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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prologue)
적막한 평야.
그 넓은 곳에 한 문양만이 박힌 깃발 여러개가 약하게 부는 바람에 나부낀다.
깃발에 박힌 문양.
카르다니아 대륙, 남부 지방의 패자.
대 아르센 왕국의 깃발.
서로 다른 네 개의 물결이 중앙으로 모이는 모양의 깃발.
그 중앙에는 마나를 상징하는 점과 그것을 감싸는 두 개의 작은 날개가 있다.
"마스터, 준비가 완료 되었습니다."
늙은 마법사 하나가 중앙에 서 있는 사내에게 다가가 말한다.
"준비가 끝났나."
"그렇습니다."
"너는 이제 어찌 할 것인가."
"모두 끝났으니 잠시 쉬었다가 다시 아르센 왕국을 위해 돌아와야겠지요."
"……내 아들을 부탁하네."
"……."
말 없이 늙은 마법사는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소신, 테이티 아베노. 마스터를 만나 꿈을 이룰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
마스터라 불리우는 자는 검은색의 짧은 머리를 한 번 쓸어넘기면서 뒤로 물러가는 늙은 마법사를 쳐다만 봤다.
주변을 살핀다.
푸르릉.
자신이 타고 있는 말과 주변에 자신의 직속 기사단들이 타고 있는 말들이 고개를 풀며 입김을 뿜어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 하니 긴장되는 모양이다.
우우웅.
그 순간 밑에서 자줏빛의 마나가 문자와 문양을 형성하고 퍼져나갔다.
자줏빛의 마법진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 어느순간 천 오백여명의 기사단의 발 밑으로 마법진이 완성 되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자줏빛의 마나가 조금씩 위로 솟구치며 어느새 말에 타고 있는 기사들의 위에 까지 올라왔다.
중앙에 아르센의 깃발을 들고 있는 이가 언덕위에서 마법진을 외고 있는 늙은 마법사를 바라본다.
마법진의 주문을 전부 외웠는지 마법사가 중앙에 위치한 그를 봤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둘의 시선은 정확히 일치했다.
"푸른바람의 기사들이여. 고향으로 돌아가자!"
그의 외침에 천 오백여명의 기사들이 동시에 외친다.
─아르센을 위하여!
평야에 진동이 울리며 마법진이 더욱 격렬하게 진동했다.
우우우웅.
쿠그그그그.
땅과 허공이 진동하며 기사들의 온 몸에서 빛이 뿜어지며 허공에 몸이 분해되 흩어지기 시작한다.
모두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신기해 하며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카르다니아 대륙을 머릿속에 담으려 뚫어져라 쳐다봤다.
중앙에 서 있는 이도 마법사에게서 눈을 떼고 하늘을 바라본다.
다시는 이 대륙의 하늘을 보지 못할 것이다.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자신의 몸을 바라보자 대부분이 허공에 사라지고 이제 정신마저 비틀거렸다.
"로그아웃(Logout)."
오랜만에 불러보는 말.
그렇게 그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