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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왕자는 조용히 살고싶다-202화 (203/219)

-202화

최전방까진 마차를 타고 가게 되었다.

괜히 비행하다가 적의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하에서였다.

에밀에 도착하고 바로 다음 날 카이엔 일행은 군대와 함께 이동했다.

그들끼리만 가도 상관없었지만 어차피 물자 지원을 할 때가 되었다면서 성왕은 군대가 그들을 호위하게 했다.

쉴 새 없이 마차를 타고 달려 에밀을 지나 겔로스에 다다르자 풍경이 바뀌었다.

사령 기사에 의해 망가지고 마법 소녀에 의해 복구되나 싶었던 땅은 다시 망가졌다.

사람이 없는지라 마차는 더욱 빨리 달렸다.

에밀의 군대는 사리반을 압박하면서 더더욱 남쪽으로 진군했고 그 넓은 땅의 반절 이상을 넘어갔다.

다행히 이동하는 도중 사리반의 습격을 받는 일은 없었다.

최전방에 도착하자 카이엔은 바로 군대를 이끄는 사령관과 인사를 나누었다.

모르는 얼굴이었지만 성기사인 사령관은 전해 들은 게 있었는지 카이엔에게 현 상황에 대해 알려주었다.

“저쪽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선공을 했던 적이 있지만 어찌나 독한 마법을 쓰던지, 다시 물러설 수밖에 없었고요. 하지만 그것에 대비해 성수를 잔뜩 비축해놓았고 환상을 없앨 기술도 준비했습니다. 일주일 뒤, 다시 공격할 예정입니다.”

“저희가 늦지 않아서 다행이군요.”

“네. 저쪽에서 먼저 공격했다면 더 앞으로 나아갔겠지만 저쪽에서도 지원군을 기다리는 모양인지 조용하더군요.”

자세한 작전까진 말해줄 수 없는 건지 사령관은 그들이 전투를 시작하면 카이엔 일행은 그 틈을 타서 이동하라고 말했다.

성황과도 했던 이야기인지라 카이엔은 동의했다.

에밀은 같은 편이다.

하나 이 군대 안에서도 사리반에게 조종당하는 이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여길 수는 없었다. 그 탓에 바이스는 다른 이들에게 경계를 풀지 말라고 몇 번이고 언급했다.

그 고생도 이제 며칠이면 끝이다.

일주일 뒤.

예정된 시간, 에밀의 군대가 먼저 뿔 나팔을 불며 진군했다.

카이엔 일행은 그들과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살폈다.

에밀의 군대가 나서가 즉시 사리반도 움직였다. 준비해놓은 마법을 발동하자 새까만 안개가 밀려오더니 에밀의 군대를 감쌌다.

이전에 당했던 술법인 모양인데, 에밀의 군대 또한 반격에 나섰다.

빛이 번쩍이며 검은 안개가 서서히 걷혔다.

선봉에 서있던 성자, 성녀가 신성력으로 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것이다.

성기사에 비하면 전투력이 떨어지는 그들은 성기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선봉에 위치했다. 그들이 내뿜는 신성력의 빛에 힘입어 군대는 용감하게 달려 나갔다.

군대가 맞붙었다.

창칼이 부딪치는 소리과 함성이 뒤섞였다.

조악한 갑옷을 입은 사리반의 군대 중간중간에는 인간 아닌 것들이 섞여 있었고 그것들은 성자와 성녀가 힘을 합쳐서 물리쳤다.

저 안에 메르실라도 끼어있었다.

성수 준비와 무기에 신성력을 담기 위해 성자와 성녀는 한데 모여서 기도를 하고 있었던지라 군대와 함께 있던 일주일 동안은 만나지 못했는데, 아마 저쪽에 끼어있으리라.

익숙한 신성력의 파동을 느끼면서 카이엔은 전쟁을 눈에 담았다.

성왕은 에밀의 한계를 인정했다.

그들이 발견했던 사악한 기운이 넘치던, 신전과도 같은 곳.

정신력이 강한 이들만이 버티고 서있을 수 있었고 긴 싸움 끝에 약해진 이들은 그 안에 발을 들이자마자 기절하거나 정신이 나갔다고 하였다.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인지라 카이엔이 하겠다고 나서니 미안해하면서도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다.

신에게 대항하고 거짓 신앙을 뿌려대는 사리반을 가장 적대하는 이들은 그들일 텐데도.

싸움은 치열해졌고 카이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도 가자.”

“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그들은 움직이기로 했다.

자네인이 드래곤 화 했다. 원래 모습이 아니라 크기를 조금 줄여서 눈에 덜 띄려고 했지만 금빛 드래곤은 구름에 가려져도 잘 보일 것 같았다.

그것을 가리기 위해 비셰가 환상 마법을 쓰기로 했다.

자네인의 등에 세 사람이 타고 글러티나와 그리델라, 비셰가 엄호하는 식으로 그들은 조심스럽게 하늘을 날았다.

높은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땅은, 검은 점이 산산이 박혀있는 것처럼 보였다.

에밀의 군대를 지나 사리반을 지나. 그들은 움직였다.

감이 좋은 이들이 그를 발견해 공격했지만 하늘을 향한 공격은 그들이 있는 높이까지 닿지 않았고 마법이 날아온다 싶으면 옆에서 비행하던 세 사람이 막아주었다.

특히 비셰는 광범위한 매혹과 정신조작으로 그들을 발견한 이들의 공격 진영을 무너뜨렸다.

이미 정신이 깨질 대로 깨져버린 자들에겐 통하지 않았지만 혼란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곳에 진을 치고 있는 이들을 지나 그들은 겔로스를 넘어갔다.

나아갈수록 사악한 기운은 강해졌고 모든 것을 메말라 죽게 할 정도의 독기가 가득했다.

겔로스의 국경을 지나 아피스로 들어갔다. 땅 위에 살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말라비틀어진 나무들은 악몽에서나 나올법한 생김새로 자라있었다.

카이엔은 정신을 집중하면서 독기의 근원을 추적했다.

중간중간 방향을 바꿔가면서, 조사를 위해 잠시 착륙하면서. 그들은 서서히 이 일의 원흉인 광대…그리모어에게 가까워졌다.

“…여긴가.”

아피스 내를 방황한 끝에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중간에 길을 잃었지만 지직거리는 통신 너머로 앙그라가 방향을 잡아줬기에 조금이나마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거센 바람이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그 너머로 검은 돌을 통째로 깎아 만든 것만 같은, 거대한 신전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였다.

자연적인 것이 아닌 마법으로 만들어낸 소용돌이는 맨몸으로 지나칠 수 없을 정도였다.

글러티나가 팔에 상처를 내 피로 만든 사역마를 날려 보냈다. 바람에 산산이 부서지는 사역마를 보고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쉽지 않겠는데.”

“게다가 정령들이 말해준 것보다 독기가 강해요.”

“일단 착지부터 하죠. 바람이 주변을 빙 둘러싸고 있는 데다가 하늘을 날아서는, 중심에 착지하기도 어려워 보이니 어쩔 수 없네요.”

일단 그들은 근처에 착지하기로 했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내려서 그들은 소용돌이를 확인했다.

땅에 발을 디디니 저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독기가 더욱 강력해졌다.

“다들 인간이 아니니까 인간만큼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어! 바, 바이스 씨는 인간이잖아요!”

“네? 전 인간이죠.”

“이종족보다는 인간한테 훨씬 위험한 환경이에요!”

“왕자님도 인간입니다만.”

“왕자님은 그래도 사제니까 신성력으로 보호가 가능하잖아요. 그치만 바이스 씨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하긴… 바이스 씨는 인간답지 않은 면이 있으니까.”

“칭찬으로 들리진 않는군요.”

한 마디로 인간 아닌 이들은 그나마 견딜 수 있지만 바이스에겐 치명적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인간답지 않은 면모를 자주 보인 바이스였지만 인간이었으므로 내부 장기까진 보호할 수 없다는게 프라우디에의 의견이었다.

정작 당사자인 바이스는 괜찮다고 일갈했지만.

그 모습에 카이엔은 고개를 저으며 가방을 열었다.

“이것저것 챙겨온 게 있는데 여기서 나눠주는 게 낫겠다.”

가방에서 나오는 건 성수와 부적, 포푸리였다.

부적이라고 해도 그가 손에 쥐고 기도했던 작은 장신구 정도였다.

모두에게 하나씩 나눠준 카이엔이었지만 그걸로는 모자라다고 여겼는지 걸고 있던 목걸이를 빼서 바이스에게 걸어주었다.

질긴 가죽끈에 보석이 걸린 평범한 목걸이였다.

“내가 기도하면서 늘 차고 있었고 신성력도 계속 넣었던 거니까 다른 것보다 훨씬 나을 거야. 난 사제지만 넌 소드 마스터라고 해도 인간이니까.”

“저한테 정신 공격은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상대는 신이랑 맞먹으려고 하는 놈이잖아. 가지고 있어.”

그 말에 바이스는 얌전히 목걸이를 걸고 있기로 했다.

프라우디에가 끈이 끊어지지 않게 마법도 걸어주었다.

독기를 해결했으니 남은 건 바람이었다.

그리델라와 비셰가 불과 바람으로 공격해봤지만 두꺼운 바람벽은 그것을 몽땅 튕겨냈다.

“…내가 해볼게.”

카이엔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는 아직 천신의 성자, 성녀에 비하면 신성력을 쓰는데에 미숙해서 매개체를 이용해 힘을 담아 휘둘러야 했다.

사탄에게 받은 검을 뽑아 들고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쾅!

카가가각-!

신성력을 가득 담은 검을 휘두르니 회오리바람과 신성력이 부딪치면서 큰 폭발을 일으켰다. 그 여파로 바람이 흐트러졌고 그것이 수복되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하면 되겠다.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가자. 효과가 있으니까.”

“네. 어떻게든 해보죠.”

평소라면, 카이엔을 앞장서게 하지 않았겠지만 바이스 역시 동의했다.

카이엔은 검에 담은 신성력을 휘둘러 소용돌이를, 두꺼운 칼날 바람의 벽을 부숴버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방해되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겨우 바람벽을 넘었나 싶었지만 그 순간, 보이지 않았던 괴물들이 땅에서 솟아올랐다.

공중에서 내려다봤을 땐 보지 못했던 것들은 침입자를 발견한 순간 곳곳에서 튀어나왔고 달려드는 괴물들에 카이엔의 양옆에서 바이스와 글러티나가 검을 들고 맞섰다.

자네인은 후방을 감시 했고 그리델라와 프라우디에, 비셰는 주변을 경계하며 보조하는 역할을 맡았다.

- 끼기긱!

정면의 카이엔을 노리고 괴물이 달려들었다. 카이엔이 검을 들어서 괴물의 발톱을 막자 뒤에서 괴물의 머리통을 향해 불덩어리가 날아왔다. 비셰가 쏜 것이었다.

카이엔이 신성력을 담은 검으로 목을 베어버리니 괴물은 금세 흐물흐물해졌다.

바이스와 글러티나는 정석적으로 괴물을 베어서 죽이려고 했지만 놈들의 육체는 금세 다시 붙으려고 했다. 심지어 제 것이 아닌 몸과 결합하려는 모습에 그리델라가 냉큼 가지고 있던 성수를 뿌렸다.

성수가 닿자 괴물의 신체가 녹아버리더니 움직임을 멈추었다.

“재생하려고 하면 끝도 없겠군요. 서둘러 돌파하는 게 낫겠습니다.”

“그러는 게 낫겠다.”

카이엔은 한숨을 쉬었다.

어째 쉬운 일이 없었다.

간단할 것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이런 괴물들이 계속 튀어나오니 상대하기 벅찼다.

상처라도 입었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다들 부상을 경계하다 보니 날카로운 공격을 하기가 힘들었다.

어차피 재생하는 괴물들이다. 베어버리는 순간 나오는 짧은 침묵을 이용하며 그들은 앞으로 나아갔다.

비셰가 성수 병을 열어서 공중을 향해 성수를 뿌렸다. 그것에 마법을 걸어서 얇은 화살을 만들어 괴물들을 향해 화살비를 뿌리니 뒤쫓아오는 놈들이 일제히 비틀거리면서 쓰러졌다.

검은 신전이 점점 가까워졌다.

오싹하고 서늘한 기운이 풍겼다.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 것마저 꺼려졌다.

온몸이 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다.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것만 같았다.

카이엔은 호흡을 가다듬었고 다른 이들은 그가 나눠준 부적을 손에 쥐었다.

“가자.”

담담한 한 마디를 내뱉는 것마저도 힘이 들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카이엔의 뒤를 따랐다.

검은 신전의 안으로, 그들은 발을 들였다.

검푸른 불꽃이 신전의 벽에서 넘실거렸다. 벨레드도 저런 불꽃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그가 가지고 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들었다.

불길하고 음습한 기운.

방심했다간 그대로 그들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육신뿐만이 아니라 영혼마저 불타올라 저 불꽃에 섞일 것만 같은 막연한 불안감.

저것은 영혼을 태우고 이성을 태우는 불이었다.

애써 눈을 돌리며 카이엔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마신의 사제라서 더 예민하게 느끼는 건지 다들 비슷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신전의 내부는 고요했다.

저 밖은 바람 소리와 괴물의 울음소리로 흉흉하기 그지없었건만, 그에 대조되듯 신전 안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침묵이 그 안을 가득 채웠다.

언제 이 적막이 깨질지 몰라 그들은 온 신경을 집중했다.

적의 본거지다.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경계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발밑이 울리기 시작했다.

발을 디디고 있던 신전의 벽돌 바닥이 뒤틀리며 하나둘 무너졌다.

“이런…!”

한데 뭉쳐있으니 흩어지게 하려는 거구나!

급하게 카이엔이 외쳤다.

“다들 혼자 떨어지지 마! 가까이 있는 사람을 붙잡-”

무너지는 발밑에 그의 목소리가 끊어졌다.

무언가가 아래에서 그를 쭉 잡아당기는 것만 같았다.

시야가 거세게 흔들렸다.

그런 그를 향해 바이스가 뛰어들었다. 글러티나도 움직였지만 그 순간 바로 앞을 막고 솟아오른 바위 탓에 두 사람을 놓치고 말았다.

신전에 들어왔을 때부터 카이엔에게 눈을 떼지 않았던 바이스만이 그를 향해 몸을 던지는 게 가능했다.

팔을 뻗어서 카이엔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제품에 끌어안아 머리부터 보호한 뒤 바이스는 저 너머를 바라보았다.

칠흑 같은 어둠으로 저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얼마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건지 판단할 수 없었다.

길고도 짧은 낙하. 바닥이 보이자 바이스는 카이엔이 아닌 자신이 먼저 떨어질 수 있게 몸을 돌렸다.

- 쿵!

둔탁한 충격과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그제야 바이스는 카이엔을 붙잡고 있던 팔을 풀었다.

“괜찮으십니까?”

“어… 응. 갑자기 바닥이 무너질 줄은 몰랐는데…”

“정신 차리세요. 머리는 다치지 않은 것 같은데 다른 곳은 어떠십니까?”

“멀쩡해. 나보단 네가 문제지.”

바이스가 그를 끌어안은 데다가 먼저 떨어지기까지 했다.

안 다쳤을 리가 없다며 카이엔은 바이스의 팔을 붙잡았다.

“…멀쩡하다니까요.”

“아닌 것 같은데. 함정이 이걸로 끝일 리 없잖아. 얼른 말해. 다친 데 있으면 바로 치료해야지.”

“그럼 그쪽 어깨와 팔만 치료해주세요. 그쪽이 먼저 땅에 닿았거든요.”

“그래.”

바이스는 어깨와 팔만을 언급했지만 카이엔은 그 팔을 붙잡고 치료를 마친 뒤에도 놓지 않고 신성력을 써서 잔 상처까지 모조리 치유해버렸다.

그것을 눈치챈 바이스가 무어라 입을 열 틈도 주지 않고 그가 말했다.

“어서 가자. 그런데 아무것도 안 보이네.”

신성력을 뭉쳐서 만든 구체를 둥둥 띄워서 발밑을 비추었다.

검은 벽돌 같은 게 사방에 있었다. 그들이 떨어진 걸로 추정되는 천장을 비춰보았는데 뻥 뚫려있긴 했지만 날 수가 없어서 올라갈 방법이 없었다.

마치 미로에 떨어진 것만 같았다.

어느새 몸을 일으켜 카이엔의 옆에 선 바이스가 한마디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법이든 비행이든 배워둘걸 그랬습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일단 움직이도록 하죠.”

“팔은?”

“멀쩡합니다.”

“…내가 치료 안 해줬어도 말 안 했을 거면서.”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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