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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편 - 북쪽으로
"이쪽 지도더군.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여기다."
정확히 지도의 중앙을 찍었다.
카트리나와 에일리는 지도를 볼 줄 몰랐기에 어리둥절하게 있을 뿐이었다.
아르센이 손가락을 중앙에서 위로 천천히 올라간다.
"우리는 북쪽으로 갈거다. 북쪽으로."
손가락에 집중했다.
"우선 다음에 갈곳은 빈폴성이다. 빈폴에는 빈폴 자작의 영지라고 써있군. 여튼 이곳을 거쳐 짐과 무기를 정비한 후 다른
사소한 마을들은 무시한채 다리우스 공작의 영지. 동북쪽의 요새 휘젠가르트 성으로 갈거다."
이렇게 설명해주자 크리프와 에릭센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에일리와 카트리나도 모르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
"대충 그렇게 알고 있어라. 오늘은 이곳에서 푹 쉬었다가 내일 아침에 출발한다. 마지막으로 짐을 챙기고 푹 쉴 수 있도록
."
"충."
"충."
크리프와 에릭센이 고개를 숙여 대답한다.
아르센이 방으로 가기 위해 걸음을 뗀다.
뒤로 크리프와 에릭센이 붙었다.
텁.
그때 카트리나가 크리프를 붙잡는다.
"응?"
크리프가 웃으면서 물었다.
"왜 그럽니까?"
"저기……, 그러니깐……, 아! 그 갈길에 대해서 좀 알려줘요. 저랑 에일리랑."
카트리나의 말에 귓볼을 만지작 거린다.
"아, 뭐 저야 뭐. 상관은 없는데 잠시만요. 단장님."
아르센이 계단에서 크리프를 본다.
"단장님, 그 지도 다시 한 번 보면 안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직 다 이해 못한거 같아서 제가 이해 시키고 올라가겠습니
다."
아르센이 말없이 두루마리를 꺼내 크리프에게 던졌다.
홱.
탁.
가볍게 받아든다.
"아르센!"
에일리가 아르센을 부른다.
"나도! 나도 알려줘!"
그녀의 말에 아르센이 피식웃는다.
"뭐, 크리프한테 들어. 에릭센 올라가자."
"충."
에일리의 표정이 기대에서 뚱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입술을 삐죽이며 뾰루통해있다.
옆에 있는 카트리나를 보니 그녀의 눈동자는 지도보다는 크리프에게 고정되어있었다.
'치.'
크리프가 지도를 펼치며 이해가 되도록 상세히 설명해준다.
다만 에일리만이 집중못하고 계단을 본다.
* * *
휘젠가르트 성.
"흐음……. 그녀는 여기 없다."
다리우스 공작이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말하면서도 창밖을 본다.
달 세 개중 두개가 또렷히 빛을 내며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열려진 창문 틈으로 바람이 불어 커튼이 펄럭였다.
옆에 있는 아내는 추운지 이불을 꼭 덮은채 잠에 빠져있었다.
"그녀는 이미 이주 전 쯤 내려갔네."
대답은 없었다.
"원래는 그녀가 딱하여 데리고 있으려 했었지. 물론 그녀 역시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미모는 가히 인간의 미모가 아니
더군. 하지만 그녀가 여기 머문지 얼마 안있어 한 명의 기사가 방문했지."
어둠속에 혼자 말하고 있는 그는 누가 본다면 미친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그 기사는 그녀를 데리고 간다 하였고, 당연 우리 쪽 기사들은 막았지. 대결을 통해 전부 이기고 당당히 그녀를 데리고
가더군. 여기 있을것을 권유해 보았지만 황녀께서도도 그 기사도 고개를 저었다. 다만 한 가지는 들었네."
찌르찌르.
풀벌레 소리가 인상적이다.
"남쪽으로 간다고. 남쪽으로 간다고 밖에 못들었네."
"……."
탁.
문이 닫혔다.
마치 바람에 닫힌듯했다.
다리우스 공작은 두 손을 모아 턱을 괸다.
"후우……, 누구인가. 그녀가 누구길래……. 누구길래 듣도보도 못한 강자들이 모이는 것인가……."
* * *
한 편 방에 먼저 올라간 아르센과 에릭센.
"눈은 괜찮나."
"그렇습니다."
"안대 벗어봐라."
"충."
에릭센이 두건을 푼다.
그러자 앞머리가 눈을 가린다.
아르센이 다가가 머리카락을 들어 올렸다.
에릭센의 두 눈이 드러났다.
"……많이 곪았군."
"예, 아무래도 신경을 못쓰다보니……."
"됐다. 그것보다 현실에서 치료는 어떻게 되었나."
"……그것이……."
에릭센이 말을 못했다.
"왜."
"사실 눈 이식 수술 시간이 다 되어 로그아웃을 하려 했는데……."
"……."
"로그아웃이 안됩니다."
"……."
"자꾸 서버 접속 불량으로 뜹니다."
"시발."
아르센이 여관에 준비된 수건을 들고와 눈을 닦아 준다.
안구에 색이 없다. 무색.
흰색도, 그렇다고 검은색도 아니라 아예 없다.
색이 없다는 것.
빛이 반사가 되지 않는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빛이 반사가 되어야 사물이 보인다는 것은 너무나도 기본적인 상식.
"괜찮나."
"예."
"안아프냐."
"예."
"새끼. 아프면 아프다 해라. 내가 니 단장이다."
"알고있습니다."
에릭센의 입가에 웃음이 맺힌다.
"기술은 그거 하나 밖에 없고."
"예. 아무래도 눈이 안보이다 보니……."
둠 브레이크.
마나를 모아 땅에 찍으면 사방에 초토화가 된다.
세심한 주의와 컨트롤이 필요한 것은 쓸 수가 없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감각으로 써야 하는데 사실 그게 힘든것이다.
그러니 범위 공격으로 아예 아군이고 적군이고 초토화를 시켜버리는 것이다.
자신외에는 전부 적.
하지만 게임의 도움으로 흐릿하게 나마 형상을 구별할 수 있도록 뇌에 전기를 통하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카르다니아 대륙에 넘어오면서 사라져 버린다.
이제는 24시간 마나를 풀어 마치 박쥐처럼 되돌아오는 양으로 지형지물을 파악한다.
처음에는 그것도 안되어서 애를 많이 먹었으나 지금은 자연스러웠다.
"후우. 시발 제작진들 뭐하는 거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르센이 새로운 두건을 꺼내 접은 후 머리카락을 올린다.
에릭센은 두 눈을 감았다.
그렇게 눈을 가려준다.
"감사합니다."
"뭐, 병신아."
다음 날 아침.
사실 아침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새벽이다.
끼익.
창문을 연다.
서늘한 바람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아르센이 침대를 본다.
아직 잠에 빠져있는 에릭센.
모든 준비를 다 끝내고 에릭센을 어떻게 죽일까 생각하고 있는 크리프.
아르센이 등에 칼리엄 소드를 메고 옆구리에 롱 소드를 걸치고는 로브를 입었다.
추운바람이 로브에 막혀 안으로 안들어왔다.
퍼억!
창 밖에 어두운 새벽을 보던 아르센의 눈이 살짝 커진다.
그러더니 이내 정겨운 미소가 입가에 맴돈다.
크리프가 에릭센의 입을 막고 나머지 한 손으로 배를 강타한것.
"커헛! 끅!"
"발기찬 아침이다, 친구."
에릭센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푸하하! 부들부들 잼! 크하하하!"
부들부들 떠는 것을 보며 크리프가 바닥을 뒹군다.
에릭센은 말도 못한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르센이 다가와 봇짐을 등에 매었다.
"가자."
"충."
"……추웅."
크리프와 아르센이 옆 방으로가서 각자 에일리와 카트리나를 안은채 나왔다.
여관 카운터에서 졸고있는 주인장앞에 동전을 놓고는 나왔다.
나오자 에릭센이 말 세 마리를 끌고 나왔다.
에릭센은 말 없이 나왔었기 때문에 세 마리 밖에 없었다.
한 마리에는 아르센과 에일리.
한 마리에는 크리프와 카트리나.
마지막 하나는 에릭센이 탔다.
"이랴."
"하."
"하."
새벽이라 그런지 길가에는 사람이 없었다.
에일리와 카트리나는 말에 탄채로 계속 잠에 빠져든채 고개를 흔들거린다.
아무래도 여독이 제법 많이 쌓인듯했다.
처음에는 새벽에 잘도 일어났으나 알게모르게 피로가 쌓였을 터.
'휘젠가르트에 갔다가 얘네들 집에 떨구고 가야겠군.'
아르센은 절대 데리고 갈 생각따윈 하지 않았다.
* * *
남쪽.
샤르피가 이끄는 기사단.
처음 7명이던 인원은 어느새 3백명 가까이 불어났다.
"충! 제 1기사단 단원 파평이 제 3기사단장님을 뵙습니다!"
"혼자인가."
"넷!"
"오랜만이다. 다시 합류하게 된걸 축하한다."
샤르피는 이미 남쪽에서 유명인사였다.
곱디고운 허연 피부.
커다란 눈. 오똑한 코에 여성같이 긴 머리 카락.
그리고 도도한 매력.
이미 남쪽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유명세를 탔다.
그러자 단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것이다.
"단장님! 아르센 단장님이 어딨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몇 주전 뵈었다. 그 분은 아이조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셨다."
"알겠습니다."
"합류하라. 이제 슬슬 우리도 북쪽으로 이동한다."
3백여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비록 3기사단 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단원들도 있지만 애초에 그들은 하나.
애초에 하나이니 부자연스럽지 않았다.
"가자 북쪽으로."
"충!"
"충!"
평야에 모인 삼백여마리의 말들.
두두두두두.
말발굽소리가 울린다.
부우우우~
그때 옆에서 수 백개의 깃발이 보인다.
붉은사냥개를 알리는 깃발.
붉은색의 깃발.
다른 문양 없이 그저 붉은색이었다.
샤르피가 아무런 표정이 그들을 바라본다.
"거창."
"거~창!"
"거~창!"
복명복창을 하며 겨드랑이에 길다란 창을 끼었다.
"어차피 북쪽으로 가려면 저기를 뚫어야 한다."
"그렇습니다!"
"남쪽의 단원은 전부 모인듯하니 가자! 단장님을 뵈러!"
"충!"
"충!"
샤르피가 일말의 고민도 없이 가장 선두에서 말을 달렸다.
옆에서 부단장인 세미킬드가 보좌한다.
두두두두두.
3백의 기마.
그리고 그들을 가로막는 수천의 병력.
허나 거리낄께 없었다.
"돌~격!"
[스킬 - 돌격을 사용했습니다.]
[기사단의 순간속력이 300% 증가합니다.]
[달리는 동안에는 측면의 어떠한 공격에도 반응하지 않습니다.]
스피드가 빨라진다.
아르센과 스킬 차이가 제법 차이가 나지만 이것도 강한 축.
금새 적들이 눈 앞에 다가온다.
"으랴하!"
가장 선두였던 샤르피가 가장 먼저 부딪힌다.
콰지지직!
종잇장 찢기듯 창에 다섯명이 꿰이며 즉사했다.
방패를 들었음에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퀘스트제한 때문에 능력이 반감 되었다지만 이런 정도로 그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 * *
슈슈슉!
차채챙!
수 많은 화살들이 난무 하는곳.
이곳은 서쪽 끝 니베아 왕국과 그 경계를 맞이하는 곳.
이곳에도 이미 유명한 것이 있었다.
"마지막이다. 죽여라."
그들의 이름 마녀의 기사단.
"제, 제발! 나를 살려줘! 제발!"
푸욱.
허나 자비는 없었다.
전부 로브를 쓰고 있다.
이들의 인원은 총 4백여명.
마지막 남은 적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었다.
곳곳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
이미 이곳은 지옥이나 다름 없다.
이곳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 한 마을에서 모인 이들.
허나 그 세가 점차 불어나고 또 강해졌다.
이제는 하나의 세력으로 인정되는 그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여자 단장.
그 성격이 냉정하고 일말의 자비도 없어 마녀라 불리는 그녀.
니베아 왕국에서는 괜히 피볼 필요가 없어 근처에 병력도 보내지 않는다.
"단장님. 쪽지입니다."
그녀가 쪽지를 받아들어 펼친다.
─중앙에 아르센이라는 산적사냥꾼 단체가 출몰.
그 세가 갈수록 커짐.
그것이 단장님이라고 추측중.
그 행로를 파악했을 때 북쪽 다리우스 공작의 성이라 파악됨.
확인 바람.
본인은 황녀님을 추적하겠음.
제 1기사단 부단장 아이조드(i)
쪽지를 접는다.
그녀가 후드 사이로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안으로 집어 넣으며 말했다.
"아이조드. 귀찮은 건 나만 시키네. 만만한가. 그나저나 오랜만에 단장님을 볼 수 있으려나."
그녀가 부끄러운듯 베시시 웃는다.
허나 후드에 가려 보이지는 않는다.
"단장님이 어디계신지 나와 있는겁니까?"
말 위에서 굉장히 뚱뚱한 이가 다가온다.
그녀가 어깨를 으쓱한다.
뚱뚱한 이는 한 손에는 커다란 장검을 한 손에는 커다란 고기 다리를 든채 있었다.
"북쪽이래. 우리에게는 북동쪽이겠지. 가자. 북쪽으로."
"그럼 여기는……. 어떻게 합니까?"
그의 말에 그녀는 말머리를 돌린다.
"야 이정도 지켜줬으면 됐지. 뭘 바래."
"……단장님 보고싶어서 버리는 거 아닙니까.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이들은 도대체 무슨 죄입니까!"
"다리우스 공작이래. 거기 고기 많대."
"……."
뚱뚱한 이가 말 머리를 반대편으로 돌려 단원에게 다가간다.
"야! 진짜 안가?!"
그녀의 말에 그가 외친다.
"단장님이 북쪽에 계신단다. 단장님이 어딨는지 알게된 이상 여기 머물 이유는 없다! 준비하라! 준비 시간은 1분! 가자! 북쪽으로!"
"충!"
"충!"
"충!"
몇 주간 하루 열 시간씩 전투만 하던 그들이었다.
마녀의 기사단. 이쪽에서는 유명한 그들.
이제 그들이 북쪽으로 움직인다.
* * *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와 용량 개많아. 쩔어 쩜. 박수좀ㅇㅇ
BellnesiaS2님 알겠습니다. 꼭 넣어드리죠ㅎㅎ 멋진놈으로다가ㅋㅋㅋㅋ
아하드님 님은 바로 넣어드릴게요ㅎㅎ 한 파트ㅇㅇ 생각났음ㅋㅋㅋㅋ
북방의다리우스님 감사합니다^^
眞.天님 감사합니다^^
무적인인간님 감사하구만유ㅎㅎ
붉은사냥개님 멋있는 악역. 기다리십쇼ㅋㅋㅋㅋ 강한 악역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