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깃발 아래서-64화 (64/173)

0064 / 0173 ----------------------------------------------

제 17편 - 기사의 죽음 그리고 명예.

병사들을 이끌고 내성으로 후퇴하면서도 뒤를 신경쓴다.

와아아아─!

수 많은 병력이 파도와 같이 계속해서 밀려들어온다.

"아무래도 오늘 이곳이 내 무덤인가 보군."

내성문이 활짝 열려있다.

"안으로 들어가 방어준비를 하라!"

이제는 텅텅 비어버린 민가들이 방파제 역활을 해줄것이다.

함성소리에 병사들의 기가 눌린다.

"모두 정신차려라! 한 명이라도 더 죽여라! 그래야만이 우리 가족들을 지키는 길이다!"

성벽위를 둘러본다.

병사 수는 대략 삼백. 밑에 기사 백여명.

"……."

무너진 성벽으로 계속해서 붉은사냥개의 병사들이 몰려온다.

"화살을 재라."

병사들이 활에 화살을 잰다.

앞에 골목골목마다 병사들이 가득차 대충 쏴도 명중이다.

"쏴라!"

쇄애애액!

화살들이 병사들에게 날라가 박혔다.

반대편에서 보고 있던 붉은사냥개 폐루가 명령했다.

"단숨에 덮쳐라. 어차피 미미한 피해밖에 주지 못한다."

"충!"

"충!"

부관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사다리를 걸쳐라! 사수들은 자리를 잡고 응사하라!"

사다리가 내성이 걸쳐지고 궁수들이 곳곳에서 대응사격을 한다.

슈슈슉!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 역시 화살에 막고 하나둘 쓰러져 갔다.

드로이드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병사 하나를 벤다.

서걱!

쇄액.

벰과 동시에 옆으로 화살하나가 스쳐지나간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낀다.

"젠장. 이곳도 금방이군."

외성보다 내성이 좀 더 빨리 잠식되어갔다.

뒤를 본다.

"나의 집. 나의 성."

안에는 거대한 집이 있다.

대부분이 연무장이지만 그 크기는 방대했고, 단순했다.

"후우! 부관, 정말 잘싸워줬네."

"아닙니다."

옆에서 전투때마다 항상 자신을 보필하던 부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한 번만 더 힘써주게. 난 밑으로 내려가 마지막 전투를 하겠네."

"충. 믿겨만 주십시오. 다시 태어나도 이 가문에 태어나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말만이라도 고맙군."

"충."

드로이드가 밑으로 내려간다.

"기사들을 대열을 갖춰라!"

성벽을 빨리 내려온 드로이드가 말에 올라타고 기사들과 함께 오와열을 맞춘다.

쿵! 쿵!

언제 가져왔는지 커다란 나무에 의해 성문이 두들겨진다.

성벽 위는 부관이 병사들을 독려하며 전투를 하지만 대부분이 쓰러져간다.

"모두 들어라!"

기사들이 드로이드를 주목한다.

"오늘 우리는 여기서 죽을 것이다."

모두 짐작이나 한듯 고요했다.

"우리가 태어난 곳. 우리가 뛰놀던 곳. 우리가 숨쉬던 곳. 우리가 자란 곳. 우리가 결혼한 곳.

우리가 훈련한 곳. 우리가! 우리가! 있던 곳! 우리의 고향!"

모두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우리의 무덤! 오늘 이곳이! 우리의 천국이다! 기사로써! 싸우다 죽는 것이 최고의

명예가 아니겠는가!"

"후!"

"후!"

"후!"

기사들이 창대를 가슴팍에 부딪힌다.

텅! 텅! 텅!

드로이드 역시 가슴팍에 창대를 부딪혀 응한다.

찌그러진 투구와 갑옷과 피가 흐르는 몸.

허나 상쾌했다. 마치, 하루종일 자다가 일어난 듯한 그런 느낌.

쿵! 쿵!

성문이 거의 뚫릴 듯 찌그러졌고 성벽 위도 거의 함락이 완료되어 적병들이 하나둘 내려온다.

"대지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그리고……, 성벽 위 부관의 마지막 목소리와 함께 내성은 함락됬다.

쿠왕!

동시에 성문이 뚫렸다.

드로이드가 말했다.

"대지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대지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복창한다.

드로이드가 말을 돌려 정면을 본다.

뚫린 성벽으로 병사들이 몰려온다.

"돌격! 앞으로!"

"충!"

"충!"

드로이드가 가장 선봉에 섰다.

가장 선두에서 달려오던 병사의 목을 단번에 베어넘기고는 곡예와 같은 기술로 왼쪽 말 옆구리에

매달려 저 멀리 날라오는 창대를 피하고 땅을 훑듯 병사 둘의 발을 벤다.

서거걱!

병사들이 쓰러진다.

말이 앞발을 들어 앞에 있는 병사의 어깨를 짖눌렀다.

옆으로 달려오는 병사를 찔러 쓰러뜨린다.

말의 무게를 못버티는 병사가 그대로 쓰러졌다.

콰직.

갑옷과 함께 병사가 으깨져 죽었다.

"흐랴! 블로우(Blow)!"

드로이드의 검에 마나가 모여 작은 오러를 형성했다.

최소한의 마나로 최대한의 피해를 준다.

서걱!

훙!

선두.

"죽어랏!"

병사 하나가 점프 뛰어 길다란 창으로 찔러 들어온다.

스릉! 서걱!

오른손에는 창을 낀채, 왼손으로 검을 뽑아 창대를 베고 동시에 퉁기듯 벤다.

목이 잘리며 몸과 함께 날라간다.

푸확!

피가 사방으로 튄다.

투구에 피가맺히고 흐른다.

콰직.

성벽을 뚫은 나무를 밟고 성벽 밖으로 나선다.

눈 앞에 병사들이 자신을 노리고 달려온다.

"드로이드를 죽인자! 금 백냥을 지급하고 2계급 특진을 시키겠다! 가서 베어라! 죽여라! 기사의

긍지를 없애라!"

익숙한 목소리.

드로이드가 정면을 본다.

백마를 탄채 그 위용을 한 껏 뽐내고 있는 자.

"폐루……."

이빨을 꽉 깨문다.

"오냐! 오거라! 와라! 금 백냥짜리에게 덤벼라! 모조리 죽여주마."

그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과거 배이제 제국시절, 제국 기사단에 속해있어 같이 동부전선을 맡았던 시절.

젊은시절의 기억이라 흐릿도 할만한데 너무도 또렷하게 잘 보인다.

"으르르……."

그때도 붉은사냥개라고 불렸었다.

그가 아무리 상처가나고 뼈가 부러져도 상대방의 목을 물어 죽여야만 성질이 풀리는 그.

사방에서 동시에 수십명이 덮친다.

"우라아아아! 오러……, 블레이드."

창과 검을 동시에 양쪽으로 휘둘렀고 마치 바람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수십명을 베고 넘어간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대지의 기사단이 채웠고 학살을 해나갔다.

"오냐! 드로이드! 그렇게 강하더냐!"

"이노옴! 폐루! 직접 내려와 나와 붙어보자!"

"훗. 웃기는 소리. 나는 지휘관이다. 지금의 너와는 급이 틀리다."

"좋다! 내가 직접 글로 가겠노라!"

드로이드의 검에 오러가 더욱 강력하게 맺힌다.

"대지의 기사단은 나를 따르라!"

"충!"

"충!"

수십의 병사들을 향해 오러를 줄기줄기 뿜으며 전진했다.

병사가 마치 추풍낙엽마냥 쓰러진다.

깡!

허나 기사들도 무적이 아닌 이상 지치기 마련.

병사들에게 에워쌓인 기사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두두두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천의 포위망을 뚫고 전진했다.

폐루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쳐다본다.

"하앗!"

달리는 말 안장 위에 올라타더니 점프 뛴다.

"베이큠 크랙(vacuum crack)!"

창을 빠른 속도로 던진다.

빈 허공이 진동하더니 유리창이 깨지듯 허공이 깨진다.

차차차창!

마치 유리창이 깨지며 창이 전진하는 듯한 모습에 폐루가 움찔한다.

드로이드가 오른손으로 검을 집으며 땅을 다시 한 번 박차고 온다.

"실드(shield)."

우윳빛의 방호막이 쳐진다.

콰직.

창이 실드를 뚫고 들어온다.

뒤에서 마법사가 피를 토한다.

"마법사 나부랭이로는 막을 수 없을 것이야. 윈드 스톰(Wind Storm)."

폐루가 날라오는 창을 그대로 잡았다.

순간 손이 부풀어 오르더니 갈기갈기 찢겨 넝마로 변했다.

허나 창은 그대로 멈췄다.

우우웅.

폐루가 밑을 본다.

밑에서는 검에 토네이도와 같은 오러가 뿜어져 나오며 그를 향해 전진했다.

"어리석기는……. 나의 오랜 벗이여."

자신에게 던진 창을 버리고는 검을 뽑았다.

순식간에 오러가 맺힌다.

그리고…….

너무나도 깔끔히 검모양의 오러가 덧씌어져 하나의 검이 완성됐다.

쾅!

드로이드의 검과 폐루의 검이 부딪혔고 커다란 먼지가 흩날린다.

옆에 있던 기수와 부관, 마법사들이 강한 충격에 퉁겨졌다.

그리고 먼지 사이로 드로이드가 퉁겨져나온다.

"주, 주군!"

밑에 있던 기사단원들이 황급히 드로이드에게 달려갔다.

"쿨럭! 폐루……."

검은 부러진지 오래였고, 투구는 반으로 쪼개져 땅으로 떨어졌다.

텅그렁.

드로이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폐루를본다.

흙먼지가 사라지고 폐루가 옷은 찢겨졌지만 피부는 그대로인 모습으로 내려다본다.

"언제……."

"드로이드. 이미 내 실력은 너를 뛰어넘었다."

드로이드가 피식 웃는다.

"축하한다, 폐루.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구나."

그의 말에 주변에 있던 기사단원들이 동요했다.

"주, 주군. 그 말씀은……."

모두 폐루를 본다.

"소드 마스터라……. 허허. 내 친구가 소드 마스터라……. 경사났구만……."

"……드로이드. 이제 포기하고 항복하는게 어떤가."

"……후후후……."

드로이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말위에 올라탔다.

"이보게 어리석은 친구야. 만약 자네가 지금 상황이면 어떻게 하겠는가……."

"……나의 친구이자 곧은 기사여. 명예를 다하게 해주마. 병사들을 물려라."

부관에게 명하자 깃발을 흔들고 북을 친다.

그러자 병사들이 물러났다.

"나와라."

"충."

"충."

폐루 뒤에 붉은색 갑주를 입은 자들이 나타났다.

드로이드가 자신의 기사들을 봤다.

처음 백여명의 기사들이 이제는 채 스무명도 남지 않았다.

"하하……."

"주군. 저희는 죽음에 미련따위 없습니다. 주군과 함께하겠습니다."

"그래……. 그러자! 오늘 기사의 명예는 가슴에 품고 죽으리라."

"충."

폐루가 검을 집어넣고 명한다.

"죽여라."

붉은색 갑주를 입은 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달려온다.

두두두두.

드로이드가 새로운 검을 기사에게 받고는 자세를 잡았다.

"대지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함께하기를."

"……함께하기를."

다들 목이 메는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럇!"

기사단들도 앞으로 내달린다.

두두두두.

그리고 두 개의 기사단이 부딪힌다.

콰앙!

커다란 굉음을 내었고 상황은 판이하게 달랐다.

기사단 전원이 뒤로 날라갔다.

드로이드만이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켰다.

기사들은 강한 충격에 그 자리에서 즉사한것이다.

"쿨럭."

피가 한 웅큼 나온다.

저 멀리 자신이 찌른 적 기사가 보인다.

그는 죽었는지 말 위에 고정된채 움직임이 없다.

온 세상이 느리게 돌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어린 시절과 세상을 호령하던 배이제 제국의 기사단 시절.

결혼과 함께 베이제 제국의 몰락.

그리고 지금.

푸욱.

수 십개의 창이 그의 몸뚱아리에 박힌다.

고통 따윈 없었다.

다만…….

폐루가 다가온다.

다그닥 다그닥.

폐루가 드로이드의 눈을 찢겨진 손으로 감겨준다.

"잘 가게. 나의 오랜 친구여."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이럇 이럇. 2연참!

레샤드님 알겠슴돠! 좀만 기다리시면 넣어들겠습니다ㅎㅎ

BellnesiaS2님 컴터로 보시면 데이터 걱정따위!!ㅎㅎ

흑마령님 연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