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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아래서-86화 (86/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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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편 - 악마의 숲.

두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지천을 울린다.

전투가 있던 장소에서 멀어져 간다.

"단장님, 곧 그 곳입니다."

에릭센이 옆에서 알려준다.

그의 말마따나 앞에 익숙한 블루윈드 기사단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그 깃발 아래 몇 명의 사람이 있었다.

아하드를 비롯, 미리 빼돌린 카트리나와 에일리였다.

그리고 불청객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아르센이 손을 들어 천천히 주먹을 쥔다.

말의 속도가 천천히 줄어들더니 곧 멈춘다.

이 모습을 처음 보는 카트리나와 에일리가 입을 벌린채 멍하니 있었다.

"아, 아르센…….

에일리의 충격은 더 했다.

처음 집에 쓰러져 말도 못했을 때부터 불과 몇 시간 전까지 그녀에게 조금 강한 검사로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2천 5백여명을 이끄는 수장이다.

뭔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읍……."

에일리가 입을 막는다.

갑자기 온공간을 가득 채우는 피비린내와 탄내.

아르센이 말에서 내렸다.

"아하드. 수고했다."

아하드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려 준다.

아하드의 얼굴이 붉어진다.

"아닙니다!"

"그래."

아하드가 깃발을 들고 말에 올라탔다.

에일리에게 다가가더니 몸을 살핀다.

"다친데는 없군. 가자."

에일리가 말없이 아르센을 따라 말에 올랐다.

다그닥.

카트리나는 누군가를 찾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봐. 뒤로 가면 크리프가 나올거다."

에릭센이 두리번 거리는 그녀에게 넌지시 던지듯 말했다.

카트리나가 살짝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 뒤로 간다.

"넌 뭐냐."

그리고 홀로 남은 사람.

"저도! 저도 갈거에요!"

아직은 너무도 어린 아이.

"레샤드라고 그랬나? 철이 없어도 너무 없군."

"도련님!"

페르모르그가 뒤에 있다가 익숙한 목소리에 뛰쳐나왔다.

"사, 사모님은 어떻게 하고 오셨습니까!"

레샤드가 두 팔을 어깨에 걸치며 당당하게 말했다.

*            *          *

3시간 전.

휘젠가르트 내성.

"어머니! 저는 아버지의 복수를 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제가 강해져야해요! 그 사람은 분명 저를 강하게 만들어 줄겁니다!"

레샤드가 끌려가면서도 말했다.

쾅.

문이 닫힌다.

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레샤드를 잡은 손이 풀린다.

자신의 어머니를 쳐다본다.

"……."

어머니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폭.

꼭 안는다.

"아들아, 이 어미는 너가 강해지는 것도, 가문을 재건 하는것도 바라지 않는다. 난 너만 있으면 돼."

어머니의 눈에서 난 눈물이 레샤드의 볼을 타고 흘러 내린다.

"……어머니."

"……아들아 가만히 있거라. 좀 안아보자꾸나."

레샤드가 멍하니 어머니를 안는다.

눈물이 멈출줄을 몰랐다.

그렇게 십여분 있었을까.

고요함은 레샤드의 근육을 조여왔다.

"그렇게 가고 싶니?"

"……네."

어머니는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험하고, 힘들거다."

"……알고있습니다. 그래야 강해질 수 있습니다."

레샤드의 단호한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더니 어머니가 문을 열고 나가 닫는다.

그렇게 한 시간을 기다려도 올 생각을 안했다.

레샤드가 아버지의 유품인 빈폴 가문의 검을 등에 메고 테라스로 나갔다.

정문으로 나가다가는 들킬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이다.

커튼을 뜯어 테라스에 묶고는 허리에 묶었다.

나가려고 난간에 기댈때 저 멀리 말을 타고 가는 이들이 보였다.

바로 아하드 일행.

테라스에서 나오자마자 아하드를 쫓는다.

저 멀리 성밖에서 전투소리가 들렸지만 지금은 아하드를 따라가야했다.

"나도! 나도! 데리고 가요!"

"……뭐야."

아하드가 난감해한다.

그것은 뒤에 있던 카트리나와 에일리도 마찬가지.

"거기 기사분은 아르센님의 수제자 맞죠?"

아하드가 쫓아낼려다가 멈칫했다.

"그리고! 뒤에 있는 여성분은 아르센님과 연인같던데 제 말이 맞죠?"

에일리가 가만히 있다가 얼굴이 붉어진다.

"아, 아니~ 그런게 아니고~."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깐 저도 데리고 가줘요!"

그때 카트리나가 말린다.

"이봐. 너 같은 꼬마 데리고 갈 시간도 없고, 자리도 없다."

"아! 맞다! 누나는 크리프님? 맞나? 연인이라고 알고 있는데! 저도 데리고 가줘요!"

일부러 한 것은 아니지만 레샤드의 말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며 동행한다.

*                *                 *

페르모르그가 피식 웃었다.

아르센은 고개를 내려 앞에 탄 에일리를 쳐다본다.

에일리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말을 잇지 못했다.

"됐다. 페르모르그. 너가 챙겨라."

"알겠소."

아르센이 손을 들었다.

"가자. 우리가 갈 곳은 북서쪽 룐 성이다. 이랴!"

또 다시 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황녀님."

황녀가 입에 머금은 비프스튜 삼키며 앞에 인물을 본다.

"단장님은 언제 뵈러 가실 생각이십니까."

아이조드다. 옆 모닥불에 있었다.

"아직은 때가아니에요. 그리고……, 그다기 가고싶지는 않네요. 저는 이 넓은 대륙을 더 여행하고 싶어요."

"……단장님이 계신 상태에서 하시는게……. 황제께서도 그러길 원하실 겁니다."

"싫어요. 더 이상 그런 말 하면 혼자 갈겁니다."

"……알겠습니다."

"아이조드. 그대가 생각하고 있는게 뭔지 알아요."

황녀가 입맛이 떨어졌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안으로 들어갔다.

아이조드가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베이트론."

"충."

기사단원 하나가 다가온다.

"잠시만 기다려라."

품속에서 종이를 꺼내 무언가를 적는다.

"가서 단장님께 전하라. 아무래도 황녀님께서 또 움직이실 생각인것 같다."

"충."

베이트론이 바로 길을 떠난다.

"후우……, 걱정이군."

황녀는 룐성에서 나와 북쪽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반마족들이 드글거리는 악마의 숲이라고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지만 분명 침입자의 등장에 모습을 드러낼것이다.

스륵.

그리고 그것이 지금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이조드가 눈짓을 주자 황녀가 들어있는 막사를 중심으로 선다.

스슥.

숲에서 하나가 나왔다.

"이방인이여. 이곳은 어찌하여 들어왔는가."

"미안하게 됐소."

아이조드의 앞에 나타난 이는 남자의 상징만 가리고 전부 맨 살이었다.

단단한 근육이 마치 바위와 같았다.

그리고 손에 낀 철로 만들어진 장갑.

굉장히 두터웠다.

"처음오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돌아가라."

"……알겠소."

큰 다툼이 없기를 바라며 아이조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펄럭.

순간 막사에서 황녀가 나온다.

"저희가 왜 돌아가야 하죠?"

"……화, 황녀님."

아이조드가 살짝 당황한다.

앞에 있는 원주민도 인상을 찌푸렸다.

"계집. 오만하구나. 앞에 있는 인간을 보아 참고 있다. 인내심을 시험하지마라."

"……흥. 제 발로 제가 간다는데 막는다니. 어이가 없군요."

아이조드가 작은 한 숨을 쉬었다.

"이 년……. 다시 한 번 말하지. 돌아가라. 이곳은 우리의 땅이다."

숲속의 작은 길에서 대치상태인 이들.

조용히 물러나길 원하는 아이조드의 기대를 무참히 깬다.

"싫어요. 북쪽으로 갈거에요."

아이조드가 검에 손을 갖다댄다.

다른 단원 역시 마찬가지.

"하, 하하하! 어이없군. 당돌하구나."

그가 당황함에 웃더니 이내 정색한다.

팟!

그리고 그가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게 아니고 황녀에게 퉁기듯 달려든 것이다.

그의 왼 주먹이 회색으로 물든다.

쇄액!

황녀가 눈깜짝 안하고 가만히 있는다.

깡!

아이조드가 어느새 검을 빼들어 그의 주먹을 막았다.

스릉.

막은 직 후 곧바로 왼 손으로 발목에 달린 대검을 빼내 복부를 가른다.

"췻."

그가 물러나며 콧소리를 낸다.

"췻."

"췻."

순간 사방에서 달려든다.

"황녀님을 최우선으로 방어하라!"

"충!"

"충!"

아이조드의 오른손에 든 검과 왼손에 든 대거가 오러에 휩싸였다.

우우웅!

다른 단원들 역시 마찬가지.

"실력자들이다. 신중하라."

"하."

"하."

그가 건틀렛을 매만진다.

그러더니 곧 두 손을 뒤로 쭉 뻗더니 달려든다.

동시에 그들과 전투가 시작된다.

"아이언 피스트(Iron Fist)."

"롤링 크러시(Rolling Crush)."

거의 다다랐을때 아이조드의 검에도 오러가 집중되더니 이내 곧 빠르게 회전한다.

콰앙!

그리고 둘의 주먹과 검이 부딪혔다.

사방으로 충격파가 퍼졌다.

달려든 이가 뒤로 날라간다.

아이조드 역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총 인원은 여덟. 단원은 나 포함 다섯.'

전투 현장을 보니 처음보는 글래디에이터에 당황한듯 했으나 적응하며 싸우고 있었다.

"죽이지 마라. 더 큰일에 휘말린다."

"충!"

다들 당황한상태에서도 대답했다.

아이조드가 앞으로 대검을 날린다.

"섬(閃)."

대거가 붉은빛을 띈다.

쇄액.

붉은빛이 주욱 늘어나며 달려든 이에게 날아갔다.

텅!

그가 대거를 잡았다.

퍽!

허나 어느새 달려든 아이조드의 발차기에 복부를 맞고 다시 날라갔다.

쇄액!

검을 재빠르게 찔러들어간다.

목을 노림에 당황하며 옆으로 피했다.

"젠장! 강자로구나! 간테크님께서 나에게 그만 방자하라 이리 선물을 주실줄이야."

"……."

그가 자세를 고쳐잡더니 주먹을 축 늘인다.

"전쟁의 신, 간테크님께서 우리 쿠르비크족에게 강함을 주셨다. 모든 전투에서 우린 승리할 지어다."

"반마족인건가……."

간테크는 최상급의 마족이다.

회색의 몸통과 뒷다리보다 굵은 앞발과 거북이 등껍질보다 강한 주먹.

그들의 자식인 것이다.

"이름이 무엇인가."

아이조드가 물었다.

그가 침을 옆에 탁 뱉었다.

"퉷."

그러더니 목을 풀었다.

"니 애비다, 씨발럼아."

그가 달려든다.

아이조드의 표정이 굳었다.

"죽어라."

검의 오러가 더 강하게 맺힌다.

진정으로 분노한 탓이다.

*                 *                 *

탁, 타탁.

하늘에 뜬 별들이 무수히 많다.

모닥불이 그 밑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다.

수 십개의 모닥불 옆에서 블루윈드 기사단이 두터운 모포를 덮고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

아르센이 모닥불을 바라보며 홍차를 홀짝인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우와 자격증 땄습니다!! 비록 필기지만은ㅠㅠ 다행ㅎㅎㅎ

댓글 많아서 기분 좋은 하루입니다ㅎㅎㅎㅎ

너무 많아서 답글 달아주기가 힘드네요...ㅠㅠ 나중에 연참할때 그때 달아드릴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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