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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왕자는 조용히 살고싶다-148화 (149/219)

148화

중앙에서 일어난 소란에 그리델라와 리비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닥불이 무너져내리면서 사방으로 불이 퍼졌다.

그러나 가장자리에 있던 그들은, 장작이 닿지도 않은 그들의 바로 옆까지 불이 솟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이거… 누가 만들어낸 불이야.”

“대체 누구지?”

“일단 중앙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그래야겠다.”

라스의 말에 그리델라는 얼른 라스를 안아 들었다.

어찌해야 할 방도가 없으니, 다른 마녀들과 합류하려는 것이었다.

늑대 인간, 뱀파이어, 다크 엘프. 그 세 종족의 공통점에 대해 생각하던 그리델라는 불길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만약 이 연회가 마녀들을 불러모아 해치우려고 했던 것이라면?

마녀 역시 앞의 세 종족과 비슷했다.

소수였고 눈에 띄지 않게 모습을 감추고 있었으며, 인간보다는 강하다.

입술을 깨물며 그리델라는 중앙을 향해 달려갔다.

구석진 자리에 있는 그녀와 라스조차 매복의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중앙의 쓰러진 모닥불에서 시신을 발견한 마녀들은 얼른 그 소사체를 끄집어냈다. 정말 그 시신이 지도자인지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으… 너무 타버렸어. 식별할 수가…”

알아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겠다며 그들은 침음을 흘렸다.

와중에 다른 마녀들은 불을 끄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불의 마녀들이 불꽃을 억누르려고 해도, 물의 마녀와 바람의 마녀가 각자 물과 바람으로 불꽃을 눌러 끄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고요한 밤.

마녀의 웅성거림이 고요를 채운 그사이, 불쾌한 이질감이 섞여들었다.

절그럭거리는 쇳소리.

그 소리를 들은 이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절그럭, 절그럭.

갑옷이 부딪치면서 나는 소리였다.

저 너머에서부터 정체불명의, 갑옷을 입은 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뭐, 뭐야. 교단인가? 대체 뭐야?”

“젠장, 간만에 친구들 좀 보려다가 이게 무슨 일이람.”

다들 얼굴을 찌푸리면서 전투를 준비했다.

오래 산 마녀들은 과거에 신을 모시던 이들과 충돌이 잦았던 탓이다.

맞서 싸울 힘이 모자란 어린 마녀들을 뒤로 물러나게 한 뒤, 전투에 나설 마녀들이 앞으로 나왔다.

절그럭거리는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그런데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 갑옷을 입은 무리는 걸음을 멈추었다. 마녀들을 둥글게 둘러쌀 뿐,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마녀들을 가둬놓았던 불꽃으로 만든 원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마녀들이 의문을 입 밖으로 내는 것보다 빠르게 음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친애하는 마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 이번 발푸르기스의 밤에 참석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빠진 사람도 많은 것 같지만 뭐 어떻습니까, 수는 충분히 되는 것 같은데.

- 마녀의 마법은 영혼에 새겨진 힘이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보통 인간보다 훨씬 강한 영혼을 가지고 있으니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챙, 하는 금속성의 소리가 들렸다.

갑옷을 입은 자들이 검을 빼 들었다.

- 그럼. 최대한 저항하고, 발악하며 처절히 죽어주세요.

어디서 말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하늘에서 들리는 목소리. 마녀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고, 정체불명의 이는 제 혼잣말에 마침표를 찍었다.

“저런 미친놈이…!!”

“화낼 시간 없어, 준비해!”

마녀들도 전투를 준비했다. 그리델라도 그사이에 끼어있었다.

목소리가 그 말을 끝으로 들리지 않았고 갑옷 무리는 마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곳곳에서 마법이 쏘아졌다. 불꽃이, 얼음이, 바람이 각기 화살과 창 등으로 변해 갑옷 무리를 향해 쏘아졌고 땅을 조종하는 마녀는 땅을 뒤집어 엎거나 구덩이를 만들어냈다. 식물의 마녀는 근처의 풀을 조종했다.

그러나, 마법을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갑옷 무리는 멈추지 않았다. 투구를 날려버린 다음, 그들은 그것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갑옷의 안은 텅 비어있었다.

리빙 아머.

수많은 유령 기사들이 그들의 적이었다.

리빙 아머 무리는 갑옷을 망가뜨리고 해체해도 다시 꾸역꾸역 뭉쳐 들어서 검을 들고 덤벼댔다.

술사와의 링크를 끊거나, 더 강한 힘으로 조종의 핵이 되는 것을 없애버리지 않는 한 완전한 제거는 무리였다. 그러나 이 중에서 그런 마법을 쓸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저것은 흑마법으로 만들어낸 것들이었다.

같은 흑마법사, 혹은 신전의 사제들이라면 쉽게 제압할 수 있겠지만 이곳에 그런 힘을 가진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젠장, 끝이 없잖아!”

땅의 마녀들이 대지를 조종해 리빙 아머들을 뒤로 밀어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리델라는 뒤에서 마녀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았다.

바람을 모아서 화살처럼 만들어 쏘는 것이었다.

영혼에 새겨진 속성 마법 말고 다른 마법의 위력은 현저히 약하므로, 마녀들은 다들 주 속성 공격을 하고 있었다.

명목상 소환수 혹은 사역마나 애완동물 같은 걸로 따라온 라스는 싸움에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라스는 그리델라의 외투를 잡아당겼다.

“그리델라. 나도 나서야 할 것 같은데.”

“엥?”

“안 될까?”

“되, 되긴 하는데…”

그리델라는 말끝을 흐렸다.

아군이 한 명이라도 늘어난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나중에 일이 다 끝나고 나서 왜 외부인을 데려왔냐고 묻는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지금도 마녀들은 계속 밀리는 중이었고 적은 지치지 않는 언데드였으니까.

“부탁할게. 도와줘.”

“응.”

그리델라가 허락하자 라스는 바로 변신을 풀고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늑대였던 그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니 두 사람의 근처에 있던 마녀들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이렇게 외쳤다.

“야, 사역마 데려온 녀석들도 모두 마법 써! 전투 보조용 사역마만!!”

아직 라스를 사역마로 여기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잘 됐다며 라스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재빠르게 마녀들의 사이를 지나 바로 앞까지 간 그는 빠르게 리빙 아머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한 놈에게 검을 뺏어서 휘둘러보았지만 갑옷이 단단해서인지 강화 마법이 걸려서인지 금세 날이 상해버렸다.

쯧하고 혀를 차며 그는 주먹과 발로 리빙 아머를 두들겨 팼다. 갑옷이 찌그러질 뿐, 쓰러지지 않는 언데드들은 계속 앞으로 진군했다.

그때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거기 젊은이, 이거 받아!”

검 한 자루가 라스를 향해 날아왔다. 그 자리에서 점프해 검을 낚아챈 라스는 검이 날아온 방향을 확인했다. 검을 던져준 이는 희끗희끗한 회색 머리카락의, 중년 여성이었다.

“철의 마녀가 만든 무기다. 저놈들이 쓰는 칼보단 그게 낫겠지.”

“감사합니다!”

짧게 감사 인사를 하고 라스는 검을 휘둘렀다. 과연, 리빙 아머들이 쓰던 검보다는 튼튼했다.

그러나 이걸로는 모자랐다.

이런 놈들은 프라우디에가 있으면 쉽게 처리할 수 있을 텐데.

혀를 차면서도 라스는 전투에 집중했다.

리빙 아머라면 분명히 중심이 되는 뭔가가 있을 거다. 순간, 프라우디에가 예전에 해준 흑마법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 저는 가리는 것 없이 마법을 쓸 수 있긴 해요. 주변의 악령을 붙잡을 수도 있고 영계에서 불러올 수도 있고 그들에게 신체를 만들어줄 수도 있거든요. 해골 군단이나 언데드 군단도 만들 수 있고요. 하지만 저희가 다수와 싸울 일이 없으니 쓸 일이 없는 것뿐이죠.”

“죽은 자에게 몸을 만들어주는 방법엔 몇 가지가 있어요. 시체에 인위적으로 집어넣거나, 무생물에 혼을 넣거나. 좀비나 구울을 만들 땐 굳이 영혼을 집어넣을 필요는 없어요. 마력으로 그 몸체를 일으키고 명령만 입력하면 되거든요.”

“이전에 봤던 사령 기사 씨의 경우엔… 이성 없는 영혼을 움직이는 힘이 개입되어있었는데 실체가 없는 그들에게 중심이 되는 핵을 하나 만들고 간단한 명령체계를 입력한 거예요. 마법으로 식을 짜 넣고 마력을 넣은 거고요.”

“연금술사들이 골렘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움직임을 제어하는 약점이 존재하고요.”

그렇다면 분명 약점이 있을 텐데.

핵만 깨부수면 더는 재생하지 못할 텐데.

혀를 차며 라스는 발차기로 리빙 아머를 날려버렸다.

갑옷이 분해되면서 벌어진 틈. 라스는 갑옷 안쪽에 무언가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얼른 리빙 아머의 갑옷을 주워서 그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 문질러보았다. 그 순간에도 흩어진 파츠들이 갑옷에 붙으려고 했기에 급하게 문질렀다. 침을 뱉어서 닦아내니 갑옷의 안쪽에 새겨진 문자가 지워졌고 흉갑을 향해 달려들던 팔과 다리의 갑옷들이 일제히 힘없이 툭 떨어졌다.

‘이거다…!’

수많은 리빙 아머들은 갑옷 안쪽에 피로 쓴 주문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을 알게 된 라스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갑옷 안에 피로 써진 문자가 있습니다!! 그걸 조금이라도 지우면 됩니다!!”

그 외침을 마녀들도 들었다.

눈이 마주친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의 마녀와 바다의 마녀들이 한데 모여 힘을 합쳤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거대한 형체를 이루었고 옆에서는 바람의 마녀들이 바람을 모았다.

물과 바람이 섞였다. 곧, 거대한 소용돌이가 탄생했고 리빙 아머들을 덮쳤다.

회오리에 말려들지 못한 것들은 주변에 있던 나무의 마녀, 식물의 마녀들이 주변의 풀과 나무를 조종해 소용돌이의 안으로 집어넣었다.

바람의 마녀들은 바람을 모았다. 좀 더 강한 바람이 필요했다.

리빙 아머들을 조각내고 그 안의 피를 씻어낼 정도의 강한 힘이!

고속으로 회전하는 소용돌이에서 물방울이 튀었다.

거대한 물회오리가 사라지면서 갑옷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떨어진 그것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성공했다…!”

“다 없어졌어!”

마녀들은 리빙 아머들이 무력화된 것에 환호했다.

그 순간 작게 쯧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그걸 들은 마녀들은 몸을 움츠렸지만 주변은 잠잠했다.

더이상의 공격은 없었다.

리빙 아머를 조종하던 정체불명의 마법사가 사라진 것이었다.

안심하지 못한 이들은 계속 주변을 경계했고 다른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일부는 리빙 아머가 남긴 갑옷에 다가가 거기에 남은 흔적을 살피기도 했다.

“이게 무슨 난리람…”

“그래도 무사해서 다행이다.”

“그러게.”

“대체 우릴 공격한 놈은 뭐였던 거지?”

“리빙 아머를 부린 걸로 봐선… 네크로맨서 아냐?”

다들 습격자의 정체를 추측하기 바빴다.

도대체 그자는 누구일까? 정체가 무엇일까?

토론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에 대한 추측보단 눈에 보이는 이를 향한 의문이 훨씬 빠르게 해소될 게 뻔하기에 모두의 시선이 라스를 향했다.

이제야, 그가 사역마가 아니란 걸 눈치챈 거였다. 그가 그리델라의 곁에 있던 늑대였던걸 아는 이들이 그리델라에게 물었다.

“그리델라, 너 왜 외부인을 데려온 거야?”

“어…”

“뭐, 덕분에 인명 피해는 없지 않았나. 그거면 됐지.”

그리델라가 말을 하는 것보다 빠르게, 전투 중 라스에게 검을 던졌던 마녀 이올라가 말했다.

라스가 검을 돌려주려고 하자 그녀는 손을 저었다. 가지라는 뜻이었다.

그녀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마녀들이 많았다. 이올라가 오래 산 만큼 다른 마녀들에게 베푼 것이 많아서였다.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었기에 수많은 질문이 그리델라를 향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도움이 되긴 했는데 왜 데려온 거야?”

“게다가 왜 하필 늑대로 변신시켜서 온 거고?”

“늑대 인간이야?”

“어? 늑대 인간은 거의 다 죽지 않았어?”

아 망했다.

그리델라는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하나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하나, 가장 처음으로 떠올린 변명이 그나마 제일 가능성이 있었기에 그녀는 옆에 서 있던 라스의 팔을 덥석 붙잡아 끌어안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야 당연히! 남자친구 소개해주려고 그랬던 거지!! 아- 지도자가 나왔을 때 깜짝 발표하려고 했는데 이상한 갑옷들 때문에 다 망했네! 그렇지 자기야?”

“어? 어어…”

“에엥?!”

“남자친구?!”

“늑대 인간이 남자친구… 어떻게 만난 거야?”

그리델라의 말에 라스는 깜짝 놀랐지만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폭탄 발언에 마녀들은 놀라서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남자 친구라니?

그런 이유로 데려온 건가!!

혼내려면 얼마든지 혼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리빙 아머의, 언데드의 습격을 받은 직후였다.

라스는 그들을 도와주었고 그로 인해 리빙 아머들을 해치울 수 있었기에 셈이 빠른 마녀들은, 이것이 분위기를 바꿀 찬스라는 걸 눈치챘다.

“뭐야, 그럼 진작 말했어야지!”

“맞아. 대단하네, 그리델라!”

“어떻게 만났는지 말해줄래? 너무 궁금하다.”

“남의 연애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다들 왁자지껄하게 떠들었다.

복잡하고 침울했던 들판이 단숨에 밝아졌다. 조금전까지 리빙 아머와 싸우느라 두려워하고 겁에 질렸던 마녀들도 서서히 그 분위기에 물들어갔다.

라스는 이래도 되는 걸까, 싶어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에게도 날아오는 질문이 있었다. 그리델라의 어디가 좋아서 사귀게 되었는지, 누가 먼저 고백했는지 등이었다.

그리델라가 난처해 보여서 라스도 그녀의 이야기에 맞춰주었다.

“언제 만났냐니, 당연히! 지금 신세 지고 있는 사람 집에서 만났지! 나중에 잘 되면 공개 결혼식 할 거니까 초대장 보낼게. 선물 많이 가져와야 한다?”

“벌써 결혼 이야기냐!”

“그러다가 나중에 헤어지면 어쩌려고?”

“마녀와 늑대 인간이라… 옛날 동화 생각나고 좋네. 난 응원한다!”

한동안 질문에 시달린 끝에 두 사람은 벗어날 수 있었다.

오래 산 마녀들은 둥글게 둘러앉아 앞으로의 방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 임시 지도자를 뽑고 서로 연락망을 구성해 좀 더 빠르게 말을 전할 수 있게끔 했다. 바람의 마녀 중 한 명인 에다르가 중심 역할을 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연락망을 통해 주고받기로 하고 그들은 연회의 파장을 알렸다.

하도 정신없이 보낸 탓에 다른 마녀들도 모두 동의했다.

그리고…

“그리델라 넌 어떻게 여기 온 거야?”

“그러게.”

“아, 별거 아니었는데.”

…라면서, 그리델라는 다시 늑대로 변신한 라스와 등을 맞대고 밧줄로 꽁꽁 묶었다. 이런 식으로 라스가 빗자루에서 떨어지지 않게 막은 것이었다.

그 괴상한 모습에 다들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온 거야?!”

“힘들었겠다…”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하구나. 저렇게 불편하게 오다니.”

“아 뭐야! 나한테 신경 쓰지 말고 너희도 얼른 돌아가. 난 간다!”

“잘 가!”

“다음에 또 보자!”

“결혼하게 되면 나한테도 알려줘!!”

모두의 인사를 받으며 그리델라는 빗자루에 탔다.

그녀가 빗자루에 오르자 다른 마녀들도 돌아갈 준비를 했다. 수십 명의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밤하늘을 나는 광경은, 굉장히 신비로웠다. 거대한 달이 배경이 되어서 더욱 그런 걸지도 몰랐다.

‘…아까 리빙 아머의 습격이 있을 때, 달이 떠 있던가?’

하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서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대신 라스는 그리델라에게 물었다.

“좀 어때? 꽤 무리한 것 같던데 괜찮아?”

“하지만 그런 핑계라도 안 댔으면 엄청 의심받았을 게 뻔하니깐. 끌어들여서 미안해.”

“아냐. 난 괜찮아.”

“아까 그 리빙 아머, 하나 가져왔거든? 프라우디에한테 추적을 부탁해보려고. 그나마 피가 많이 남은 거로 가져왔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찾을 수 있으면 좋겠네.”

만약 마녀를 습격한 이가 늑대 인간을 습격한 이와 같다면 그제야 그 역시 동족의 원수를 알 수 있게 된다는 뜻이었다.

그의 마을 사람들 말고도, 마녀 리비에가 교류하던 늑대 인간 역시 누군가에게 습격당했다.

시체조차 없다는 건, 그자가 시체와 영혼을 다루는 네크로맨서라는 뜻일 테고 그렇다면 이번 사건의 범인과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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