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왕자는 조용히 살고싶다-119화 (120/219)

119화

마법 소녀들은 셋이 함께 넓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었다.

멀뚱히 천장을 바라보면서 그들은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꽃밭에서 놀았고 머리 셋 달린 강아지(플루토)를 산책시켜주었다.

소금이에게 가느다란 스파게티 면을 먹여주었다.

슬로세이가 노래하는 것을 구경했고,

카이엔과 차를 마셨으며,

놀러 온 손님(이노스)과 함께 마법을 쓰면서 놀았었다.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한 느낌이야.”

“그래도, 재밌었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은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너무나도 평화로운 일상.

이전의 그들은, 처벌해야 할 악인이 없다는 것에 조급해했고 어떻게든 그들이 할 일을 찾아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지금은, 그런 조급함을 느낄 수 없었다.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이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었고 또 그것을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신의 음성이 들리지 않았기에 방황하던 그들에게 카이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편하게 지내라고 했을 뿐이었다.

편한 옷을 입고 거리로 나갔을 때 나쁜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이 나서기 전에 그곳을 관리하는 병사들이 사건을 해결하거나 그들의 보호자로 따라온 어른들이 먼저 처리했다.

그 광경에 그들은 조금 의아해졌다.

이전에 있었던 곳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면, 다른 이들보다 먼저 그들이 나섰을 것이다.

그리고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들은 그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고 그들은 더 강력한 힘으로 악인을 찍어눌렀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보호받지 않아도 그들은 강했지만 다들 그들을 지켜주려고 했다. 마치, 그것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

저택에 연령 미상, 출신 불명의 세 소녀가 손님으로 묵게 되었다.

늘 카이엔의 곁을 지키던 자들이 아이들의 보호자로 하나둘 따라 나오니 다들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었다.

그로 인해 몸을 부풀린 소문은 영주성까지 전해졌고 바이스가 그것을 카이엔에게 전달했다.

“왕자님이 결혼도 안 하셨는데 애를 셋이나 입양한 거 아니냐고 하더군요.”

“미친 소리군.”

“사람 주워오던 버릇이 도졌다고도 하고요.”

“…내가 그렇게 많이 주워왔어?”

“저 빼곤 거의 다 주워온 것 아니었습니까?”

“으음.”

하긴 라스도 다쳐서 쓰러진 걸 주워왔고 글라스는 말 그대로, 정말로 주워왔고 엔베인도 주워온 걸로 칠 수 있으니.

많긴 하구나. 카이엔은 한숨을 쉬었다.

“소문은 내버려 둬. 애들한테 해를 끼치진 않을 거 아냐.”

“그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몬스터인 사트로누스와 플루토, 심지어 소금이 와도요.”

“소금이는 외모 때문에 다들 좋아하지 않나? 나야 뭐… 그 녀석 목소리를 알고 있으니 가끔 엄청난 괴리감이 들지만.”

작고 귀엽고 아담한 햄스터 몬스터지만 실제로 카이엔에게 들리는 목소리는 선 굵은 중년 아저씨였다. 그것도 몸을 엄청나게 단련해서 우락부락할 것 같은 이미지의.

햄스터 몬스터도 근육이 있는 걸까, 근육이 생기는 걸까 궁금해서 소금이를 한참 동안 관찰해봤지만 그런 걸 발견할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소금이한테 뭐 많이 먹이면 안 되는데. 요즘 살도 엄청 찐 것 같고.”

“털이 찐 거 아닐까요?”

“설마… 개도 아니고, 털갈이는 안 할 텐데.”

살찐 게 분명하다며 카이엔은 투덜거렸다.

운동기구라도 만들어줘야 하나, 싶었지만 햄스터는 도대체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속내를 눈치챈 바이스가 슬쩍 물었다.

“알아볼까요?”

“아냐, 그냥 둬. 자기가 몸 움직이기 불편하면 덜 먹던가 하겠지.”

살이 쪘던 털이 쪘던 둥글둥글한 모습이 되니 훨씬 귀엽긴 했지만.

마저 일하자면서 카이엔은 영지 업무를 보았다.

땅이 그리 넓은 건 아니라서 검은 숲을 개방하는 시기가 되어 용병이나 사냥꾼들이 몰리지 않는 이상 한가하긴 했다.

그러고 보면, 조만간 다른 토벌 시기가 찾아온다. 그 토벌이 끝나면, 축제다.

“이번엔 축제의 규모를 키울까?”

“아직은 여유가 좀 없군요. 빠듯합니다.”

“흠.”

“저택이나 방벽을 보수공사 할 일만 없다면 괜찮겠죠.”

“좀 더 지켜볼까.”

축제를 한다면 다들 좋아하겠지.

그는 지금까지 축제를 돌아볼 여유도 그럴만한 이유도 없어서 가보지 않았지만 지금은 손님이 많으니까, 거리를 둘러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작년엔 워낙 사건이 많아서 잊어버렸고 올해는 그가 영주가 되어서 관리하는 첫 축제니 그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부족한 점과 바꿔야 할 부분을 찾을 필요도 있었다.

다른 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그 이야기를 꺼내니 다들 깜짝 놀랐다.

“축제요?”

“응. 작년엔 대충 넘겼지만 올해부턴 내가 관리해야 하니까, 거리로 나가볼까 해.”

“그거 좋겠네요.”

“축제 땐 뭘 하나요?”

“여러 가지? 다른 지역에서도 구경하러 올 테고 장사꾼들도 많이 몰릴 거야. 너희도 놀러 가면 되는데, 뭐 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

카이엔이 마법 소녀들을 보면서 물었다. 그러자 그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씩 했다.

“악인 사냥!”

“재판!”

“처벌!”

“…하긴 사람이 몰리니 사건 사고가 늘어날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축제 기간 때 난동 부리는 놈들은 다 감옥에 가둬놓을 거야.”

“에.”

“감옥요?”

“응. 경중에 따라 다르게 해야 하긴 하지만 역시 축제니까 술 먹고 싸우는 사람이 많겠지? 그런 놈들은 술이 깰 때까지 기둥에 묶어놓거나 광장 중앙 의자에 앉혀두고 손 잡고 있게 해야지.”

“뭐예요 그게.”

그러나 그 아이들도 웃고 있었기에 카이엔은 피식 웃었다.

자금이 좀 빠듯해도 축제라니까, 그럴듯하게 하고 싶었다.

티아마티스는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일찍 돌아갔지만 이노스는 두고 갔다.

충분히 놀다 오라고 했다면서 이노스는 스승에게 허가받은 휴식 시간 동안 잘 먹고 잘 놀 거라며 당당히 선언했다.

축제까지 잘 구경하고 선물도 사 오겠다면서 손을 흔드니 티아마티스는 한숨을 푹 쉬고 텔레포트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와아, 난 이제 자유다!”

“누가 들으면 네가 지금까지 엄청 고생만 한 줄 알겠네.”

“고생했거든요?”

“그래, 얼마 못 갈 자유 시간 동안 맘껏 놀다가 돌아가라.”

“아, 그러고 보니 언제쯤 돌아오란 말을 안 하고 가셨네요. 제가 안 오면 데리러 오시겠죠?”

“…버리고 간 거 아냐?”

“에이 설마요-”

그럴 리 없다면서 이노스는 활짝 웃었지만 카이엔은 괜스레 찜찜해졌다.

정말로 티아마티스가 반쯤 핑계를 대고 이노스를 버리고 가버린 게 아닌가, 싶었다. 버리고 간다고 해서 얌전히 여기 있을 이노스가 아니었지만.

자기 실력에 관해서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이노스는 열심히 놀다 가겠다면서 온 사방을 휘젓고 돌아다녔다.

황자 자리도 내팽겨치고 왔겠다, 거리낄 게 없는 듯했다. 덕분에 카이엔의 한숨을 늘어만 갔다. 마법 소녀들보다 더 사고를 치고 다니는 게 이노스였다.

카이엔이 축제 준비며 사고 치는 친구 때문에 골머리 썩는 동안 바이스는 그리델라에게 정보 수집의 성과에 대해 물었다. 바이스의 말에 그리델라는 카드를 하나 내밀었다.

“바다의 괴물에 대해서는 알아냈어.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벌어졌다는 괴이한 사건들에 대해서도.”

“흠.”

“이게 그 인물로 추정되는 자의 몽타주고.”

그리델라가 내민 카드에는 날렵한 인상을 한 남자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이 주변에서 보지 못한 얼굴이라 바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못 본 얼굴이군요.”

“나도 그래. 바다의 괴물과도 최근에 일어난 사막의 굉음과도 연관되어있어. 사막의 경우엔 워낙 그 지역이 넓고, 파괴되어봤자 흔적도 잘 안 남지만 꽤 소란스러웠던 모양이야.”

“그렇군요. 아마 이 자가 우리의 적이겠죠.”

“그렇지.”

바이스는 카이엔의 적이 아니라 우리의 적, 이라고 언급했고 그리델라도 동의했다.

잠시 카드에 그려진 얼굴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후 바이스는 카드를 겉옷의 안쪽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계속 조사해주세요.”

“물론.”

“대금은 준비해두겠습니다.”

“미안. 마녀들이 보석을 좀 밝혀.”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죠.”

그리델라가 건넨 정보는 바이스를 통해 카이엔에게도 전달되었다.

최후의 적으로 추정되는 존재의 얼굴을 확인하고 카이엔은 한숨을 푹 쉬었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면 좋을 텐데, 이미 바다며 사막에서 큰일을 벌인 녀석이라 이곳을 못 찾아낼 리 없었다. 오히려, 가장 유명한 존재가 가르간트에 사는 몬스터 말 알아듣는 왕자인 그였다.

위치를 파악하기가 가장 쉬울 테니 마지막까지 남겨놓은 걸지도 모르고.

악마들의 대리전이라는 것도 상당히 엉성하기 짝이 없어서, 최후의 10인이 남았다는 목소리 이후론 변변찮은 소식이 없었다.

몇 명까진 알려주더니만 다른 악마들한테 항의라도 받은 건지 이젠 알림조차 없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알려주지 않으니 이건 루키푸게를 원망해야 하나.

괴상한 능력 하나 던져주고 너 알아서 살아남아 보라고 말하는 거랑 똑같았다.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

대체 루키푸게는 뭘 원하길래 그를 대리인으로 삼은 건지 모르겠다며 카이엔은 한숨을 쉬었다.

이노스에 대리전에 축제에 신경 써야 할 일이 태산이었는데 그런 그의 시름은 깊어지기만 했다.

저번에 검은 숲에 다녀오는 걸 허락해줬더니 마법 소녀들과 이노스가 마법 연습을 하려고 맨날 검은 숲에 다녀오겠다며 허락을 받으러 왔다.

보호자를 대동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소풍 가듯 검은 숲으로 들어가니 걱정을 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걱정되었다.

“다녀와도 되죠?”

“…소풍 가냐? 무슨 짐을 그렇게 싸가?”

“짐이라뇨! 이건 쉴 때 바닥에 깔고 앉으려고 가져온 푹신한 담요고 이건 도시락인데.”

“소풍가는 거 맞잖아!”

“깜짝이야! 카이엔도 가고 싶어요? 진작 말하지, 같이 가요!”

“그 말이 아니잖아…”

이노스에겐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았다.

“같이 가면 좋을 텐데. 그렇죠?”

“응.”

“소풍이라는 말에는 반박조차 안 하는구나.”

“으음…”

“마법 연습도 하지만, 노니까요.”

“도시락도 가져가고.”

“이 친구들이 한 번도 소풍을 가본 적이 없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가자고 한 거예요. 잘했죠?”

“어… 그래. 잘했다.”

엎드려 절 받기 수준의 칭찬에도 이노스는 뿌듯해하며 가슴을 쭉 폈다.

그런 이노스의 옆에서 비슷한 도시락 바구니며 물통 등을 들고 있는 마법 소녀들을 보고 카이엔은 이미 몇 번이고 말했던 주의 사항을 다시 한번 입에 담았다.

“너무 깊은 곳까지 들어가진 말고. 위험하니까. 그리고, 꼭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다니고. 혼자 다니지 마. 웬만해서는 몬스터랑 싸우지도 말고. 몬스터 무리를 발견한다고 해도 싸움을 걸기보단 관찰, 정찰 위주로 해야 한다.”

“맞아요. 검은 숲은 위험하니까요.”

“으음.”

카이엔이 주의를 주자 이노스가 마법 소녀들을 보면서 한마디 보태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셋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카이엔이 말하는 건 이해가 가지만 이노스가 말하는 건 좀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었다.

그 감정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서 이노스가 투덜거렸다.

“왜 그런 얼굴로 보는 거예요? 제가 뭐 어때서요!”

“아니 그냥…”

“못 미더워서?”

“맞아. 딱 그거야.”

까르르 웃으면서 마법 소녀들이 손뼉을 치며 웃었다.

졸지에 못 미더운 어른이 된 이노스는 뺨을 부풀리면서 카이엔의 팔을 잡아당겼다.

“저거 봐요. 저희 이제 엄청 친해졌다니까요. 카이엔은 좀 더 노력해야 해요. 이러다가 제 절친 자리를 저 애들한테 뺏길걸요?”

“우리가 절친이었어?”

“큽…”

“갈 거면 더 늦기 전에 다녀와. 해지기 전에는 돌아와야 한다.”

“알겠어요.”

“다녀오겠습니다-”

보호자로 매번 별채 식구들만 따라가는 건 아니었기에 이번에는 정찰도 할 겸, 영주성의 기사들도 함께 검은 숲으로 들어갔다.

물론 이노스는 마법 소녀들과 소풍을 온 것이었기에 기사단이 열심히 진영대로 움직이는 것과는 달리 자유롭게 움직였다.

마법 소녀들은 하늘을 날아다녔고 이노스는 돌아가면 티아마티스에게 꼭 비행 마법부터 배우겠다고 투덜거리면서 열심히 다리를 움직였다.

기사단도 마법 소녀와 이노스는 제 몸은 스스로 지킬 수 있으니 그렇게 신경을 써줄 필요는 없다고 바이스에게 미리 들어둔지라 한 번씩 쳐다보기만 할 뿐, 필요 이상으로 가까이 가지 않았다.

힐끔거리는 기사단을 무시하고 마법 소녀와 이노스는 제 할 일을 했다. 물론 허공에 마법을 쏘는 것이었다.

“슬로세이도 같이 오면 좋았을 텐데.”

“그러게요.”

“이제 재미없나 봐요.”

슬로세이는 인어였고 그녀의 고유 능력 중 하나는 물을 조종하는 것이었다.

바닷물 말고도 가능하다면서 직접 물을 만들어내거나 존재하는 물을 끌어와 조종하는 식이었는데 많이 사용해본 적이 없기에 그 실력은 어설펐다.

반면 마법 소녀 세 명 중 하나인 엘리멘트 아쿠아는 물을 이용한 마법을 사용하는 것에 능숙했고 슬로세이는 그녀가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을 따라 하면서 전투의 감을 잡으려고 했다.

어느 정도 기술이 손에 익었으니 거기서 더 나아가서 응용하거나 신기술을 익히면 좋을 텐데, 슬로세이는 오늘 모임에는 불참을 선언했다.

아쉬워하면서도 그들은 안 온다는 슬로세이에게 떼를 쓰지 않았다.

“본인이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으니까요. 그것보다 제가 반짝이 마법을 좀 더 강화해봤는데-”

“쓸모없어요.”

“그런 걸 어디에 쓰려고요?”

“축제 때 반짝이가 날아다니면 예쁘지 않을까요?”

“먹을 거 위에 떨어지면 난리날 것 같아요.”

“아.”

“그러게.”

“그 말도 일리가 있군요.”

이해했다며 이노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단이 몬스터의 흔적을 발견하려고 움직이는 것과 달리 이노스와 마법 소녀들은 한가하게 검은 숲을 산책하듯 돌아다녔다.

이 근방은 나무도 별로 빽빽하지 않아서 걷기도 수월하고 몬스터가 다가온다고 해도 알아차리기가 쉬웠다. 일부러 이쪽을 골라왔기 때문이었다.

가져온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고 잠시 쉬었다가 마저 마법 연습을 하고 해가 지기 전에 돌아가는 것.

여느 때와 마찬가지인 나들이였는데 마법 소녀들이 이노스에게 말했다.

“좀 더 멀리 정찰 좀 하고 올까 해요.”

“네? 위험해요. 카이엔도 빨리 오라고 했잖아요.”

“금방 돌아올게요. 삼십 분 안으로.”

“뭐라도 발견한 거예요?”

“그냥, 간간이 들리던 몬스터 울음소리가 안 들려서요. 저번엔 들렸는데.”

“맞아요.”

“하긴… 그랬었죠. 기사단이랑 같이 와서 그런 거 아니에요? 저번엔 엔베인이랑 글러티나가 같이 와줬잖아요. 인원수로 따지면 이쪽이 월등히 많으니 몬스터들이 다른 곳으로 갔을 수도 있잖아요.”

“가진 힘에 비하면 이번이 더 약해요.”

“으음. 그 말도 맞긴 하네요.”

여기 기사단이 전부 달려든다고 해도 엔베인 한 명 이길 수 없을 테니까.

마법 소녀들의 요청에 이노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세 사람은 천천히 하늘을 날았다.

왠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서 이노스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꼭 삼십 분 안에 돌아가야 했으므로, 이노스 앞에선 천천히 날았지만 이노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들은 빠르게 하늘을 날며 지상을 살폈다. 그리고,

“피?”

“내려가 보자.”

피투성이의 흔적을 발견했다.

몬스터들의 영역 싸움으로 인한 흔적,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나 시체가 없었다.

남은 건 핏자국과 땅이 파헤쳐진 자국뿐이었다.

“…시체가 없네.”

“누가 먹은 걸까?”

“사냥을 한 걸지도 몰라. 최근에 허가받은 사람이 있었던가?”

“사냥이라고 하기엔 발자국의 수가 적어.”

“응, 엉망이네.”

발자국을 쫓아가려고 해도 일부러 짓밟아놓고 추적을 피하려고 만들어놓은 것이 섞여 있었다.

딱 봐도 수상한데 알아낼 방법이 없어서 마법 소녀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이 근방에 이런 흔적은 여기뿐이라는 것이었다. 전투를 벌인 이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큰 피해를 당해 몸을 감춘 거면 좋겠다며, 마법 소녀들은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노스와 약속한 시각에 늦기 전에 서둘러 돌아가야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