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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아래서-94화 (9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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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편 - 아르센.

저벅 저벅.

어두운 곳에 단 하나의 횃불만이 사방을 밝혔다.

너무나 조용했다.

지하감옥이라고는 하지만 한동안 쓰지 않은 듯 했다.

아르센의 뒤로 단원 하나가 따로 받아든 횃불을 들고 뒤따른다.

한 손은 검을 꽉 쥔 채 따른다.

그럼에도 아르센은 여유롭기 그지 없다.

감옥이라고 치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양 옆으로 철창이 있긴 했지만 사용한 적이 오래된 듯 녹이 잔뜩 슬어있다.

아르센이 철창을 한 번 손가락으로 스윽 훑었다.

덥썩!

그 순간 철창 안에서 손이 나오더니 손가락을 잡았다.

뒤에 있던 단원이 검을 뻗었다.

쐐액!

허나 멈춰야만 했다.

아르센이 횃불로 단원을 막았기 때문.

"됐다. 힘이 하나도 없다."

"충."

단원이 물러선다.

"……으어……, 무, 물 좀……."

아르센이 허리춤에서 물통을 꺼내 건넸다.

벌컥, 벌컥!

뚜껑을 열고 미친듯 마신다.

아르센이 횃불을 가까이 갔다댄다.

"흠……."

아르센이 인상을 찌푸렸다.

불빛에 드러난 모습…….

뼈에다가 살만 갖다 붙혔다 해도 믿을 만한 모습.

뒤에 있던 단원이 다가와 더 안쪽을 비춘다.

그 안쪽에는 언제 죽었는지 모를 시체들이 수두룩 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뜯긴 살점들.

"이곳에서 무슨일이……."

단원이 기겁했다.

눈에 시체가 보이기 시작하니 냄새도 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르센이 무심히 보다가 물을 다마시고 입가에 묻은 물을 닦는 그를 보며 묻는다.

"혹, 이 안으로 들어가는 여자 아이 둘을 보지 못했나."

"……이곳으로 오긴 왔었지……, 허나 다시 나갔어."

"다시 나가다니?"

아르센이 다시 물었다.

"남자들은 여기 갇히지만 여자들은 들어왔다가 금방 용병들이나 사람들에게 성노리개로 싼값에 팔려나가. 나도 여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지……."

"용병들?"

"그래, 이 주변 철창들이 왜 녹슬었는지 아나? 저 윗대가리 새끼들은 이곳에 절대 들어오지 않아. 일반 병사들도 집어넣을 때만 들어오지. 그리고 들어오지 않아. 먹을 것도 없네. 그저 같은 곳에 집어넣고 굶겨 죽이지. 여자들은 팔려가고."

단원이 그 사이 주변을 확인했다.

"단장님. 주변도 전부 같습니다. 생존자는 이 자 하나 뿐인 것 같습니다."

아르센이 검을 뽑아 철창을 갈랐다.

스윽.

두부가 썰리듯 부드럽게 쓸렸다.

"오……."

아르센이 검집에 검을 도로 집어넣고 말했다.

"주로 팔려가는 길을 알고 있겠지?"

"……당연하지. 날 살려줬는데 여기 있는 모든 용병단이 어딨는지 다 알고 있지. 내가 앞장 서겠네. 실력으로 보아하니 대단한것 같구만."

생존자가 앞장선다.

꼬르륵.

어색하게 웃는다.

"그 전에 먹을 것 좀……."

아르센이 품 속에서 포를 꺼낸다. 물통에 담그고 생존자에게 건넸다.

"짜증나더라도 2분정도 불렸다가 먹어라. 지금 먹으면 분명 배탈 날 것 같군."

"고, 고맙네……. 근데 물통 안에 넣은 포는 어떻게 빼야하나……."

생존자가 탈출구 바로 앞에 서더니 멈췄다.

"조심하게. 아마 내가 나가서 보초를 죽이면 마법사들이 쫓아 올걸세. 시간은 지체 할 수 없네."

그러더니 바로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나가면서 앞에 있던 이에게 덤벼들었다.

게다가 안대를 쓰고 있으니 손쉬울 터.

"장애인을 여기다가 갔다났군. 아무리 쉬운 곳이라지만 너무 나를 쉽게……?!"

안대를 쓴 에릭센이 날아오는 손을 피하고 겨드랑이를 엄지와 검이 브이자를 만들어 쳐올렸다.

퍼억!

"커헉!"

안그래도 마른 몸에 강한 충격을 받자 바로 쓰러졌다.

"뭐여."

"……끄으으."

뒤로 아르센과 단원이 나왔다.

"이곳에 카트리나와 에일리는 없다. 용병소나 마법사들에게 팔려갔을게 농후하다."

아르센이 쓰러진 생존자를 어깨에 짊어졌다.

"끄으으……."

계속 신음성을 내뱉는 그.

"이제 그만 일어나라."

아르센의 말에 생존자가 아픔에도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고 어깨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야 이거!"

관청이 불타고 있다.

화르륵.

그리고 관청 벽 밖으로 불길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뭐야, 폭동이야? 반란인가?"

"알 거 없다. 용병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라."

"아……. 알겠다. 근데 도대체 당신은 누구요?"

제법 높은 직위의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근데 뜬금 없이 이런 곳에……."

"이곳은 마법사들이 대거 농성하고 있는 곳인데……, 오지라…… 붉은사냥개도 이곳으로는 병력 하나 보내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오지에……."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벅 저벅.

관청을 벗어난다.

밖은 더 했다.

척척척척!

땅이 갈라지거나 마법사들이 대거 누워있다.

그리고 길 끝에서 다가오는 정렬된 무리들.

"충! 제 3기사단장 샤르피! 성벽 병력을 전부 제거했습니다!"

"충! 제 2기사단장 크리프! 성벽 청소 완료!"

"수고했다."

생존자는 그들을 번갈아본다.

잘 정렬된 모습하며 입고있는 깔끔한 갑옷. 왠만한 대장장이는 만들지도 못할 수준의 갑옷이다.

'이런 무리가 어디서…….'

아르센이 어깨를 두드려 준다.

"제 2기사단은 병력을 풀어 빠져나가는 이들이 있다면 포획하라. 저항한다면 사살도 가능하다."

"충."

"제 3기사단은 부단장과 세 개 부대로 나눠서 주변 상황을 안정화 시키고 성주민들의 안정시켜라. 앞으로 이곳에 거주해야한다."

"충!"

바로 흩어진다. 아르센이 고갯짓으로 앞장서라 생존자에게 말했다.

"허, 차. 도대체 누군지는 몰라도 단단히 준비했는갑네. 일단 따라와라. 그리고 내 이름은 눕이다. 눕."

"눕?"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는 당신 이름은?"

"아르센.""

"아르센이라? 어디서도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아르센이란 이름을 골똘히 생각하는 사이 용병고용소에 도착했다.

관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서걱.

그리고 안에서 들리는 섬뜩한 소리.

눕이 눈썹을 찡그리며 용병고용소의 문앞에 선다.

"뭐야……, 지키는 사람이 없어 왜. 안에서 나는 소리는 대체……."

두 손으로 그 커다란 문을 잡는다.

평소에는 열려있어야할 문이 굳게 닫힌 탓.

다행이도 힘을 주자 천천히 문이 열린다.

끼이익.

문이 열린다.

주륵.

눕의 발 밑으로 피가 냇물처럼 흘러나왔다.

"이, 이게 무슨?!"

눕이 발을 들어 핏물을 피한다.

사람이 하나 들어갈 정도로 열린 문.

아르센이 문 틈으로 들어갔다.

채챙!

깡!

안에 들어서자 피부로 느껴지는 후덥지근한 공기.

아르센이 전투장면을 파악한다.

가장 선두에 미소가 검을 휘두르며 확살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단원들이 못한다는게 아니다.

그들 역시도 압도적인 학살.

"이런 시발! 나와! 도망가야돼!"

문이 열린걸 알자 용병들이 필사의 힘으로 도망친다.

제 4기사단 역시 누가 문을 열었나 쳐다본다.

"븅신들~, 죽음으로 그냥 들어가네."

미소가 비웃는다.

입구에 서 있는 아르센. 뒤로 에릭센이 섰다.

"나와! 시발놈아!"

용병 하나가 눈이 뒤집힌채 도끼를 내려찍었다.

후우웅!

묵직한 소리.

아르센이 무덤덤하게 손을 뻗어 손목을 잡아 도끼의 진로를 막았다.

퍽!

남은 한 손으로 손등을 가격하자 도끼를 놓는다.

퍽!

다시 발로 복부를 차 넘어뜨린다.

텁, 서걱.

떨어지는 도끼를 왼손으로 잡아 긋자 넘어진 용병의 목에 실선이 생기며 피가 분수처럼 솟구친다.

"시발."

뒤에서 눕이 들어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다.

허나 전부 죽을거란 두려움에 빠진 용병단은 하나뿐인 출구를 향해 저돌적으로 돌격했다.

아르센이 도끼를 잡고 마나를 집어넣는다.

"하프 문 나이프."

도끼에 푸른색의 마나가 맺혔다.

스윽.

반으로 가볍게 그었다.

허나 나타난 모습은 절대 가볍지 않다.

푸른색의 마나가 오러로 변하더니 반달 모양으로 뻗어나갔고 그들의 몸을 통과했다.

모두 깜짝 놀랐으나 아무 일도 없자 당황에서 분노로 바뀌었다.

"이 새끼 죽어라!"

선두에 있던 셋이 덤벼든다.

서걱.

그리고 뒤늦게 들리는 섬뜩한 소리.

아르센이 앞으로 걸었다.

그러자 차례로 몸이 반으로 갈리며 쓰러진다.

"뭐, 뭐야?!"

오늘 하루 너무나도 놀랄일이 많은 눕이었다.

미소가 미소를 지으며 단원들에게 명령했다.

"용병단의 깃발을 내리고 블루윈드 기사단의 깃발을 올려라."

단원 둘이 달려가 깃발을 내린다.

눕은 아무 말 없이 그들을 쳐다봤다.

"이곳에는 카트리나와 에일리가 없나."

아르센의 말에 4기사단 부단장인 베어링이 다가오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수색은 마친 상황입니다. 이곳에는 없습니다."

"흐음……, 다른 곳도 점령하라. 오늘 안에 마무리 짓는다."

"충!"

"충!"

모두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춘다.

아르센이 눕을 쳐다봤다.

"다음은 어딘가."

"……어딘지 전부 알려주지. 그 전에 너가 누군지 부터 말해라."

눕의 모습은 거지보다도 못했다.

다 헐거워진 옷거지하며 시체보다도 마른 몸.

허나 눈은 헐거워지거나 비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빛나는 눈동자.

"아르센."

"아니, 그런 이름 말고……?!"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그.

"설마……, 중앙의 산적 사냥꾼 아르센을 말하는 것인가?"

"……."

아르센이 눕을 지나쳐 문 틈으로 나갔다.

"앞장 서라."

"……최근에 휘젠가르트 수성에 참가하여 뛰어난 실력의 기사단과 붉은사냥개를 깨부시고 잠적했다는 그 기사단인가."

눕의 말에 아르센은 그저 앞장서라 재촉한다.

"……산적 사냥꾼 아르센이라……. 중앙에서 극북으로 올라오다니……. 아르센이라……. 참 웃기게도 돌아가는 군. 좋다. 앞장서지."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진짜 오랜만이네요ㅠㅠ 우와ㅎㅎㅎ 정말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ㅠㅠ

너무 바빳어요ㅠㅠ 기숙사 왔는데 노트북도 안되고ㅠㅠ 또 자격증셤하고 중간고사 겹쳐서ㅠㅠ 이번에 중간고사 끗나서 돌아왔네요ㅠㅠ 죄송합니다 헝헝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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