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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3편 - 블루윈드 기사단.
다 가라앉은 먼지 사이로 들어난 모습.
목끈이 끊겨져 벗겨진 투구.
먼지가 수복한 아르센과 폐루의 몸.
"……우습게 보지마라."
폐루의 목에서 살짝 빗나간 아르센의 검.
"경험이 풍부하다고? 지랄."
폐루의 검끝 또한 아르센의 관자놀이에 가까웠다.
둘다 손가락 까딱하다가는 하나는 죽는다.
주륵.
폐루의 목에서 자그마한 상처사이로 피가 흐른다.
둘의 검에는 이미 오러블레이드가 사라진지 오래.
"힘들구만 그래.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드마스터인 날 죽일 수는 없을거야."
초읽기 싸움이다.
아르센은 아무 말 않고 그를 본다.
폐루의 표정에는 웃음이 서렸다.
스윽.
그때 폐루의 이마에 검 끝이 다가왔다.
거대한 덩치.
눈에 보이는 투박한 검.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는 자.
"폐루. 드로이드 자작님은 살았는가. 죽었는가."
페르모르그.
그는 지금 정신이 없었다.
테이티 아베노의 말에 따라 그저 예언을 실행할 자라는 말만 듣고 그를 따라왔는데 소드마스터라니.
태어나서 난생처음 보는 소드마스터.
근데, 자신의 주인이자 기사단의 단장이었던 드로이드가 싸웠던 자 역시 소드마스터.
이런 혼란스러움에 그의 말은 갈 곳을 잃고 휘젠가르트 성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지켜본 결과는 붉은사냥개의 참패.
양민학살과 다름 없는 전투.
그러다가 이어진 블루윈드 기사단과 적갑 기사단의 전투는 멍하니 있던 페르모르그를 깨웠고 달려오게 했다.
숨죽이는 전투.
자신의 주군을 해한 자의 무력과 자신의 무력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끼며 지켜보다가 지금 기회가 온것이다.
"죽었냐고? 허허, 크큭, 그걸 나에게 묻는건가? 기사여, 내가 빈폴성을 지나 여기있네."
분노가 너무 치솟으면 오히려 안으로 잠재된다했다.
"……."
아르센은 그 상태에서 일어났다.
관자놀이를 겨누고 있는 검을 무시한채 말이다.
"개인적인 감정은 집어쳐라."
아르센이 페르모르그에게 말했다.
그의 말에 역정을 낸다.
"당신이 뭘 알아! 나의 주군이 죽었다! 이 놈에 의해서 말이다!"
"……그럼 죽여."
"……."
아르센이 검을 살피며 말했다.
롱소드는 날이 많이 상했다.
더 이상 검이라 부르기도 창피할 정도로 상한 상태.
텅그렁.
검과 검집을 풀러 땅에 버렸다.
"너의 개인감정이면 풀어라. 내 볼일은 끝났어. 어차피 오랜만의 전투 그저 즐기고 싶었을 뿐."
아르센이 앞에 있던 말에 올라탔다.
전장은 어느새 거의 정리가 되어있었다.
적갑 기사단 대부분이 죽거나 쓰러졌고, 낙마해서 뒹굴고 있는 상황.
승리가 확실시 되자 블루윈드 기사단원들도 죽이지 않고 빙빙 돌며 공격해오는 검을 쳐내면서 놀고 있었다.
폐루역시 눈을 감고 대자로 누웠다.
"어차피 이 난세에 친구들을 밟고 올라온 못난 놈이다. 죽여라. 결국엔 죽는거지. 다만 아쉽구만. 집에 있는 아내에게 사랑한단 말 한 마디만 해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괜히 나를 만나 고생만 죽어라 했으니……. 허허."
자조적인 웃음이 울려퍼진다.
푸릉.
아르센이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안죽이고 뭐하냐. 그렇게 화가나면 벌써 내려찍어 떡갈비를 만들었을텐데. 못죽이면 죽이지마."
"……."
페르모르그가 아무 말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기사로써 이렇게 죽이기 싫냐?"
아르센이 어느새 옆에 다가선다.
다그닥.
말발굽소리가 멈췄다.
"그럼 지금 놔줘라. 기사로써 다 쓰러져가는 새끼 죽이기 싫으면 놔줘. 뭘 고민해. 너가 더 강해져서 이겨서 죽이면 되잖아. 복수는 그런거야 임마. 지금 다 죽어가는 골빈새끼 죽이면 너 마음이 참으로 상쾌하겠다."
페르모르그의 검끝이 흔들렸다.
폐루가 감은 눈을 뜬다.
"드로이드의 기사였나 보군. 이렇게 마음이 여린것 보면 말이야."
흔들림이 거세진다.
툭.
아르센이 오른손을 그의 머리에 올렸다.
"존나 약해빠진 새끼야. 공정하진 않아도 존나 공평하다고. 태어날때 어느 새끼는 왕의 아들래미가 어떤 새끼는 평민의 아들래미야. 똑같은 사람인데."
폐루를 겨눴던 검에 힘이 빠진다.
"근데, 그 두 명에게 주어진 시간은 공평해. 지금 여기서 저 미친 붉은개 살려줘서 죽을 듯이 저새끼 노력한거의 두 배, 세 배로 노력해서 너도 소드마스터 해. 그 다음에 이기면 되잖아."
페르모르그가 한 숨을 쉬며 검을 집어넣는다.
"너가 나중에 강해져서 검으로 눕히고 이마에 칼을 대던 치우던 맘대로 하라고. 아니면 평생 못이길거 같으면 지금 죽여. 그래야 속 편하지."
아르센이 기사단원들 쪽으로 다가갔다.
페르모르그와 폐루만 남은 상황.
"나의 주군의 마지막은 어떠했는가."
"기사로써 나와 마지막을 겨뤘네."
"……그럼 됐다. 지금 살아 돌아가라. 가서 맘편히 있을 생각하지 마라. 내가 찾아가 직접 내 검으로 너의 목에 쑤셔넣어주겠다."
폐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페르모르그가 등을 돌려 말에 올라탔다.
"언제든 와라. 언제든……."
폐루가 페르모르그의 등을 보며 드로이드를 떠올렸다.
젊을 적 자신의 라이벌이자, 동경의 대상이며, 질투의 대상이었던 빈폴 드로이드.
그를 향한 질투덕에 소드마스터까지 노력할 수 있었다.
페르모르그 역시 자신 때문에 노력할 것이다.
그 끝이 소드마스터 아닐지언정 분명 눈에 띄게 강해질 것이다.
"돌아오면 즐겁겠군."
폐루가 피식 웃는다.
저 멀리 눈 두덩이 퉁퉁 부어오른 벨렌시아가 땅에 쓰러진채 신음을 뱉고 있었다.
제법 날렵하고 머리가 짧은 사내가 이상한 자세로 그를 압박하고 있다.
옆에 기사 두 명이 낄낄거리며 웃는다.
"야, 어떠냐. 내 암바! 쩔지!"
"아, 크리프 단장님! 그건 그렇게 하는게 아닙니다! 키키키."
"뭐야, 톰백. 단장한테 개기는건가!"
"그런게 아닙니다."
벨렌시아가 치욕에 물든 눈빛으로 크리프를 죽일 듯 쳐다봤다.
"톰백, 포금 잡아봐."
"충."
"충."
뒤에 있던 둘이 벨렌시아의 두 팔을 잡았다.
후에 크리프가 두 다리를 잡고 꺾는다.
"4자 꺾기!"
"끄헉!"
벨렌시아가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인상을 찌푸린다.
"암바!"
"더블 암바!"
"키키키키!"
폐루가 뒷목을 긁적인다.
위엄이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벨렌시아의 치기가 넘치지만 총명한 눈빛대신 분하다는 눈빛으로 그 셋을 바라본다.
"아르센이라……. 자유분방 하지만 실력있는 자들. 그렇기에 강한 것인가. 마음이 생각 보다 넓은 인간이구나. 그래서 강한 거겠지. 허허."
아르센의 넓은 마음에 알게 모르게 크게 감동한 폐루다.
그것은 페르모르그 역시 마찬가지.
저벅 저벅.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옆을 본다.
아르센이다.
퍼억!
순간 그의 주먹이 아무런 경계도 없던 그에게 꽂혔다.
"크헉!"
그가 넘어진다.
털썩.
폐루가 어이없다는 듯 본다.
"시발. 아무리 생각해도 죽을뻔 했다는 생각에 빡쳐서 그래. 죽빵 한 대만 더맞아."
아르센이 그렇게 한 대 더 때리고는 물러났다.
"역시 성격이 고약한게 실력이 더 좋군."
안그래도 전투중에 발로 맞은 탓에 더 아픈 곳이다.
그곳을 문지른다.
"블루윈드 기사단 집합!"
아르센이 외친다.
그 순간 장난 치던 단원들과 크리프, 2기사단 쌍둥이 부단장인 톰백, 포금이 달려왔다.
"오와열!"
─오와열!
복창한다.
기사단 별로 대열을 갖춰 미동도 없이 서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펄럭.
땅에 흥건한 피와 시체들, 그리고 상처입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무수히 많지만 저들은 전혀 상관없는듯 깨끗했다.
오히려 단장인 아르센만 더러웠다.
"우리는 북서쪽으로 간다."
─충!
아르센이 달리자 뒤이어 두건을 쓴 에릭센을 필두로 열을 맞춰 출발한다.
모두 쌩쌩한듯 날라다닌다.
두두두두두.
땅을 진동하는 소리가 울린다.
폐루가 얼얼한 턱을 한 번 매만지고는 벨렌시아에게 다가갔다.
"크윽."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남자가 눈물을 보이느냐."
"크흑! 너무 억울하고 분통이 터집니다! 저런 시정잡배같은 놈들에게 제가!"
"……블루윈드 기사단이라더군. 기사들이야."
"……흡! 하지만 하는짓은 영락없는 양아치들입니다!"
"실력은 아니지."
벨렌시아가 눈물을 떨구여 땅을 친다.
폐루가 가만히 보다가 뒷목을 긁적이며 말했다.
"벨렌시아. 세상은 말이야, 공정하진 않지만 공평하다. 모두 똑같지 않아. 저들은 태어날 때부터 커다란 지원을 받아 성장해온 기사들이다. 그렇기에 강하지."
벨린시아가 폐루를 본다.
"하지만 앞으로 시간이 있다. 그 시간동안 죽도록 두 배, 세 배. 아니, 열 배 더 노력해서 강해져라. 난 너가 날 뛰어 넘을 실력이란 걸 알고 있다. 앞으로의 시간은 공평하다. 그 시간에 훈련에 매진한다면 저 놈들을 이길 수 있을거야."
그대로 인용하는 폐루.
벨렌시아의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흐른다.
퉁퉁부은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
"철수하자. 피해를 너무 봤어. 적갑기사단도 재건해야하고. 미안하다. 첫 패배로구나."
"아닙니다. 아닙니다. 다, 전부 다, 제가 못난탓입니다."
"아니다……, 작전중이던 크론다도 다시 불러 들여야 겠구만."
폐루가 등을 토닥여준다.
하늘을 본다.
첫 눈이 내려서였을까. 하늘이 미칠도록 푸르고 시렸다.
"가자. 우리의 고향이자 사냥꾼의 성. 조아드로."
"……흡, 추, 충!"
"남자가 우는 거 아니다."
"충!"
잠시 후 목책 위에 철수를 알리는 깃발이 올라가고 휘젠가르트앞에 있던 병력들이 물러나고 그들은 철수했다.
"다리우스 공작님! 추격해야합니다!"
붉은사냥개 폐루가 병력을 철수하자 성벽 위에는 한바탕 논쟁이 펼쳐졌다.
하지만 다리우스의 한 마디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아니다. 저들은 우리때문에 물러나는게 아니야. 그저 저, 산적사냥꾼이라 불리던 이름없는……, 아르센……, 아르센에 의해 물러나는 것이다. 우리가 추격한다면 더 이상 보지 않아야 할 피를 보게된다."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주변에 승전보를 울리고 민가의 안정을 꾀하라! 그리고 각 군사들에게 휘젠가르트 성의 성고를 털어 여비와 승전비를 각각 나눠주어 고향에가서 그들의 자랑스런 이야기를 퍼트릴 수 있게 각 분대장들은 교육해라! 만약 여비와 식량을 나누는 과정에 있어서 부당한 행위가 있다면 즉결 처형이다!"
"충!"
"충!"
각 귀족들이 사방으로 퍼졌다.
"용병 분들과 자유기사 분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곳 휘젠가르트 성의 자유와 정의를 위해 소중한 시간과 힘을 힘 쓴 점. 깊이 고개숙여 감사합니다."
다리우스가 히끗한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다들 당황해서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오늘 고기와 술을 풀어 전쟁에 의해 쌓인 독을 풀 것입니다. 모두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용병들과 자유기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성으로 올라간다.
"병사들은 경계병력만 남고 철수한다! 오늘은 오수에 취해 충분한 휴식을 갖는다! 단! 경계병력은 모든 곳에 경계를 펼쳐야 한다! 혹시 저게 속임수 일지도 모른다! 알겠는가!"
"충!"
"충!"
"이럴 때야말로 경계에 신경 쓰는 군대가 군기가 강한 군대다! 군기가 헤이해져서는 안될 일이다!"
"충!"
"충!"
병사들이 차렷자세로 답했다.
다그닥.
말에 올라타고 부산해진 성위로 올라간다.
어느덧 승전의 봉화가 타오르고 승전기가 올라가며 승전고가 성 내에 울린다.
하늘은 매우 푸르다.
늦가을에 자란 풀들은 너무나도 싱그럽다.
"아르센……. 도대체 누구냐……."
이제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오고 있다.
선선함이 가시고 이제 추워지는 날씨지만 붉은 사냥개 폐루와 북방의 다리우스.
이 두 명의 인물의 가슴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원래 연참 안하고 셤 공부하려 했는데ㅎㅎ
댓글 보고 연참하네요ㅎㅎ
낼과 모레는 아마 연재 못할거같아요ㅠㅠ 담주 월욜에 찾아뵐께요ㅎㅎ
2연참ㅎㅎ
어쩌다 보니 이번 챕터도 끗~.~ㅎㅎ
진짜 연참 하면 하루가 다 감ㅠㅠ
달의소리님 감사합니다! 근데.. 글쓰는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그네79님 감사합니다ㅎㅎㅎ 시험... 공부해야하는데ㅠㅠ
굳잡님 굳럭.
무적인인간님 전 항상 독자분들의 반대로 가는걸 좋아하죠ㅎㅎㅎ
룐s님 감사합니다ㅎㅎㅎㅎ
はひ님 좀 늦었지만 이걸로라도 봐줏메ㅎㅎㅎ
붉은사냥개님 노노 소설 끝날때까지 못죽음ㅋㅋㅋㅋㅋ
소나가총소나님 연참.. 나름 연참ㅎㅎㅎㅎㅎㅎㅎ
chupas428님 당연! 주인공 버프인데요ㅎㅎ
쿠르스님 절대 안쥬금ㅎㅎ 독자분들이 댓글에 죽는다하면 죽을것도 살아남ㅋㅋㅋㅋㅋㅋ
Ote8님 타이밍ㅎㅎ 제가 타이밍을 잘 못재서ㅎ 이정도면ㅎㅎ 잘잰거기를ㅎㅎ
하오르님 ㅋㅋㅋ이거 세 개ㅋㅋㅋ 님 아뒤 써두 돼요?.? 소설에 등장 시켜도 되나요ㅎㅎ
개니코프님 기대되나요ㅎㅎ 이런 댓글 참좃습니다ㅎㅎㅎㅎㅎ
그란두카님 훼이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설은 판타지님 이번 챕터 끗~.~ㅋㅋㅋㅋ
제이스 올드윈님 주인공버프죠ㅎㅎㅎ
길리아님 알다시피 아르센이...ㅎㅎㅎ
북방의다리우스님 부라메 다메요!! 다메요!!
신바이님 주인공버프 이정도면 무적인가요?
아이드래곤님 절단마공! 이 정도면 괜찮은 정도인가요?
꾸느님 감사합니다..ㅎㅎ 이제 리리플 달고 공부해야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