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깃발 아래서-46화 (46/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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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편 - 매일 찾아오는 기사.

빈폴 성까지 가는 길은 너무도 한가로웠다.

아무리 전국적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전투가 일어나는 지역이지만 아직 공권력과 힘이 살아있는 지역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도, 인원도 부족.

결국 과포화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런 음성적인 부분도 있지만 겉으로는 너무도 평화롭고 강하기 그지 없는 곳.

당연 그길로 향하는 산길과 들길에 산적과 마적이 있을리 만무했다.

다그닥, 다그닥.

에일리가 아르센의 가슴팍에 기댄체 나른한 오후햇살을 만끽하며 졸고 있었다.

시선을 위로 올려보면 아르센 역시 눈을 반쯤 감은채 햇살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게임을 너무 잘 만들었어. 이런 느낌까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에릭센은 두건을 쓰고 있어 자고 있는건지 아니면 말이 없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카트리나는 처음에 크리프의 뒤에 탔었지만 장거리 여행이기에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 어떡하지.'

크리프는 가만히 있는 카트리나의 볼이 발그레 해진다.

'심장소리가 너무 커.'

카트리나는 일부러 기대지 않고 앞으로 몸을 숙여 몇 센치지만 거리를 둔다.

자신의 두근거리는 소리가 크리프에게 들릴까봐서다.

그런거와는 상관없이 크리프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휴식에 나른한 표정을 여과없이 나타냈다.

카트리나가 슬쩍 그를 본다.

"……."

말 없이 쳐다만 보는데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왜 이런담…….'

어처구니 없는 모습에 자신이 어이가 없었다.

요 며칠새 괜히 그와 이야기 하고 싶고 그만 보고 싶고 그만 보면 두근거린다.

게다가 막상 이야기를 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어떤 말을 해야 안어색할지 하루종일 그 생각에 빠졌다.

지난 이십여년간 시체는 커녕 자신의 피 조차 본적 없었다.

헌데, 요 일주일 사이에 시체는 부지기수요 피는 내를 이룰정도로 자주 봤다.

그리고 그 위험한 일가운데에서 그는 자신을 지켜준 호위기사다.

그녀가 아무리 귀족이라 한들 꿈 많은 소녀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녀가 읽은 소설과 시들은 기사와 귀족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당연, 그녀도 어느새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듯해 뭔가 멜랑꼴리했다.

다그닥, 다그닥.

앞에서 부는 바람도 선선하니 정말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정처없이 길따라 걷고 있을때에 점차 주위가 산만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산적이 숨어있는것도.

몬스터가 웅크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아르센이 눈을 뜬다.

앞에는 아직도 언덕이 몇개인지 잘 뵈이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예, 사람들의 소리군요."

모두 뒤를 본다.

저 멀리서 상인들의 행렬이 보인다.

그 선두에는 말을 탄 용병이 호위를 한채 오고 있었고 언덕 뒤로 서서히 상인들의 수레 행렬들이 보인다.

제법 빠른 속도의 행렬과 느긋하게 가고 있는 일행.

곧 하나의 언덕을 건넜을때 상인들은 그들을 따라잡았다.

가장 선두에 있던 용병.

'모두 로브를 쓰고 있군. 괜한 시비는 걸지 않는게 좋다. 괜히 건들여봐야 좋을거 없어.'

용병이 왼쪽 주먹을 들었다가 두 손가락을 핀 후 앞으로 꺾는다.

속도는 그대로였다.

아르센과 크리프, 에릭센이 갓길로 벗어나 준다.

행렬은 제법 길이 마차가 십여대나 되었고 용병들도 수십이었다.

일꾼들과 용병들 상인들이 세 마리 말에 둘씩 타고있는 모습에 신기한듯 쳐다본다.

삼십여분이 지나자 상인들은 전부 그들을 지나쳤다.

"음……."

아르센이 상인을 따라 앞으로 눈길을 주었을때에 저 앞에 나타난 성.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성이었다.

멀리던진 시선을 가까이 당겨 언덕 옆에 나있는 작은 비석을 본다.

─Beenpole Castle.

일행이 정면을 본다.

상인들은 길을 따라 얕은 먼지를 내며 내려가고 있고 정면에 있는 작은 성.

"빈폴 성이군."

"그렇습니다."

이제는 잠에서 깬 일행이 상인들의 뒷꽁무니를 쫓아 따라갔다.

*              *             *

빈폴 성.

이곳에는 제법 유명한 젊은이가 한 명있다.

벌써 4주. 한 달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자작의 성에 찾아가는 것.

그 이유또한 재밌었다.

자작의 딸이 아닌 그 집안의 하녀를 위해 찾아가는 것.

여관의 주인은 그때를 회상했다.

그러더니 베시시 웃는다.

"어맛, 부끄러. 헤헤, 이유가 자신을 도와준 그녀를 갖고 싶답니다. 이 얼마나 낭만적입니까요."

일행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본다.

자신들은 분명 짐을 풀고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내려와 자리를 잡았건만…….

여관주인은 제법 젊었지만 말이 많았다.

"그냥 간다면 자신을 도와준 것에 대한 배신이라나 뭐라나. 생긴것도 잘생기고 젊었다는데. 헤헤."

"헤헤, 다 했으면 가세요, 배고프니깐."

에릭센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여관 주인이 머쓱하게 웃으며 물러났다.

"뭘 매몰차게 쫓아내냐."

크리프가 앞에 놓인 스튜를 한 수저 떠먹으며 말했다.

옆에 있던 카트리나는 괜히 그 기사에 크리프를 하녀에 자신을 놓아본다.

곧 얼굴이 벌게졌다.

"먹고 검이랑 전부 준비해라. 그리고 크리프."

"넷."

크리프가 쳐다본다.

"아직도 풀 플레이트 메일은 착용이 안되는가."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퀘스트 제한이 전부 끝나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직도 육십여일이나 남았단 말인가."

"지금도 기사단을 위협할만한 단체도 인물도 없습니다."

아르센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저를 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일행을 살핀다.

크리프와 에릭센은 평소와 똑같았다.

그리고 에일리와 카트리나도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피로가 제법 쌓인듯 하군. 여기서 3일간 쉬었다가 올라간다."

아르센의 말.

크리프와 에릭센이 그녀들을 한 번 슥 보더니 동의한다.

말은 안했어도 그들도 느꼈으리라.

비록 지금은 티가 안나지만 여린 소녀들이다.

여기서 더 움직인다면 분명 골병이 들것이다.

"왜요? 이제 며칠만 더 가면 휘젠가르트잖아요."

에일리의 물음.

아르센의 말에 동의한 둘에게 하는 물음이다.

답은 아르센에게서 나왔다.

"원래 마지막 여정 전에는 며칠간 여독을 풀고 완벽한 상태에서 움직여야 한다."

에일리가 수저를 입에 문채 고개를 갸웃한다.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을 살짝 머금는 아르센이다.

*            *              *

내성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척척척.

비록 비싼 갑옷이 아닌 동네 대장간에서 산듯한 투박한 갑옷.

찌그러진 곳도 보인다.

허나 그가 등장하자 여자들 모두 얼굴이 발그레 해지며 쳐다본다.

그렇다고 남자들이 질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어린 소년의 끈기와 용기, 그리고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투구를 옆에 끼고 등장하는 소년.

겨우 16~18살 정도로 보였다.

"또 왔는가."

집사가 자작의 거처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기사로써 드로이드 경께 검투를 신청합니다. 받아주십시오."

장갑을 빼내 집사에게 건넨다.

집사는 정중히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자작입장에서는 자신에게 검투를 신청하는 것에 굉장히 불쾌함을 느꼈다.

그럼에도 기사의 결투라는 것은 거절하는 순간 겁쟁이로 몰려버리기에 거절할 수도 없었다.

신청한 이가 젊은 기사임에야…….

게다가 호기심도 동했다.

그렇게 한 달이다.

척척.

문이 열리며 미리 준비한듯한 이가 등장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소년이 등장할때와 마찬가지로 환호했다.

"내 장갑은 여기있네."

빈폴 드로이드 자작이 자신의 장갑을 꺼내 집사에게 건넨다.

집사가 장갑을 받아들었다.

"오늘 검투는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광장에서 할 것입니다."

집사의 말에 잠시의 침묵이 있었다.

"우와아아아!!"

"와아아아~!!"

"빈폴 자작님 만세~!"

"어린 소년 힘내라!"

드로이드 자작은 멍청이가 아니었다.

기사임과 동시에 귀족이자 정치가였다.

처음은 호기심과 아니꼬움이 있었지만 이게 유명세를 타자 소년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득이 되었다.

소년은 소년대로 사랑과 용기를 가진 패기있는 소년.

자신은 여유로이 받아주는 자작.

곧 그들은 광장으로 이동했고 사람들은 배로 불어났다.

소년이 가장 먼저 올라갔다.

이어 자작이 올라갔다.

"이번에 제가 이긴다면 헤르온느양을 저에게 주십시요."

"그러도록 하지. 비록 내 개인재산이나 나를 이긴다면 그대의 용기를 가상히 여겨 주겠노라."

소년이 투구를 쓴다.

시야가 좁아진다.

자작 역시 투구를 썼다.

투박하지만 정직하고 곧은 기사.

너무 찬란하진 않지만 충분히 돋보이는 귀족기사.

"기사 아하드. 검앞에서 기사도에 어긋나지 않음을 맹세하나이다."

"기사 빈폴 드로이드. 검앞에서 기사도에 어긋나지 않음을 맹세하나이다."

둘이 검을 수직으로 곧추세운채 외우는 기사도.

스윽.

맹세도가 끝나자 집사가 자리에서 내려간다.

내려가자 마자 자세를 잡는다.

'이번에는 꼭 이기리라.'

주민들도 숨을 죽인다.

'이 아이. 어린 나이임에도 검술은 최상급이다. 마나만 충분했다면 내가 졌을 터. 게다가 하루가 다르게 마나가 강해지는 듯 하니……'

드로이드가 투구안에서 눈을 번뜩인다.

쇄액!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검을 휘두른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점심시간에 쓰려니 촉박;;

무적인인간님 제법 모일듯ㅎㅎㅎ

붉은사냥개님 ㅎㅎㅎㅎ이제 스피드한 스토리 보여드리죠 일단 몇 파트 끝내고ㅎㅎ

BellnesiaS2님 근데 좀 늦을듯;; ㅎㅎ 그래도 엇 하는 순간 나올걸요ㅎㅎㅎ

아하드님 넣어드렸습니다^^

술마실까?님 감사합니다^^ 님도 감기 조심요ㅎㅎㅎㅎ

레다구닌님 에;; 그거 저 뭐지ㅋㅋㅋ 참고편에 적혀있어요^^

휘젠가르트님 여파가 대단하겠지요?ㅎㅎㅎㅎㅎㅎ

lijand님 대한태제보다는 제법 간결하고 깔끔해졌죠? 필력이ㅎㅎㅎ

북방의다리우스님 그렇죠 님보러 가는거죠ㅋㅋㅋㅋㅋㅋㅋㅋ

Shy93님 감사합니다^^

아사달과푸르미르님 아사달과 푸른용?ㅋㅋㅋㅋㅋㅋㅋㅋ 폭참이라...;; 음..ㅠㅠ

眞.天님 아쉽게도 남쪽으로~.~

dkssid00님 네ㅠㅠ 마무리파트라서요ㅎㅎ 다른건 길게~ 쓸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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