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빛과 어둠은 하나에서 갈라져 나왔으니.
서로가 서로를 침범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함께 등을 맞대어 살아갈지어다.
빛의 신의 교단.
그들은 어둠의 신을 인정하기로 했다.
이전에도 계시가 내려왔지만 교단 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하나 긴 토론 끝에 그들은 의견을 하나로 모았다. 물론, 이 사실은 중심이 되는 고위 사제들과 성기사들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어둠의 신이, 마신이 인간 외의 존재의 신이 되기로 한 이상 그들은 마신에게 관심을 쏟을 필요가 없었다.
성녀, 메르실라는 책상 한 쪽에 쌓인 구겨진 종이 뭉치를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종이도 다 돈인데 이렇게 낭비해버렸다.
평소 절약하는 습관이 있던 그녀인지라 괜히 종이가 아까워서 고개를 숙였다.
“편지는 어떻게 써야 하는 거지…”
고민하다가 결국 펜을 내려놓았다. 이대로 편지를 썼다간 또다시 종이를 낭비해버릴 것만 같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카이엔만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잘 쓰던 편지에 이상한 말들이 끼어들어 버려서 난감했다.
‘다시 만날 일이 있을까…’
마신전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신자는 늘었을지 체계는 좀 더 잘 잡혔는지.
물론 카이엔 본인이 큰 의지가 없어 보여서 교세가 확장되었을 것 같진 않았지만.
그녀의 생각대로 마신전은 너무나도 한산했다.
천신의 교단에서는 사이비들이 괜히 마신전을 걸고넘어질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카이엔에게 충고했지만 그런 일은 전혀 없고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한 번씩 수도에서 날아오는 이노스의 편지에 대충 휘갈긴 답장을 보내주면서 카이엔은 열심히 영주 일에만 몰두했다. 신관으로서, 사제로서 할 일은 거의 없었다.
글러티나가 글라스와 함께 그의 생일 선물이랍시고 검은 숲을 한번 휘젓고 온 뒤라 그쪽 또한 조용했다.
하긴, 뱀파이어는 상위 포식자에 해당하니 그들 남매가 한번 휩쓸고 간 지역은 몬스터들이 다가올 엄두도 못 낼 법했다.
게다가 무슨 생각이 있는 건지 프라우디에가 엔베인과 함께 자주 검은 숲을 들락거리면서 전리품을 가져오곤 했다. 아마 실험용으로 쓸 샘플을 채취하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검은 숲이 위험해도 그 두 사람에겐 아무렇지도 않을 터라 카이엔도 걱정스러운 말을 건네는걸 그만두었다. 그쯤 되니 걱정하는 게 두 사람을 무시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만 같았다.
“…으음.”
그는 고개를 돌려 방 안에 놓아둔 상자를 쳐다보았다.
아직, 인형의 태엽을 감지 않은 상태였다.
프라우디에가 좀 한가해 보이면 방에 와달라고 해서 같이 태엽을 감아보려는데 그도 바쁘고 프라우디에도 바빠서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사람의 모습을 본 뜬 인형이지만 그 원리는 골렘과 다를 바 없다고 프라우디에가 말했다.
마력으로 움직이고, 움직임을 멈추면 마력을 보충해주면 되는 거라고.
에빌은 호위 기사 대신 공무원으로 일하는 시간이 더 기니, 필요한 순간에 무기로 써달라고 프라우디에가 선물한 것이었다.
비셰는 뒤늦게 그에게 선물을 건넸다. 향수였다.
가끔 뿌려달라고 하기에 생각날 때마다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엔베인도 향수를 뿌리던 것 같은데.”
“그런가요?”
“왠지 묘하게 허브향이 났던 것 같아.”
파티 때도 그랬다.
뭐, 엘프니까 그런 걸지도.
카이엔은 그런 것 같다면서 흘려넘겼다. 그런 그에게 바이스가 말했다.
“다른 사람 걱정보단 왕자님 앞가림이나 하시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어… 그래.”
“생일이 지나고 나니 또 이만큼의 구혼이.”
두꺼운 편지 뭉치를 보여주는 바이스였지만 역시나 모닥불 쪽으로 가더니만 그 뭉치를 몽땅 던져버렸다.
훌륭한 땔감을 얻게 된 모닥불은 활활 잘도 탔다.
“매번 보는 거지만 진짜 많고 너도 진짜 겁 없다…”
“뭐 어떻습니까.”
“아니, 내 목숨줄을 걱정해야 하나…”
“제가 한 번씩 다 읽어보고 처분하는 거니 걱정 마세요.”
“나한테 온걸 왜 네가 읽는 건데.”
“그야 쓸데없는 내용뿐일 텐데, 고작 이따위 걸로 왕자님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할 순 없지 않습니까?”
너무 뻔뻔해서 카이엔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래, 네가 알아서 해라.”
결국 또다시 원점이었다.
그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바이스가 물었다.
“왕자님은 따로 마음에 두신 분이 계신가요?”
“알면서 그런 말 하기냐…”
“그야 실연한 지 오래니까요.”
“…….”
“주변에 여성 분들이야 많지 않습니까. 아, 저는 왕자님이 누굴 선택하던 기쁜 마음으로 그 선택을 존중할 테지만 제 눈에 차지 않는다면… 아시죠?”
“몰라.”
알게 뭐냐고.
실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투덜거리자 바이스는 웃었다.
세자르는 평화로웠다.
카이엔은 일과 휴식, 훈련을 병행해나갔다.
좀 더 신성력을 잘 쓸 수 있도록 연마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다들 묵묵히 옆에서 그가 훈련하는 걸 바라보았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다.
드넓은 사막의 땅 선세트라.
사막의 부족민과 수인족들이 적은 단위로 군데군데 부족 생활을 이어나가는 그곳은 평소에도 자잘한 전투가 끊이지 않았다.
그곳에서 나타난 살인귀의 소문이 마녀들을 통해 카이엔에게 전달되었다.
“…왠지 익숙한데?”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검을 들고 다니는 살인귀라니.
마검이 연관되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추측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로도 비슷한 사건에 대한 정보들이 하나둘 뒤를 이었다.
“선세트라에만 있는 일이 아니군요.”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노라 바이스가 첨언했다.
행동반경은 제멋대로인 데다가 무슨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개체마다 타입이며 살인 방법도 달랐다.
사건이 커지니 각국에서 살인마들을 잡아들이는 모양인데 그 마검을 잡게 되면 숙주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살해당한 인간의 영혼이 검에 묶여서 그 귀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그것을 막으려면…
“흑마법사나 네크로맨서가 나서는 게 나아요. 그게 아니라면 사제가…”
프라우디에의 말에 카이엔은 동의했다.
그러나 흑마법사같은 놈들이 이런 일에 끼어들 리가 없으니 에밀을 떠나 각국에서 종교활동을 하는 사제와 성기사들의 행동이 중요해졌다.
아직 그 사건이 가르간트까지 도달하진 않았지만 사막에서부터 시작된 게 아니라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인 만큼 언제 가르간트에서도 마검에 조종당한 이가 나올지 몰랐다.
카이엔은 일단 마을에 공고문을 써서 붙이기로 했다.
수상한 날붙이를 발견하면 줍지 말고 신고하라고.
저주받은 물건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글이 적힌 게시판이 곳곳에 설치되었다.
영지를 오가는 상인들이 그 게시글을 읽고 다른 지역으로 퍼뜨려준다면, 더욱 좋았다.
에밀에 있는 메르실라에게도 마검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서 보내니 성국 쪽에서도 자체적으로 조사단을 꾸려서 파견했다는 답장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호오.”
창밖을 내다보던 에빌라이 공작… 티아마티스가 입가를 매만지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겁도 없군. 여기까지 쳐들어오다니.”
공작가의 저택 바로 앞까지 들이닥친 자를 보고 그는 가만히 그 상황을 관찰했다.
공작가를 지키고 있는 기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은 적이 강해서이기보단, 끔찍한 기운 때문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그럴 확률이 높았다.
아무튼 저주받은 마검에 다쳤다간 치료하기가 참으로 불편할 테니 그는 이노스를 불렀다.
제 방에서 놀고 있던 녀석은 그의 부름에 투덜거리면서도 재빨리 달려왔다.
“무슨 일 있으세요?”
“넌 저 소란이 들리지도 않았던 거냐?”
“알아서 잘 처리할 줄 알았죠.”
“네가 나가서 싸워라.”
“엥? 제가 싸워야 해요?”
티아마티스의 말에 이노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 반응에 티아마티스는 귀찮다는 듯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럼 고작 저까짓 것을 상대로 내가 나서야겠느냐?”
“그냥 귀찮다고 솔직하게 말하세요.”
투덜거리면서도 이노스는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침입자와 싸우기 위해 방을 나서는 그의 뒤를 티아마티스가 따라갔다.
“어? 따라오시려고요?”
“네가 다치면 그것도 나름대로 골치 아픈 일이 되니까.”
“걱정되면 걱정된다고 말하세요~”
“또 까불지.”
“쳇.”
잡담을 하면서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갔다.
침입자를 경계하며 상대하고 있던 기사들은 티아마티스가 나타나자 경례를 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길을 열라는 말에 바로 앞에서 침입자를 상대하던 이들도 뒤로 물러났다. 뻥 뚫린 길이 만들어지자 이노스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상대는 인간과 비슷한 점이라곤 이족보행을 한다는 것뿐이었다.
마법사인 그의 눈에는, 그가 도저히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네.’
기사들이 그걸 몰랐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노스는 쓸만한 마법을 떠올려보았다.
수상한 기운을 풀풀 풍겨 대는 놈을 보고 있으니 느낌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나 티아마티스가 그에게 처리하라고 한 걸 봐선, 그에게 승산이 있다는 말일 터.
그걸 믿고 이노스는 서슴없이 적의 공격 범위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그를 관찰하던 침입자는 이노스가 가까이 접근하자 즉시 달려들었고 이노스는 캐스팅해둔 마법을 발동했다.
불화살이 침입자를 향해 날아갔고 인간 형태를 취하고 있는 그것은 검을 휘둘러서 불화살을 끊어버렸다.
혀를 차며 이노스는 몸을 움직였다. 불화살을 날리자마자 헤이스트 주문을 외웠기에 빠른 움직임으로 침입자의 뒤이어 이어지는 공격을 피했다.
저 검에 스치기만 해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건, 바보라도 알 수 있었다.
‘기사들은 모르려나?’
살짝 딴생각을 하면서도 이노스는 전투에 임했다.
티아마티스는 팔짱을 낀 채 이노스를 지켜보았다. 제자라고 받아들인 저 말썽꾸러기가 위험해지면 언제든지 나설 테지만 저놈한테는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전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내세운 것이다.
이제 기사들은 필요 없기에, 그는 기사들을 모두 제자리로 돌려보냈다.
‘나를 공격할 생각을 하다니. 대체 뭐 하는 놈인 거지?’
‘어떤 놈인 건진 모르겠지만 잘 걸렸다. 잡히면 뒤졌어.’
카이엔도 위험할지 모르겠지만 그쪽도 만만치 않은 녀석들이 있으니 위험할 일은 없을 터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네인만 안 다치면 된다.
이노스가 마법으로 방해해대고 시선을 가리자 침입자는 마검을 휘두르면서 괴성을 질렀다. 돌격하는 그것에게 이노스는 마법을 난사했다.
검에 가로막히는 것도 있지만 유효타가 더 많았다. 쏘아져 나간 얼음 화살 세 개가 침입자의 양 다리와 검에 직격하고 얼어붙었다.
“으, 이제 어쩌죠?”
움직임은 봉쇄했는데.
티아마티스의 눈치를 보면서 이노스가 살짝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티아마티스가 뚱하니 대꾸했다.
“죽여야지. 검을 부숴라. 그쪽이 본체 같으니까.”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뺨을 긁적이곤 이노스는 얼음을 깨고 달려드는 침입자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그 짧은 사이에, 어느새 이노스의 손에는 불의 창이 들려있었다. 그걸로 침입자의 복부를 후려쳤다.
뒤로 주르르 밀려나는 그것을 보고 이노스는 계속 창을 휘둘렀다. 직접 손대는 게 꺼려진 탓이었다.
밀도 높은 마력으로 구성되어있는 창으로 전달된 감각이, 적의 몸이 꽤 단단하다는 걸 알려주었다.
티아마티스가 무기를 노리라고 했기에 이노스는 마법의 타깃을 바꾸었다. 들고 있는 불의 창을 유지하면서 다른 마법을 동시에 발동했다.
불도 얼음도 잘 통하지 않았기에 이번에는 바람 속성 마법을 선택했다.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이 침입자의 몸을 찢을 듯이 달려들었다. 꽤 타격이 있었지만 역시 본체가 검인 모양인지 몸뚱이가 다치든 말든 달려들었다.
“으.”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이노스는 창을 고쳐 쥐었다.
그를 향해 내리그어진 검을 창으로 막자 땅에 디디고 있던 발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어쩐지, 아까보다 힘이 세진 것 같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마검과 마법으로 만든 창이 맞닿았을 때, 마검에서 시커먼 기운이 뻗어 나왔고 이노스는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창을 휘감은 검은 기운이 손에 닿기 전에 얼른 마법을 해제하고 이노스는 기분 나쁘다는 듯 손을 털었다.
“침식인가?”
짧게 중얼거리고 한숨을 푹 쉬었다.
무기를 맞댄다고 해도 길어서 좋을 게 없는 듯했다.
이노스는 곧바로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헤이스트 마법의 유지 시간이 아직 남았기에 침입자의 공격을 피하면서도 용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다 티아마티스한테 혼나면서 배운 덕이었다.
그렇게 끊어질 듯 말듯 외운 주문이 완성되었고 그가 마지막 단어인, 시동어를 외쳤다.
“-어라, 낙뢰!”
그 말을 끝으로, 굉음과 함께 낙하한 벼락이 침입자를 향해 정통으로 내리꽂혔다.
주문을 덧입히고 덧입혀서 위력을 강화한 낙뢰에 침입자는 크게 비틀거렸다. 다만, 검은 여전히 흉흉한 기운을 뿜어냈다.
“얼마나 단단한 거예요!”
몸뚱이가 아니라 검에 닿게 조준을 했어야 했나? 이노스가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마검에 조종당하는 몸은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쓰러지지 않았다.
대신할 육체를 찾으려는 셈인지 마검의 기운이 크게 일렁이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그것을 막기 위해 이노스가 방어 마법을 쓰려는 순간, 마검이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졌다
검이 부서지자 검을 쥐고 있던 육체는 그대로 형체를 잃고 조각났다. 썩은 살점이 후두둑 떨어졌다.
“…어?”
“흠, 연습은 이 정도면 됐다.”
“헉.”
“공부는 되었나?”
티아마티스가 손을 쓴 것이었다.
이노스를 못 믿어서인지 이쯤이면 됐다고 판단한 건지, 도중에 끼어든 그는 너무나도 손쉽게 마검을 파괴했다.
괜히 고생했다며 이노스의 입이 앞으로 툭 튀어나왔다.
“글쎄요. 그나저나, 손쉽게 끝내실 수 있으면 진작에 그렇게 좀 해주시지 그러셨어요.”
“넌 아직 실전 경험이 너무나도 모자르니까.”
한숨을 쉬며 티아마티스는 앞으로 걸어 나왔다. 조각난 검의 잔해를 하나 집어 들고 면밀히 살핀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완전히 흩어졌군. 남은 건 썩어가는 고깃덩어리뿐인가.”
“추적은 가능하세요?”
“뿌려놓은 놈들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은 모양이다.”
한마디로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여기까지 올 정도로 판단력이 떨어지는 녀석들인 것 같은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알아서 잘 해결하겠지.”
“너무 책임감 없는 거 아니에요?”
“내가 나설 정도는 아니란 뜻이다.”
“카이엔은 괜찮을지 모르겠네…”
“괜찮겠지. 그놈보다는 네가 더 걱정이다.”
“제가 왜요?”
“그놈은 나서서 지켜줄 놈들이 많지만 너는 네 목숨 네가 간수해야 하니까.”
“어? 저 안 도와주실 거예요? 위험해지면 안 구해주실 거예요?”
“너 하는 거 봐서.”
냉정한 답변에 이노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티아마티스는 그런 이노스에는 관심도 주지 않고 흩어진 마검의 파편을 모았다.
엔베인이 가지고 있는 마검과는 조금, 다른 구조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역시 더스크라이즈에 뒀던 건 실험을 위해서였던 건가.’
지금의 엔베인은 이레귤러다. 처음엔 마검의 의식과 엔베인의 의식이 공존했지만 어느새 마검의 자아는 사라졌고 엔베인만 남았으니까.
그러니 중심에서 마검을 조종하는 창조자가 있다고 해도 엔베인은 멀쩡할 것이다.
…마검을 가진 이의 습격에 대한 건 카이엔에게도 알려주기로 하고 티아마티스는 남은 잔해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