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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편 - 행방
다음 날 휘젠가르트에 아르센과 크리프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
그곳에서 보여준 활약이 너무 뛰어났던 탓이다.
어제 야간 기습이 있던 후 양 진영은 모두 조용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단장님. 이제 어느정도 병력이 모였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죽치고 앉아 있을 식량도 공간 확보도 어렵습니다."
베어링이 와서 조언한다.
아르센 역시 이미 알고 있었다.
천 여명이 넘는 기사들이 막사도 아닌 산속에 숨어있기엔 벅찬 일일터.
전쟁터라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알고있다. 이제 출발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내가 가서 황녀님의 행방을 물어보도록하지."
"충."
베어링이 고개를 숙여 답했다.
"크리프, 가서 단원들에게 조만간 출발한다 일러라. 베어링은 미소에게 가서 카트리나와 에일리가 빠져나갈 수 있게 길을 만들어라."
"충."
"충."
아르센이 문 앞에 선 후 입을 열었다.
"가기전에 한 번 저들을 휘젓고 간다. 애들 몸이 많이 찌푸둥 할 터."
"충!"
"충!"
"충!"
에릭센과 아하드가 자신의 무기를 챙겼다.
"아, 그리고, 아하드가 미소를 따라가서 카트리나와 에일리의 신변을 지킬 수 있도록. 이상."
"충."
말을 끝으로 아르센이 밖으로 나갔다.
* * *
붉은사냥개 폐루의 거처.
"후작님."
벨렌시아가 막사 안으로 빠르게 들어왔다.
"제론 왕국에게서 온 서신입니다."
폐루가 직접 일어나 서신을 받아 연다.
─친애하고 존경하는 폐루 후작각하.
평소 후작각하를 흠모해온 제론 왕국의 백작 파이예른이라 하옵니다.
이제 곧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성큼 다가오는데 몸은 따뜻하게 잘 보살피고 계시는지요.
다름이 아니오라, 제론 왕국의 병력 3만을 지원해드렸습니다.
헌데, 제론왕국의 병사들만 선봉에 세우고 후작님의 본 병력은 후방에 있다 들었습니다.
이에 조금은 섭섭한 감정이 드는 가을입니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에 제론왕국과 후작각하의 정을 깰 수는 없는 일.
저희쪽에서 2만의 병력을 더 지원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이번엔 본병력과 같이 합세하여 혼란스러운 천하를 안정되게 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몸 조심하시고 이만 줄이겠습니다.
이상, 파이예른 백작이었습니다.
폐루가 서신을 보더니 벨렌시아를 바라본다.
"이거 읽었냐?"
"그렇습니다. 혹여 독이라도 있을가 미리 검사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아느냐."
"아무래도……, 지원병력을 더 준다는 소리 아니겠습니까."
"갑자기 왜?"
"네?"
벨렌시아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제 곧 겨울이다. 겨울은 추위 때문에 굶고 얼어죽기 딱좋아, 전쟁하기 좋은 날씨가 아니다. 그래서 급하게 병력을 북진해 점령을 서둘렀건만 더 지원해준다니……. 무슨 속셈이라도 있는건가……."
폐루가 눈을 감았다가 뜬다.
"그렇군. 이 병력들은 전부 오합지졸이다. 정규군은 따로 있어. 그 새끼들은 나를 이용해 이곳을 먹을 생각이야."
"그게 무슨……."
"잘 들어라. 여기에 분명 내 병력과 합세해 싸우라 했다. 그 말인즉슨 내 본진을 비우라 이거지. 순 어거지 아니냐. 허어……, 그렇다고 병력을 물릴 수도 없고. 벨렌시아 지원 병력은 언제쯤 온다더냐."
"앞으로 3일 뒤면 도착할 것입니다."
"그리 빨리?"
"이 서신보다 빨리 출발한 듯 합니다."
폐루가 피식 웃었다.
"내가 팽당할 사람으로 보였던 것이냐, 제론왕국. 결국 너희들도 내 지배아래 놓이게 될 것이야. 좋다. 어제 야간기습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고 전열을 정비한다. 그리고 내 성에 있는 병력들도 불러라."
"네? 그 병력들은……."
"어차피 쓸 생각없어. 형식상 부르는 것뿐."
"충."
벨렌시아가 밖으로 나가고 폐루만이 남았다.
"날 너무 어리석게 보았군."
폐루가 밖으로 나가 취사병들에게 다가간다.
"오늘 야간기습으로 많이 피곤할 것이다. 고기를 풀어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켜라."
"넵!"
"넷!"
병사들이 움직인다.
폐루가 성벽을 본다.
"천하는 내 손안에 들어올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 * *
저벅 저벅.
아르센이 에릭센과 함께 중앙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중앙 회의실은 멀리서도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웅성 웅성.
아르센이 커다란 문 앞에 섰다.
하녀들이 문을 열으려 문고리를 잡았다.
"손 놓아라."
아르센의 말에 하녀들이 멈춘다.
"내 손으로 직접 열고 들어간다."
거대한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는 힘껏 밀었다.
관리와 기름칠을 제법 했는지 부드럽게 열린다.
철컹.
문이 양쪽으로 열리며 회의실 안이 보였다.
점차 드러나는 용병들의 모습과 귀족들.
그리고 그 상석에 앉아있는 근엄한 표정의 다리우스.
다리우스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고 그의 눈에 이채가 뜬다.
모두 그에게 신경도 안썼다.
비록 좋은 실력으로 공을 세웠지만 다들 그 정도의 힘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터벅 터벅.
테이블의 가장 끝자리에 섰다.
테이블의 위에는 맛스런 음식들이 즐비하게 늘었고 그 달콤한 냄새가 코를 유혹한다.
뒤에 있는 에릭센이 침을 삼켰다.
꿀꺽.
아르센이 다리우스를 본다.
다리우스 역시 아르센을 봤다.
"다리우스 공작."
가장 먼저 입을 뗀건 아르센이다.
다리우스가 턱을 괸 손을 내리며 자세를 잡았다.
"무엇이오, 공을 세운 자유기사여."
"우리는 조만간 이곳을 나갈 것이오."
"오?"
모두 집중한다.
한창 전쟁중에 이곳을 나간다니.
그것은 겁쟁이를 스스로 자청하는 것이다.
"공은 충분히 세웠다 생각하오. 그러니 나갈 것이오. 그리고 공을 세웠으니 만큼 부탁이 있소."
"무엇이오. 왠만한건 들어드리리다."
"처음에 말했듯 황녀님의 행방을 알고 싶소."
"……좋소. 부탁 들어드리리다. 허나, 마법사의 허락을 받으려면 하루는 있어야 할 것이오. 내 오늘 가서 어딨는지 알아오겠소."
아르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구려. 실력자가 나간다니."
다리우스의 말에 아르센이 고개를 젓는다.
"내가 실력자라니 비웃겠군."
이미 용병들은 대부분이 비웃고 있었다.
겨우 그 정도의 실력에 감탄하고 칭찬하다니 다리우스의 그릇도 작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호오? 그럼 겁쟁이에 약자란 말이오?"
"……."
아르센이 어깨를 으쓱하며 뒤로 돌아 나갔다.
에릭센이 재빨리 바로 앞에 놓여있는 닭다리를 들어 입에 물고 따라간다.
에릭센의 우스꽝스런 모습에 비웃음은 더욱 커졌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우선 늦었지만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요ㅎㅎ
제가 좀 바빴습니다ㅠㅠ
맨날 늦을때마다 이런 핑계지만서두ㅎㅎㅎ
자격증셤때매...ㅠㅠ
돌아오는 일요일이 셤인데ㅋㅋㅋ
그래도 쓰는게 조금은 예의인듯해서요ㅎㅎ
걱정마세요. 연재 중지는 없어요! 절대!
답글은 다음화부터...ㅎㅎㅎ 변기똥물님 감사합니다ㅎㅎ 기다려주신다니 감사할따름입니다.
PS :: 기사단원모으기와 공주찾기가 너무 느리다는 분들이 계시는데 진행을 더 빨리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힌트를 드리자면 다음 챕터나 다다음챕터내로 기사단원 전부 모입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