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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아래서-118화 (118/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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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6편 - 동상이몽(同床異夢)

둥! 둥! 둥! 둥!

웅장한 북소리.

만약 4만이라는 숫자가 한 자리에 모여 있다면 어느정도의 규모일까.

제론 왕국.

수도인 헤르미안 성 앞에 모인 4만의 정병들.

공국에서 왕국으로 격상된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나라다.

왕국의 대부분의 병력이라 할 수 있는 병력이 수도 앞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4만의 정병들 앞에 서 있는 왕.

제론 드 드아르.

그의 옆에 있는 릴리프 밸브.

"전하."

제론 드 드아르의 모습은 차마 왕이라 말하기도 낯부끄러울 정도로 초췌해 있었다.

눈 또한 탁해 그 저의를 의심케했다.

"아, 섭정공."

왕을 대신 정치하는 릴리프 밸브.

그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인다.

"예, 전하."

"짐은 그저 그대만 믿소."

"감사할 따름입니다."

"병사들을 무사히 돌려 보내주기 바라오."

릴리프가 걱정말라는 듯 당당히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꼭 돌려 보내드리겠습니다."

드아르가 눈 앞의 정병들을 본다.

왕국으로 격상된지 1년도 채 안되어 선왕인 자신의 아버지가 죽었다.

슬픔을 견디지 못한 어머니가 자살했다.

자신의 누이는 어디로 갔는지 그 출처를 알 수 없었다.

자신의 나이 올해로 15살.

그가 왕으로 올라선 것이다.

드아르가 밸브 공작을 바라본다.

자신을 왕으로 옹립하게 한 이.

허나, 그것을 빙자해 기존에 없던 섭정공이란 직위를 만들고 후작이던 그가 공작으로 올라섰다.

충언을 내뱉던 이들은 이미 암살당하거나 유향떠난지 오래.

왕에게 남은 건 그저 육신 하나 뿐이었다.

"전하. 혹시 출정에 앞서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릴리프가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에 섰다.

밑에서 대기하던 마법사들이 스피크 마법을 건다.

"제군들은 들으라."

15살임에도 나름 위엄이 보이는 목소리.

"그대들은 나라의 보물이요, 재산이다."

4만의 정병이 왕 하나를 바라본다.

평야를 가득 메우다 싶이 한 그 병력들은 대충보아도 웅장했다.

"전쟁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시 전쟁터에 보낸다니, 짐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 없구나. 배이제 제국이 망하고 우후죽순으로 나타나 정국을 혼란스럽게 하니 이웃나라인 제론 왕국에서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그대들은 속히 가 반란 세력들을 도륙하고 안정을 도모한 후 무사히 돌아오기 바란다."

드아르가 말을 끝내자 미칠듯한 함성이 들렸다.

─우와아아아!

허공이 진동하는 듯 했다.

둥! 둥! 둥! 둥!

펄럭!

북이 울리고 깃발이 펄럭인다.

릴리프 백작이 소리친다.

"전군! 출발한다!"

말에 올라탄 후 왕을 바라본다.

"그럼 갔다 오겠습니다."

"……조심히 갔다오시오."

"걱정 마십시오."

릴리프가 그대로 선두를 향해 달린다.

그의 측근과 기사들이 호위 하며 뒤 따랐다.

"전하, 이리 오시지요."

드아르가 남은 귀족들을 바라본다.

전부 릴리프 공작의 측근들이었다.

'간신배들…….'

하늘을 바라본다.

선선히 부는 바람에 천천히 흐르는 새하얀 구름.

이제 겨울이 지나간다.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바람이었다.

*                        *                           *

휘젠가르트 성.

다리우스의 집무실.

그곳에는 수 많은 귀족들이 모여있었다.

"이제 겨울이 거의 다 지났소."

"그렇습니다."

낮에는 햇빛이 더울 정도로 따스웠다.

다만 밤에는 살얼음이 낄정도로 추웠다.

"곧 쳐들어 올 것이오."

"그렇습니다. 네그얼 성을 위시한 최전방의 성에는 충분히 식량과 전투물자들을 보급해놓았습니다. 만약 홀로 고립되더라도 한 달은 족히 버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성의 보수와 강화는."

"이미 보름전에 끝마쳤습니다. 성벽을 좀 더 높이 세웠으며 대장장이들을 징집해 검과 창, 화살 등을 전부 점검하였습니다."

다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병들 훈련은?"

이번엔 다른 쪽 귀족이 답했다.

"4천의 신병이 훈련을 마친 상태며 자대배치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대가 잘 분배하기 바라오."

"알겠습니다."

다리우스가 눈 앞에 놓인 커다란 지도를 바라본다.

동쪽에는 제론왕국이 서쪽에는 네비아 왕국이 위치해 있었다.

총 3만의 병력이 있다.

충분한 휴식으로 병력들의 사기는 최고조다.

하지만 뭔가 불안한 느낌은 없앨 수 없었다.

수염을 매만지며 지도를 본다.

"혹여, 다른 정보나 특이사항은 없었소?"

다리우스의 말에 귀족들이 고개를 젓는다.

"붉은사냥개 쪽도 비슷합니다. 병력을 증강하고 다만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기마대와 기사들의 수를 늘린 것입니다."

제론 왕국의 출병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다리우스로써는 알 방도가 없었다.

"우리에게 기사들과 기마병들의 수가 턱 없이 모자르는군."

"그렇습니다. 수성이 주로 되어야 합니다."

"만약 성을 나서 남침하게 된다면……."

"승리를 장담하기도 힘들 뿐더러 오히려 기마병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것입니다."

다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항이다.

"만약 아르센이 이끄는 기사단이 와준다면……."

휘젠가르트 앞에서 보여준 무위.

그것은 절대적인 무력이었다.

3만의 병력 사이를 마치 성난 코뿔소 처럼 이리저리 휘젓고 다녔다.

3천도 안되는 병력으로 말이다.

"아르센이란 자는 룐성에 가서 두문불출 하고 있다합니다."

"흐음……."

"그리고……, 침투했던 간첩들에게서 보고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합니다."

"뭐라? 얼마나 되었나."

"대략 한 달 정도 되었습니다."

"근데 어찌 말이 없었나."

귀족이 답했다.

"새로이 간첩들을 보냈습니다. 아마 조만간 연락이 올 것입니다."

"……바로 보고하도록."

"옛."

다리우스가 이내 고개를 들어 귀족들을 봤다.

"그대들은 혹시 오면서 새로 자라나는 새싹들을 보았소? 자그마한 풀들 말이오."

귀족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이제 겨울이 물러가고 있소."

다리우스가 지도의 중심을 찍었다.

"가장 먼저 일어날 전투는 아마 네그얼 성일 것이오."

모두들 그렇게 짐작하고 있었다.

가장 최전방이 아닌가.

"하지만……, 폐루 그 약은 놈이라면 분명……."

네그얼 성을 찍었던 막대기가 그대로 빙돌아 네그얼 성의 뒷부분을 가르켰다.

"기사의 성 빈폴……."

"현재 복구 작업 중이지."

"이곳으로 병력을 우회할 것이야."

"허나, 다리우스님. 만약 우회 한다면 네그얼 성과 빈폴성의 병력에게 양쪽으로 협공을 맞게 됩니다."

다른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누가봐도 악수였다.

"그래, 누가봐도 악수지. 나 같아도 기분 좋게 나와 양쪽에서 멸렬시킬 것이다."

헌데 어찌 그런 말을 했는가.

"잊었나 보군. 붉은사냥개 그 자식은 소드 마스터다."

"……."

인간의 한계를 넘었다는 소드마스터.

물론 극으로 압축한 마나를 쓴다는 것은 오래 싸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공성전에서는 그 힘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평야에서라면……."

"아마 양쪽으로 나오라 유혹 할 것이다. 그럼 대기하고 있던 남 네그얼 성의 보병들이 나와 오히려 북 네그얼 성이 양쪽으로 협공당하게 되지."

"그렇지만 분명 우회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다리우스가 씨익 웃는다.

"네그얼 성 두 개의 사이에는 천이 있다. 허나 봄이 되면서 강수량이 무척이나 늘었을 것이다."

"그게 어떻게 우회하는 이유가 되는 것입니까."

"강을 건너는 사이 우리 병력이 마중나가 활이라도 쏜다면 막대한 병력손실을 입게 되지. 아마 강을 우회해서 이쪽으로 돌아올 것이다."

"……흐음."

막대기는 강의 상류쪽을 찍었다가 다시 빈폴 성과 북 네그얼 성의 중앙을 찍었다.

허나 설명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폐루의 모든 전투의 정보를 보았다. 남쪽의 조아드 강을 건너 파이예른 성을 침략할 때도 똑같이 했더군."

"……."

"미련한 놈은 똑같이 하게 되어있다. 모두 단단히 수성을 준비하고 빈폴 성에 기병들을 대기토록 하라. 혹시나 우회한 병력이 소수라면 기병으로 추격해 전멸 시킨다."

"알겠습니다."

다리우스가 지도에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정면을 본다.

"우회하지 않더라도 수성인 입장이니 오히려 이득일 것이다. 전부 각자 성으로 갈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귀족들이 그를 쳐다본다.

"수성에 성공한다면 그대로 추격해 폐루의 숨을 끊는다."

"옛."

"알겠습니다."

다리우스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                          *                            *

남 네그얼 성.

성벽 위.

선선한 바람이 분다.

"바람이 이제는 제법 시원하군."

폐루가 북 네그얼 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옆에 있던 벨렌시아가 고개를 숙인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천의 물이 늘어나는 것 같구나."

"겨울 새 내렸던 눈들이 녹아 물이 불어나고 있습니다."

폐루가 고개를 끄덕이며 강하나를 두고 우뚝 서있는 북 네그얼 성을 바라본다.

"후작님. 제론 왕국에서 4만의 병력과 릴리프 밸브 공작이 출발했다 합니다."

"늙은여우. 그 놈이 드디어 출발했군. 잊지마라. 전투가 끝나는 순간 그의 목을 베어라."

"충."

북 네그얼 성을 좀 더 바라보다가 성벽을 내려와 막사로 향했다.

"제장들을 소집하라."

"충!"

벨렌시아가 답하고는 먼저 달려 나갔다.

폐루가 막사에 도착할 때 쯤에는 이미 도착한 기사단장들과 참모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전부 고개를 숙이며 간단하게 인사했다.

그 역시도 대충 받아주고는 상석에 앉았다.

그제야 다른 이들도 앉는다.

"전투가 없던 지난 3개월 동안 모든 훈련과 시나리오는 끝 마쳤다. 맞는가."

"충!"

"충!"

"충!"

빠른 대답.

군의 기강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준다.

"우리에게 기사와 기마가 우세하지만 일반 보병들의 힘은 약하다."

폐루가 조용히 제장들을 바라본다.

조아드 성에서 병력을 끌고 일어나 세력을 불리며 하나 둘 만났던 이들이다.

몇 명은 처음부터 그와 같이 지냈던 자였다.

"속전속결. 전쟁이 길어지면 명분도 힘도 부족한 우리가 진다. 여름이 오기전에 휘젠가르트의 꼭대기에 우리의 깃발을 꽂을 것이다."

"충!"

"충!"

"충!"

다른 말은 없었다.

절대적 명령.

"곧 제론 왕국에서 4만의 병력이 온다. 허나 그들과 기존에 있던 병력들은 전쟁이 끝나고 돌아갈 것이다. 아니면 우리를 삼키려 할 수도 있겠지."

"……."

"……."

말은 없었다.

다만 그들의 눈은 묻고 있었다.

그때가 되면 어찌 하겠느냐고.

"전쟁이 끝나면 공작의 목을 벤다."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모두 단단한 눈으로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충!"

"충!"

"충!"

폐루가 그제야 입가에 미소를 걸친다.

"그대들에게 내 등을 맡기겠다."

모두가 고개를 숙이며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그를 믿었고 그가 있던 전투마다 항상 승리로 장식했다.

비록 휘젠가르트에서 갑작스런 습격에 병력의 손실을 봐 물러났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목숨을 바칠 주군인 것이다.

"충!"

막사 내에 묵직한 목소리가 울렸다.

*                             *                              *

룐 성.

후판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병사들을 바라본다.

우걱.

손에 든 고기를 한 입 베어물며 말했다.

"이거 뭐 오합지졸이 따로 없군."

이제는 다 나았는지 감았던 붕대들 조차 없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앞에 있는 병사들이 기합에 찬 채 대답했다.

"뭐가 아닌디. 뭐가 아니여."

그러자 병사들이 당황하며 고개를 두리번 거린다.

"고개 두리번 거리는거 언제부턴데. 응? 언제부터……."

순간 후판의 머리가 앞으로 숙여졌다.

"이 새끼 다 낫자마자 또 애들 괴롭히네?"

맑은 여성의 목소리.

허나 그에게는 지옥의 목소리나 다름 없었다.

후판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한다.

후덕하게 찐 살들이 출렁 거린다.

"어휴, 살 좀 빼라 살 좀!"

"……알면서 그러십니까."

후판이 금세 풀어지며 고기를 베어문다.

"어휴, 죽다 살아나니 더 뻔뻔해졌어."

"아니구만유."

미소가 짐짓 화난 표정을 짓는다.

"너희들 왜 여기있는 거냐?"

병사들이 답을 못하고 어버버 거린다.

"그냥 여기 있길래……."

후판의 대답에 미소의 안면에 주름이 깊게 패인다.

"그냥 잡은거야?"

"……."

"오늘 돼지 잡아볼까?"

미소의 화난 목소리에 후판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선다.

"야, 너희들은 돌아가."

"알겠습니다! 충!"

"충!"

"충!"

병사들이 돌아간다.

"근데 여까지 어인일인거유?"

"소집이다."

미소의 말에 후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드디어……."

"그래. 드디어."

그동안 블루윈드 기사단은 돌아가면서 신병들의 교육을 맡았다.

전부 칼리엄 제국의 정예 였던 만큼 군을 통솔했던 중견기사들도 많았다.

"칼리엄 제국군 처럼 정예는 아니지만 제법 각이 잡혔구만유."

후판이 따라가며 말하자 미소가 고개를 끄덕인다.

"제국군에 비하면 안되지. 비록 NPC지만 강하다고."

후판이 어깨를 으쓱한다.

기존의 마탑이 있던 곳.

그곳에는 돌로 만들어진 건물이 있었다.

군 작전과 훈련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새로 만들어진 건물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모든 단장들과 부단장들이 있었다.

크리프의 뒤에는 매일 주인이라 부르며 따라다니는 소녀가 있었다.

"쟤는 있어도 되는거여, 뭐여."

홀로 궁시렁 되며 자리를 찾는다.

의자는 따로 없었고 커다란 지도를 붙힌 탁상만이 있었다.

"모두 왔군."

아르센이 팔짱을 낀채 서있었다.

황녀는 이 자리에 오지 않았다.

베이트먼과 함께 판자촌으로 가 다친 이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겨울의 끝이 눈 앞이다."

모두 아르센을 바라봤다.

"그 겨울이 지나는 동안 비록 많은 수는 아니지만 5천의 병력을 훈련 시킬 수 있었다."

폐루와 다리우스의 병력을 합치면 8만에 육박하는 대 병력이다.

한참 못미치는 5천의 병력.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불안한 모습은 없었다.

아르센이 입을연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드디어 시작 되는군요ㅎㅎ

dkssid00님 ㅎㅎㅎㅎ1빠 축하드립니다ㅎㅎㅎ 젠장.. 저도 소설의 주인공이었으면 하는ㅠㅠ

유레로님 넵ㅎㅎ 점점 다가옵니다!ㅎㅎㅎㅎ

먹다남은개미님 아르센쨔응ㅋㅋㅋㅋㅋㅋ

Noverl룬님 감사합니다^^ ㅎㅎㅎ 부디 기대에 미치는 글을 써야할텐데ㅠㅠ

vkrudsh님 흐이ㅠㅠ 60점이 가장 스릴 넘치죠ㅎㅎㅎ 저는 실기 한 번 떨어져서ㅠㅠ

이지빈님 아르센느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tayOver님 둑흔 둑흔.

MZD님 카리스마 넘치죠? ㅎㅎㅎㅎ 이제 슬슬 이미지 관리.

랑아狼牙님 읭ㅎㅎ 그렇죠? 아무래도 주제가 그렇다 보니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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