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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편 - 산적 사냥꾼
둘이 나오자 시내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거렸다.
인파에 치일까 두려울 정도로 사람이 가득했다.
크리프가 안내한다.
"단장님. 저 따라오시면 됩니다."
아르센이 후드를 더욱 깊게 눌러쓰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안내한곳은 지금까지 지나왔던 마을들과는 다르게 좀 더 도심 안으로 파고들었다.
외각에 있던 여관에서 중앙에 있는 저잣거리까지 가는데만도 삼십여분이 걸릴정도로 제법 긴 거리였다.
광장이 크게 나있었다.
물론, 광장 역시 상인들이 득시글거렸고, 저 멀리 거대한 내성이 보였다.
"단장님. 이곳입니다."
크리프가 상인들을 헤치고 지나가며 벗겨질듯한 후드를 부여잡았다.
아르센은 그 뒤를 바짝 쫓는다.
낡은 목조건물이 하나 보이고 그 앞에는 상인 하나가 멍 때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본다.
그를 지나쳐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햇살이 벌어진 나무틈사이로 들어와 밝게 비춘다.
그 불빛사이로 수 많은 먼지가 날라다니는게 보였다.
좌우로 책꽃이 같은 가구가 있고 그 위에 알 수 없는 이상한 물건들만 가득했고, 부서진 물건들도 종종보였다.
"엣헴. 이곳은 무슨 일이십니까."
안으로 들어가자 낡은 거적떼기를 두르고 있는 초로의 노인이 있었다.
"푸른 바람이 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왔네."
"엣헴, 엣헴. 푸른 바람이 시원하긴 하지요."
노인이 거적떼기를 두른 채 일어나더니 옆으로 한 발자국 움직였다.
"엣헴. 애석하게도 저는 푸른바람을 잡지 못했습니다. 늙어서 그런가……. 놓쳤지만 바람이 들어간곳을 봤지요."
노인이 자신이 일어난 곳을 눈짓으로 가르킨다.
크리프와 아르센이 서로 눈을 마주친다.
그러더니 크리프가 다가가 노인이 앉았던 곳을 살핀다.
자그맣게 세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고, 손가락을 넣기 딱 알맞은 크기였다.
그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살짝 힘을 주자 네모진 빗금이 생긴다.
푸스스.
힘을 더욱 줄때마다 먼지가 흩날린다.
끼이이익.
낡은 쇳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크리프가 아르센을 쳐다본다.
끄덕.
아르센이 고개를 끄덕이자 크리프가 안으로 들어가려했다.
"엣헴, 엣헴. 바람은 불이 없어도 되지만 인간은 불이 없으면 안되지요."
들어가려던 걸음을 멈춘다.
초로의 노인이 눈짓으로 어딘가를 가르켰다.
아르센이 눈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책꽃이 같은 곳에 전혀 쓸모 없을 것 같은 몽둥이 두 개가 있었다.
그 끝에는 두꺼운 천으로 둘둘 말려져 있었다.
"……."
아르센이 그 두개를 들고온다.
초로의 노인이 또 눈짓했다.
시선을 옮기자 천장에 자그맣게 빛나고 있는 등불이 있었다.
아르센이 천 부분을 등불에 갖다댔다.
화륵!
순식간에 불이 옮겨붙어 강하게 타올랐다.
그 불을 크리프에게 건넨다.
저벅.
크리프가 안으로 바로 진입했다.
"엣헴. 바람은 한 번 지나간곳은 다시 들리지 않는 법이라던데……."
"……난 이곳에 온적 없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은 오는게 아니라 부는거지요."
아르센이 크리프를 따라 들어갔다.
덜컹. 탁.
노인이 다시 일어나더니 둘이 들어간 곳 위에 앉았다.
그러더니 잠시 후 잠에 빠진듯 코를 곤다.
안에 들어간 둘.
화르륵.
크리프가 든 횃불이 안을 환하게 만들었다.
안은 모래만 파고 나무기둥으로 지지대를 만든 아주 기초적인 땅굴이었다.
저벅 저벅.
발소리만이 이 조용한곳에 울렸다.
그렇게 몇분을 계속 걸었을까.
굴이 끝나고 커다란 둠 형식의 공간이 드러났다.
"……."
"……."
둘이 중앙으로 걸어간다.
순간.
아르센이 불을 붙히지 않던 횃불을 빠른속도로 크리프의 횃불에 갖다댔다.
화르륵.
횃불은 금새 불을 이어 타오른다.
홱!
그러더니 그대로 좌측으로 향해 휘둘렀다.
서걱!
횃불의 대가 잘리며 불붙은 부분이 허공에 붕떴다.
허나 아르센은 그 불은 보지도 않은채 몸을 날려 검을 잡은 자의 손목을 잡고 오른 다리로 왼쪽 발목을 걸어 넘어 뜨렸다.
쿵!
딱!
화르륵.
넘어지는 순간 허공에 떴던 불이 의문의 사내의 얼굴 옆에 떨어져 얼굴을 비췄다.
아르센은 나무를 놓고 목을 움켜쥐었다.
"커헉!"
횃불이 비친 얼굴.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다.
"다, 단장님!"
크리프가 다가온다.
"아아……."
손에 힘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넘어진 자가 황급히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제 3기사단 단원 매트가 기사단장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이다."
"그렇습니다!"
"너가 여기에 배속받은 인원인가."
"그렇습니다!"
"아이조드는 언제 여기를 떠났나."
"이곳에서 일주일전쯤 출발했습니다!"
"……."
"단장님! 일단 자리를 옮겨서 나머지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그래."
단원을 따라 움직였다.
* * *
동북.
북방의 다리우스 공작의 성.
다리우스가 코를 매만진다.
"공작님……."
"그래……. 그래, 내 눈에도 보인다. 굳이 강조안해도 된다."
공작의 앞에는 수명의 귀족들이 있었다.
이들은 전부 대 배이제 제국의 충신들이다.
만약 황제께서 지금이라도 부르면 바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허나 이제 황제는 없다.
반란귀족들의 농간에 놀아나 어디로 갔는지 행방불명이 되었다.
"목적지는 북쪽인가. 뭔가 목적이 있어 오는것인가."
황제건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지금 충신들은 전부 이곳에 모이고 있다.
남은 배이제 제국의 힘은 다리우스 공작과 극서쪽에 있는 소수의 귀족들 뿐이다.
허나 서로 영토의 동쪽과 서쪽인데다가 중앙에 헤라파옌 공국과 니베아 왕국이 있기에 연락을 할 수가 없다.
"……헤라파옌, 니베아……. 개새끼들……."
다리우스가 한숨을 쉰다.
만약 자신이 무장이라면 응당 무기를 들고 반역자들을 쳤을 것이다.
저들은 배이제 제국의 녹을 먹고 있는 귀족들중 하나였을 뿐이다.
허나 자신은 지장이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보루이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는 입장이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도 너무나 골머리가 아프고 힘든데 또 다른 골칫거리가 다가오는 것이다.
"아르센……. 이들은 대체 누구인가. 몇 명인가. 힘은 어느 정도지?"
앞에 있는 귀족들 중에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리우스가 습관마냥 코를 매만졌다.
이들은 충신이고 그 열의 역시 대단하다.
목숨을 바칠 수 있다.
허나……, 이들중 기사출신의 귀족은 없었다.
헤라파옌과 니베아에서 전부 포섭하거나 죽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저 자신의 영지에서 학문과 마법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다.
"내가 들은 소식에 의하면 그들 하나가 산채 하나를 박살낸다 하더군."
"……."
"……."
모두 산채 하나가 얼마나 큰지 모르기에 멀뚱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모은 병력은 3만이네."
다리우스가 가장 먼저 한 것은 귀족들의 병력들을 한데 모아 통합훈련을 시킨 일이다.
그것은 작전통제권을 일획화 하여 신속한 정보전달능력을 갖추게 했고, 빠른 기동력을 가진 나름 강군을 만들었다.
물론, 처음에는 반발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않으면 안된다는 다리우스의 설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3만을 모았다.
허나 지금 2만은 북쪽에 악마의 숲 경계부근에 있고 3천은 지금 이 성에.
나머지 3천은 동쪽 제론왕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또 다른 3천은 서쪽 니베아 왕국과 그 국경을 같이 했다.
결국 가용 병력은 천여명.
사실 그 병력도 남쪽은 무주공산이고 뚜렷한 무력 집단이 없기에 병력을 최소화 해놓아 언제든 좌우와 북으로 움직일 수
있게 5분 대기조와 같은 형식으로 별동대로 만든 것이다.
"공작님. 겨우 몇 명일 뿐입니다."
"……."
"우선 이들이 우리에게 적의를 가진 무리인가 아니면 호의를 가진 무리인가를 파악해야합니다."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소."
"물어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누가요."
"……."
대답은 없었다.
"자작님께서 가시겠습니까."
자작의 표정이 굳어진다.
"갈 사람이 없습니다. 그것보다 어딨는지도 모르고."
다리우스가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댄다.
하루라도 일찍 푹 자본적이 없다.
처리할 것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저기……, 공작님."
그때 구석에 있던 남작이 입을 연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런 시선 집중은 처음인지 얼굴이 붉어진다.
"공작님.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의견 하나 내어도 되겠습니까."
남작은 본디 학자집안으로써 나서기보다는 구석에 박혀 연구하기를 좋아하는 집안이다.
그렇기에 이런자리는 심히 부담스러웠다.
"오오, 말해보시오."
"……감사합니다. 음음. 만약, 아르센이라는 단체가 다리우스 공작님의 영토 안에 들어온다면 그들을 초대하는겁니다."
남작이 여기까지 말하고는 눈치를 살핀다.
"초대요?"
"네, 초대입니다. 만약, 적의를 가지고 있다면 숨은채 눈치를 살피며 우리의 병사들을 죽일테고, 만약 호의를 가지고 있다
면 의심을 한다해도 모습을 드러낼것입니다. 게다가 산적사냥꾼이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으니 닉네임 처럼 나쁜집단은 아닐 겁니다."
"오오! 좋은 대답이요!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던거지?!"
애초에 얼굴과 그 근본조차 모르는 집단이니 이 성스러운 공작의 집으로 초대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컸다.
다리우스 공작이 말했다.
"모두 잘 들으시오! 각자 영지로 돌아가 병사들과 호사가들을 통해 소문을 퍼트릴 수 있도록 하시오!"
"넷!"
"넷!"
"넵!"
다리우스가 순간 생각이 스쳤다.
"잘만되면 혹시……, 실력자를 얻을 수도……."
다리우스가 밖을 본다.
창밖은 석양이 지고 있었다.
평소에는 의미없는 회의였지만 오늘만큼은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성과가 보였던 회의다.
* * *
단원을 따라 들어온 곳은 전혀 다른 곳에 있는 여관의 방이었다.
"이곳은 말그대로 숙소만 제공되는 여관입니다. 식사는 제공이 안됩니다. 해서 하룻밤을 원하는자 아니면 잘 들어오지 않
지요. 유동인구가 별로 없어 안전합니다."
덜컹.
탁.
아르센이 마지막으로 나오면 문을 닫았다.
단원이 원단을 깔아 가리고는 침대를 위에 올려 완전 은폐했다.
"신기하군."
아르센과 크리프가 주변을 살핀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아으... 오늘은 제법 분량이 어후~
페르모르그님 네...? 네? 분량이 그대로라고요? 그대로라고요? 다시 한 번 말씀좀... 그대로요? 그대로요?
술마실까?님 하하핳ㅎ.. 제가 올리는 시간은 항상 제멋대로라서;;ㅎㅎㅎㅎㅎ
무적인인간님 허허허, 에릭센은 나름 컨셉있죠?.?
CaRIDo님 분량이 늘었죠 그죠? 재미도 2배라.. 더 늘릴게요^^
휘젠가르트님 아무래도 이름이 있어야 다른 단원들을 찾기가 편할듯ㅎㅎㅎ
dkssid00님 원래 책은 그렇죠ㅎㅎ 감사합니다^^ 같이 성장하죠 같이ㅎㅎㅎㅎ
眞.天님 오오...
BellnesiaS2님 반갑습니다^^
붉은사냥개님 ㅎㅎㅎ님도 제법 비중있게 넣을께요ㅎㅎ
아하드님 감사합니다^^ 야근이라.. 어후ㅋㅋㅋ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님같이 묵묵히 일하시는 분은 추천!
호랭이가죽님 ㅋㅋㅋㅋㅋㅋ귀찮으시다니... 천천히 읽으셔도... 또르르...ㅋㅋㅋㅋㅋㅋㅋㅋ
북방의다리우스님 늘 잘보시다니 저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