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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편 - 예언의 탑.
다리우스가 침울한 표정으로 정면을 본다.
3천이란 구원 병력이 사라졌다.
"……."
아무리 만 칠천대 삼만.
성이 있다하지만 숫자의 차이가 제법 컸다.
"공작님. 일단 선공을 치는것이 어떻습니까."
"선공?"
귀족 하나가 말하자 다리우스가 귀를 쫑긋 세운다.
"헌데, 나설 자가 없소. 나의 무력은 일천하여 차마 나설 수 없소. 그대들 중에 나서려는 자가
있소?"
다들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수성을 해야겠소. 어차피 농성전을 위한 준비는 오래전 끝낸 터. 이제 곧 겨울이 올거요. 그렇
다면 저들은 당연히 물러나겠지."
다리우스가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성을 치려면 성안의 병력보다 세 배정도 많은 병력으로 공격해야하는게 정설이오. 만칠천대 삼
만. 게다가 이곳은 천혜의 요새. 공격한다는 것은 짚을 메고 불로 뛰어드는 일."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북방의 다리우스.
그가 괜히 명성이 높은 것이 아니었다.
비록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그것도 매섭게 쳐들어 왔지만 그가 생각했던 것 중 하나다.
"저들은 아마 마법으로 뚫으려 하겠지. 마법사 분들보고 디스펠 마법을 준비하라 이르오."
"알겠소."
"또한 귀족분들은 각자의 사병들을 데리고 언제든 전투에 가담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시오."
귀족들이 물러난다.
"부관!"
"넷!"
부관이 병사 여섯과 함께 달려왔다.
"성벽 위에 화재 위험이 있는것은 치워라! 또한 성벽 밑에 화살과 무기들을 충분히 구비해놓고!
투석기를 꺼내라."
"충!"
부관이 명령을 따르러 달려내려갔다.
"병사들은 동요하지마라! 저들은 그저 숫자만 많은 오합지졸일 뿐!"
비록 이것이 커다란 사기진작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흔들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리우스가 다시 적들을 지켜보다가 내려간다.
부관이 달려왔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다리우스가 둘러본다.
드르륵. 드르륵.
투석기가 끌려나오고 병사들이 화살통을 등에 맨체 성벽 밑에 쌓는다.
"부관, 성주민들에게 알려 동요치 않도록 해라. 공포만큼 전염이 빠르고 강한것도 없다."
"충."
다시 병사들에게 달려간다.
부우우우우~!
그때 성벽 밖에서 뿔피리 소리가 들린다.
내려오던 다리우스가 다시 뛰어 올라갔다.
척척척척척.
3만의 군세가 하나가 된 듯 오와열을 맞춰 진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명령을 내리는 폐루가 있었다.
"저 새끼……."
다리우스가 성벽 위를 본다.
병사들 전부가 자신을 쳐다본다.
"훈련받은 대로 하라! 모두 화살을 재라! 내가 신호를 내리면 쏜다!"
"충!"
병사들의 얼굴이 한결 편해졌다.
지휘관의 존재와 부재는 전투에 임하는 자세에 드러난다.
"3만으로 우리를 친다니 어림도 없는 일! 역사를 살펴봐도 휘젠가르트는 천혜의 요새였다! 걱정
마라! 이곳은 아무도 넘지 못한다! 오히려 저들을 보라! 불나방과도 같지 않은가?!"
어느덧 병사들의 입가에 미소가 맺힌다.
어느 때보다 그들의 가슴에 자신감이 차있었다.
"아직 쏘지마라."
부관이 깃발을 든다.
"신호를 내리면 내려라. 그러면 화살을 일제히 쏘는거야."
다리우스 역시 활을 가져와 화살을 쟀다.
척척척척!
폐루가 분주히 움직이는 성벽을 본다.
"바쁘구만. 준비하라."
"충."
"충."
뒤에서 로브를 입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 나왔다.
"후작님. 저희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좋다. 내일 모레. 성안에서 보도록 하지."
"넷."
크론다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그리고 병력 오백을 데리고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것이 무슨 임무를 받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돌격하라."
부관이 기수와 고수에게 명령을 내렸다.
둥둥둥둥둥!
펄럭! 펄럭!
북이 빠르게 두드려졌다.
우와아아아아─!
돌격이 시작된다.
중간중간 사다리를 든 병사들이 겁먹은채 눈을 꼭 감고 달렸다.
"좀 더 좀 더……."
다리우스가 지켜본다.
그리고…….
"됐다! 쏴라!"
다리우스의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동시에 깃발이 내려지고 수 천개의 화살이 하늘을 메운다.
슈슈슈슉!
언덕을 달려오던 병사들이 멍하니 하늘을 본다.
폐루가 외쳤다.
"지금이다!"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운다.
"마나가 주도하는 질서, 그것을 거스르리라. 리버스 그래비티(Reverse Gravity)."
"리버스 그래비티!"
"리버스 그래비티!"
주문을 다 외우고 외치자 각각의 스태프에 박힌 마나석이 진동하며 강한 빛을 발산한다.
후와아앙!
허공이 진동하는 듯 하더니 빠른 속도로 쏘아지던 화살들이 멈춘다.
우뚝.
수 천 개의 화살이 하늘에 멈춘 상황.
뒤 이어 쏘아진 화살 역시 허공에 멈춘다.
병사들이 놀란 가슴을 추스리며 사다리와 갈고리 각자의 무기를 들고 올라간다.
부관들이 외쳤다.
"사수들은 자리를 잡아라!"
방패병들이 앞에 임시 바리게이트를 치고 그 뒤에 궁수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다른 이들은 계속 달려간다.
턱. 터턱.
사다리가 성의 끝에 걸쳐진다.
훙훙.
쇄액!
철컥!
갈고리 역시 성벽에 걸쳐졌다.
성벽위 병사들은 모두 정신이 나간상태.
"어, 어떻게!"
붉은사냥개 쪽 병사들이 다시 마법을 외운다.
"푸른 바람이 불어와 모든것을 휩쓰르리라! 스톰(Storm)."
"스톰!"
"스톰!"
병사들의 머리 위로 돌풍이 불더니 허공에 떠 있던 화살들을 피해범위 밖으로 불어냈다.
다리우스 역시 정신이 없기는 매한가지.
"이, 이런!"
허나, 자신조차 얼 빠진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그 짧은사이 병력들이 사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슈슈슉!
퍼퍼퍽!
그리고 밑에서 응사를 하는 사수들의 화살이 성벽위 자신의 아군을 공격한다.
"침착하라! 화살을 계속 퍼부어라! 나머지 병사들은 사다리를 떨구어라! 갈고리를 끊어!"
처음 보는 전쟁마법에 모두 정신을 놓았으나 이내 곧 다잡고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슈슈슈슉!
다시 수 천개의 화살이 허공에 뜬다.
채챙!
제일 먼저 올라온 병사의 검이 성벽 위 병사의 검과 부딪힌다.
푸욱!
옆에 있던 병사가 창으로 찔러 쓰러뜨린다.
기우뚱.
옆 사다리에 아직 병사가 올라오기 전에 창대로 밀어 넘어뜨렸다.
"으아아악!"
사다리에 병사들이 전부 올라서면 무게 때문에 밀어도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쏴라! 죽여라!"
다리우스가 목청 높여 외쳤다.
총 5만의 전투.
그것은 거대했다.
하늘에서 보면 그것은 개미떼가 합쳐진것과 같았다.
"다리우스 공작님! 투석기 발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좋다! 투석하라!"
"충!"
부관이 성벽 위에서 검을 뽑아 흔든다.
"쏘아라!"
투석기에 붙어있던 병사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투석기 끝에 연결된 밧줄을 도로 끊었다.
퉁.
후웅.
마치 망치를 휘두르는 듯한 모습.
쇄애애액.
쏘아진 거대한 바위가 곧 하나 둘 늘어나 수십, 수백으로 늘어난다.
뒤에서 올라오던 병사들이 놀라 쳐다본다.
쿠왕!
쿵! 쾅!
바위가 떨어진다.
"으아아! 비켜! 시발! 비켜! 바위가 일로, 일로!"
콰앙!
눈물을 보이며 소리친다. 허나 눈 앞에 떨어진 바위.
겨우 한 발자국이었다.
자신의 친구가, 전우가 바위에 으스러져 죽어있었다.
"으아……."
병사가 쓰러졌다.
털썩.
오금을 지린다.
턱.
그때 누가 다가와 목덜미를 잡는다.
"일어나! 병신새끼야! 달려라! 달려가 죽여라! 너의 친구를 죽인자를 죽여! 죽이란 말이다!"
부관이다.
부관이 그의 귓가에 소리친다.
병사의 눈에 광기가 맺혔다.
"으아아아! 이 시발 새끼들!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
병사가 검을 든채 미친듯 달려 올라간다.
"전부 잘 들어라! 여기서 너희들이 물러갈 곳은 없다! 죽여라! 미쳐라! 미쳐야 죽인다! 이곳은
지옥이야! 시발새끼들아! 움직여! 개새끼들아!"
부관이 검을 들고 지휘한다.
곳곳에서 악에 바친 비명과 명령을 한다.
푸푸푹!
달리던 병사의 머리에 화살이 꽂혔다.
달리던 그대로 쓰러진다.
그 자리를 다른 병사가 채운다.
"쏴라! 막아라! 올라오지만 못하게 해라!"
허공에 수 놓은 바위와 화살들.
우우웅.
그때였다.
"추위에 시달리는 그대들이여 마법의 불길에 의지해 끝 없이 타올라라. 파이어 볼(Fire Ball)."
"파이어 볼!"
"파이어 볼!"
마법사들이 스펠을 전부 외웠는지 허공에 수 많은 화염구가 떠있었다.
다리우스가 그것을 보고는 뒤를 돌아 외친다.
"우리 마법사들은 어딨나!"
부관이 외친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공작님!"
다리우스가 그의 뒤를 봤다.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화르륵.
화염구가 무서운 소리와 열을 내며 날아온다.
"억지로 뭉친 마나여, 세계가 정한 질서를 거스르지 말아라. 디스펠(Dispell)."
날아오던 수십 개의 화염구의 대부분이 사라졌다.
퍼펑!
허나 몇개는 살아서 그대로 성벽 위를 덮쳤다.
화르르륵.
불 붙은 병사들이 괴성을 지르며 성벽 밑으로 떨어졌다.
"끄아아악!"
떨어지며 사다리에 불이 옮겨 붙아 사다리 하나 전체가 불에 타오르더니 이내 곧 바스라진다.
쿠쿵!
사다리가 무너지며 옆에서 갈고리를 타고 올라가던 이들 역시 불에 같이 태웠다.
아수라장이 따로없었다.
쿠웅!
그때 어디서 가져왔는지 커다랗고 끝이 뾰족한 통나무를 가져와 성문을 두드린다.
쿠웅! 쿠웅!
다리우스가 명령했다.
"성문쪽에 집중 사격하라!"
궁수들이 곧 성문을 향해 집중했다.
통나무를 들고 있던 이들 전부 화살에 꽂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 땅을 모두 다 얼려 버리리. 아이스 필드(Ice field)."
"아이스 필드."
"아이스 필드."
성 안에 있던 마법사들도 반격에 나섰다.
콰지지직.
저저적.
성벽 앞에 있던 땅이 살얼음이 얼기 시작하더니 곧 얼음이 덮힌 땅으로 변했다.
전부 얼리진 못했지만 이것으로 충분했다.
게다가 앞이 논이니만큼 물이 있어 더욱 효과는 컸다.
미끌.
병사들이 도미노 처럼 미끄러져 자기네들끼리 부딪히고 병장기에 박혀 죽어나간다.
논에 있던 물들은 곧 피로 물들었으며 아직 베지 못한 몇 개의 논의 농작물들이 벌겋게 물들었다
.
채채챙!
쾅!
서걱!
서늘한 소리가 귓가를 울리고 파공성이 미친듯이 사방의 공기를 채웠다.
피 비린내가 사방에 진동했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첫 전투. 전투신 어렵네요ㅠㅠ
페르모르그님 2연참!
천재호떡님 ㅋㅋㅋ반전보솤ㅋㅋㅋㅋㅋㅋㅋㅋ
dslekrsi님 ㅋㅋㅋㅋㅋㅋ감사합니다^^
붉은사냥개님 이제 본격적인 전투입니다ㅎㅎㅎ 님이 어느덧 주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