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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편 - 몬스터
자작의 거처에서 행렬이 출발했다.
"엄마……."
에일리가 자꾸 행렬밖에 있는 아낙을 쳐다봤다.
아르센은 조용히 에일리의 봇짐까지 같이 들었다.
아무리 봐도 겨우 15살 짜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 소녀.
그녀가 이젠 다시는 자신의 어머니를 뵙지 못할 것이다.
'게임이라도 좀 그렇군.'
아르센이 괜스레 하늘을 한 번 쳐다본다.
하늘은 굉장히 맑았다.
"날도 선선하니. 가을인가? 하긴……. 게임에서 그런걸 찾다니 어리석네."
아르센이 피식웃을때였다.
"출발한다~! 모두 빠트린 짐 없는지 확인하고! 지인들이랑 다 인사는 나눴겠지? 이제 다시 보기는 어려우니까!"
기사로 보이는 이가 말에 탄채 사병들과 노예, 하녀들을 독려했다.
아르센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채 제일 뒤로 물러섰다.
하녀들이 가장 뒷줄이기 때문.
"출발한다!"
푸르릉.
드르륵. 드르륵.
이두마차가 느린 속도로 출발했다.
그 옆으로 수염을 잔뜩 길은 중년의 사내가 마차 옆으로 난 자그마한 창에대고 말을 하고 있는게 보였다.
"잘 해내거라."
"걱정마세요. 꼭 약혼은 성공할거에요."
"그래! 난 너를 믿는다."
귀족간의 결혼은 대부분이 사랑이 아닌 정략결혼에 의해 이루어진다.
자작은 백작의 수호를 받기 위해 자신의 딸을 보내는 것.
딸 역시 그것을 알기에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잠시 후 자작은 마차에서 물러난 후 행렬을 바라봤다.
그리 길지 않는 행렬.
네 명의 기사와 스무명의 사병.
50여명의 노예와 하녀들.
노예들의 등 뒤에는 식량을 위시한 보급품들이 잔뜩했고, 하녀들은 옷가지등을 들었다.
다그닥 다그닥.
드르륵.
말발굽 소리와 마차 바퀴소리가 어우러지며 중천의 해를 맞으며 지나 성을 빠져나왔다.
아무리 에일리의 짐을 들어줬다 해도 어린 소녀에게 긴 걸음조차 힘들었다.
조용히 다가가 아르센이 조금 들고 있던 짐조차 뺏어 들었다.
"아……."
에일리가 퉁퉁 부르튼 눈으로 아르센을 쳐다본다.
"뭐."
아르센의 퉁명스런 대답임에도 불구하고 에일리는 환히 웃었다.
"고마워."
"……."
행렬은 4시간여 밖에 못갔다.
산기슭에 멈췄다.
"여기서 멈춰서 야영을 하다간다!"
아직 밖은 석양이 어슴프레 살짝 걸친상황.
"산의 밤은 빨리온다! 허니, 여기서 텐트를 치고 각자 노숙을 할 준비하라! 하녀들은 식사를 준비하라!"
기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20대 중반의 사내가 큰 소리로 명령하자 병사들과 노예, 하녀들이 바삐 움직였다.
에일리도 거기서 빠질 수는 없었다.
준비는 순식간에 끝났다.
화륵.
불까지 붙힌 모닥불 위로 스프를 끓이는 냄비가 올려졌다.
준비를 마치고 나니 석양이 제법 내려왔다.
"자자! 주목!"
기사들은 중앙에서 자작의 딸과 같이 모닥불을 쬐고 있었다.
그리고 병사하나가 나와 주목하라 말한다.
노예와 하녀들이 집중했다.
"모두 잘들어라! 식사가 되려면 조금 멀었잖아?"
"네."
"예."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족들과 헤어져서 그런지 상심이 큰듯했다.
"자자! 우리는 이제 제노니아 백작님의 영지로 들어갈것이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알랑가 모르겠지만 백작의 하녀들과 노예들은 기본적인 글을 알고 있다."
이 말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왜냐?! 천박한 노예나 하녀들이 성스러운 백작님을 보필하려면 그에 준하는 적어도 자격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야."
고개를 끄덕인다.
이들에게 천박하다거나 그러한 욕쯤은 이름대신 자주 불리기에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자작님께서 특별히 너희들을 위해 이것을 나에게 주었다!"
병사 뒤로 두 명의 병사가 더 나왔다.
그 둘의 손에는 얇은 책자들이 들려있었다.
"이건 카르다니아 대륙어다! 최소한 글은 읽을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 말에 다들 술렁인다.
글이라니 생전 듣도보도 꿈에도 안꿔본 글인데 뜬금없이 이러자 당황한것이다.
"여기 책자는 카르다니아 대륙어에 대해 정말 간단하게 요약되어 있으니 외워라! 어차피 도착하려면 일주일은 꼬박
가야한다."
"네에."
"예."
병사들이 책자를 나눠줬다.
그것은 가장 나이가 어린 에일리에게도 건네졌다.
아르센은 한눈으로 힐끔 보더니 이내 봇짐에 기대 눈을 감았다.
"뭐라하는거냐, 대체."
알아들을 수 없으니 답답함이 가득했다.
"아르센!"
에일리가 아르센을 불렀다.
"……?"
아르센이 눈을 뜨고 쳐다본다.
"이거 익혀!"
에일리가 웃으며 책을 흔들어 보인다.
"뭐."
눈을 감는다.
에일리가 볼을 빵빵히 부풀리며 말했다.
"너 글 모르자나! 얼른 익혀!"
책을 아르센에게 들이밀었다.
아르센이 한숨을 쉰다.
"후우. 그래. 보자 어디 한 번."
책자를 집어들었다.
[정보를 수집중입니다.]
책장을 넘긴다.
[독해중…….]
[17%]
…….
[45%]
…….
[77%]
…….
[94%]
[띠링~. 독해가 완료되었습니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퍼센트가 올라거더니 마지막장을 넘기자 완료된다.
[통역 시스템을 적용합니다.]
[현재 동시통역 숫자 156개국어 동시통역 가능]
[추가 - 카르다니아 대륙어]
[독해율 72/100]
비약적으로 증가한 퍼센트.
[오역이 있을 수 있지만 통역 시스템을 가동하시겠습니까?]
[YES/NO]
아르센이 입을 연다.
"예스."
다시 알림음이 울렸다.
[가동을 시작합니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2연참ㅋㅋㅋㅋ
페르모르그님 네넴!! 꼭 돌아올게요ㅎㅎ
호랭이가죽님 아... 정말 부럽네요ㅠㅠㅠㅠ
핵포탑님 감사합니다^^
술마실까?님 감사합니다ㅎㅎ 좋은글 쓰도록 노력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