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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왕자는 조용히 살고싶다-149화 (150/219)

149화

그리델라는 세자르에 도착하자마자 프라우디에에게 갑옷을 건네며 연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간략한 설명이었음에도 프라우디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넘겨받은 갑옷에 남아있는 핏자국을 보며 그가 말했다.

“으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해볼게요. 위험한 일인데, 다른 마녀분들은 괜찮으실까요?”

“물론. 아마 이 일을 꾸민 놈도 우리를 한 번에 정리하려고 연회를 이용한 것 같고.”

“마녀들에게 연회의 위치와 암호를 알린 걸로 봐선 개개인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잖아요.”

“모닥불이 무너지면서 나타난 시체는 다른 마녀들이 조사해서 알려주기로 했어. 그때까지 기다려 보려구.”

지도자로 추측되지만, 진짜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델라의 말에 프라우디에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마녀는 영혼의 힘이 강하군요… 몰랐어요.”

“나도 알려주지 않았던 거니깐. 하지만 신체는 인간과 같을 정도로 약한 편이야.”

“으음.”

프라우디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어쩐지, 무언가 연관이 있을 것 같아요. 그 사람은 강한 영혼을 지닌 마녀들을 죽여서 무엇을 하려고 했던 걸가요? 그리고, 비단 피해를 입은건 마녀뿐만이 아니니까요.”

프라우디에 역시 그리델라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뱀파이어 일족은 마왕 대리전과 복수극에 휘말려서 멸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라스 씨네 일족은 다르니까요.”

“하긴, 연회에서 리비에를 만났을 때 그 애랑 교류하던 늑대인간 부족도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하더라.”

“무언가 음모가 있을 것 같아요. 마왕 대리전마저 이용해서 누구의 눈을 속이려고 한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남은 피를 긁어내면 무언가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델라, 라스의 말에 따르면 갑옷 안에 피로 써진 글씨 같은 게 있었고 리빙 아머는 부숴도 다시 뭉쳐져서 일어났지만 그 글자를 지우니 더이상 움직이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의문의 목소리.

마왕 대리전에도 휘말리지 않고 생존한, 흑마법사.

프라우디에는 즉시 연구실에 들어갔지만 남은 피로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피는 그저, 평범한 피였다.

그저 매개체로 사용된 것뿐이었다.

‘피로 그린 마법진으로 영혼을 묶어놓은 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정확히 알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하며 프라우디에는 연구실에서 나왔다.

그리델라가 카이엔에게도 연회의 일을 말했을 테니 그 역시 갑옷에서 아무것도 알아낸 게 없다고 알려야 했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다.

집무실로 찾아가니 카이엔은 서류 더미 속에서 끙끙 앓고 있었다.

“왕자님.”

“응? 무슨 일이야?”

“그리델라 씨가, 마녀의 연회에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해주시면서 리빙 아머의 갑옷을 주고 가셨어요.”

“아, 그거 들었어. 알아낸 거라도 있어?”

“아뇨. 저 혼자로는 무리였어요. 그래서… 혹시 악마 중에 강령술에 뛰어난 자가 있는지 알아봐 주실 수 있나요?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강령술?”

“네. 리치왕과의 대화로는 아직 부족해서, 무언가 더 물어보고 싶어요.”

“글쎄… 언제 연결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연락이 닿으면 말해볼게.”

카이엔이라고 해서 마땅한 연락 수단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앙그라와 연락할 방법이 없기에 난감하긴 했지만 그는 프라우디에의 부탁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씩이나 돼버린 앙그라 마이뉴가 한가하게 그가 뭘 하고 지내는지 들여다볼 일은 없지만 저번에도 연락이 된 걸 봐선, 그녀가 눈치 못 채면 마신이 신호라도 보내주리라 믿었다.

마음이 통한 걸까. 이틀 뒤, 루키푸게가 방문해서 카이엔에게 수정구를 하나 건네주었다.

“앙그라 씨도 너랑 연락이 안 되면 불편한가 봐. 그렇다고 내내 들여다볼 수도 없고 마신님이 눈치 주는 것도 싫고, 그래서 가져온 거.”

“마침 필요했는데 잘됐네.”

“마력을 써도 되고 넌 신성력이 있으니까 그걸로 써도 돼.”

“신성력으로도 된다고?”

뭐 이런 게 다 있담.

카이엔은 혀를 차면서 수정구에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과연 수정구의 색이 밝아지면서 바로 앙그라의 모습이 보였다.

- “그래, 잘 도착한 모양이네.”

“생각보다 빠르네. 난 더 걸릴 줄 알았는데…”

- “마신께서 너를 지켜보고 계시니까. 나에게 언질을 주시더구나.”

“아…”

어쩐지.

앙그라가 눈치채기 전에 마신이 먼저 그에 대해 알린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굉장히 도움이 된 마신에게 속으로 감사 인사를 하면서 카이엔은 바로 앙그라에게 말했다.

“물어볼 게 있어요. 저 말고 프라우디에가 물어본 거긴 한데, 혹시 강령술 잘하는 악마 있습니까?”

- “흠? 무슨 일 있나?”

“좀, 알아봐야 할 게 있어서요.”

- “조만간 그쪽으로 보내줄게. 가미긴이란 놈인데 뭐, 괜찮겠지.”

끝말이 심히 불안했다.

앙그라는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는 말을 끝으로 먼저 통신을 끊었다.

카이엔이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루키푸게는 사라진 뒤였다.

“…걱정되는데.”

일단 이름을 들었기에 카이엔은 프라우디에와 다른 이들에게 그 사실을 전했다.

조만간, 악마 한 명이 방문할 거라고 말이다.

그로부터 나흘 뒤, 멀쑥한 정장 차림의 남성이 영주성을 방문했다.

손에는 커다란 가방을 하나 들고 있었는데 악마의 방문을 기다리던 카이엔인지라 외부에서 온 이를 바로 응접실로 안내하게 했다.

끈이 달린 안경을 낀 모습이 마치 학자 같았다. 카이엔이 무어라 말을 꺼내기 전에 그가 입을 열었다.

“마왕의 계약자, 그쪽이 날 찾았다던데.”

“…혹시 악마입니까?”

“그런데.”

“다른 녀석들은 죄다 창문을 통해서 오던데…”

“초면에 불쑥 방부터 찾아올 수는 없는 노릇이잖나.”

대답하는 게 정상이었다.

강령술 같은걸 써도 겉모습은 번듯하고 멀쩡한 악마였다. 그것에 안도하며 카이엔이 말했다.

“다른 악마들은 그렇게 해서 비슷한 방법으로 올 줄 알았습니다.”

“앙그라야 절차를 잘 따지지 않고 벨레드는 개념이 없으니까.”

그는 냉정하게 대꾸했다.

소파에 앉은 그는 손끝으로 안경을 밀어 올리며 물었다.

“그래서, 내가 인간계까지 걸음 해야 할 일이 뭐지? 나는 개인 사정으로 대리전에도 참석하지 않았기에 인간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잘 모르거든. 관심도 없고.”

“어… 뵙자고 한 건 제가 아니라서. 오라고 했으니 곧 올 겁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이엔은 프라우디에를 불러오라고 미리 말해둔 터였다.

응접실의 테이블에 차와 과자가 놓였다. 가미긴은 얌전히 차만 홀짝였다.

지금까지 만난 악마 중 가장 정상적인 모습에 카이엔은 놀랐다. 기품도 있어 보이고, 굉장히 멀쩡한 악마였다.

기다리게 한 것에 불평을 할 만도 한데 가미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차를 마시면서 한 번씩 고개를 기울일 뿐이었다.

잠시 후,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며 응접실 문이 열렸다. 무언가를 잔뜩 들고 온 프라우디에였다.

“왕자님, 부르셨어요?”

문을 열고 들어온 그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런데 프라우디에가 응접실로 들어온 순간, 가미긴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들고 있던 찻잔은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영문을 몰라 동그래진 프라우디에의 눈동자를 보며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여기에…”

잘 보니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몸도 덜덜 떨리고 있었다.

“밤의 여왕! 당신이 왜 이런 곳에?!”

“네? 저 아세요??”

“누, 누가!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야!!”

그는 비명을 지르면서 프라우디에에게 다가갔다.

차마 만지지는 못하고 손만 앞으로 뻗은 채 그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거리가 가까운지라 프라우디에는 그가 기분 탓인 줄 알았다, 내 감각이 잘못된 줄 알았다, 라며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아아…”

“저… 왕자님, 이분이 그 악마분이신가요?”

“응. 그런데 왜 저러는지는 모르겠는데…”

아까까지만 해도 굉장히 정상이었던 가미긴이 갑자기 저러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한참 동안 멍하니 프라우디에를 바라보던 가미긴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서 땅을 치며 울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딜 갔나 했는데 왜 여기에… 대체 누가! 어떤 놈이야-!!”

“저… 진정하세요. 무슨 일이세요?”

“내 창고에 뒀는데! 연구용이자 수집품으로 보관해뒀던 걸 어떤 놈이 훔쳐 갔나 했는데 왜 여기에 있는 건데에-!!”

“네??”

프라우디에가 깜짝 놀라 물었지만 가미긴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연신 흐느꼈다.

무언가, 짚이는 구석이 있기에 프라우디에는 마른 침을 삼키며 카이엔을 보았다.

이전에 티아마티스가 말한 적이 있었다. 어째서 독스 백작같은 인물이 리치왕의 라이프베슬을 손에 넣은 건지 모르겠다고. 그를 따르는 연금술사들도 변변치 않았을 텐데 그게 참 이상하다고 했다.

프라우디에가 안절부절못하며 자기를 바라보자 카이엔은 소파에서 일어나 가미긴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 일단 진정하고 이야기 좀 합시다.”

“크흡… 크흑…”

가미긴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

그런 그를 원래 앉아있던 자리에 두고 프라우디에는 카이엔의 옆에 앉으려고 했지만 가미긴의 손이 그의 옷을 잡아당겼다.

하는 수 없이 프라우디에는 가미긴의 옆에 앉았다.

한참을 흐느끼던 그는 프라우디에의 손을 꼭 잡으며 입을 열었다.

“리치왕, 밤의 여왕. 한때 인간계를 멸망시킬뻔했지만 라이프 베슬을 봉인 당한 희대의 악… 큽, 내가 그 봉인 파헤치고 꺼내왔었는데…”

“그랬던 거예요?!”

“…예전에 도난당했지만.”

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내며 가미긴이 덧붙였다.

봉인된 라이프 베슬을 악마가 도굴해갔는데 그런 악마의 창고에서 어떤 미친놈이 라이프 베슬을 꺼내 간 모양이었다.

프라우디에는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멀뚱히 가미긴을 쳐다보며 물었다.

“어쩌다가 도난당하셨어요?”

“그때 잠깐 자리를 비운 틈에 큰일이 났어서… 해결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지라. 그 뒤에도 연구할 게 많아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미안하다.”

“아뇨, 저한테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죠.”

단호하게 프라우디에가 대답했다.

라이프 베슬을 가지고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도 모르는데.

그의 내면에서 리치왕이 연신 말을 걸었다.

- 저놈 이상하니까 옆에 있지 말고 왕자 옆으로 가.

‘손 잡고 있잖아요. 못 가요…’

- 악마들은 원래 다 저런가?

프라우디에가 슬쩍 벗어나려고 했지만 가미긴이 꽉 붙잡아서 그럴 수가 없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가미긴이 말했다.

“…이미 몸이며 의식까지 갖춰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만.”

“저기… 전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어요. 이십 년도 안 됐어요.”

“난 훨씬도 전에 널 도난당했는데.”

“리치왕의 기억도 없고요.”

“그렇구나. 제대로 못 만들었으니까 그렇겠지… 그래도, 누가 만든 건진 모르겠지만 예쁘게 잘 만들어서 다행이다.”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렇게 귀여운 여자아이가 됐으니까. 내가 생각한 형태도 있긴 하지만 나쁘지 않네.”

“어… 그… 저 일단 몸은 남자라서…”

“…뭐?”

“네?”

“다시 한번 말해봐.”

“어… 몸은 남자라서…?”

“아아악!!”

그 말에 가미긴은 비명을 질렀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어떤 놈이야!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게 그렇게 놀랄만한 일인 겁니까?”

“어떻게 그녀에게 그딴 몸을 만들어줄 수 있는 건데!!”

“일단 외모는 예쁘게 잘 만들어졌다면서요.”

“그런 게 달려있다는 것부터가 말도 안 되는 거라고!!”

이 악마도 정상은 아니구나.

카이엔의 표정이 구겨졌고 프라우디에는 가미긴의 옆에서 안절부절못했다.

가까스로 울음을 그치나 했더니만 그는 이제 절규하고 있었다.

어찌나 슬퍼하는지 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 슬픔의 이유가 그의 몸뚱이의 성별만 아니었다면 공감해줄 수도 있었을 텐데. 프라우디에의 눈빛도 차게 식어갔다.

‘그나저나 리치왕은 여자였군요.’

- 성별 따위 알게 뭐냐. 어차피 리치는 해골인데.

‘그러게요. 그런데 저분은 라이프 베슬에 여성의 몸을 주고 싶었나 봐요.’

- 원래 여자였으니 몸을 갖게 되면 여성 쪽이 편할 거라고 생각했나 보지.

프라우디에는 리치왕과 대화를 나누었다.

한참 뒤에야 가미긴은 정신줄을 붙잡았다.

“이렇게 된 이상… 도둑놈을 잡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악마의 창고를 털어갈 정도면 같은 악마 아닐까요?”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도난당했을 당시엔 뭘 하셨는데요?”

“그때도 찾긴 했지만 더 찾아봐야지… 지옥도 인간계 쪽도.”

그의 목소리는 묘하게 힘이 빠진 채였다.

한숨을 쉬며 카이엔이 말했다.

“부탁드린 것만 해결해주시고 지옥으로 돌아가세요. 악마가 남아있다가 퇴마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내가 인간 따위에게 당할 것 같으냐?!”

“도둑놈 잡으면 지옥으로 보내줄게요.”

“흠, 그럼 최대한 빨리 목숨줄 붙여서 부탁한다.”

손수건을 곱게 접어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으며 가미긴이 말했다.

이제 정신줄을 잡았나 싶었는데 그는 또다시 프라우디에를 잡고 우는 소리를 냈다.

“나라면 더 좋은 몸을 만들어줄 수 있었을 텐데… 기억도 흐릿하댔지?”

“네.”

“크흐흡…”

“정신 차리세요.”

“인간의 몸으로 그런 경지에 올랐고 한때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했던 그 힘에 관심이 있었는데. 다 망했어…”

도움 요청을 하려고 부른 악마의, 알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 알게 된 카이엔은 인상을 썼다.

악마가 리치왕의 라이프 베슬을 연구해서 뭘 하려고 한 건지는 듣고 싶지 않았다.

짧게 헛기침을 하며 카이엔이 말했다.

“프라우디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했지?”

얼른 말해. 물어보고 보내자.

그 눈빛에 프라우디에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싸 들고 온 것을 보여주었다.

리빙 아머의 갑옷이었다.

손가락으로 갑옷을 툭툭 건드리며 프라우디에가 말했다.

“이번에 마녀들의 연회에 나타난 갑옷 기사의 몸통이에요. 피로 쓴 주문은 지워졌지만 혹시 아시는 게 있을까 해서요…”

“겨우 그런 거로 부른 거야?”

“아뇨, 더 있어요. 하지만 그저 추측일 뿐이라서요…”

들어줄 수 있으세요?

가미긴을 바라보며 프라우디에가 물었다.

키와 체격의 차이 덕에 나란히 앉아있어도 프라우디에가 가미긴을 올려다보는 모습이 되었다. 그 모습에 가미긴은 또 눈물을 주룩 흘렸다.

“이 모습으로… 남자…”

“아.”

“크흡…”

“울지 말고 대답이나 좀 해주세요.”

카이엔도 한마디 거들었다.

다시 꺼낸 손수건으로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으며 그가 말했다.

“일단 말해봐. 추측이라도 좋으니까.”

“네. 이상한 점은 군데군데 있었어요. 대리전에 참여한 흑마법사의 수준이 제 생각보다 훨씬 미흡하기도 했고 풀리지 못한 문제들도 있었거든요. 습격당한 늑대 인간, 정체불명의 전염병, 리치왕과 같은 시기를 살았던 마법 소녀들이 대리전에 이용당한 것, 그리고…”

손가락을 꼽아가며 프라우디에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엔베인 씨와 연결된 마검, 이번에 일어난 마녀들을 노린 사건 그리고… 가미긴 님이 말씀해주신 리치왕의 라이프 베슬 도난사건요.”

“…한 번만 더 말해줄래?”

“네? 으음, 대리전에 참여한 흑마법사들의 수준이 낮았다는 거랑-”

“훨씬 뒤.”

“라이프 베슬 도난사건?”

“그 앞.”

“가미긴 님?”

“으흑흑…”

또 운다.

무슨 악마가 이렇게 잘 우는 걸까.

‘다들 성격이 왜 저래…’

카이엔은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고 프라우디에는 가미긴이 말을 잇지 못하고 울기 시작하자 당황했다.

하필이면 옆에 앉아있어서 더욱 난감했다.

- 왕자 옆에 앉았어야 했어.

‘어쩔 수 없잖아요.’

- 저놈 창고에서 도난당한 게 다행이다.

그 역시 동의하는 바 였지만 대놓고 맞장구를 칠 수 없었기에 프라우디에는 열심히 표정을 관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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