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화
“이번에는 굉장히 사람이 많이 온 것 같아요. 가게 물건들도 많고요.”
- 그러더라.
“덕분에 꽤 많이 구할 수 있었어요.”
시장에서 약재료로 쓸 것들을 잔뜩 챙긴 프라우디에는 리치왕과 대화를 나누면서 영주성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들고 온 가방을 꽉 채우고도 모자라서 품에는 빵빵한 종이봉투까지 들려있었다.
리치왕의 조언에 따라 까다롭게 엄선한 약초며 연금술 재료들이었다. 시간이 꽤 걸리긴 했지만 그만큼 좋은 재료들을 샀다며 프라우디에는 즐거워했다.
이제 남은 건 연구실로 돌아가서 사 온 것들을 이곳저곳에 나눠놓고 촉매 연구를 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영주성으로 향하는 프라우디에의 걸음이 급하게 멈췄다.
“어…”
세 명의 아이들이 영주성의 문 앞을 지키는 기사 앞에 서 있었다.
어쩐지 익숙한 뒤통수에 프라우디에는 급하게 몸을 숨겼다.
너무 놀라서 심장이 덜컥 주저앉는 것만 같았다. 급하게 프라우디에가 리치왕에게 말을 걸었다.
“어, 어쩌죠? 저 사람들… 그, 맞죠?”
- 일단 가만히 있어. 그리고 저놈들, 네가 누군지 모를 것 같은데? 그래도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저 녀석들이 가고 나면 들어가자.”
“네…”
빠르게 마법 소녀들을 알아본 프라우디에는 숨을 죽이고 그들이 가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그들은 영주성 앞에서 거절당하자 고집부리지 않고 얌전히 돌아갔다.
마법 소녀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린 뒤에야 프라우디에는 몸을 일으켰다.
아직도 진정되지 않아 라이프 베슬이라 인간의 심장처럼 펄떡거리면서 뛸 리가 없는 심장이 덜컥덜컥하는 것만 같았다.
영주성으로 돌아오자마자 연구실에 재료부터 내려놓은 뒤, 프라우디에는 카이엔을 찾아갔다.
“왕자님!!”
“응? 무슨 일 있어?”
프라우디에가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들어오자 카이엔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옆에 서 있던 바이스도 의아해하며 프라우디에를 쳐다보았고 프라우디에는 울상을 지으며 외쳤다.
“마, 마법 소녀들을 봤어요! 어, 어떻게 하죠?”
“뭐?”
“영주성 앞에서 문지기랑 이야기하다가 돌아가긴 했는데… 또 올지도 몰라요.”
“…대체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나쁜 놈들 잡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줄 알았는데.
카이엔은 이마를 짚었고 프라우디에는 말을 이어나갔다.
“들어올 때 문지기에게 물어봤는데 영주님을 만나고 싶다고 했나 봐요.”
“그거 나잖아…”
“어떻게 하죠?”
카이엔도 프라우디에도 낯빛이 어두워졌다.
바이스는 말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고 프라우디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처리, 할까요?”
그 물음에 카이엔은 고개를 들었다. 프라우디에의 동그란 눈동자는 결의로 빛나고 있었다.
마법 소녀들이 카이엔에게 위협이 될 것 같으면, 그들을 노린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없애버려야 한다는 눈빛이었다.
카이엔은 자리에서 일어나 프라우디에의 앞까지 걸어가서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굳이 힘든 일 할 필요는 없어.”
“그치만…”
“그놈들 무력이 꽤 만만치 않겠지? 괜히 여기서 싸움이 나면 난감하니, 일단 만나는 볼까? 민간인 피해를 내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이해하겠지.”
“무슨 멍청한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차라리 암살해버리죠.”
카이엔이 말을 마치자마자 바이스가 날카롭게 대꾸했다.
그 말에 카이엔은 질색했다.
“넌 제발 좀… 평화롭게 해결할 수는 없는 거야?”
“제 피와 아군의 피를 손에 묻게 하지 않는 이상, 그것은 평화로운 해결법입니다.”
“일단 사람을 붙이지. 일반인으로. 만나서 이야기해본다. 악마에 대해서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물어봐야겠고.”
말이 통한다면 좋을 텐데.
마법 소녀들이 어떻게 이곳을 알고 오게 되었는지, 무엇을 노리고 온 건지 알아야 했다.
사고가 나면 안 되니까 응접실이 아니라 야외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의 선택에 바이스가 살짝 인상을 썼다.
“진심입니까?”
“응.”
“뭘 어쩌시려고…”
“나쁜 놈들만 죽인다면서?”
“같은 계약자 입장이니까 적일 게 뻔하잖습니까.”
“그 애들이 언제 돌격할지 몰라서 불안해하는 것보단 낫지. 사령 기사를 만났을 적에는 그쪽에만 정신이 팔려서 나를 보진 못했을 테고.”
“흠. 알겠습니다. 그 아이들의 뒤에 있는 악마도 생각이 있다면야, 저희 구역에서 먼저 싸움을 걸게 하진 않겠죠.”
그래도 준비는 해야겠다며 바이스는 다른 이들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겠다고 말하고 서재에서 나갔다.
카이엔은 출입 허가증을 하나 써서 심부름꾼을 보내기로 했다. 마법 소녀들이 어디 있을지는 모르지만 세 명이 함께 붙어 다닐 테니 찾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리고 잠시 후, 서재에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왕자님 미쳤어?!”
“왜 대놓고 끌어들이려는 거야!!”
“죽으면 어쩌려고요?”
바이스가 그새 모두에게 전달한건지 다들 급하게 달려와서 한 마디씩 쏟아냈다.
왜 다들 이렇게 걱정이 많은 건지. 카이엔은 손을 저으며 대꾸했다.
“괜찮을 거야.”
“그거야 왕자님 생각이고!”
“넌… 무슨 생각인 건지 모르겠다.”
“마법 소녀라니… 어휴…”
“일단 저는 숨어있어야겠네요. 언데드니까.”
“아… 그럼 저도…”
엔베인의 말에 프라우디에도 조심스럽게 말을 얹었다.
엔베인은 마검 때문에 언데드화 되었고 그는 리치왕의 라이프베슬을 품고 있으니 마법 소녀들이 적으로 간주할 확률이 높았다.
마법 소녀들이 영주성 안으로 들어오면 두 사람은 몸을 숨기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언제 오는 건가요?”
“내일이라도 와도 좋다고 했으니까 내일 오지 않을까?”
“너무 급하다.”
“빨리 끝내버리는 게 낫지. 자, 다들 돌아가. 할 일 많지 않아?”
“없어.”
“없습니다.”
“왕자님이 걱정 돼서 못 가겠어.”
“…어서 돌아가.”
***
출입 허가증을 보내주었다.
하나, 언제 몇 시에 오라고는 적어두지 않았다.
그리하여 카이엔은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 업무를 조금 본 뒤 정원에 마련된 티 테이블 앞에 앉아 바이스가 건네주는 서류들을 처리했다.
오늘 마법 소녀들과 만나지 못한다면 내일 또 이렇게 나와서 일을 하기로 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들을 기다리면서, 비어있는 테이블 위에 서류가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할 무렵에 기다리던 이들이 도착했다.
출입 허가증을 가지고 영주성의 시녀에게 안내를 받아 그를 따라온 세 소녀는 햇살이 내리쬐는 맑은 날, 그늘막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영주와 만나게 되었다.
“아, 왔구나.”
마법 소녀들이 오자 카이엔은 읽던 서류를 정리하고 바이스에게 넘겼다. 복잡해진 테이블을 정리하고 시녀에게 차와 과자를 내올 것을 부탁하고 세 사람에게 자리를 권했다.
의아해하면서도 마법 소녀들은 빈 의자에 앉았다.
가까이에서 보게 된 그 아이들은, 그 나이 또래의 어린아이들과 다른 점이라곤 없어서 카이엔은 조금 놀랐다.
생각해보면 그때도 후광 같은 게 있어서 얼굴을 잘 못 본 것 같기도 하고 의아했다.
“으음.”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까. 고민 끝에 카이엔이 입을 열었다.
“내가 이곳의 영주, 카이엔 이디에우스 아베르나라고 한다. 날 만나고 싶다고 했다던데.”
“네.”
“왜?”
“여기 리치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대답을 들은 순간 카이엔은 반사적으로 ‘뭐?’라고 되물을 뻔했다.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그가 물었다.
“리치왕?”
“네. 그런데 아닌 것 같아요.”
“맞아요. 기운도 안 느껴지고.”
“여긴 평화롭고 조용하네요.”
고작 하루뿐이었지만 세자르에선 큰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여느 도시나 마을에서도 숱하게 벌어지는 일이 범죄인데 이곳을 지나면서 그들은 그런 광경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보긴 봤어도 그들이 나서기 전에 먼저 나선 이들이 있어서 그들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어쩐지 조용한 마법 소녀들은, 그때 사령 기사를 향해 삿대질하면서 공격을 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너희, 혹시 악마들의 대리전에 대해 알고 있어?”
“그게 뭐예요?”
“몰라요.”
“모른다고?”
“우리는 그저 악을 물리치기 위해 움직일 뿐이에요.”
“악마 같은 건 몰라요.”
‘대체 무슨 짓을 당한 거야?’
이들은 분명, 대리전에 참여한 악마로 인해 만들어지고 움직이는 걸 텐데 악마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악마’라는 단어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아예 그 단어 자체를 모르는 것처럼.
카이엔은 애써 침착하려고 했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럼 이 아이들은 대체 뭘 위해서 움직이는 걸까. 누군가가, 무엇을 위해서.
카이엔이 입을 열지 않자 마법 소녀들이 입을 열었다.
“저희는 리치왕이 있다는 말에 여기 온거예요. 그녀는 과거 거대한 재앙이었으며 악이었으니 빨리 처리해야 해요.”
“다시 세상에 큰 혼란을 불러올지도 몰라요.”
“그런데 여긴 없는 것 같아요. 다른 데로 가야겠어요.”
세 소녀는 조금 시무룩해졌다.
그 반응에 카이엔은 턱을 괸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주 가까운 곳에, 프라우디에와 엔베인이 있지만 이 아이들은 그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프라우디에는 리치왕의 라이프 베슬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리치왕과 동일 인물도 아니었고 현재 그 리치왕은 기억 상실 상태라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
그런 리치왕이 눈앞에 나타나게 된다면, 과연 이 아이들은 리치왕을 적대할까? 죽이려 들까?
이전에 프라우디에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었기에 카이엔이 말했다.
“만약에 말이야. 너희가 찾는 그 리치왕이라는 적이 엄청나게 약해졌다면 어때? 그래서 세상을 위협하지 못할 수준이라면, 어떻게 할 거야?”
“그럴 리 없어요. 그자가 얼마나 강했는데요!”
“너희는 어때? 예전의 너희와 지금의 너희가 같다고 생각해?”
“그건…”
“애매하네요. 확실히 가호는 줄어든 것 같아요.”
당연하다. 악마가 꼼수로 부활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게다가 셋이서 하나로 취급당하는 것 같고.
세 소녀 중, 푸른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카이엔에게 물었다.
“혹시, 저희를 아시나요?”
“응? 어… 그냥, 무지무지 오래 산 녀석한테 마법 소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신의 가호를 받은 어린아이들이 악을 물리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 카이엔이었지만 그녀의 물음에 대답해주었다.
“그런데 좀, 너무한 것 같아. 그때 다른 영웅들도 많았는데 굳이, 어린애 손까지 빌렸어야 했을까.”
“그런 말을, 예전에도 들어본 것 같아요.”
“너희는 지금까지 뭐 하고 지냈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악을 처단했어요.”
“바빴겠네. 우리 영지는 완벽하게 깨끗하다곤 장담 못 하지만 그래도 용병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려서 잘 감시하고 있으니 너희가 나설 일은 없을 거다.”
“악을 없애지 못한다면, 우리의 존재 이유는 없어요.”
“이유가 없긴 왜 없어? 너희가 하고 싶어서 그런걸 하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애들은 잘 먹고 잘 자면서 건강하게 크는 게 최고야.”
세 사람 다 살짝 고개를 숙였다.
카이엔의 말에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이 아이들도 악마의 계약자일 테니까, 분명히 싸워야 한다. 죽는 것밖에는 해방의 길이 없다.
알면서도 카이엔은 그런 말을 했다.
조용히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던 바이스가 그를 쳐다보았고 눈이 마주치자 카이엔은 그 시선을 피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얌전해.’
리치왕이란 말이 나오자마자 날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아이들은 얌전히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차를 마셨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카이엔은 고민에 빠졌다.
이미 다른 동료들과 의견을 나눠보긴 했지만 막상 입에 담으려니 입술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인 다음에 카이엔은 입을 열었다.
“만약에, 내가 리치왕을 알고 있다면 어쩔래?”
“네?”
“그게 정말인가요?”
“거짓말 아니죠?!”
“그런데 그 녀석,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고 있다면.”
“에?”
“그게 뭐예요.”
세 명은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그 표정에 카이엔은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가 웃자 마법 소녀들은 창피한지 고개를 홱 돌렸다.
“보여줘도 될지 모르겠지만… 너희, 여기까지 오는데 아무 기운도 못 느낀 거야? 악의 기운에 민감한 거 아니었어?”
“그게…”
“모르겠어요.”
얼굴이 더욱 빨갛게 변했다.
이곳에 리치왕이 있는데 감지를 못한 것에 부끄러워하는 것이었다.
아직 잠잠한 그들의 태도에 카이엔은 바이스에게 소곤거렸다.
“데려와 줘.”
“…괜찮으시겠습니까?”
“응.”
카이엔은 고개를 끄덕였고 바이스는 조용히 물러갔다.
잠시 후, 프라우디에가 바이스와 함께 정원으로 왔다. 살짝 긴장해서 움직임이 어색한 프라우디에를 보고 카이엔이 말했다.
“자, 환생…이라기엔 좀 애매하지만 어쨌든 너희가 찾는 리치왕이다.”
“네에?!”
“저 애가요?”
“아, 아닌거같은데…”
“마, 맞아요! 아무 힘도 안 느껴지는데!!”
마법 소녀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영주라는 사람이 리치왕이랍시고 데려온 아이는 그들과 비슷한 연령대로 보이는, 아주 작은 아이였다.
게다가 리치왕과 닮은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절대 아니라고 입을 모아 외치는 모습에 카이엔은 깜짝 놀랐다. 프라우디에의 표정을 살피니, 그 역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라는데, 어떠냐?”
“확실히… 제가 약하긴 하죠.”
“역시 아닌 것 같은데…”
“그치?”
“장난친 거였나 봐.”
마법 소녀들도 소곤거리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카이엔의 말을 믿지 않고 그가 장난을 치는거 라고 여기고 있었다.
진실이었지만 그 말을 믿기엔, 프라우디에에게선 과거 리치왕에게서 느껴지던 흉악한 기운도 없고 흑마법의 기운도 리치왕에 비하면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흑마법의 기운이 느껴지지만 주변을 떠도는 저주와 원념 또한 보이지 않아서 어디서 이상한 골동품이라도 주워왔나보다- 라고 여기는 그들이었다.
대표인 듯한 분홍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카이엔을 보며 말했다.
“저 애는 리치왕이 아니에요.”
“음…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왜냐하면, 프라우디에는 리치왕 본인이 아니라 그 심장인 라이프 베슬을 가지고 있거든. 어떤 미친놈이 자기가 원하는 자식을 만들겠답시고 호문쿨루스를 만드는데 쓴 재료 중 하나가 라이프 베슬이었어. 덕분에 기억도 없고 자각도 없고, 저번에 한번 눈을 뜬 적이 있긴 하지만 자기 이름도 기억 못하더라.”
“네?”
“그럴 수가 있는 거예요?”
“나도 처음 본 거라서 몰라. 혹시, 너희는 리치왕의 이름을 알고 있니?”
“몰라요.”
“다들 리치왕이라고 부르던걸요.”
“아쉽네.”
카이엔은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그리고, 마법 소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프라우디에에게 다가갔다.
직접 손을 뻗어 만져보진 못하고 이곳저곳 살펴보며, 기웃거리면서 질문을 던졌다.
“정말, 정말로 리치왕이예요?”
“아마도요…?”
“끄으응-”
“본인도 모른다니까 그러네.”
“아뇨, 진짜 리치왕의 느낌이 안 나요!”
“게다가 리치왕은 리치라서 해골인걸요!”
“해골…이 같다고 생각할 수도 없고.”
쳐다본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혼란스러운 소녀들은 프라우디에를 가운데에 두고 어떻게든 리치왕이란 증거를 찾아내려고 애를 썼지만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리치왕 본인조차 기억 상실에 힘이 굉장히 약해졌으니 알아낼 수 있을 리가,
- …나도 저놈들을 봐도 모르겠는데.
‘…정말요?’
- 어.
게다가 리치왕 쪽도 답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평화로운 분위기에 카이엔이 바이스에게 말했다.
“잘 해결됐지?”
“운이 좋으셨습니다.”
“넌 말을 해도 꼭…”
“그래도, 큰일이 아니라 다행이군요.”
“그러게.”
누군가가 이 아이들에게 리치왕이 이곳에 있다는 걸 알렸다.
계약한 악마가 알려줬다면 신의 계시, 같은 걸로 말했을 테지만 이 아이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끼어들 수 있다.’
그들을 싸움 붙여놓고 강 건너 불구경을 하거나 도중에 끼어들어 이득을 노리는 놈이 있다는 뜻이었다.