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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편 - 산적 사냥꾼
주변에 있던 산적들이 당황했다.
자신들의 발밑에 있던 단단한 지반이 갈라지며 틈이 생기니 당황하기에 충분했다.
"뭐, 뭐야!"
"……!"
도망치려 했지만 틈은 협곡마냥 깊고 가늘게 그리고 빠르게 퍼졌다.
"어, 어어어! 으아악!"
"사, 살려줘! 제발! 으아악!"
산적들이 틈으로 떨어졌다.
대부분이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가듯 틈으로 떨어진다.
아르센은 너무나 태평하게 가까스로 틈 사이에서 살아남은 이들에게 검을 겨누며 말했다.
"너희들도 같이 죽어라."
말을 마침과 그들에게 달려든다.
산적들이 어떻게든 막으려 무기를 들어보지만…….
턱!
탓.
살짝만 쳐도 암흑과 같은 나락 사이로 빠졌다.
"으아악!"
"이 개새끼야! 시발! 으아아악!"
결국 산적들은 전부 전멸당했다.
아르센이 손을 털며 자리에 우뚝섰다.
바닥을 쳐다보던 눈동자를 돌려 다른 이들이 올라간 곳을 봤다.
그러자 구경하던 노예들이 움찔 떨며 몸을 피해 올라간다.
아르센이 검집에 묻은 흙과 피를 천을 꺼내 깨끗히 닦았다.
스릉, 착.
그리고는 검을 검집에 부드럽게 넣었다.
쿠르릉.
그러자 벌려져 있던 틈이 닫혀지며 원상태로 만들었다.
저벅 저벅.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아르센이 언덕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맛있는 냄새가 사방에 진동한다.
피 냄새와 같이 어우러져 뭔가 알 수 없는 냄새가 난다.
올라갈수록 사람들이 길을 터준다.
눈을 보니 두려움에 찌든 눈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단장님."
아르센이 대충 손짓으로 화답하고는 중앙에 다가갔다.
펄럭.
품속에서 천을 꺼내더니 크리프에게 건넸다.
"크리프. 이거 달아라."
"충."
크리프가 달려와 대충 얼기설기 만든 깃대에 기를 올린다.
카트리나와 에일리가 음식을 다만들어 밖에 내놓는 와중에 깃발을 본다.
네 개의 각기 다른 물결이 중앙으로 모이는 모양을 박은 깃발.
노예들 중 몇몇이 그 문양을 보더니 흠칫한다.
"산적 사냥꾼……."
"……."
모두 말이 없었다.
"오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옆에 있던 음식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사람들이 아르센에게 다가가 감사함에 넙죽 엎드린다.
"됐다. 여기 음식들을 해 놓았으니 너희들은 천천히 먹고 제 갈 길 가거라."
"오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람들은 연신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이대로 나가서 할게 없다고 산적이 된다면……, 뭐 말리지는 않겠다. 나와 한 번더 보고 싶다면 그리하라."
당연히 그들은 산적이 될리가 없었다.
어찌 이 강한 힘을 가진 자 앞에서 덤비겠는가.
"아닙니다. 아닙니다. 절대 그럴리 없습니다."
"절대 그러지 않겠습니다."
아르센이 준비한 음식으로 다가가더니 한 입 떠먹어 본다.
아직은 뜨거운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가 핀다.
"일행은 바로 출발한다."
"충."
"충."
"네에."
"넵."
아르센의 뒤로 네 명이 뒤 따른다.
그렇게 그들은 산을 내려갔다.
그리고 남은 이들.
"……아르센."
"아르센, 아르센 말만 들었지……, 이렇게 강하다고는……."
"정말 대단하구나……."
모두 감탄 속에 요즘 크게 뜨고 있는 이들의 힘을 뼈저리게 느꼈다.
* * *
요즘 중앙에서는 한 이야깃거리가 화두가 되어 도마 위에 올랐다.
산적과 마적, 그리고 도적들만 소탕한다는 단체.
산적 사냥꾼 아르센.
이 단체는 모두 동일하게 로브를 쓰고 있었고, 처음시작은 겨우 한 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허나 그가 지나갈수록 마치 나뭇가지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듯 늘어만 갔다.
웃긴것은 이들의 정체를 아는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만 그들은 산적 무리들을 털어 그 식량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건네준다 전해질 뿐이었다.
그리고 산적들이 있던 산채에 꽂혀 있던 그들의 깃발은 내려가고 특이한 문양을 가진 깃발.
네 개의 물결이 중앙으로 모인다 하여 세간에 퍼진 이름.
포 웨이브 엔사인(Four Wave Ensign).
사랑기(四浪旗).
이런 이름으로 불리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무주공산이던 동쪽 중앙이 이제는 아르센이라는 단체에 먹혀들어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곳도 멈춰 있던 것은 아니다.
북쪽에서 다리우스 공작은 북쪽 쿠르비크족을 막느냐 쓰던 병력을 남쪽에 재배치 하기 시작했고, 남쪽에서는 하나의 귀족
에 통합되어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다.
붉은사냥개라 불리는 자.
전쟁터에서 너무 잔인하고 한 번 물면 놓지 않는다하여 붙혀진 이름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맞서는 단 하나의 기사단.
허나 그들은 북쪽으로 이동 중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그렇게 소문이 퍼지더랍니다."
"……그래서."
아르센이 뚱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뭐가 불만인지 알고싶습니다."
크리프가 어깨를 으쓱한다.
아르센이 옆을 본다.
크리프 역시 따라 고개를 돌렸다.
에릭센이 닭다리 두 개를 들고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다.
에일리와 카트리나가 질렸는지 조심스레 자신의 음식들을 가슴앞으로 바짝 땡겼다.
음식을 뺏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크리프가 한숨을 쉰다.
"후우, 단장님. 단장님을 생각해서라도 빼는게 낫지 않은지 알고싶습니다."
"……그래도 정이 있는데……."
"그러다가 1기사단 파탄납니다."
"……그런가."
아르센이 피식웃었다.
에릭센이 자신의 음식을 다 먹었는지 배를 두드리며 입맛을 다신다.
아르센이 자신의 음식을 한 번 보더니 입을 열었다.
"에릭센."
"넵."
"이것도 먹어라."
"네? 단장님은 안드십니까?"
"응. 배불러."
"에헤헤! 감사합니다!"
접시를 밀어 에릭센의 앞으로 놓았다.
에일리가 그걸 보다가 순간 의문이 들었는지 묻는다.
"아르센! 근데, 에릭센님은 왜 두건을 끼고 있는거야. 그것도 눈에. 안대인가?"
"……."
아르센은 말이 없었다.
"아, 우걱우걱! 쩝쩝! 그건요! 제가 장님이라서요."
"……."
대답은 옆에서 남은 음식까지 다 먹은 에릭센에게서 나왔다.
"장…, 님?"
"네. 전 장님인데요."
"그……, 제가 알고 있는 그 눈 안보이는……."
"이응. 그거요."
"……."
"현실에서도 장님이에요. 게임에서도 장님인데, 기술이 좋아서인지 대충은 개뿔. 하나도 안보임요. 이히히."
에릭센이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고깃덩어리에 포크를 찍더니 한번에 삼켰다.
"꿀꺽. 그래서 뭐 어쩔 수 없죠."
"그, 근데 정말 잘 보고 잘 움직이시네요……."
"전 대신 인기척을 느낄 수 있고, 뭐 마나가 헛으로 있는 건 아니니까요. 잘 먹었슴돠~."
에릭센이 기분좋은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와……, 그럼에도 엄청 강하네요?"
에일리가 감탄했다.
"장애는 핑계일뿐이죠. 눈빼고 다 할 수 있잖아요. 검 휘두를 줄 알면 됬죠 뭐. 헤헷. 배부르다. 여긴 담배없나."
에릭센이 윗층으로 올라간다.
아르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리프 역시 마찬가지.
"단장님……."
"그래, 가보자."
"충."
"에릭센! 얘네 둘 잘 보고 있어라!"
멀리서 에릭센의 대충스런 대답이 들려왔다.
"저기……, 아르센……. 근데 어디가는거야? 맨날 마을 들릴때마다 어딘가에 가잖아."
"아. 그냥 가볼때가 있어서. 여기서 잠깐만 쉬고 있을래?"
옆에 있는 카트리나가 귀찮은건 질색인지라 에일리를 말렸다.
"에일리 우리는 그냥 여기에 있잖구나."
"네에……."
당연히 에일리는 우울히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 주문하신 차 나왔습니다."
종업원이 쟁반에 홍차 두 개를 들고 나온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보고 아르센과 크리프가 여관에서 나왔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나름 분량이 늘었죠?ㅎㅎ
아하드님 ㅎㅎ 감사합니다. 님도 좋은 꿈 꾸시길 빌게요^^
붉은사냥개님 ㅎㅎ이 정도면 충분한가요?.?
眞.天님 감사합니다^^
무적인인간님 산적이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는?ㅋㅋㅋㅋㅋㅋ
흑마령님 핫....;;
북방의다리우스님 감사합니다^^
dkssid00님 항상 글은 호흡을 길게하고 봐야하니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