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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왕자는 조용히 살고싶다-173화 (174/219)

-173화

쾅!!

굉음이 울리면서 성 전체가 흔들렸다.

앙그라가 주먹을 휘두른 것이었다. 그 힘에 저만치 앞에 있던 벽이 울렸지만 다행히 성은 무너지지 않았다.

사탄을 노려보며 그녀가 물었다.

“어째서 그런 짓을 한 거지?”

“글쎄요. 저도 그자가 여태까지 살아남을 줄은 몰랐습니다. 리치왕이 스러지자 그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죽지 않더군요. 비참하게 꿋꿋이 그 목숨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면서 결국엔 그토록 사랑해마지않았던 자를 다시 한번 찾아냈어요. 그가 바라는 게 뭔지 대충은 짐작 가시죠?”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쐐기를 박듯 그가 말했다.

“그는 리치왕을 다시 만나고 싶어 해요. 그러기 위해서 힘을 기르고 세력도 모았지만 앗 하는 사이에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렸고 일이 조금 틀어지게 되었죠. 지금쯤이면 거의 완성됐을지도 모르겠네요. 집착은 무서운 법이니까.”

“넌 왜 마왕 대리전에 참여하지 않았지? 다른 방법으로라도 그자를 이용했다면 차기 마왕도 네 입맛대로 고를 수 있었을 텐데.”

“아, 그건 재미없을 것 같아서요. 한 인간에게 접촉하긴 했는데 단칼에 거절당했지 뭐예요. 차인 건 너무 오랜만이라 좀 충격이었어요.”

눈물 닦는 시늉을 하며 사탄이 말을 이어나갔다.

“어린 나이에 검의 경지에 이른 자였는데, 아쉬웠어요. 제 주인 목을 물어뜯을 수는 없다고 하더군요. 힘도 필요 없고.”

“…혹시.”

카이엔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쩐지,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그런 그와 눈이 마주치자 사탄이 말했다.

“네, 당신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답니다!!”

바이스였냐!

그놈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는데 실은 전 마왕이 거래를 제안한 모양이었다.

마른세수를 하는 그를 비셰가 안타까워하며 쳐다보았다. 비셰 역시 알아차린 것이었다.

충격에 빠진 카이엔을 내버려 두고 악마들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제 이야기 끝났으면 돌아가요. 듣고 싶은 건 다 들었죠?”

“아직 모자른데.”

“계속 여기 있으면 저를 적대하는 걸로 해석하고 인간 사제만 빼놓고 싹 없애버릴 겁니다.”

“오, 난 싸우는 것도 좋은데?'

그 말에 벨레드가 반색했지만 사탄은 전 마왕답게 노련하게 회피했다.

“하하 당신은 여전하네요. 그런데 정신 나간 파괴 동지 안드라스는 어디 두고 혼자 왔어요?”

“걔 요새 조용히 지내. 그건 몰랐나 보네?”

“아, 싸움에 질렸으려나요? 아니면~ 알 것 같기도 하고~ 의외네요.”

“그래서 어쩔래, 싸울 거야?”

“폭력반대입니다.”

“혹시 이유 없는 폭력이 덮친다는 말은 들어봤어?”

“하하하.”

“웃지만 말고.”

“하여간…”

대책 없는 전 마왕을 앞에 두고 싸우자는 악마와 골치 아파하는 악마, 구경하는 악마로 부류가 나뉘었다.

카이엔은 가만히 사탄을 쳐다보았다.

다른 악마들도 많이 봤지만 이자는 악마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일단 외모도 그렇고 기운도… 그에겐 그리 이질적이지 않았다.

카이엔은 천천히 사탄에게 다가갔다.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도 사탄은 막지 않았다. 오히려 카이엔이 그에게 걸어오자 그 역시 걸음을 떼어 카이엔에게 향했다.

여전히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여유로운 전 마왕이 물었다.

“저한테 할 말이 있나요? 작고 작은 인간 사제 씨.”

“…별로.”

“그럼 제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던 건가요? 이거 부끄럽네요.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제가 마계에서도 손꼽히는 미남이긴 하죠.”

그는 유쾌하게 너스레를 떨었다.

사탄은 자기 입으로, 자기를 적대한다면 카이엔 빼놓고 싹 없애버린다는 말을 지키려는 듯 카이엔의 앞에선 입만 놀렸다.

그 말을 반신반의하는 악마들은 경계를 풀지 않았지만, 카이엔은 친근하게 그에게 말을 붙이는 전 마왕의 앞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말, 악마가 맞는 건가 싶어서.”

“흐음? 뭐, 제가 아름답게 생기긴 했죠. 저기 보이는 짐승남 씨와는 다르게 여리여리하죠? 벨레드는 무식하게 근육만 많고 가슴도 커서-”

“나 바로 앞에 있는데 그렇게 말하기냐?”

“그렇기보단…”

카이엔은 무어라 말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이 잘 정리되지 않았다.

사탄에게 신성력, 비슷한 것이 느껴진 탓이었다. 다만 앙그라와 그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오히려, 메르실라에게 느꼈던 기운과 유사한 것 같았다.

그가 그 말을 꺼내려고 하자 사탄이 손을 뻗어 그의 입을 막았다. 위협일지 모르는 행동에 카이엔과 가까운 편인 앙그라 마이뉴와 벨레드가 금방이라도 앞으로 달려들 수 있게 몸을 틀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사탄은 눈웃음을 지었다.

“쉿. 당신에게 한 가지 힌트를 더 주도록 할까요? 이왕이면 좀 더 강해지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그는 가만히 좌중을 둘러보았다. 모두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려있었다.

아스모데우스는 릴리트에게만 신경을 쏟고 있는 것 같지만 릴리트가 이쪽을 보고 있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그도 끼어들게 확실했다.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그가 말했다.

“단둘이 조용히 있을 시간이 필요하겠어요.”

“그게 무슨 말-”

앙그라 마이뉴의 말이 도중에 끊어졌다.

그가 손가락을 튕긴 순간, 주변의 모든 것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사방이 시커먼 공간 속에는 카이엔과 사탄, 단둘 만이 남아있었다.

“이건…”

“아- 이제야 좀 조용해졌네.”

놀란 카이엔을 앞에 두고 사탄은 쭉 하고 기지개를 켰다. 뒤이어 혼잣말처럼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 참- 나름 조용히 잘 지내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네비로스까지 끌어들여선… 에휴, 내 팔자야.”

신세 한탄을 하면서 구시렁거린 뒤에 그는 고개를 들어 카이엔을 바라보았다.

새까만 공간이라, 카이엔의 검은 머리카락이 가려진다면 재밌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그가 카이엔에게 말을 걸었다.

“죽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네?”

“그때.”

그는 생긋 웃었다.

“당신의 힘,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요? 몬스터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그것 말이에요.”

“그건… 루키푸게가 준 것, 인데.”

“아하하.”

사탄은 소리 내어 웃었다.

“네, 그게 맞죠. 분신이란 것에 대해 알고 있나요? 고위 악마들은 심심찮게 그것을 만들어내곤 한답니다. 자신이 분신이란 걸 아는 종류가 있고 모르는 종류가 있죠. 루키푸게 로포칼레는 빛을 피하는 자이며 나는 빛을 펼치는 자이니. 그는 나의 꾸며진 다른 모습이며 저와 비교하면 미약하지 그지없는 존재죠.”

“저는 마계의 왕인 사탄이며 지옥의 광명이자 최초의 횃불이었던 자입니다. 예전엔 루시페르라고도 했는데 사탄이 더 짧고 좋으니 그걸로 부르세요.”

“…대체 왜 나한테 몬스터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을 준거야?”

“덕분에 살아남지 않았나요?”

“그래도…”

카이엔은 말끝을 흐렸다.

악마와의 만남은 단순한 우연이었을 터였다. 그 기이한 우연이 그를 앙그라 마이뉴와 만나게 했고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했다.

사탄은 그 일에 자신도 한 다리 걸쳐있었음을 제 입으로 시인했다.

“글쎄요. 단순히 그저… 음, 당신에게 약간의 재능과 운이 따랐을 뿐이죠. 저는 경계에 금이 간 뒤로는 인간계를 자주 구경했거든요. 물론 본체는 여기에 두고 분신이나 사역마를 통해서였지만요. 인간의 성이 궁금해서 몰래 놀러 갔다가 당신을 만난 거였어요.”

“우연히 만난 꼬맹이는 꽤 귀여웠고 죽음의 그림자가 보였기에, 어떻게 하면 잘 피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게 그 능력이에요. 정확히는 말을 알아듣는다를 넘어서서 감정을 연결할 수 있는거고요.”

“당신도 느꼈죠? 그때, 그 만티코어와 당신은 같은 감정을 공유했어요. 만티코어는 혼란과 불안, 제 새끼를 잃었다는 분노와 슬픔에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고 당신은 부모를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불안과 초조, 공포, 슬픔 등으로 우울증 기미가 살짝 보였어요. 공통점은, 만티코어는 자식을 잃었고 당신은 부모를 잃었으며 그로 인해 순간적이나마 죽고 싶다는 감정을 느꼈던 거죠.”

“그게 연결된 거예요. 그래서 연결된 정신으로 서로의 감정을, 생각을 알 수 있었어요. 덕분에 만티코어는 제정신을 차려서 당신을 물어 죽이지 않았고 당신도 그를 불쌍히 여겨서 손을 뻗었고 끌어안았죠. 혼자 보기 아까운, 정말로 감동적인 광경이었답니다. 인간과 몬스터가 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모습이란!”

그는 눈물을 닦는 시늉을 했다.

카이엔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가 이런 공간까지 만들어서 다른 악마들의 눈과 귀를 피하려고 하는 건 루키푸게가 그의 분신이라는 걸 아는 이가 없다는 뜻이었다. 사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 외에도 한두 번쯤은 더 있었을 거예요. 말이 통한다는 건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는 거고 당신은 이해심이 깊으니까요. 종족도 모습도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지만 말이 통하게 되면 일단 안도하게 되잖아요? 정말 유용한 능력이죠?”

카이엔의 대답을 촉구하며 사탄은 그를 바라보았다.

어렸던 아이가 지금은 훌쩍 컸다.

인간의 시간은 참 빠르다는 걸 실감했고, 또 금방 사라질 것을 알기에 조금 안타까워졌다.

짧은 생을 사는 이를 사랑하다가 홀로 남은 불멸자에 대한 이야기는 인간의 희곡에도 등장하지 않던가.

하나 인간의 생이 유한하기에 그토록 사랑스럽다는걸 알고 있기에, 그가 말했다.

“…억지로 생을 부여잡고 있는 자가 있습니다. 당신의 동료를 노리고 있어요. 정확히는 그 심장이죠. 그것만 빼내고 나면 볼일은 없을 테니까요.”

“싸울 겁니다.”

“힘들 거예요.”

“압니다.”

“목숨을 걸 수 있나요?”

“그래야 한다면 얼마든지.”

“악마로부터 목숨을 구원받은 자가 그 목숨을 세상을 위해 바친다, 라.”

신님은 좋아할지도, 라며 그가 중얼거렸다.

“이미 존재하지 않는 자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 존재입니다. 저와 거래한 것도 실은 별거 없는 소원이었어요. 그녀와 떨어지고 싶지 않으니 강해지고 싶다는 소원이기에 마법서를 몇 권 내준 것뿐이었죠. 스스로에게 저주를 걸어서 영생을 버틴 자입니다.”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죽여도 죽지 않을 겁니다. 스스로 제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은 어려울 거예요.”

그는 손끝으로 카이엔의 이마를 툭 쳤다.

“당신은 이미 신성력을 품고 있습니다. 비록 마신의 신성력이긴 하나 그로 인해 흑마법을 익힐 수 없고 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그 신성력은 언데드들에겐 쥐약이 될 수 있죠. 마신은, 우리의 신은 어둠을 담당하고 있을 뿐 부정하고 역한 존재가 아니기에. 아, 언데드를 싸잡아서 욕하는 건 아닙니다. 당신의 기준에 따라서 그 힘은 치유가 될 수 있고 징벌이 될 수도 있어요.”

“알고 있어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흠.”

사탄은 고민에 빠졌다.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 살짝 눈을 감은 그를 보며 카이엔도 덩달아서 긴장했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아, 시끄럽게 방해하긴. 이거라도 받으세요.”

“네? 으왓!”

갑자기 영문 모를 소리를 하면서 사탄은 허리춤에 있던 검을 풀어 검집째 카이엔에게 던졌다.

깜짝 놀란 카이엔은 얼떨결이 그것을 받았다.

검과 검집이 분리되지 않았다면 그저 특이한 장식이라고 여겼을 법한 물건이었다.

살짝 무게감이 있었지만 저번에 몰래 만져봤던 바이스가 쓰던 검보다는 가벼웠다.

“그거, 제가 천상계에 있었을 때 쓰던 건데 지금은 장식용으로 걸어두고만 있거든요. 신성력 쓰는 데에는 나쁘지 않을 테니 잘 쓰고 나중에 돌려주세요.”

“아 네…”

빌려주는 거구나.

인상을 쓴 사탄이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그들은 원래 서있던 홀로 돌아왔다.

바로 앙그라 마이뉴가 카이엔에게 달려와 그를 붙잡고 물었다.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어, 없는데요…”

“그럼 다행이지만… 손에 그건?”

“빌려주신대요.”

“허어?”

황당해하며 앙그라는 사탄을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미소를 지었다.

“조금은 손을 보태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흠-”

“볼일 다 끝났으면 돌아가 주실래요?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니 피곤하네요.”

“…다음에 또 오지.”

“그땐 이렇게 우르르 끌고 오지 마세요.”

멀리 안 나간다면서 사탄은 벌레 쫓듯 손을 저었다.

물론 그랬다가 다른 악마들의 눈총을 받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이상 장난칠 분위기가 아니란 걸 알기에 앙그라 마이뉴와 바알도 아까처럼 그를 걷어차거나 패지 않고 조용히 물러났다.

그렇다고 모두 조용히 뒤돌아선 건 아니었다.

“아, 재미없게시리.”

맨 처음으로 앙그라 마이뉴가 카이엔을 챙기며 물러났고 벨레드가 투덜거리면서 그 뒤를 따라갔다.

아스모데우스는 사탄 쪽으론 시선도 주지 않고 비셰만 챙겼고 바알은 마지막까지 사탄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다들 물러나자 마지막으로 네비로스가 전 마왕인 사탄에게 예의를 갖춰 인사하고 나가면서 문을 닫았다.

육중한 문이 닫히면서, 그들은 전 마왕의 시야에서 물러났다.

“후, 어찌 되던 잘 끝났군. 고생 많았다, 카이엔. 집에 보내줄게.”

“…저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버티고 서 있던 것만으로도 잘한 거야. 다음에 또 연락할게. 다만, 인간계에서 벌인 대리전으로 인해 우린 인간계 일에 더이상 참견할 수 없어.”

“압니다. 저희 일은 저희가 해결할게요.”

무기도 하나 받았으니까.

비셰는 같이 못 돌아가고 나중에 따로 돌아올 모양이었다. 비셰는 같이 가고 싶어 했지만 아스모데우스가 막았다.

“왕자님, 저 금방 돌아갈게요!!”

“응. 기다릴게.”

아무 말도 안 할 수는 없어서 대답해준 것뿐인데 그를 바라보는 아스모데우스의 시선이 매서워졌다.

벨레드는 그 모습을 보고 낄낄거리고 있었고 앙그라 마이뉴는 고개를 젓더니만 바로 그를 돌려보내 주었다.

눈 한번 깜빡하는 사이에 그는 영주성의 방으로 돌아와 있었다.

“…금방이네.”

“오셨습니까?”

“윽! 너 계속 있었어?”

“왕자님이 언제 돌아오실지 모르니 대기하고 있었죠.”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듯 서 있는 바이스를 보고 카이엔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들고 계신 건 뭡니까?”

“어… 빌려준다더라. 신성력을 담을 때 도움이 될 거라던데.”

“내일 시험해보면 되겠군요.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냥 씻고 잘래.”

“…알겠습니다.”

카이엔이 굶는 게 내키지 않는 바이스였지만 피곤해서 그런 것임을 눈치채고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바이스가 목욕 준비를 하러 들어가자 카이엔은 가만히 사탄이 준 검을 뽑아봤다.

그가 한 손으로 휘두를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날렵한 검이었다. 그 상태로 신성력을 불어넣자 일렁이는 검기가 보였다.

‘연습해야겠네.’

이런 것까지 받았으니까.

전 마왕이 이런 걸 건네줬다. 그것은, 그 역시 과거의 망령이 현재를 어지럽히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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