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깃발 아래서-107화 (107/173)

0107 / 0173 ----------------------------------------------

제 31편 - 칼리엄 소드

조용하고 포근하게 내리는 눈.

"전부 제압하라!"

"충!"

단호한 크리프의 말에 기사단원들이 투입된다.

"이 미친새끼들! 끝났는데 왜 오는거야!"

"반란은 사형이다."

"뭐 이 미친새끼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거야?! 우린 아무 짓도……! 크헉!"

그의 목이 허공에 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을 보이며 죽었다.

툭! 데구르르.

크리프가 용병길드의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자 수 많은 병장기들이 가지런히 모아져 있었다.

그 중 하나를 들어 날을 살핀다.

"만든지 얼마 안되었군."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돌아본다.

"톰백. 한 명 데리고 와."

"충."

톰백이 제압당한 용병 중 하나를 끌고온다.

텅크랑.

용병 앞으로 검을 던진다.

"누가 만들었는가."

"그걸 내가……."

서걱.

목이 너무나도 손쉽게 잘렸다.

"포금 하나 가져와."

"충."

그러자 용병 하나가 무릎을 꿇린채 끌려 왔다.

모든 용병들이 목이 잘리는 것을 본 상태라 겁을 잔뜩 먹은 상태였다.

"누가 만들었는가."

"나, 난 모르지만 알고 있는자를 알고 있소!"

"누구지?"

"남쪽의 대장장들일거요!"

크리프가 단원들을 데리고 나갔다.

"포박 한 후 몇몇은 남아 지켜라."

"충!"

"충!"

이어진 남쪽 대장장이 토벌.

크리프는 황녀 구출대가 떠나고 5일간 반란의 불씨나 혹은 불온한 움직임이 있으면 철저하게 죽음으로 다스렸다.

"하이고~. 저희야 돈을 받았으니 그저 따를 뿐이지요!"

"그게 누구냐."

"그, 그게……. 원래 성의 영주였던 텍스톤 남작의 청이였습죠!"

"어디 있는가."

"그것은 소인도 잘……."

크리프가 검을 든다.

그러자 대장장이와 그 가족들이 겁에 질린다.

"크리프님!"

그때 문이 열리며 한 명이 들어왔다.

정보길드를 재건하고 있는 눕이였다.

눕 역시 5일간 다 사라진 정보길을 다시 트고 있었다.

"크리프님께서 원하시는 그 남작의 행방. 제가 알고 있습니다."

"가지."

"제가 앞장 서겠습니다."

아르센과 다른 단장들이 없는 지금 크리프가 총단장직을 맡고 있었다.

그 책임감과 부담감.

그것이 크리프를 단호하게 만들었다.

원래는 장난도 많고 웃음도 많았던 크리프였지만 지난 5일간 쪽잠을 자며 내정에 힘을 썼다.

너무나 순식간에 점령한지라 기존의 수구세력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어쩔 수 없이 힘으로 눌렀다.

그럼에도 백성들이 반란이나 거리에 나오지 않은 이유는 너무나도 단순했다.

기존 부터 반마족들과 몬스터들의 침입을 막아줌과 강압적인 정치와 분위기로 인해 나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블루윈드 기사단이 점령 이후에 식량을 풀어 겨울에 진입해 배를 곯던 와중이라 기사단의 지지도는 하늘을 찌를듯했다.

척척척척!

갑옷의 소리가 사방에 울린다.

아이들이 신기한듯 쳐다본다.

지리적 특성상 북단에 위치해있고 양 옆은 바위산에 막혀있고 북쪽에는 악마의숲 밑으로는 휘젠가르트로 가는 길 밖에 없으니 기사를 보기란 가뭄에 콩나기였다.

그것은 어른들 역시 마찬가지.

척.

목적지에 도착했다.

허름한 집.

"반란자는 문을 열어라!"

기사들이 사방을 에워쌌다.

끼익.

문이 열리며 노인 하나가 나온다.

"성의 안보를 해하려 하고 반란을 주도한 죄! 포박하라!"

"충!"

기사 둘이 다가가 밧줄로 꽁꽁 싸맸다.

"이, 이게 무슨 짓인가! 나는 텍스톤 남작이다! 이 노옴!"

"그것은 내성에 들어가서 듣지. 간다."

"충!"

크리프가 등을 돌려 간다.

내성으로 가자 안에서 남은 사무처리에 열중하던 몇 명이 벌떡 일어난다.

"충. 크리프 단장님을 뵙습니다."

사무 일을 처리하는 대표중 하나가 베어링이다.

"베어링. 수고하는군."

"아닙니다. 그보다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닙니까?"

"알다시피 지금 내가 총단장직을 맡고 있지 않은가."

"……킥. 제법 무게감 있게 행동하십니다."

"……맞을래."

"아닙니다."

뒤로 톰백과 포금이 들어온다.

"키키킥. 꿀잼!"

"푸히히. 허니잼!"

크리프가 돌아본다.

"뭐하냐?"

"네?"

"잘 못들었슴돠?"

톰백과 포금이 웃으며 들어오다가 멈칫했다.

"뭐하냐고. 지금 이런 분위기가 웃을 분위기냐?"

"읭?"

톰백과 포금이 서로 눈치를 살핀다.

"뒤에 숨긴거 뭐야."

크리프가 정색하며 묻는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꺼내. 삼. 이. 일."

"……맥주입니다."

포금이 500cc되보이는 맥주잔을 꺼낸다.

"금주령 내리지 않았나."

"……그게, 술을 보니……."

크리프가 톰백을 바라본다.

"넌 그거 뭐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맞을래?"

"……."

톰백이 꺼낸 것은 다 익은 훈제 닭이었다.

"치킨입니다."

"……."

크리프가 눈을 감는다.

표정을 씰룩였다.

그 표정을 너무나도 잘아는 톰백, 포금 형제가 불쌍한 표정에서 씨익 웃는다.

"그 동안 고생했는데 오늘만 단원들에게 한 잔씩만 딱 돌리는 거 어떠십니까?"

"……."

크리프가 한 쪽 눈을 살짝 뜬다.

실눈으로 바라보는 닭과 맥주.

꿀꺽.

침을 삼킨 순간 게임은 끝났다.

뒤에서 바라보던 베어링이 흐뭇하게 바라본다.

"크리프 단장님. 그럴 줄 알고 맥주랑 닭들 단원 수 만큼 빼놨습니다. 양은 두 당 한 잔 정도입니다. 그 동안 피로를 푸시는건 어떠십니까."

베어링의 말에 톰백과 포금의 미소가 짙어진다.

"역시 베어링!"

"이분 최소 배우신분! 키키키."

쌍둥이가 엄지를 치켜 세운다.

"그, 그럼 한잔씩만 딱 할까. 모두 피곤하고 피로할텐데."

크리프가 돌아보며 말하자 사무일을 하던 단원들 역시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전부 유저 출신.

현실에서는 대학생들이거나 회사원들인 자들이다.

누구보다 사무일에 자신있는 자들.

"크흠."

크리프가 어색한지 헛기침을 한다.

"그럼 베어링 명을 받아라!"

"충! 하명하십시오!"

"점심에 닭과 맥주를 풀어 사기를 올린다! 경계근무 서고 있는 자들 것도 따로 빼놓을 수 있도록!"

"충!"

베어링이 어느때보다 크게 외친다.

쾅!

그때 문이 열리며 급하게 누군가 들어온다.

"아하드?"

기사단중 가장 막내인 아하드가 긴장한채 들어왔다.

"다, 단장님! 보고드립니다!"

"말하라."

긴급한 표정에 크리프 역시 표정이 굳어진다.

"아르센 단장님 일행이 악마의 숲을 빠져나왔습니다!"

"오!"

"근데……, 뒤 쪽에 알 수 없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파악은 안되느냐!"

"주거 하는 자들의 말에 따르면 반마족이라 합니다!"

"젠장! 베어링 치맥은 나중에 하지. 전부 전투준비태세다! 모두 갑주를 착용 하고 승마한채 대기하라!"

"충!"

아하드가 빠져나가고 다른 단원들도 바빠졌다.

크리프가 방을 나가자 말 두 필이 준비되어있었다.

크리프가 타고 베어링 역시 말에 올랐다.

"이럇!"

"하!"

말 두 필이 빠르게 내성을 빠져나가 북문으로 달린다.

톰백과 포금 역시 제 2기사단원들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소식을 전해들인 제 1기사단의 에릭센 역시 무장을 하고 안대를 찬 채 단원들을 모았다.

3기사단의 세미킬드와 림드강은 이미 준비가 끝났는지 단원들을 데리고 북쪽으로 향했다.

4기사단인 베어링은 북쪽에서 대기하던 단원들과 합류했다.

5기사단의 부단장인 라우탈 역시 단원들과 준비했다.

그들이 입고 있는 갑주는 미리 아이조드가 준비했던 풀 플레이트 메일이었다.

새 갑주라 그런지 빛이 났다.

크리프가 하마하고 쏜살같이 성벽 위로 올라갔다.

─그르릉.

용병들 역시 성벽에 올라온다.

"시발……, 진짜 반마족이잖아?!"

"그동안 안 보이더니 어째서!"

용병들의 동요가 몸으로 느껴졌다.

크리프가 올라가자마자 외쳤다.

"용병들은 전투준비하라! 그리고 단원들은 전부 내려가 각 기사단으로 복귀하도록!"

"옛!"

"충!"

모두 바쁘게 움직였다.

*                             *                              *

"젠장. 결국 따라잡혔나."

아르센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뒤를 돌아본다.

악마의 숲을 빠져나와 얼마 벗어나지도 않았을 때 살기가 그들을 덮쳤다.

우뚝.

아르센이 홀로 멈춰선다.

"모두 성으로 돌아가라. 내가 시간을 벌겠다."

아이조드가 옆에 선다.

"단장님의 명이시다. 모두 성으로 가도록."

아이조드의 말에 같이 납치되었던 1기사단원 5명 역시 뒤에 선 채 검을 뽑았다.

"1기사단원이 1기사단장님 뒤 아니면 설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르센이 피식 웃었다.

"병신들."

"원래 병신 맞습니다."

아이조드가 웃는다.

황녀 역시 멈춰서서 아르센의 등을 본다.

"황녀님."

미소가 다급하게 부른다.

베이트먼은 이미 저 멀리서 발을 동동 굴렀다.

"마법사. 돌아가라."

Hooke가 말했다.

베이트먼이 발을 구르며 어쩔 줄 몰라했다.

"……진짜 이건 미친 짓입니다!"

베이트먼이 숲을 본다.

─그르르릉.

전부 반마족으로 변한 쿠르비크족이 숲과 평야의 경계선에서 숨어 쳐다본다.

그 수가 족히 만은 넘으니 숲의 공간이 부족했다.

턱. 턱.

나무 위 가지에도 올라타서는 죽일 듯 바라본다.

─그르릉.

반마족들 사이로 바겐타가 걸어 나온다.

─스읍! 후우~. 오랜만이군.

숲을 벗어나 반마족 중 가장 먼저 평야의 땅을 밟았다.

─넓어. 아주 넓어.

바겐타가 두 팔을 벌리고 눈을 감는다.

─이 땅 전부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러줬으면 좋겠구나.

─그릉. 그렇게 될 것입니다.

베메타의 말에 바겐타가 고개를 끄덕인다.

스릉.

아르센이 검을 뽑았다.

1만의 넘는 자신들을 보며 십여명이 검을 뽑아 막는다.

그들 뒤로 몇 백년간 한 번도 넘어본적 없는 룐성이 보였다.

─그르릉. 데리고와라.

─알겠습니다.

뒤 쪽에서 무언가 가져온다.

그것은 들것에 실린 후판이다.

─죽으면 볼 만 하겠군.

"……!"

미소가 황녀 옆에 있다가 후판을 본 순간 뛰쳐 나갔다.

스촹!

후화악!

검을 거칠게 뽑는다.

뽑자마자 맺히는 오러 블레이드.

"죽어라! 크레센트 블레이드(Crescent Blade)."

오러블레이드에 살얼음이 맺히는가 싶더니 미소가 흩뿌리자 초승달 모양의 오러가 날카롭게 날아간다.

바겐타가 비웃으며 오른손을 말아 쥐더니 마나를 불어넣었다.

검은색의 오러가 맺혔다.

손에 묻은 물을 털어내듯 떨쳐냈다.

쿠와아아앙!

굉음과 함께 얼음이 부셔지듯 스킬이 파해됐다.

허나 스킬과 함께 돌격한 미소의 검이 빠르게 바겐타의 목을 노린다.

"롤링 크러시(Rolling Crush)!"

바겐타의 입가에 미소가 더욱 짙어진다.

텁.

오러가 맺힌 손을 그대로 뻗어 검날을 잡았다.

쿠확.

파스스.

맹렬하게 회전하던 오러가 흑색의 오러에 잠식 되는가 싶더니 얼음부셔지듯 부셔져 내렸다.

쾅!

남은 손으로 미소의 복부를 가격한다.

미소가 검을 놓치며 날아가 땅에 뒹굴었다.

"크윽!"

한 방이지만 강력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다른 단장들이 분노했다.

"……."

"후판……."

그 중에서도 아르센과 샤르피의 분노는 상당했다.

직접 그를 보지 않았던가.

─그르릉.

"죽었느냐, 살았느냐."

─알 필요 없지 않은가. 크흐흐.

"후판이……, 죽었어도 죽고 살았어도……, 넌 죽는다."

아르센이 검을 꽉 쥔다.

─크흐흐. 베메타!

─옆에 있습니다. 말씀하시지요.

─마음을 바꿨다. 돼지새끼를 데리고 와라.

후판이 끌려온다.

미세하게 숨을 쉬었다.

─이 놈의 검을 가져오라.

전사 하나가 검을 가져와 조심히 건넨다.

스릉.

텅그렁.

검을 뽑고 검집을 버린다.

푸욱.

그대로 배에 꽂았다.

미세하게 숨쉬던 후판이 움찔한다.

"이 자식이이! 대쉬(Dash)!"

아르센의 신형이 주욱 늘어나는 듯 하더니 이내 바겐타의 몸 앞에 섰다.

두 배는 더 커보이는 바겐타의 거구.

허나 속도는 아르센과 비슷했다.

깡!

검과 손이 부딪히자 진동하며 손 끝에 감각을 깨운다.

─그르릉.

퍽!

바겐타의 주먹이 가슴팍을 강타하자 신음을 흘리며 날아간다.

허공에서 자세를 고친다.

"하프 문 나이프!"

아르센의 검에서 푸른 색의 오러가 반달 모양으로 빠르게 뻗어나간다.

쇄애액!

바겐타가 두 손을 엑스자로 교차하며 방어자세를 취하자마자 굉음이 터진다.

쾅!

검압에 먼지가 살짝일며 시야를 가린다.

허공에서 착지하기 직전에 먼지를 뚫고 바겐타가 짓쳐들어온다.

─레이지 라이나소르(rage rhinoceros).

두 손을 마주잡고 어깨에 힘을 준다.

마치 격노한 코뿔소와 같았다.

쿠왕!

그 속도가 빛과 같았다.

아르센이 착지하자마자 들어온 공격은 방어하지 못한채 그대로 맞고 튕겨져 나간다.

훙!

그대로 허공에 떠 일행 앞에 떨어졌다.

모두들 당황한채 쳐다본다.

설마 아르센의 공격이 안먹힐 줄이야.

모두 긴장했다.

생각보다 강한 상대였다.

"……퉷."

아르센이 입에 고인 핏물을 뱉는다.

"시발, 퀘스트 제한만 안걸렸어도."

"단장님. 제가 맡겠습니다."

패널티가 아르센에게 100일이나 걸렸지만 다른 자들은 이미 풀린 이들도 있었고 더 짧았다.

"싫어."

앞서 나가려던 아이조드의 어깨를 잡고 뒤로 당겼다.

"다, 단장님?"

"저 새끼……, 내가 죽인다."

"……알겠습니다."

아르센이 손등을 들어 피를 닦았다.

일어서며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우웅.

쩌적.

허나 지금까지의 부담이 너무 컸던 것일까.

검에 금이 가며 결국부셔진다.

쨍그랑.

아르센이 허무하게 자신의 검을 바라본다.

"……."

주변을 본다.

전부다 검은 하나씩이다.

설마 검이 부셔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아르센이었다.

툭.

등 뒤에 매여진 칼리엄소드의 끈이 풀리며 떨어진다.

"……."

아르센이 칼리엄 소드를 바라본다.

기사단장이 되고나서 부터 계속 써왔던 검.

무엇보다도 익숙한 그 검.

칼리엄소드였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지금은 그 검을 쓸 수 없다.

아르센이 피식 웃는다.

"칼리엄 소드……."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댓글 보솤ㅋㅋㅋㅋㅋㅋ

일치단결한것 보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황ㅋㅋㅋㅋㅋㅋㅋㅋ

후판 죽이려 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아아!! 스토리 바꿔야하는데 작가의 머리는 아파만 갑니다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이 30개ㅋㅋㅋ 처음이다ㅋㅋㅋㅋㅋㅋㅋ

평소에는 보이지도 않던 분들이 대거 등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2연참ㅋㅋㅋㅋ 낼 뵙겠습니다ㅎㅎ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