울이 끝나자마자 다리우스와 폐루가 전쟁을 시작했다."
모두 긴장했다.
이미 모든 소문은 룐 성까지도 퍼져있었다.
날이 풀리자 마자 폐루의 병력이 북진을 감행한것이다.
초반에 전투는 다리우스의 전략과 용병술로 분위기를 잡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생각도 못한 복병.
가장 동쪽인 볼류트성이 함락당했다.
붉은사냥개 폐루가 아닌 제론 왕국의 릴리프 공작의 4만 병력.
이미 2만의 병력을 폐루에게 지원해준 상태에서 공작이 직접 4만을 끌고 온 상황.
제론왕국의 병력이 6만이나 와있었다.
"그리고……, 제론 왕국에서 4만의 병력이 동쪽에서 오고 있다."
4만이란 말에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배이제 제국이 망하고 나서 각 성과 도시들이 왕을 자처해 전쟁을 벌여 백성들이 먹고살기 어렵고 산적이 들끓었다. 사람이 줄고 식량이 줄어 힘이 약해지자 동쪽의 야비한 제론 왕국이 이곳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
듣고있는 병사들도 성주민들도 우울해져갔다.
확실히 배이제 제국이 망하고 나서 전란의 시대였다.
이들 가족 중 하나라도 죽지 않은 이가 없었다.
"해서. 나는 이 전쟁을 종식 시키려함이다."
아이조드의 깃발을 받아 든 후 정면에 보였다.
"여기 황금색의 태양이 보이는가."
깃발은 누가봐도 그렇게 보였다.
"앞으로 아르센 왕국의 상징이다."
칼리엄 제국의 황실 상징이지만 제국의 기사단으로써 차마 다른 것을 쓸 수가 없었다.
아르센이 깃발을 뒤로 넘기고는 병사들과 눈을 마주친다.
"무릇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나라도 백성도 없다. 지난 10년간의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내가 그대들에게 창을 쥐어주고 검을 잡게하며 다른 이를 죽이도록 전장에 내모는 이유는 전쟁을 끝내어 더 이상 그대들의 가족, 친구, 연인들이 죽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모두의 눈에 전의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전쟁이 나면 목숨을 걸고 나가서 싸울수 있는것은 내가 싸우다 죽어도 내 가족과 나의 명예를 국가가 지켜줄거라는 암묵적인 믿음이 있어야 나라에 대한 충성도 가능해진다."
아르센이 단상에서 투구를 벗는다.
그의 강인한 얼굴이 천하에 드러났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있다.
"그대들이 만약 죽는다 하더라도 걱정하지마라. 내가 하늘에 대고 맹세하지. 그대들의 가족을 마치 내 가족처럼 어여삐 여기어 죽을 때까지 모든 혜택과 명예를 줄 것이다."
아르센이 살며시 입가에 웃음을 띄웠다.
"내가 해주겠다. 그대들이 죽어도 그대들의 가족은 죽을때까지 먹고살만한 돈과 명예와 혜택을 주겠노라. 그대들은 대 아르센 왕국의 병사들이다."
아르센 왕국.
공식적인 첫 공표이자 첫 전쟁이었다.
"……가자."
투구를 쓰고는 단상에서 내려와 말에 올랐다.
다그닥.
뒤로 기사단이 따르고 보병들이 따른다.
기사단 2천, 보병 5천, 보급병 1천.
총 8천의 병력이 휘젠가르트로 진격을 시작했다.
* * *
12개의 도시국가가 있는 이 지역은 남쪽으로는 바다가 나머지 삼면은 산맥으로 둘러쌓인 평원지대이다.
그렇기에 수백년간 수탈없이 각자 도시를 만들고 살 수 있었던 것이다.
허나 3백여년 전 배이제 제국의 침공과 함께 제국의 한 지방으로 편입되면서 사라졌지만 제국이 망하고 11년이 지난 지금 다시 각 도시들이 기치를 내걸고 일어났다.
그 도시들은 또 다시 맞는 이념끼리 한데 뭉쳐 두 세력으로 나뉘는데 북으로는 북방의 다리우스.
남으로는 붉은 사냥개 폐루가 위치했다.
10년째 되는 겨울이 지나고 11년째 봄이 오자 전투가 시작되었다.
많은 백성들이 전쟁을 피해 남으로 북으로 이동에 이동을 거듭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여유로운 이들이 있었다.
"내 동생은 잘 있으려나?"
눕이 청승맞은 표정을 지으며 산길을 걷는다.
뒤로 정보길드원 5명과 블르윈드 기사단의 막내 아하드가 따르고 있었다.
아르센이 맡긴 일을 위해서 보냈던 그들이었다.
"에이, 길드장님 기사님과 사돈지간 되는거 아닙니까. 부럽습니다요."
따콩.
눕이 인상을 쓰며 꿀밤을 멕인다.
그동안 임무를 하며 많이 친해진 사이지만 엄연히 기사와 자신과는 하늘과 땅 차이의 신분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전투가 생각보다 짧을 수도 있겠구나."
눕이 말을 하자 길드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안색이 좋지는 않아 보였다.
"네. 아무래도……."
"폐루의 압승입니다. 설마 제론 왕국까지 끌여들일줄이야."
눕이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른다.
"분명 제론왕국 입장에서는 최고의 기회지. 아마, 배신 할것이야."
"그렇습니다. 영토를 배이상 늘릴 기회입니다."
"그러니 총 6만의 병력이 왔겠지."
이야기를 하던 도중 앞에 두 명의 여행객이 보였다.
휘젠가르트를 지나 룐성으로 올라가는 여행객으로 보였다.
여행객이 둘이 속도를 늦추더니 이내 눕 일행에게 달라붙는다.
"아이쿠, 성님들. 안녕하십니까요."
둘 다 얍삽하게 생긴 상이었다.
"룐 성 까지 가십니까요?"
아하드가 품에서 검을뽑으려다 눕의 제지에 멈춘다.
"저희가 메셔다 드립죠. 저희는 사실 피난객들을 상대로 하는 가이드입니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구료. 하하하."
"헤헤, 세상이 난세인지라."
눕과 정보길드원들이 눈을 마주치며 정보를 교환한다.
"좋네. 앞까지만 해주이소."
품 에서 작은 꾸러미 하나를 꺼내 동전 두 개를 건넸다.
가이드의 눈이 순간 꾸러미를 훑고 지나갔다.
수 많은 돈.
그렇지만 눕 역시 그 찰나의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눕이 귀를 긁으며 기침을 했다.
"콜록. 아직 봄이라도 감기는 걸리는가 보네."
"헤헤헤헤. 그렇습죠."
돈 꾸러미를 본 가이드는 한 없이 비굴해져 비위를 맞춘다.
얼마 걷지도 않아 두 개의 길이 나왔다.
왼쪽은 언덕.
오른쪽은 평길이었다.
오른길로 가는 것이 룐성으로 가는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이었다.
"왼쪽이 가장 빠르고 안전하니 그리로 가시죠."
이미 알고 있었으나 눕의 신호로 모두 잠자코 있었다.
눕이 아하드에게 속삭였다.
"저 언덕 위에서 아마 우리를 덮칠겁니다. 그때 모두 없애도록 하죠."
고개를 끄덕인다.
정보 길드원이기 때문에 무력이 형편없었다.
하지만 아하드가 모두를 커버할 정도로 강력했다.
저벅저벅.
언덕을 올라간다.
양 숲이 사삭 거리며 움직였다.
패거리가 더 있는 모양이다.
눕이 그들을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쳐다봤다.
겨울동안에 같이 여행하며 더 강해진 아하드였다.
블루윈드 기사단에서는 최하위의 실력을 가진 그였지만 밖으로 나온 이상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았다.
눕 역시 그의 실력에 대해 알고 있기에 불쌍해지는 것이었다.
언덕 끝에 다다랐다.
탁.
언덕위에 올라가면 사방에서 덮치기로 한 패거리.
올라서자 마자 숲에서 튀어 나왔다.
사사삭!
전부 달려들지만 아하드와 일행은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다.
"응?"
가이드라 소개한 사내 역시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 앞쪽에서 나와야하는 다른 동료들이 안나온 것이다.
우뚝.
그의 단도가 눕의 머리 위에서 멈췄다.
"아……."
언덕 아래 펼쳐진 모습.
그것은 멈출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산길을 가득메운 병력.
"저 위는 룐 성……."
밖에 없다고 말하려는 순간 아하드가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제 1기사단원 아하드가 칼리엄의 영웅이신 아르센 단장님을 뵙습니다!"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아르센.
그리고 그가 타고 있는 말 밑에는 나머지 동료들이 묶인채 있었다.
"음……."
아르센이 한 쪽 눈썹을 살짝 올리며 쳐다봤다.
"오랜만이군."
기사단이 언덕 위로 올라왔다.
산적떼가 벌벌떨며 무릎을 꿇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발 목숨만은!"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허나 아르센은 신경 쓰지 않고 언덕에서 정면을 바라본다.
저 멀리 산 기슭에 지어진 휘젠가르트가 보였다.
"아하드, 눕."
"네."
"충."
말을 앞으로 몰았다.
"가자."
"충!"
그 날 산적떼 23명은 보병으로 강제 편입되었다.
구타가 있었는지 모두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해있던 것은 서로 모른채 했다.
* * *
북 네그얼 성.
폐루의 공격으로 전투가 한창이었다.
쇄애애액!
푹!
다리우스의 옆에 있던 부관의 이마 정중앙에 화살이 박혔다.
"모두 막아라!"
크게 소리치며 부관들이 병사들을 다독인다.
쿵!
성벽에 사다리가 걸쳐졌다.
다리우스가 옆에 쓰러진 병사의 스파이크를 집어들고는 사다리를 밀었다.
그의 옆으로 병사 셋이 달라붙었다.
기우뚱.
사다리가 안쪽으로 꺾이며 부러진다.
뚜둑.
콰직.
쿵!
중간까지 올라오던 병사가 기겁하며 헛손질을 해보지만 땅에 떨어지며 머리가 터져 뇌수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성벽에서 흘러내리던 피로 인해 분홍색의 뇌수 역시 씻겨나간다.
"다리우스님!"
귀족 하나가 달려왔다.
완전 무장한 그의 모습은 피로 점철되어있었다.
검에서는 아직도 피가 굳지 않은채 끈적하게 흘러내리는걸로 보아선 방금 한 명을 죽이고 왔을 것이다.
"무슨 일인가! 자넨 서쪽 성문 방어 아닌가!"
"다, 다리우스님! 서쪽 문이 뚫렸습니다!"
"어, 어째서!"
"그곳에 폐루가 나타났습니다!"
"젠장!"
다리우스가 서쪽 성을 바라본다.
남쪽 성문은 강과 가까워 폐루와 다리우스 양 측 모두 군사를 적게 두었다.
하지만 나머지는 달랐다.
모두 엄청난 숫자 였다.
분명 어딘가는 뚫릴거라 생각했지만 그게 오늘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쿠─웅!
다리우스가 놀라 반대편 성문을 바라봤다.
흙먼지가 퍼지며 폐루 군이 성벽 위를 점령했다.
그리고 그 성벽 마루 위 우뚝 서 있는 붉은색의 갑주를 입은 폐루.
은빛으로 깨끗이 빛나는 오러.
소드 마스터라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아……, 아아."
"끝이다……. 소드 마스터라니."
일반 병사들에게는 소드 마스터는 신과 같은 급이었다.
"모두 정신차려라!"
다리우스가 닥달해보지만 이미 사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다리우스님! 성을 버리고 후퇴하셔야합니다!"
하지만 귀족도 알고 있었다.
네그얼 성이 먹히면 바로 빈폴 성이라는 것을.
하지만 빈폴 성은 지난 전투로 인한 피해를 전부 복구치 못한 상황.
빈폴까지도 허무하게 뚫려버린다면 바로 휘젠가르트가 목전이다.
"크윽……."
이를 얼마나 강하게 물었는지 다리우스의 입가에 피가 한 줄기 흘러 내린다.
"페리도스!"
"네!"
귀족의 이름은 페리도스 볼류트 성의 영주였었으나 지금은 그저 성을 잃은 일개 귀족이었다.
"서쪽으로 가 병력을 재정비하라! 그리고 다시 동문으로 오라! 동문으로 활로를 뚫겠다!"
"충!"
전투는 더욱 치열해져갔다.
서쪽성문이 뚫리자 연결되어 있는 북문과 남문이 차례로 무너져갔다.
내성에는 전투를 한 달여 이상 버틸 무기와 식량이 있었지만 상대편에 소드마스터가 있는 이상 시간문제였다.
페리도스가 잠시 후에 병력을 데리고 왔다.
와아아아아!
사방에서 이미 승리를 한 듯 폐루 군의 함성이 들려온다.
오직 동문 만이 버티고 있었다.
"다리우스 공작님! 5천의 보병입니다!"
다리우스의 안색이 심하게 안좋아졌다.
"전군은 들어라! 동문으로 활로를 뚫어라! 빈폴로 후퇴한다!"
부관들이 명령을 내렸다.
두두두두!
마지막 남은 다리우스 군의 기마가 선두에 서서 동문을 스스로 열고 돌진했다.
콰가가각!
기마의 랜스에 부딪히며 선두에 있던 병사들의 목과 가슴에 창이 박혔다.
창!
스릉!
선두의 기사들이 꽂힌 창을 그대로 두고 검을 뽑아 돌격했다.
다리우스 군의 보병들은 성문에 놓여진 폐루 군의 사다리를 통해 아래로 내려선다.
다그닥!
다른 귀족이 말을 대령했다.
"어서 말을……!"
다리우스 역시 말에 올라탄 후에 기마가 뚫은 활로를 통해 동문을 빠져나갔다.
나머지 9천여의 보병이 뒤 따랐다.
뒤를 바라보자 불타오르는 네그얼 성이 보였다.
절대 함락 되지 않을 것만 같던 거성이 5일에 걸친 공성전 끝에 함락 되었다.
총 병력 1만 1천의 병력이 빈폴 성으로 후퇴를 시작했다.
그때 후방에서 진동을 일으키며 일단의 병력이 쫓아왔다.
두두두두두!
검은색의 갑옷들을 입은 일단의 무리였다.
"이 놈! 겁쟁이 다리우스야! 어딜 그리 바삐 가느냐!"
벨렌시아가 기다란 창을 옆구리에 낀채 몸을 숙이고 달려왔다.
뒤로 대략 1천의 기마가 보였다.
"이 놈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르는구나! 뒤에 보병들은 양 옆으로 갈라 길을 터라!"
다리우스의 명령에 패퇴중이었지만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쿠구구구.
발걸음에 땅이 울렸다.
"기마대는 선두로! 궁병대는 양 옆으로 도열해 살을 재워라!"
기마대가 다리우스의 앞으로 서더니 2열로 도열했다.
"방패가 있는 보병들은 선두에 서서 선두는 무릎을 꿇어 땅에 방패를 박고 2열은 방패 위에 방패를 올려 벽을 만들라!"
명령과 행동에 차이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겨울 동안 혹독하게 훈련한 효과였다.
만약 소드마스터인 폐루만 아니었다면 한 달은 족히 버텼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빈폴 성의 보수와 증축은 완료되어 4만의 병력은 충분히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소드마스터란 존재는 이렇게 전쟁의 판도를 뒤바꿀 정도의 무서운 능력자다.
두두두두!
그렇게 벨렌시아가 그들 사이로 들어왔다.
"크흐흐! 그렇게 막는다 한들 막을 수 있다 생각했느냐!"
벨렌시아의 검에도 연한 오러가 넘실거렸다.
소드 익스퍼드 최상급 유저의 위엄.
하지만 다리우스는 침착하게 명령을 내렸다.
"활을 쏴라."
깃발이 내려가자 화살들이 일제히 기마대에 쏟아져 내렸다.
쇄쇄애액!
슈슈슉!
풀 플레이트 메일 사이의 틈으로 화살이 하나 둘 박혀들어가며 기사 몇명이 쓰러졌다.
"양 옆의 보병들은 5보 앞으로!"
척! 척! 척! 척! 척!
딱 다섯 발자국.
허나 그것이 보여준 효과는 굉장했다.
퍼드득!
콰직!
화살에 맞아 쓰러진 기마들을 피해 옆으로 달리던 자들이 길이 좁아지자 피하지 못하고 발에 걸려 넘어졌다.
연쇄로 넘어지자 피해가 커진것이다.
"이 놈이!"
벨렌시아가 눈에 불을 켜고 더욱 속도를 높인다.
"보병들 다시 5보 앞! 스파이크 병들은 기마 사이에 설 수 있도록!"
"충!"
"충!"
기다란 창을 든 병사들이 2열로 도열한 기마들 사이로 늘어섰다.
보병들이 만든 길이 더욱 좁아졌다.
화살 세례는 그대로였기에 피해는 누적되어만 갔다.
"이 노옴!"
벨렌시아가 어느덧 도열한 기마대 앞으로 다가왔다.
"어린 애송이! 그래서 너가 지는 것이다!"
다리우스가 씨익 웃으며 손짓하자 2열로 도열된 기마 사이로 스파이크 병이 나왔다.
"어억!"
벨렌시아가 당황하며 말에서 낙마했다.
푸푹!
옆에 뒤따라온 기마 병들의 목에 스파이크가 박혀들며 피가 분수처럼 치솟았다.
창을 빼자 성대와 핏줄이 딸려나왔다.
"다리우스 이 새끼가!"
"어린 놈이 말이 거칠구나!"
페도리스가 말위에서 창을 겨눴다.
콰직 콰지직!
뒤따라온 기마대 수백이 병사들과 부딪혔으나 스파이크 병들에 의해 하나둘 제압되어 갔다.
궁병들도 칼을 뽑아 달려들었다.
챙!
벨렌시아가 창을 쳐내며 검을 뽑아 마나를 불어넣자 오러가 미친듯 뿜어져 나왔다.
"너만 기사가 아니다."
페도리스의 창에도 어렴풋 오러가 씌여졌다.
비록 오러 블레이드는 아니지만 마나를 다루는 자.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범인의 범주는 벗어난 것이다.
후웅!
벨렌시아의 검이 말의 두 앞 다리를 베어넘겼다.
서걱!
페도리스가 말 안장에서 뛰며 그대로 창을 내려쳤다.
팡!
검을 두 손으로 올려 막았다.
지이잉!
진동이 두 사람에게 울렸다.
"사로잡아주마!"
비웃는 듯한 말에 벨렌시아의 검에 맺힌 오러가 흔들렸다.
그 순간.
푹!
페도리스의 창이 벨렌시아의 배에 박혀들어갔다.
그나마도 손으로 오러를 밀쳐내 막은 것이다.
"끝났다. 벨렌시아."
"……끝났지."
푸욱.
페도리스의 눈이 당황으로 크게 띄어졌다.
"크큭. 죽어라."
벨렌시아의 검이 그의 목에 정확히 들어갔다.
"그르륵."
피가 들끓으며 입에서 뿜어져나왔다.
벨렌시아가 남은 손으로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너가 죽음으로써 이제 다리우스 군에 남아있는 실력있는 기사들은 없겠구나."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다리우스를 본다.
쿵!
옆으로 페도리스가 피거품을 문채 쓰러졌다.
"아……."
다리우스가 당황한채 말을 잊지 못했다.
곧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명령을 내렸다.
"저 자를 죽여라! 폐루의 측근이다! 죽이는 자에게 준 귀족의 작위를 내리겠다!"
그 말에 병사들이 득달같이 달려든다.
두두두두!
그때 뒤편에서 다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주군께서 오셨군."
벨렌시아가 비릿한 미소를 띄웠다.
배와 입에서 피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창은 아직도 뽑지 못한 상태.
"젠장!"
다리우스가 말에 올라탔다.
"전군 물러난다!"
결국 다리우스는 유일하게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상급기사를 잃었다.
볼류트 성이 점령당하고 바로 병력을 이끌고 합류한 페도리스였으나 얼마 되지도 않아 죽다니 큰일이었다.
또한 북 네그얼 성과 볼류트 성을 잃었다.
이제 다리우스 군에게 남은 성은 휘젠가르트를 비롯 세 개의 성뿐.
그리고 휘젠가르트 역시도 바람앞에 촛불이란 것을 알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ㅎㅎㅎㅎㅎ아홉시 전에 왔네요ㅎㅎ
댓글이 많아서 진짜 놀랐습니다^^
관심 항상 감사합니다ㅎㅎ
북방의다리우스님 첫코 축축!ㅎㅎ 감사합니다^^
짓굿은악마님 공대로만 가시나요? 전 전문대학이라서요ㅎㅎㅎ 과하고는 전혀 상관없는곳 취업해버렸네요ㅠㅠ
StayOver님 진짜 오랜만이에요ㅠㅠ
ㅋㅋㅋㅎㅎ님 닉이 재밌네요ㅎㅎㅎ기다려줘서 고맙습니다ㅎㅎ
속쫍이님 님도 진짜 오랜만입니다^^ 감사해요^^
피빛의교향곡님 울산 동구에 긱사에 삽니다 전하2동이요ㅎㅎ
천궁사월님 ㅎㅎ기다려줘서 감사합니다ㅎㅎ 얼른얼른 연재할게요ㅎㅎ
쿨룽쿨룽님 감사합니다^^
길리아님 오랜만입니다ㅎㅎㅎ 환절기인데 님도 감기 조심하시구요ㅎㅎ 길리아님 닉네임 소설에 좀 써두 돼죠?ㅎㅎ
『ForMay』님 감사합니다^^
페진님 수능 준비중이신가요ㅋㅋㅋㅋㅋ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ㅋㅋㅋㅋㅋㅋㅋ
다솜사랑님 감사하구요ㅎㅎㅎ 기다리지 않게 연재 주기적으로 올릴게요ㅎㅎㅎㅎ
홀러서는세상님 첨 뵙네요 반갑습니다^^
개니코프님 기다려줘서 감사합니다^^
먹다남은개미님 제 글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ㅎㅎ 빨리빨리 올게요ㅎㅎㅎㅎ
노여얀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죄송ㅠㅠ 정말 오랜만이죠ㅠㅠ
소설ㅍㅖ인님 ㅎㅎㅎㅎㅎ직영은 아니에요ㅠㅠ
잉여니트인간님 감사합니다ㅎㅎ 연재는 꾸준히 할게요ㅎㅎㅎ
으행요님 정주행 축축!! 감사합니다!
MZD님 익;;; 저에게 패널티가 생겼었네요ㅋㅋㅋㅋ 시간이ㅠㅠ 이제 주기적으로 올릴게욥ㅎㅎㅎㅎ
한번보실라우님 감사합니다ㅎㅎㅎㅎ
Arx님 올~
dkssid00님 ㅋㅋㅋㅋㅋ죄송합니다ㅋㅋㅋㅋㅋ 생존신고하러 왔습니다ㅋㅋㅋㅋ
가족의힘님 읭;;; 너무 늦엇군요ㅠㅠㅋㅋㅋㅋ 6번이나 재탕하시다니;;ㅋㅋㅋㅋㅋ 저도 못한걸ㅠㅠㅠ
프라네님 헐ㅋㅋ 진짜 가깝네요?ㅎㅎ
암무룡님 기다려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ㅠㅠ
세이단님 반갑습니다^^
yachos님 저야 봐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CJ야니님 감사합니다^^
레다구닌님 ㅎㅎㅎ감사하구 기다려줘서 고마워요ㅎㅎ
레갈리온님 감사합니다^^
네버다이환님 오~ 여기서 해양분을 보게 될줄이야ㅎㅎㅎ 저야 시간 언제나 되죠ㅎㅎ 입사한지 일주일도 안돼서ㅠㅠ 한 번 뵈서 술 한잔 해요 가까운데ㅎㅎㅎ 혹시 나이가..?
Novel룬님 왕의 귀환이라니ㅎㅎㅎ 부끄럽네요ㅠㅠ
zmfpehtm님 오오~ 감사합니다ㅎㅎㅎ
소설은 판타지님 감사합니다^^
lijand님 오랜만입니다^^ 읭ㅋㅋ 차장이라ㄷㄷㄷㅎㅎㅎ 입사한지 일주일도 안돼서ㅋㅋㅋㅋㅋㅋ
게임소설좋아요님 다음편은 게임소설로 한 번 쓰도록 하죠ㅎㅎㅎ 감사합니다^^
유레로님 오랜만입니다ㅎㅎㅎㅎ 연재 자주 할게요ㅎㅎ
오랜만에 대댓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