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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편 - 황녀 구출대.
"건배에!"
"건배!"
에릭센이 붉으스름한 얼굴로 커다란 맥주잔을 들며 소리친다.
그리고 주변 단원들 역시 취기가 있는 모습으로 건배를 외치며 잔을 든다.
페르모르그와 빈폴 레샤드 역시 구석에서 단원들과 어울려 마시고 있었다.
"으하하하!"
곳곳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났다.
아르센이 흐뭇하게 쳐다보며 자신 역시 맥주를 한 잔 들이킨 후 닭다리를 들고 한 입 크게 베어문다.
불에 그을린 향과 닭 특유의 맛이 입에 퍼지며 쌉싸름하고 시원한 맥주의 맛을 지웠다.
"히히."
옆에선 에일리가 미소를 지으며 달라붙어있었다.
아르센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이 애 술 마시게 냅둔 사람 누구야."
아르센의 말에 에일리가 딸꾹거리며 에릭센을 가르켰다.
"……."
한 숨을 푹 쉰다.
에일리와 카트리나는 구출되고 나서 정신을 차리자 어느새 성은 함락 되어있었다.
"그나저나……."
저 멀리서 에리히 베이트먼이 다 부셔진 마탑 잔해를 파헤치고 있었다.
눈에 뒤집힌채.
"마법서, 마법서, 마법서, 마법서."
아르센의 시선이 좌측으로 옮겼다.
옆 모닥불에서는 크리프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카트리나와 구출된 눕의 동생을 보고있다.
"제가 따라드리겠습니다."
그때 눕이 다가오더니 빈 잔에 맥주를 따른다.
"아……."
아르센이 잔을 받으며 눕을 본다.
동생이 구출되고나서 하오체에서 존대로 상승되어있었다.
"제 동생건은 정말 감사합니다."
"……."
말 없이 닭다리를 뜯었다.
에일리는 이미 술에 취해 어깨에 기대어 졸았다.
"만약 기사단 분들이 아니었다면 저는 죽고 동생은 평생 그렇게 살았겠지요."
"……그래도 아쉽군. 동생이 마법에 걸린 상태이니."
"하하, 저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살아만 있다면요. 그리고 나쁜 마법도 아닌걸요."
눕의 동생이 걸린 마법은 눈을 떴을 때 처음 눈을 마주친 사람을 주인으로 모신다는 것.
그 덕에 눕의 동생이 일어나자마자 크리프를 찾았다.
크리프와 있던 카트리나는 인상을 쓰며 그 모습을 바라만 봐야했다.
마법에 걸린거라는데 어떡하겠는가.
다만…….
"……부럽다."
"……부럽다."
톰백과 포금이 부러운 눈으로 크리프를 바라봤다.
그것은 주변에 있던 제 2기사단원들 역시 마찬가지.
"……부단장님. 유부남이란거 다 말해버립시다."
"그럴까……."
배알이 꼴리는 단원들이었다.
아르센이 피식 웃으며 턱을 괸다.
눕의 시선이 아르센을 따라 움직였다.
주변은 다 부셔진 마탑과 부셔진 돌덩이 위에 걸터앉아 모닥불을 피우고 고기를 뜯으며 맥주를 마시는 기사단.
샤르피가 이끄는 3기사단도 오랜만의 휴식에 미친듯이 놀고 있었고 미소 역시 과음을 했는지 비틀거렸다.
다만 5기사단장인 Hooke만 취하지 않은채 묵묵히 고기를 뜯는다.
"아르센님."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르센이 눕을 바라본다.
타닥 타닥.
장작이 타는 소리와 하늘로 솟아오르는 불꽃. 그리고 그 사이에 아르센과 눕.
"말해."
"참 좋은 분들인 것 같습니다."
기사단을 말하는 것이리라."
"당연하지."
"그리고 참 멋있습니다."
"강하기 까지 하지."
뻔뻔한 아르센의 말에 눕이 살짝 멈칫했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는 자들이다.
겨우 이천오백으로 성을 함락하다니.
"혹여, 다른 곳에 터를 잡으신 곳이 있으십니까?"
"……제국의 기사단이다. 헌데, 이역만리에 떨어진것 같군."
"무슨 제국이신지……, 주변에는 제국이 없습니다. 저 머나먼 북쪽에 공국 이십여개가 모여 만든 연합제국과
극북동쪽에 있는 신성제국. 몬스터대륙을 막고 있는 스피리아 제국. 단 세 개입니다."
"……."
"그나마 스피리아 제국은 말만 제국이지 왕국으로 그 명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멀기도 멀고요."
"전부 아니야."
게임에 이상이 생겨서 그렇다고 어떻게 말하는가.
"마법에 의해 다른 대륙에서 넘어온 것 같다."
"……허어. 그런일이……. 그럼 지금 여기 있는 기사단원분들이 전부이겠군요."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눕이 진지하게 묻는다.
괴고 있던 손을 풀며 아르센이 슬며시 웃었다.
"무슨 뜻이지?"
"이곳에서 다른 대륙으로 갈 수는 없습니다. 해류가 너무 급해 아무도 뚫지 못했지요. 허면 이곳에 정착을 해
야하는데 혼자도 아니고……."
"그래서?"
더 말해보라는 듯 아르센이 턱짓했다.
"……만약 이 기사단원들이 전부라면……."
눕이 진지한 눈빛으로 아르센을 똑바로 쳐다본다.
"제가 눈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비록 실력은 별로 안되지만 나름 한 지역의 정보길드장이었으니 노하우도 약간
이나마 있습니다. 그리고……."
눕이 크리프 쪽을 바라봤다.
"저 어린 동생을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데 떨어지기 싫습니다."
아르센도 두 여자에게 둘러싸여 당황하며 고기를 받아먹는 모습을 바라봤다.
"동생이 크리프를 따라다니니……."
아르센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아르센님. 어떠십니까? 제가 눈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눈이라……."
칼리엄 제국에서는 눈이 필요가 없었다.
제국 기사단이라면 알아서 벌벌 기었고, 대륙의 반이 칼리엄 제국인데 눈이 필요나 했겠나.
마법 병단이 뒤를 보좌했고 삼십만 대군이 대륙을 지켰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칼리엄 제국의 정예중의 정예이지만 숫자는 겨우 이천오백.
"……아이조드가 좋아하겠군. 맘대로 해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받아줘."
맥주 잔을 비우고 다시 잔을 채운다.
그 모습에 눕 역시 맥주를 쭈욱 들이킨 후 잔을 다시 가득 채운다.
"그냥 너가 온거지. 아무 터치도 안하겠다. 알아서 해라."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눕이 눈치를 살핀다.
"말해봐."
"……만약에……, 혹시라도……."
말하기 조심스러워 하는 눈치다.
"빨리 말해."
"……그럴일이야 없겠지만서도 만약에 크리프님과 제 못난 동생이 눈이 맞아서 결혼……이라던가……, 임신이
라던가……."
아르센이 마시던 맥주를 뱉었다.
"풉!"
맥주가 에일리의 얼굴로 살짝 튀었다.
"뀽……."
인상을 쓰며 아르센의 무릎으로 파고든다.
"결혼? 임신?"
"……아닙니다. 제가 술에 취해 망언을 했습니다."
"푸하하하! 아니지 아니야. 그럴수도 있지. 남자인데 당연히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해."
"……."
미친듯 웃어젖혔다. 그 모습에 눕이 당황하며 쳐다본다.
"푸흡. 재미있군."
맥주를 다시 한잔 쭉 마시고 닭의 살을 찢어 입에 넣는다.
"뭐가 그리 재미있으십니까……."
눕이 영문을 몰라 고개를 저을 뿐이다.
"쟤 유부남이야. 애도 하나 있어. 아, 또 애처가야. 부인 말이라면 껌뻑죽지."
"네?"
"으하하하!
말을 듣고 벙찐 표정을 보며 아르센이 더 미친듯 웃었다.
그 웃음을 뒤로 하고 밤은 더욱 깊어져갔다.
이제 겨울로 진입해 날이 찬 날씨지만 블루윈드기사단은 상관없다는 듯 술을 마셨다.
다만 눕 만이 동생을 바라보며 한 숨을 푹 쉬었다.
힘들어질 동생이 눈에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 * *
눈이 내린다.
겨울로 진입했다.
날이 갈수록 추위와 바람은 드세졌다.
"전부 방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보급의 양을 늘릴 수 있도록 하라."
"예!"
"알겠습니다!"
다리우스가 귀족들에게 명령했다.
"또한 3개월 이상 휴가를 못간 인원들 중에 우수한 자를 뽑아 삼주의 휴가를 주도록 하여 사기를 높이도록."
"네!"
"네!"
명령을 받은 귀족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나저나 아르센을 찾았나?"
"……그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허어……."
"다만 추측컨데 북쪽으로 갔다고……."
"북쪽?"
"예."
"휘젠가르트에서 북쪽이라면 룐성밖에 없을건데……."
"그렇습니다."
기사의 보고에 다리우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허어……."
그때 보인 무위.
그것은 가히 절대적이었다.
병력의 질이 높은 대신에 양과 부족한 기사들과 기마대.
그 격차를 질과 지형으로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아르센이 이끄는 기사단만 온다면 승기를 잡고 바로 남진할 수 있었다.
"그렇게 떠나버리다니. 그렇게 보내버리다니."
예언의 탑에서 테이티 아베노가 말했던게 기억났다.
"더욱 큰게 온다라. 빈폴가의 자식도 데려가고……. 다시 돌아오겠지."
잠깐 생각에 빠졌던 다리우스가 이제는 다 외울만한 지도에 시선을 옮겼다.
* * *
다리우스 말고도 아르센을 생각하는 이가 있었다.
바로 남쪽의 붉은사냥개.
폐루이다.
"후욱! 후욱!"
겨울에도 온 몸에서 연기가 올라올 정도로 수련을 해 몸이 뜨거워진 폐루가 옆에서 벨렌시아가 건네주는 수건
을 받아 몸을 닦았다.
"……아르센."
같은 소드마스터.
거의 잡았다 생각했거늘.
"생각 중이신 겁니까."
벨렌시아가 묻는다.
"그래……. 그때의 치욕 잊지 못했지."
폐루의 말에 벨렌시아가 얼굴을 붉혔다.
크리프라는 자와 부장인 듯한 쌍둥이에게 바닥에 엎어져 기괴한 자세로 꺾임을 당한 치욕.
"저도 그렇습니다."
폐루가 검을 집어 들고 연무장을 빠져나가며 벨렌시아를 봤다.
그 사건 이후 미친 듯 수련했다. 매일 뼈를 깎는 훈련과 매일 북방의 다리우스가 이끄는 보병군단을 수도없이 죽이며 실력을 되새겼다.
결국 그 수준을 한 단계 위까지 끌어 올렸다.
"충!"
"충!"
지나갈때마다 군기가 바싹든 병사들이 경례를 한다.
일일이 받아주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자신의 막사로 가 밑을 바라본다.
펄럭.
총 4만의 군세.
2만은 최전선에서 하루하루 일공일방 치열한 전투를 한다.
이곳에 있는 2만의 병력.
그 수 많은 병력이 언제든 전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막사에서 잠을 자왔다.
그리고 나부끼는 수백 수천개의 깃발들.
"제론 왕국에서 병력을 5만이나 보내줬는데도 못끝내다니."
"……."
벨렌시아가 말없이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저벅 저벅.
뒤에서 누군가 다가온다.
벨렌시아가 검집에 손을 갖다대며 뒤를 본다.
"충. 폐루 후작님을 뵙습니다."
"크론다. 오랜만이군."
"그렇습니다."
적 선동과 침투가 주 임무인 크론다는 휘젠가르트의 전투 이후 종적을 감췄다.
그런데 다시 나타난 것이다.
"알아봤나."
"그렇습니다. 아르센……. 그들은 북쪽으로 갔습니다."
"북쪽?"
"그렇습니다. 북쪽의 룐성으로 갔습니다."
"룐성이라면?"
크론다가 이어 말했다.
"악마의 숲에서 나오는 반마족들을 1차적으로 막는 마법사의 성입니다."
"멀리도 갔군."
"아무래도 이번 겨울을 거기서 날 생각인 듯 합니다."
말이 끝나자 눈이 한 송이씩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군. 이제 겨울이야. 여름에 시작해서 남쪽을 전부 차지하고 북쪽으로 올라간게 가을이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구나."
"……."
"……."
폐루가 2만의 병력을 바라봤다.
수 천개의 막사.
성 하나 뿐만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이길 수 있는 세력이 없을 정도로 컸다.
다만 다리우스의 용병술과 지략이 너무 신묘하고 탁월해서 압도적으로 우위에 설 수 없을 뿐이었다.
만약 정공법이었다면 벌써 휘젠가르트는 점령 되었어야했다.
"일단 전선을 고착화 시킨다. 그리고 이번 겨울이 날 준비를 하라. 동계 지침을 내리고 경계를 잘 서고 있나 수시로 기사들을 보내 확인하라. 또 잘 서는 인원들에게 포상을 줄 수 있도록."
"충."
"충."
폐루가 눈을 번뜩인다.
자신에게 치욕을 준 이.
아르센.
반드시 죽이리라 다짐했다.
펄럭.
몸을 돌리자 망토가 회전하며 허공에 점시 붕 떴다.
철컥 철컥.
철로 만든 워커소리가 울렸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와 새싹이 나기 시작하면 이 전쟁. 끝낸다."
"충!"
"충!"
폐루가 막사안으로 들어갔다.
크론다는 다시 사라지고 벨렌시아 역시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북방의 다리우스와 붉은사냥개 폐루.
전부 겨울을 나기 위해 준비에 나섰다.
누구는 전쟁을 막기 위해. 누구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그 위로 무심하게도 새하얀 굵직한 눈 송이들이 살포시 땅위로 내려 앉았다.
* * *
"으으으……."
에릭센이 취기에 머리가 아픈지 인상을 찌푸렸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ㅎㅎㅎㅎㅎㅎㅎㅎㅎ
Damaoka님 이제 곧 사라집니다^^
StayOver님 제법 가볍지요?ㅠㅠ 제가 무겁게 쓰고 싶어도 재주가 없어 죄송합니다ㅠㅠ
북방의다리우스님 꿀잼이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ㅎㅎㅎㅎㅎㅎ
제로넘버즈님 꾸르잼ㅋㅋㅋㅋ 그쵸? 마법사를 빨리 죽이고 싶었습니당ㅎㅎ
MZD님 마탑정복ㅎㅎㅎㅎㅎㅎ
잉여니트인간님 너무 찝찝하신가요..ㅠㅠ
dkssid00님 ㅎㅎㅎㅎ그래두 너무 그러지는 마세요^^ 그런 놈들도 있지만 반대로 자신의 일을 하며 묵묵히 애국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답니다ㅎㅎ 전부 욕하지만 묵묵히 차가운 물속으로 들어가시는 잠수사 분들도 계시고 해경분들도 계시니까요^^ 다만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선동하고 이유없이 정부욕하고^^ 이제는 조용히 돌아가신 분들을 놓아드리고 묵념, 애도하는게 마지막 예의고 배려가 아닌가 싶어요^^
폐진님 쿨쿨!!
소설은 판타지님 삘받았습죠ㅎㅎ
굳잡님 강철의열제에 비교하다니요ㅎㅎ 영광입니다ㅠㅠ 저도 강철의열제 정주행만 몇 번씩 한듯ㅎㅎ
Novel룬님 감사합니다!! 정말 이런 댓글 하나하나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길리아님 넵! 다음편 올렷슴돠ㅎㅎㅎ
로드리아스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