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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왕자는 조용히 살고싶다-212화 (213/219)

외전 2화

“바이스는 휴가 갔다.”

“네?”

“그게 무슨 말이야?”

글라스와 에빌이 동시에 물었다.

그 얼빠진 표정에 카이엔은 이마를 짚었다.

“바이스가 태워버린 편지 중에, 여동생이 여기 온다는 편지가 있었나 봐. 태워버렸으니 당연히 몰랐고… 여동생은 오자마자 바이스 뺨을 때리고…”

“허…”

“그게 뭐예요…”

“나도 몰라… 아무튼, 그래서 바이스가 휴가 간다고 하고 이거 주더라. 그러더니 이젠 페르세이지라고 부르래.”

한숨을 쉬면서 카이엔은 바이스가 그의 손에 쥐여주었던 흰 봉투를 열어보았다.

그런데, 안은 텅 비어있었다.

“…응?”

탈탈 털어봐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녀석은, 빈 봉투를 휴가 신청서랍시고 내민 것이었다.

저절로 입이 딱 벌어졌고 카이엔은 뒷목을 잡았다.

“이 녀석이 진짜-”

“빈 봉투?”

“바이스 씨가 이런 짓도 할 수 있었군요…”

“아무튼, 바이스가 부재니까 날 따라다니는 건 글라스 너랑 비셰가 하면 될 거 같아.”

“네.”

“카이엔, 호위는?”

“넌 호위 그만두고 행정관, 보좌관으로 직업 바꿨잖아.”

“쳇.”

“아무튼 손님이 왔으니 그쪽부터 관리해줘.”

“네.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조금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글라스가 앞으로 나섰다.

이런 식으로 바이스가 갑자기 자리를 비울 줄은 몰랐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아이클라타가 혼자 온 게 아니니 일단 대기하고 있을 호위 인력과 시녀들에게도 지낼 곳을 안내해줘야겠다며 글라스는 바쁘게 뛰어갔다.

그제야 그쪽에 생각이 미친 카이엔이 한탄했다.

“시녀랑 기사들을 생각 못 했네.”

“어? 혼자 너한테 온 거야?”

“응.”

“자기 오빠 뺨을 때리는 걸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았던 걸까…”

“그런가?”

“아무튼 나도 열심히 일할게. 뭐, 바뀌는 건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저녁 식사는 같이 할 거야?”

“그래야지. 손님인데. 그리고 일단은 구혼 핑계로 온 모양이고.”

“바이스 씨 여동생이? 허… 그러고 보니 구혼서는 여기저기서 많이 왔는데 누가 직접 오는 건 처음이네. 앞으로 다른 사람들도 막 쳐들어오는 거 아냐?”

“불길한 소리하지 마.”

뭔 놈의 구혼서가 끊이질 않냐며 카이엔은 질색했다.

바이스가 구혼서랍시고 보여주는 편지 뭉치들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에빌도 도착한 즉시 모닥불 행이 되어버리는 편지들을 본 적이 있는지라 어색하게 웃었다.

“일단 저녁 식사는 나랑 같이 하는 거로 하고… 말을 전달해야 하나?”

“내가 다녀올게. 말을 전하는 것쯤이야.”

“너무 긴장하진 말고.”

“긴장 안 했는데?”

“…그래.”

다리부터 뻣뻣하게 굳었구만.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카이엔은 별말 하지 않았다.

그저, 이젠 페르세이지라고 불러야 하는 바이스를 보고도 에빌이 많이 당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

손님인 두 명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바이스가 같은 식탁에 앉아있다는 것에 감회가 새롭긴 했지만 그의 속내를 알아차린 녀석이 빙긋 웃으면서 ‘지금은 페르세이지니까요.’ 라면서 그를 놀렸다.

아이클라타는 그런 오라버니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녀가 제 오빠인 페르세이지의 옆에 앉는 걸 거부했기에 세로로 긴 식탁의 상석에 앉은 카이엔의 왼편에 페르세이지가, 그의 오른편에 아이클라타가 앉게 되었다.

“흠흠… 남매끼리 대화는 많이 했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일단 방문 목적은 구혼이었으니까요.”

“이런. 저희 왕자님께서는 그런 쪽으로는 아직 관심이 없습니다.”

“나이를 생각하셔야죠.”

“아직 청춘이십니다만.”

“그럼 오라버니는요?”

“저는 생각 없습니다.”

“평생 독신남으로 쓸쓸히 늙어 죽을 미래가 보이는군요.”

“후계자는 만들까 생각 중입니다만.”

“그 후계자 될 아이가 불쌍하네요.”

날 선 대화에 카이엔은 말없이 남매가 이야기하는 걸 듣기만 했다.

사이 나쁘구나.

하긴, 십여 년 전에 집 나간 오빠와 여동생이 만나는 자리니 그럴 수도 있었다. 게다가 바이스가 어린 동생들을 많이 괴롭혔던 모양이고.

제 오빠를 향해 으르렁거리던 아이클라타는 카이엔에겐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바꾸었다.

우아하게 물잔을 들어 목을 축이며 그녀가 물었다.

“그래서, 생각해보셨나요?”

“응? 뭘…”

“구혼요.”

“…진짜 그 목적으로 온 겁니까?”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이지만요.

“그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오라버니가 스스로 그 앞에서 납작 엎드려 기는 왕자님과 결혼하면 오라버니가 저한테도 깍듯이 대할 걸 생각하니, 좋은 점도 있지만요.”

“엎드려 기진 않는데…”

오히려 바이스한테 지옥 훈련을 받으면서 그가 두 발로 못 걸어 다니고 바닥에 엎어진 적은 있었다.

카이엔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페르세이지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전해 들었어요. 구혼 편지가 오면 읽지도 않고 태워버린다면서요?”

“내가 그런 건 아니고 바이스가-”

“네, 알아요. 그런 미친 짓을 할 사람은 오라버니뿐이니까요. 그래서 난리도 아니에요. 편지는 잔뜩 보냈는데 답장을 받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으니까요. 짧은 단답이라도 좋으니 답장을 보내는 게 예의랍니다.”

“으음…”

“그래서 별의별 추측이 들끓고 있죠. 도중에 편지를 가로채는 사람이 있다던가, 하는 식으로.”

그 외에도 많이 있지만 아이클라타는 가장 온건한 추측만을 입에 담았다.

눈이 마주치자 페르세이지는 입꼬리를 당기며 웃었다. 그 미소가 왠지 기분이 나빠서 그녀는 인상을 썼다.

“그 좋은 혼처를 제 발로 차버린 오라버니니 남의 혼삿길 막는 것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하셨겠죠. 모시는 왕자님이라면서 어찌 그런 짓을 하는 건지.”

“저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만.”

“어쩔 수 없긴! 멋대로 집을 나가니 그런 일이 생기죠.”

“제 파혼에 관심이 많나 보군요.”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예스티카 언니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으니까요!”

아이클라타가 벌컥 화를 냈다.

“모처럼 오라버니가 괜찮은 일을 하나 했더니만!”

“하하.”

“지금은 잘 해결됐지만 제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해결됐으니 끝난 거잖아요?”

“끄으으…”

여동생의 분한 얼굴에도 페르세이지는 웃기만 했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그는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비웃음이 아니라 정말로 웃겨서 웃는 모습에 아이클라타는 이를 갈았다.

“하여간 오라버니란 사람은…!!”

“좋은 혼처를 못 구하는 건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만.”

“흥. 저는 오라버니와 달라요. 후작가를 이어받을테니 적당한 데릴사위를 데려올 생각이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왕자님께 구혼서 같은걸 보낸 겁니까?”

“뭐, 핑계죠. 되도 그만 안 돼도 그만.”

“당사자를 앞에 두고 그러십니까?”

“어차피 오라버니한테 익숙해져서 제가 하는 말에도 별로 신경 안 쓰실 것 같으니까요.”

“어… 맞는 말이긴 한데.”

어쩐지 계속 뒷전으로 밀려나는 기분이다.

카이엔이 떫은 표정을 짓는 걸 보고 페르세이지는 가만히 맞은편 자리에 앉아있는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아이클라타는, 그가 신경 쓰지 않아도 혼자서도 잘 해낼 아이다. 다만 남동생 쪽은 조금 걱정이었다.

“베스펠은?”

“걔도 아직요.”

“자식이라곤 셋이나 있는데 아직 한 명도 결혼을 못 했다니. 부모님 상심이 크시겠군.”

“그거야 오라버니가 집 나갈 때부터 망친 거고요.”

“설마.”

“제 말이 맞거든요? 아무튼 베스펠의 처리는 저한테 맡기세요.”

“처리? 남동생을 처리한다는 거야?”

“바이올로스 후작가 정도면 셋째 자식도 어느 정도 권력을 보장해줄 수 있다만 그 애는 그럴만한 재능이 없으니까요. 예전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해놓은 참입니다.”

경악하는 카이엔에게 페르세이지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여전히 웃는 얼굴로 그는 무시무시한 말을 했다.

“젊은 과부님과 결혼시켜서 적당히 집안일 하면서 살게 할 생각입니다만. 뭐, 하는 일 없고 밥만 축내겠지만 얼굴만 보고 키워줄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 한 명쯤은 있겠죠.”

“…엥?”

“신분은 신경 안 쓸 거고요.”

“맞아요. 밥벌레 하나 키워주는 건데 이것저것 따지고 들 필요는 없죠.”

“저기… 그래도 동생 아니야…?”

“무능합니다.”

“쓸모없습니다. 그러니까 아무 사고 치지 않고 조용히 살게 해주는 게 그만이죠.”

단칼에 냉정한 평가가 되돌아왔다.

이쯤 되면 얼굴도 모르는 두 사람의 남동생이 조금 불쌍해질 정도였다.

그 마음이 읽히기라도 한 건지 바이스가 입을 열었다.

“혹여나 왕자님이 거둘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쓸모없기가 초반의 에빌 씨나 비셰 씨와 비슷합니다.”

“…듣는 애들 상처받아.”

“지금은 페르세이지니까요.”

더한 막말도 가능하다면서 그는 방긋 웃었다.

무시무시한 두 남매와 함께 식사를 하려니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도, 평소라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을 바이스는 현재의 ‘페르세이지’라는 인물의 행동에 충실하기 위함인지 내일 보자는 말을 끝으로 따라오지 않았다.

대기하고 있던 글라스와 함께 걸어가면서 카이엔은 한숨을 푹 쉬었다.

“바이스 때문에 적응이 안 돼서 미치겠다…”

“사실 저도 그래요.”

“사이좋게 여동생이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안 되겠지?”

“어… 안되지 않을까요? 지금은 바이스 씨가 아니라면서요?”

“그러려나…”

“방에 가셔서는 바로 쉬실 거죠? 따로 준비할 물건이 있을까요?”

“으음, 그럼 남은 서류 좀 읽다가 목욕하고 자야겠다.”

“준비하겠습니다.”

뜬금없이 맡게 된 시종 대리였지만 글라스는 열심히 제 할 일을 했다.

덕분에 그날 하루는 평화롭게 마무리 지어질 수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바이스가 언제 다시 복귀할지였다.

아이클라타가 하루 만에 돌아간다고 할 것 같진 않았다. 뭣보다, 제 오빠에게 쌓인 게 많아 보였으니 조만간 크게 맞붙을지도 몰랐다.

오랜 시간 페르세이지를 포기하지 못했던 바이올로스 후작이 딸에게 소가주 자리를 넘길 모양이니, 이젠 제 장남을 포기한 건가 싶기도 했지만 사람 일이란 건 모르는 법이니까.

남은 서류를 처리하고 목욕까지 한 다음 카이엔은 잘 준비를 했다.

소금이에게 야식으로 말린 곡물을 몇 개 쥐여준 다음 그는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나려나.

저절로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고 카이엔은 이불을 입가까지 끌어올렸다.

하나, 그는 쉽게 잠들 수 없었다.

안 그래도 복잡한 속내에 딴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느라 계속 뒤척였었는데 막 잠드려고 하는 그 순간, 퉁퉁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둔탁한 소리는, 그다음엔 조금 더 날카로워졌다.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카이엔은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누가 할 일 없이 오밤중에 유리창을 두드리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품을 하던 그는 순간 멈칫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어떤 미친놈이 벽을 타고 기어오르던 천장에서 줄을 매달고 뛰어내리던 창문을 두드린단 말인가.

카이엔의 고개가 삐걱대며 창문 쪽을 향했다.

안에서 잠금장치를 건 뒤 두꺼운 커튼까지 쳐서 가려놓은 창문인데, 갑자기 커튼이 펄럭이면서 부풀어 올랐다.

“으헉…!”

깜짝 놀란 카이엔은 그대로 침대 밖으로 뛰어나왔다.

대체 누구길래 이딴 식으로 침입을 하는 건가!

암살하러 왔으면 조용히 들어왔을 텐데 유리창을 두드리다니.

어디 무기로 쓸만한 거 없나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그의 뒤통수를 향해,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뭐하십니까?”

“어…”

“다 보입니다만.”

“아니… 너 왜 거기 있어!!”

창틀을 밟고 쭈그려 앉아있는 건 바로 페르세이지였다.

잘 아는 얼굴에 카이엔은 황당해하며 목소리를 높였고 그 모습에 페르세이지는 작게 소리를 죽여 웃었다.

“한번 해보고 싶었던 거라서요.”

“뭐가… 밤에 남의 방 창문 열고 들어오는 거? 그런데 분명 창문은 아까 글라스가 잠갔을 텐데…”

“여는 건 간단합니다.”

“잠금장치는 안에 있었는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어… 그래.”

말을 돌리는 걸 보면 방법을 가르쳐주진 않을 모양이다.

한숨을 푹 쉬며 카이엔은 그를 향해 다가갔다.

“그래서, 여기까지 온 이유가 뭔데? 창문까지 두드리면서 안 어울리게 벽까지 타고 들어오고.”

“발코니가 있다면 좋았을 텐데. 좀 아쉽네요.”

“왜 왔냐고.”

“음, 보고 싶어서?”

“헛소리 하지 말고.”

“바로 아시네요. 아까 깜빡하고 말 안 한 게 있어서요.”

창문이 열려있다고 해도, 하늘에 달이 떠 있다고 해도.

불 꺼진 방안은 여전히 어두웠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등지고 있는 페르세이지의 얼굴이 이쪽에선 잘 보이지 않았다.

페르세이지 녀석이야 소드 마스터니까 어둠도 꿰뚫어 보는 모양이었지만 카이엔은 신성력을 빼면 일반인과 다를 게 없는 빈약한 몸이기에 그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 수 없었다.

신성력으로 시력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런 쓸데없는 일에 힘을 쓰고 싶지도 않았고.

그림자밖에 보이지 않아서 괜히 심각해 보이는 모습에 살짝 긴장하고 있으니 잠시 뜸을 들이던 페르세이지가 입을 열었다.

“아이클라타, 그 애도 저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은 아이라서요. 검을 참 잘 씁니다.”

“응?”

“나이도 왕자님보다 세 살이나 더 많고요. 팔다리도 길고 날렵하게 움직일 줄 압니다.”

“그건 또 무슨-”

헛소리냐고 하려는데, 말을 잇는 건 페르세이지 쪽이 더 빨랐다.

“혹시 몰라서요. 왕자님이 그 애한테 반할까 봐?”

“…너 날 뭘로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봐온 왕자님의 취향을 조합해보면 이렇게 됩니다만.”

“내 취향이 뭔데…”

“자네인 님한테 반하셨길래 그분 특징을 기초로 따온 겁니다만.”

“절대 안 그러니까 돌아가!”

“잘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아, 그리고 아이클라타가 그러는데 자기한테 말을 높이지 않아도 된다고 하네요. 저한테 하는 것처럼 편하게 말해주시길. 그럼 이만.”

정말 그 말만 하러 온 건지 페르세이지는 훌쩍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 모습에 카이엔은 기겁해서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하나, 높은 데서 뛰어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페르세이지는 멀쩡히 건물 밖에서 그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같이 흔들어줄까 싶다가 카이엔은 냉정히 고개를 돌리고 창문을 닫았다.

…다시 보니 잠금장치가 깔끔하게 잘려있었다.

창틀에 오러라도 흘려서 자른 건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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