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깃발 아래서-115화 (115/173)

0115 / 0173 ----------------------------------------------

제 34편 - 전설의 시작

아르센의 건국 전날.

아직은 겨울이라는 것을 말해주듯 밖에는 눈이 바람과 함께 거세게 불었다.

휘이잉!

바람 소리가 창 밖에서 들린다.

아르센이 침대에 앉아 칼리엄 소드를 뽑아들고 천으로 닦는다.

같은 방에 있는 아이조드와 아르센은 이미 잠이 들었는지 숨소리가 일정하다.

[흐음…….]

"로드레스."

[응?]

에고소드인 칼리엄 소드가 답했다.

"오늘 황녀가 왜 그런지 아는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물은 내가 잘못이지."

[그치.]

아르센이 살짝 화나려 할때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스릉.

검집에 검을 도로 집어 넣고는 문을 연다.

"……."

문을 열자 그곳에는 문고리를 잡으려 하던 황녀가 서있었다.

"신 아르센, 황녀님을 뵙습니다."

황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잠깐 이야기좀……."

황녀를 따라 아르센이 복도를 걷는다.

예전 마법사들이 살던곳에 기사단이 흩어져 숙소로 쓰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안에는 하녀 하나 없었다.

다들 침입의 인기척정도는 느낄 수 있고 다만 황녀의 방 앞에 혹시모를 위험을 대비해 두 명씩 교대근무를 선다.

그런 그녀가 홀로 온 것이다.

걷던 도중 황녀가 복도의 어느 한 곳에 멈춰섰다.

옆에는 커다란 창문 하나가 나있었다.

밖은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창을 두드리는 바람과 묻어나오는 순백색의 눈은 날씨를 짐작케 했다.

"오늘 어찌 그러하셨습니까."

아르센이 묻는다.

"오늘 말했던 그대로다."

"……나라를 만든다니. 정말 차원이동 한거라면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습니까."

"……존댓말. 여긴 게임이 아니야. 존댓말 굳이 쓰지 않아도 돼."

말투가 바뀌었다.

아르센이 창문을 바라본다.

덜컹 덜컹.

창문이 흔들린다.

"그때 기억나?"

"……."

"내가 너랑 헤어지자고 한 날."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 날도 눈은 아니었지만 하늘이 뚫린 듯 비가 오는 날이었다.

침묵이 이어졌다.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 그 둘의 인연은 연인이었다.

"……."

아르센이 말 없이 창문만 바라본다.

분명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련만…….

"……돌아가겠습니다."

아르센이 등을 돌렸다.

"밤이 늦었습니다."

"……가지마. 아직 할 말 안끝났어."

황녀가 멈춰 세웠다.

"……그럼 무슨 말을 할까."

아르센이 등을 돌려 황녀에게 다가간다.

"그때 그렇게 이유도 모른체 헤어지고 나서 얼마나……."

할 말이 없다는 듯 말을 끊고는 황녀를 바라본다.

황녀 역시 똑바로 쳐다봤다.

"……그때 찾아왔어."

"……."

"그가 찾아왔어. 너가 가야할 운명이라고. 큰게 다가온다고."

"……."

아르센은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래서 헤어진거야?"

"……."

"그럼? 그럼 왜 찾아온건데? 게임에서 왜 다시 찾아온건데."

"……내가 너랑 헤어지고 싶지 않다 했어."

"……."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게 이유야? 그게 이유……. 그래서 차원이동이란 말도 안되는 개 헛소리를 지껄인거고."

"……."

황녀가 말 없이 그를 바라본다.

"그럼, 다른 애들은. 애도 있는 크리프나 혼자사는 에릭센이나. 다른 애들은!"

아르센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들까지 올지는 몰랐지."

무덤덤한 소리.

아르센이 황녀의 어깨를 잡고 벽에 밀어붙혔다.

텁.

쾅!

주먹 그대로 벽을 강타했다.

"너는……. 이기적이야. 나는 생각도 안하고 그대로 갔으면서 황녀로 나타나고. 그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

"……."

"다른 애들까지 이 별 거지 같은 곳에 끌고오고……."

"……."

"넌……, 애들에게 빚진거야."

거기까지 말하고는 아르센이 등을 돌려 미련없이 간다.

"네 말대로 해줄께. 왕이 되어주지. 큰게 다가온다고? 좆이나 까잡숴. 헤어지자는 말. 난 아직도 용서 못하니까."

아르센이 사라지고 황녀 혼자 남았다.

황녀는 눈을 감고 한숨을 쉰다.

탁탁탁탁!

그때 멀리서 소리를 들은 기사 둘이 빠르게 달려왔다.

"화, 황녀님!"

"괜찮으십니까!"

황녀의 머리 옆에는 주먹 모양 그대로 찍혀있었다.

"괜찮다. 돌아간다."

"제가 범인을……!"

"아니다! 그만! 돌아간다!"

기사가 말 없이 고개를 숙인다.

반대편에 있던 아르센이 문 앞에 기대어 선다.

끼익.

문이 열리며 아이조드가 나온다.

"……."

"아이조드."

"예."

"날 믿느냐."

아이조드는 말 없이 미소만 띄울 뿐이었다.

"그래. 가자. 내일부터 시작이니라."

역시 말 없이 웃을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오늘 기계정비 산업기사 시험치고 왔습니다.

공부한다고 며칠간 연재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시험 떨어짐ㅋㅋㅋㅋㅋ 아오...ㅋㅋㅋㅋㅋ

금속재료 산업기사 하나있네요ㅠㅠ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__)(--)꾸벅!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