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왕자는 조용히 살고싶다-162화 (163/219)

162화

“…바이스 씨는 대체 어디까지 알고 계신 건지 모르겠네요.”

“어… 다, 다, 다크엘프?!”

“그러게. 일단 잡아가면 또 어떻게든 해주겠지.”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햇볕에 눈을 뜨지 못해 게슴츠레 앞을 본 이들은 경악했다.

다른 이들보다도 유난히, 이종족인 티가 나는 다크 엘프인 엔베인을 본 그들은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자유분방한 차림을 한 이들의 뒤에는 번쩍이는 갑옷을 챙겨입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어…”

“신고를 받고 구하러 왔습니다. 이제 안심하세요.”

“아…”

“여, 여러분은…”

“세자르에서 왔습니다. 물론 여기가 저희 영주님의 땅은 아니지만 허락받고 왔으니 문제없습니다.”

굉장히 친절한 답변이 돌아왔다.

옆을 보니 노예 상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밧줄로 몸이 꽁꽁 묶인 채 줄지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저항하려고 있는 놈도 있었지만 그놈이 얼굴에 핏대를 세우며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근처에 있던 푸른색 곱슬머리 소녀, 슬로세이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노예 상인 한 명의 얼굴 주변으로 거대한 물방울이 생겼고 그놈은 숨을 쉬지 못해 금세 고꾸라졌다.

“자, 이분들을 챙겨주세요. 마차는 여유가 있나요?”

“어… 저희가 짐을 나눠 들어서 어떻게든 공간을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세요.”

놀랍게도 기사들에게 지시를 하는 이는 가벼운 갑옷 차림의 다크 엘프였다.

그는 허리춤에 찬 새까만 검 손잡이를 만지면서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무사히 구출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번엔 유독, 어린애들이 많네. 이렇게 많은 고아가 생길만한 일이 있던가?”

“글쎄요. 들은 건 없는데…”

“아니면 이놈들이 어린애들만 노리고 납치한 걸지도 모르죠. 이종족만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놈들도 있다잖아요.”

같이 노예 상인의 마차의 짐칸에 실려져 있던 사람들은 기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새로운 마차에 탑승했지만 늑대 인간 아이들은 한데 뭉쳐서 그들을 구해준 이들을 응시했다.

다크 엘프 기사의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특이한 기운이 느껴지는 게, 인간은 아닌 것 같았다.

어떤 종족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장 명확히 이종족인, 다크 엘프의 모습을 한 엔베인을 한참 동안 뚫어져라 쳐다본 끝에 그들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걸음을 내디뎠다.

“저…”

“응? 무슨 문제 있니?”

그 옆에 있던 금발의, 선량해 보이는 청년이 웃으면서 물었다.

그 미소에 조금은 긴장이 풀린 건지 아이가 입을 열었다.

“혹시… 늑대 인간에 대해 아시는 게 있으신가요?”

“늑대 인간?!”

“늑대 인간이라고?”

“네? 네…”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

슬로세이가 살짝 무릎을 굽혀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성장한 지금은 그 아이들보다 키가 커서였다.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자 아이는 입을 우물거리면서 친구들을 향해 손짓했다.

쪼르르 모인 여섯 명이 저마다 더듬거리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게, 저희는… 저희는 늑대 인간이에요. 믿어주실진 모르겠지만, 정말이에요.”

“갑자기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서, 마을 사람들을 마구 공격했어요.”

“거기에 다른 사람들도 많았고… 그런데, 계속 줄어들어서…”

“한 마녀님이 저희를 데리고 도망쳤어요. 그런데 결국 헤어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으음…”

“너희는 어쩌다가 잡힌 거야?”

“저희가 살던 곳을 알 수가 없어서, 계속 떠돌아다녔어요.”

“힘들었겠네.”

“구출한 다른 사람들은 이 지역 영주에게 모두 넘기려고 했는데, 이 애들은 우리가 데려가야겠다.”

“그래도 되니? 우리를 따라올래?”

그 물음에 아이들은 서로 눈빛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자 대표로 비셰가 아이들을 데리고 마차까지 안내해주었다.

“…여기서 늑대 인간이라니.”

“그러게.”

“라스랑 같은 마을 살던 애들일까?”

“글쎄… 아닐지도 모르지.”

생각지도 못한 늑대 인간 생존자의 등장에, 그들도 적잖이 놀랐다.

또다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그에 대한 단서를 잡을 수 있을지.

서둘러 세자르로 돌아갈 이유가 생겼다.

그날 밤, 비셰는 아이들의 꿈에 들어가 기억을 엿봤다.

습격당한 늑대 인간 마을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함이었지만 수확은 없었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도 범인의 뚜렷한 얼굴을 찾기는 힘들었다.

증언과 기억이 일치한 것을 전달하며 그들은 짧은 회의를 했다.

엔베인, 글러티나, 비셰, 슬로세이.

요즘 이 길을 통해 수상쩍은 사람들이 돌아다닌다고, 바이스가 보낸 그들은 근처 지역 영주들의 허가 하에 기사와 병사들을 데리고 잠복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노예 상인이라는 대어가 걸려들었고 손쉽게 그들을 포획, 감옥으로 보냈다.

북부 지역 영주들이 카이엔 앞에서는 설설 기었으므로 말하지 않아도 제 영지의 앞마당을 겁도 없이 지나고 있던 노예 상인들을 단단히 벌줄 것은 분명했다.

“안타깝지만 라스 씨와 같은 마을 출신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렇구나.”

“아이들은 도망쳤고 도와준 마녀는… 아마 죽었겠지.”

“일단 세자르까지 가서 판단하자. 이종족이라면… 왕자님이 내칠리도 없고.”

게다가 어린아이들이 아닌가.

마법 소녀들보다도 어린아이가 있었기에 그들은 카이엔이 어떻게 행동할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보고서에 늑대 인간 아이들을 발견해 데려오겠다는 말을 써서 보냈으니, 그들이 세자르의 영주성에 도착한다면 카이엔이 바로 아이들을 만나러 나올 게 뻔했다.

세자르로 가는 길, 늑대 인간 아이들은 감옥에서 도망친 이후 처음으로 마음 놓고 잠들 수 있었고 굶지 않을 수 있었다.

뒤따르는 기사들은 엔베인과 다른 이들이 아이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짐작은 한 것 같았다.

평화로운 귀환길이었다. 짧은 여행 끝에 그들은 세자르에 도착했다.

일행보다 먼저 도착한 보고 덕분에 카이엔은 늑대 인간 생존자가 있다는 걸 알고 라스와 함께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는 길에 그나마 일행 중에서 제일 어린 슬로세이가 늑대 인간 아이들을 잘 챙겨주었고 비셰 또한 세자르와 그곳의 영주인 소문의, 몬스터의 말을 알아듣는 왕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늑대 인간 아이들이 안심할 수 있게 도운 것이다.

마침내 도착한 세자르에서, 아이들은 자신들과 다른 마을 출신의 늑대 인간인 라스와 만날 수 있었다.

“와…!”

“정말 늑대 인간이다!”

자신들도 늑대 인간이면서, 아이들은 라스를 보고 놀라서 입을 모아 외쳤다.

오랜 방황에 지쳤을 아이들은 눈을 빛내면서 동족인 라스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고 안절부절못하는 라스를 보며 카이엔이 입을 열었다.

“세자르에 온걸 환영한다. 오는 길에 많이 힘들지 않았니?”

“어… 괜찮았어요!”

“다들 잘해주셨어요.”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다. 쉴 곳을 마련해줄 테니 며칠은 더 안정하고, 너희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알려줬으면 해.”

카이엔의 그 말에 아이들은 서로를 보았다. 말 대신 시선으로 의견을 주고받은 아이들의, 여섯 쌍의 눈동자가 모두 카이엔을 향했다.

“아뇨, 괜찮아요.”

“지금 바로 말할 수 있어요.”

“솔직히, 저희는 본 게 얼마 없어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요.”

가장 나이가 많은 세 명이 말했다.

그 아이들이 이야기를 해준다고 했기에 카이엔은 나머지 셋 먼저 잘 씻기고 입히고 밥부터 먹이라고 하인들에게 일러준 다음 정원 근처에 있는 테라스로 세 명을 안내했다.

이야기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몰라 라스 또한 동행했다.

차와 함께 준비된 과자에 아이들이 눈을 떼지 못하자 카이엔이 얼른 손짓하며 말했다.

“먹어도 돼. 아, 차는 싫어하려나? 주스랑 우유 좀 가져다줘.”

“네.”

“아, 괜찮은데…”

그러나 카이엔이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바이스는 5분도 되지 않아서 컵 여섯 개와 주스, 우유가 담긴 병을 들고 왔다. 아이들이 뭘 좋아할지 모르니 전부 한 잔씩 줄 셈이었다.

어쩌다 보니 각자 앞에 접시 하나와 컵 세 개를 놓고 말하게 된 아이들은 그들에게 있었던 일을 입에 담았다.

횡설수설하기도 하고 알아듣기 어려운 말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이 있었다.

언데드. 그리고 흑마법사.

거세게 저항하는 이들은 죽임당했고 거의 모든 마을 주민들은 산채로 잡혀갔다.

감옥 같은 곳에 갇혀있으니 빈 감옥이 채워지고 또다시 비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그들은 몸을 떨었다.

“늑대 인간도… 저희 말고 더 있었을 거예요. 멀리 있어서 울음소리밖에 못 들었지만요.”

“인간도 있고 다른 종족도 있었어요. 어떤 종족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녀들은 마법을 쓰지 못하게 구속구를 채워놨는데, 비교적 최근에 잡혀 온 마녀님이 탈출하면서 저희를 데리고 나갔어요. 그러면서 다른 철창도 몇 개 부순 것 같긴 한데… 무사히 도망쳤을지는 모르겠어요.”

“괴물들이 참 많았거든요.”

“으음… 그렇구나.”

“…저랑 같은 경우네요.”

라스가 한 마디 얹었다.

그가 살던 마을을 습격한 범인과 이 아이들이 살던 마을을 공격한 범인은 동일 인물일 것이다.

그 혼자만 살아남아 그곳에서 도망치고 세자르에서 신세를 지게 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아마 동족들은,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이 세상 사람이 아닐 터였다.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라스는 고개를 숙였다.

“그… 저희가, 어디서 탈출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

“아냐, 괜찮아. 조사하고 있으니까 언젠간 꼬리가 잡힐 테니까. 그것보다 힘든 이야기를 하게 해서 미안해.”

“아, 아뇨. 정말 괜찮아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아이들이 세자르로 오는 도중, 그 끔찍한 일 때문에 악몽을 꿨다면 비셰가 없애줬을 테니까.

카이엔은 자신을 쳐다보는 동그란 눈동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 중 대장이 누구야? 계속 같이 다녔다면 무리를 이끌었던 사람은 있었던 거지?”

“저예요.”

가장 키가 큰 아이였지만 기껏해야 열세 살이었다.

은회색 머리카락이 엉망으로 뭉친 소녀가 손을 들었다.

오는 길에 마땅히 씻을만한 곳이 없었던 건지 원래 머리가 잘 뭉치는 건진 모르겠지만 당찬 인상의 소녀에게 카이엔이 말했다.

“그럼 여기서도 네가 대장이다. 동생들을 잘 지키고 잘 먹고 잘 쉬어. 어느 정도 여기 생활에 익숙해지면 공부도 해보고.”

“공부요? 뭘 배우면 되는 거예요?”

“글쎄…”

그 물음에 카이엔은 말끝을 흐렸다.

여섯 명의 늑대 인간 아이들을 받아들이면서 또 왕자님이 사람 주워오는 버릇이 도졌다,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 애가 여섯이다 라는 말이 퍼질 게 골치 아팠지만 그는 아이들을 데리고 있을 생각이었다.

갈 곳을 잃은 이종족을 품고 보살피는 것은 그가 이전부터 해온 일이었고 이종족을 이끌고 성지…까진 못 가도 세자르 내에서 잘살게 해줄 자신은 있었다.

마신이 투덜거리면 신자 늘어났으니 된 거 아니냐고 핑계를 댈 셈이었다.

잠깐 딴생각에 잠긴 그였지만 곧 소녀의 물음에 대답해주었다.

“행정을 배워서 영주성에서 근무해도 되고 검을 배워서 기사로 일해도 되지. 적어도 10년은 공부해야겠지만.”

아니면 장사를 해도 되고 가게를 차려도 되고, 어른이 되고 나서 하인이나 하녀로 일해도 되고.

말은 이렇게 했지만 카이엔의 눈빛은 무덤덤했다.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일을 시킬 생각은 없다는 듯.

“너희는 아직 애니까, 푹 쉬고 회복부터 해. 잡혀갔으면 많이 힘들었을 테니까. 이렇게 멀리 도망쳤으니 쫓던 놈들도 못 찾고 포기 했을 거야.”

“그랬으면…좋겠어요.”

“그래. 그럼 가봐. 다른 애들은 먼저 밥 먹었을 테니까 너희도 배 좀 채우고.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간식을 먼저 주지 말 걸 그랬나…”

“괜찮을 겁니다. 성장기니까요.”

“네가 안내해줘.”

“알겠습니다.”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한 바이스는 아이들 셋을 데리고 별채로 데리고 갔다.

이종족인 다른 식구들이 있는 곳이 아닌 외부 손님용의 별채였다. 안까지 들어갈 것도 없었다. 앞마당에 이미 목욕을 마치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아이들이 있었고 손을 흔들면서 다른 세 명을 맞이했다.

“와, 엄청 깨끗해졌네!”

“응!”

“밥 먹었어?”

“아니. 다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어.”

“엥? 먼저 먹지는…”

“다른 분들도 목욕부터 하러 가시죠. 그 전에,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요? 저희 왕자님이 이런 부분에선 좀 미숙하신지라.”

아무렇지도 않게 카이엔을 무심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바이스였다.

그의 질문에 아이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이름과 얼굴을 기억한 뒤 바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자님께도 전달하겠습니다. 그럼 세 분은 이쪽으로 오시죠.”

바이스가 세 명을 데리고 별채 안으로 들어가자 대기하고 있던 하녀들이 아이들을 인계받았다.

잘해주라는 말에 그들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각자 다른 방의 욕실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게 된 아이들은 기겁했다.

“으악! 악! 피부 다 벗겨지겠어요!”

“때가 지워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단다.”

“으앙! 혼자서 씻을 수 있는데…!”

“안 돼. 꾀죄죄하게 있으면 남들이 흉봐.”

어째서 먼저 간 세 명이 그렇게 그들을 반겨준 건지 알 수 있었다.

먼저 욕실에 들어간 동생들에겐 이미 지나간 고통이었기 때문이었다!

늑대 인간이라 보통 아이들보다 힘이 셌지만 네 명이 달라붙어서 붙잡으니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약 사십여 분 간의 전투 끝에 뽀송뽀송해진 연장자 셋도 깔끔한 새 옷을 입고 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

“…비누 냄새난다.”

“너도.”

“우리가 오랫동안 못 씻긴 했나 봐. 흑… 나 머리에서 이가 나왔대, 창피해…”

“헉!!”

“뭘 그렇게 놀라? 너도 있을 텐데? 다 같이 꼭 붙어서 잤잖아.”

“서, 설마…”

“아까 머리 감을 때 한참 걸렸던 이유가…”

짐작 가는 구석이 있었는지 다른 두 명은 마른 침을 삼켰다.

어색한 분위기는 바깥에 있는 동생들과 함께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때까지 이어졌다.

카이엔은 늑대 인간 아이들이 일단 회복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괜찮다고 말하긴 해도 낯선 곳까지 잡혀갔다가 탈출하고 온갖 고초를 겪은 아이들이 괜찮을 리가 없었다.

납치됐던 아이들이라 혹시 추적마법이 걸려있는 게 아닐까 프라우디에가 확인했는데 다행히 그런 문제는 없었다. 애초에 추적 마법이 걸려있었다면 아이들이 무사히 탈출했을 리가 없을 테고.

라스 말고 다른 늑대 인간 피해자가 있다는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었다.

아이들이 정확히 어디에서 도망쳤는지 알 수가 없으므로 적의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려고 해도 꽤 힘들었다.

그리델라가 기동력이 있는 마녀 동료들에게 부탁하고 바이스도 개인적으로 용병을 고용해 조사를 맡겨보겠다고 말을 꺼내서 카이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사하러 보냈는데, 그쪽 입장에서는 실험체가 제 발로 걸어들어오는 거 아냐?”

“그럴 만도 하군요.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저희는 적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전혀 없으니까요. 흑마법사라는 것도 그저 추측이지 않습니까.”

리치왕을 알고 있는 것 같은, 흑마법을 쓰는 인물.

티아마티스의 답장을 받은 뒤라 카이엔은 한숨을 푹 쉬었다.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리치왕보다 더한 괴물이라는 건데.”

라고 해도 리치왕은 지금까지 괴물 같은 면모를 보인 적이 없어서 카이엔은 얼마 없는 상상력을 끌어모아 최악의 괴물을 상상해야만 했다.

그가 끙끙거리면서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고 바이스는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